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항구휴게실 안. 선원들은 대부분 항구휴게실보다는 주점을 더 찾기에 항구휴게실은 언제나 썰렁하다. 간혹 시끄러운걸 싫어하는 선원들이나 선주들이 앉아서 조용히 우유(당시엔 차가 고가품이었기에)나 마시다가 갈뿐이다. 마리라고 한 여자와 로린토가 안으로 들어서자 항구휴게실 노인네가 여자를 아는지 어서오라면서 우유를 건네주었다. 로린토는 잔을 조금 기울이고는 홀짝홀짝 마시면서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조금 우유를 마시더니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제가 얘기하자고 한건 다름이아니라 상단의 주인과 만날수 있는지 알아보고싶어서입니다. 혹시 만남을 주선해주실수 있을정도의 위치시라면.. 한번만 꼭 만나게 해주십시요."
"저.. 뭐 그정도 위치긴 합니다. 그런데 만나시려는 이유를 말씀해주셔야하지 않겠습니까?"
여자는 잠시 자기 잔을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지원해주고 있는 귀족은 제가 발견해오는 도시라던가 유적, 사적 따위엔 관심도 없어요. 보물에는 그나마 좀 관심이있지만.. 사실 그가 원하는건 제 몸입니다. 줄곧 저에게 추근대왔지요. 언젠가 큰 발견을 해서 자금이 넉넉해지면 나오려고했지만.. 그 작자가 요즘들어 저에게 점점 집요해지고있어서요. 다른 후원자를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제발 상단의 주인을 만나게해주십시요. 반드시 투자한만큼의 결과를 보상해드리겠습니다."
로린토는 생각에 빠졌다. 그가 주선해줄수는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차라리 해적을 소탕하는 용병을 고용하고말지 매일 이건 에파미논다스가 쓰던 갑옷이네, 이건 스키피오가 쓰던 투구입네 하면서 배부른 소리나 해대는 탐험가들에게는 단 한푼도 주려하지 않았다. 그가 주선해준다고해도 그녀는 상처만 안고 떠나갈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랑을 느껴버린 사나이가 겨우 그따위 일로 반해버린 여자를 가슴아프게 할것인가!! 그의 머릿속이 갑자기 멈춰버린 듯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말이 입에서 빠져나왔다.
"내가 바로 상단의 주인이오. 정말로 자신있다면 얼마든지 자금을 대겠소. 얼마가 들던지 상관없소."
마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에르하르 로팔라라는 인물을 초상화로 본적이있다. 앞에 있는 남자는 비록 그 초상화의 인물과 닮기는 했지만 너무나 젊었다.
'이 남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에르하르가 죽기라도 했나?'
마리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더니 이내 결론을 내렸다.
"장난으로 상대하는 것이라면 그만두겠습니다. 이 얘기는 잊어주십시요. 다른 사람을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장난이라니! 그 무슨소리요. 내가 바로 상단의 주인.."
"상단의 주인?! 하! 웃기지도 않으시는군요. 제가 에르하르 로팔라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것 같습니까?"
로린토는 당황해서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어떻게해서든지 이 일을 마무리지어야했다. 그 때 저쪽에서 마르코가 걸어왔다.
"아니.. 도련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아는 여자분이십니까?"
"도련님?"
마리는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에르하르와 닮았지만 젊은 남자. 그리고 도련님이라는 호칭.
"당신이.. 당신이 로린토 로팔라입니까? 에르하르의 독자인 그 사람?"
로린토는 자기 정체가 드러나는게 싫었지만 이렇게 된이상 밀어 붙여야했다.
"그렇습니다. 내가바로 로린토 로팔라요. 당신에게 약간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당신에게 지원할 의사는 있소. 자금이야 내 개인 재산으로도 충분히 많으니까."
마리는 자신의 눈앞이 환히 터지는것 같았다. 에르하르가 탐험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알지만 어쩔수 없이 매달린 지푸라기였다. 그런데 그 지푸라기가 사실 동앗줄이었을때의 기쁨. 안도감.
'드디어.. 발견할 수 있게됬어. 나의 조상이 묻힌 그곳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