"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는 게 좋겠습니까?"
하지만 위원들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닐터, 회의장은 침묵에 빠졌다.

정보원들로부터 입수된 프랑스의 간디아 경제침투는, 그 동안 준비해왔던 간디아 수복 계획에 차질을 가져왔다.
며칠 뒤, 다시 에스파냐의 자금 유입으로 다시금 에스파냐의 동맹항이 되었지만 베네치아 공화국의 동맹항으로 가져오려면 준비한 자금보다 더욱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위원회가 준비한 자금도 베네치아의 현재 경제력을 총 동원하여 준비한 자금이다.
위원회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가 간다아로 들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야파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나의 실수였다.
보다 치밀하게 정보를 입수했어야 했다.
단편적인 소문과 투자상황만으로 판단을 내린 나의 실수였다.
치밀어 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을 억누르려고 하나, 이미 무표정한 나의 얼굴에 이런 감정이 드러나 보이는지 위원들은 그저 위로와 침묵뿐이다.

"저의 실수입니다......"

낮은 목소리로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누가 그러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대표님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맞습니다. 그래도 위기에 처해있던 우리 공화국을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대표님의 공이 크십니다."
"대표님께서 그렇게 나약하시면 어떻합니까! 베네치아 국민들이 이런 모습을 볼까봐 두렵습니다!"

나를 위로하는 말일까.
아니면 진심으로 그러는 걸까.
심란한 나로서는 판단이 서질 않았다.




산 마르코 대 성당은 오늘도 황금 노을을 받아 더욱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검은 토가의 깃을 여의며 원수 공저를 나온 나는, 잠시 광장 앞에 서서 그 아름다움에 취하였다.
성당 처마에 새겨진 성 마르코의 황금사자.
처음 베네치아에 왔을 때, 저 아름다움에 넉을 잃고 하루 종일 서 있었던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르던 철 없는 항해자일 뿐이었지만 결심했었다.
내 언젠가는 이 나라의 아름다움에 빠지겠노라고.




주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위원들이 살롱으로 가서 좀 더 얘기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오늘은 그만 쉬고 싶다며 물리치고는 선술집으로 향했다.

"어서오게나. 매일 먹던 걸로?"
"아니요, 오늘은 좀 독한 걸로 주세요."

사람들 또한 간디아 소식을 들은 듯, 그 얘기 뿐이었다.

"간디아가 프랑스 동맹항이 되었다면서?"
"아냐, 다시 에스파냐가 가져왔대."
"뭐야? 프랑스랑 에스파냐가 경쟁하고 있을 때 위원회는 뭐하고 있었던 거야?"
"모르지. 뭐 하고 있었는지."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열려있는 귀로 들려오는 얘기소리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독한 럼주를 연신 들이키며 취하려고 노력했다.
취하지 않고서는, 이런 어리석은 나 자신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아 젠장. 거 듣고만 있자니까 병신 같은 소리들만 지껄이고 있네!"

한 우락부락한 사내가 몹시 취한 듯, 테이블을 치고 일어났다.

"뭐야 저 또라이는? 어이! 취했으면 곱게 집에가서 잠이나 자, 이양반아!"
"나 하나도 안 취했어!"

사내는 럼주를 마저 들이키고는 계속 말했다.

"우리 베네치아가 왕국이야? 참주국이아? 아냐, 공화국이라고 공화국!
 베네치아는 저 높은 위원회 양반들 거도 아니고, 버러지 등신같은 대표의 나라도 아니란 말야!
 바로 우리들의 나라야, 우리들의!
 위원회가 뭐 하고 있었느니, 대표가 등신이다니 하는 말들 하기 전에 여기 있는 우리부터 움직이잔 말야!
 돈을 벌어도 좀 더 벌고, 터키 놈들도 더 잡고, 새로 항로도 개척하고 말야!
 여기 있는 우리가 강해지는 게 우리 공화국이 강해지는 걸 알고 있으란 말야!"

악기를 연주하던 악사도,
처녀를 희롱하던 몰락귀족도,
술과 음식을 나르던 여급도,
취기로 긴 항해의 피로를 풀던 뱃사람들도,
그저 취기에 외쳐대는 선원의 말에 침묵했다.

사내는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비바, 산 마르코! 비바, 베네치아!"
"비바, 산 마르코! 비바, 베네치아!"

주점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사내의 외침에 맞추어 함께 술잔을 들고 외쳤다.
비바, 산 마르코!
비바, 베네치아!



바다의 찬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주점의 모든 사람들 술값을 계산하고 곤돌라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이봐 거기 아가씨......"

돌아보니 아까 그 사내였다.

"나 기억안나?"
"......누구신지."
"일 년 전에 당신에게 자금을 도움 받은 사람이야. 뭐, 나 같이 이름 없는 사람을 기억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아뇨,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사내는 내 어께에 손을 얹었다.

"힘 내라구. 당신도 베네치아의 한 사람이야. 바다와 결혼을 한 사람이라고.
 바다와 결혼한 사람들은 저 변덕심한 녀석을 그저 이해하고 안아줄 수 밖에 없는거야.
 세상 일이라는 것도 다 그렇지 않아?"
"......"
"베네치아는 아가씨 혼자의 나라가 아냐. 우리 모두의 나라라고. 아가씨 나 못믿겠어?"
"후훗!"

사내의 유치한 농담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대도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이 흘렀다.

"그래 아가씨, 당신은 그렇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 웃으라고, 하하하하!"

사내는 독한 입냄새를 풍기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며 다리를 건너갔다.

"이봐, 난 빚지고는 못참는 성격이야! 다음에 도움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아가씨같이 예쁜 사람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테니까 말야!"




부드럽게 흘러가는 곤돌라 옆으로 사자자리가 보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사자자리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래.
바다와 결혼한,
열정과 도전을 사랑하는,
황금 사자인들이 저렇게 많은데,
내가 왜 좌절을 하겠는가.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은 다시 바다와 데이트를 즐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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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써 보는 소설인데 많이 부족하네요.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시오노 나나미씨의 책 제목을 빌려 왔습니다.(표절이려나...)
앞으로 아레스 서버에서 베네치아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일화나 경험들을 극화하여 써 볼까 합니다.
물론 베네치아 홍보를 위해서요 ^^/
많은 분들의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