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를 처음접했을때가 17년전 쯤인거 같네요. 디아2 처음 출시되서 예약구매를 해서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때 디아를 하면서 느낀 느낌이, 정말 직관적이고 액션감이 좋다 였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버프 디버프가 화면에 작은 아이콘으로 표시되는게 아니라, 게임내의 캐릭을 보고 알수 있었습니다. 
아이언메이든은 머리위에, 팔라딘의 오라는 발밑에, 아마존의 데들리스트라이크는 번쩍이는 황금색으로, 
이런식으로 모든 버프 디버프가 적절하게 겹치지 않게 배치되어 눈으로 보고 게임을 할수 있었습니다. 
또 데미지가 작은 스킬은 이펙트도 작고 데미지가 큰 스킬은 이펙트가 크고 화려했죠. 
나름 현실세계의 물리법칙을 적용한 셈이죠. 큰 불덩이가 나가니까 이건 작은 불화살보단 세겠구나. 이런식이죠. 

화염스킬을 쓰면 불이 터지는 듯한 소리, 얼음스킬로 적을 죽이면 얼음이 깨지는 듯한 소리, 또 에너지쉴드를 쓰면 공격을 받으면 전기보호막이 발동되는 꼼꼼한 그래픽. 방어할때 들리는 방패 팅기는 소리, 

뭐 추억보정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디아2도 후반부 들어와선 점점 이상해졌죠. 복사템 얘기를 하는게 아닙니다. 룬조합이니 텔포가 가능하게 해주는 수수께끼 갑옷이니 참이니 하는 게 오고 나서부턴  눈으로 직관적으로 이해할수 없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변수가 많이 들어간 함수에서 이거저거 넣어보고 답이 나오면 그 함수는 해결된거고, 그 답만을 적어내는 수학문제 푸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스킬은 약해보이지만 뭐 뭐 뭐 의 증뎀을 받아서 데미지가 엄청세. 뭐 이런식...

디아3는 저는 작년겨울부터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감전법사의 감전발사 모양이 너무 아름답고 전기 같아 보여서 주구장창 그거만 썼죠. 얼음부주를 쓰고 싶었는데 비전력을 수급하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올해 들어와서 깊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셋팅을 한번씩 다 맞춰서 해봤습니다. 본섭에서요. 

제가 느낀 느낌은, 

이렇게 재미나고 멋지고 타격감이 좋은 스킬들을 놔두고 왜 이렇게 타격감없고 거지같고 병신같은 스킬이 센걸까 입니다. 
(지금부터는 주관적인 판단이니까 이해해주세요) 
다발악사 너무 멋집니다. 유도탄과 더불어 복수의 검고 붉은 이펙트와 다발사격 유도탄의 색감도 너무 멋지고 타격감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부정수류가 세다고 해서 그걸 맞춰서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뭐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콩알같은 폭탄이 이리저리 튕기는데 몇백억이 나오네요.. 수류탄을 던지는 모션? 발레 하는거 같아요.. 수류탄이 튕긴다??? 상상해보려해도 너무 상상이 안가요. 터지는 폭탄인데 어떻게 튕기죠? 막 던지다보면 그냥 사방이 빨간 폭발밭이 되는데... 하아.. 전 그냥 한숨이 나와요. 
이거 디자이너나 개발자 눈에는 괜찮은걸까? 난 이거 보면 진짜 눈이 썩을거 같은데요. 
성전사도 마찬가지에요. 샷건성전사등 다른셋팅 너무 멋진거 많아요. 축망 하고 휩쓸.. 솔직히 전 너무 이상해요. 휩쓸기 공속 빠르면 우스꽝 스러워요.. 

rpg 게임 특성상 끊임없이 새로운 컨텐츠를 내놔야 합니다. 보통의 게임은 새로운 아이템이나 레벨제한을 풀거나 더 강한 스킬을 업데이트하죠. 
디아블로3는 패치때마다 아이템 옵션 변경이나 스킬효과 변경이라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다 장단점이 있죠. 하지만 전 디아3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디아3의 정체성 자체를 사라지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디아2때 리뷰중에서 기억나는게 기존의 rpg의 복잡한 컨트롤 방식을 벗어나서, 클릭만으로 게임이 가능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고, 40대 아줌마를 베타 테스터를 시켜서 그분도 플레이가 가능하게 한다고 읽었습니다. 

지금 디아3는 어떤가요. 

진입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아니라고 할 분도 계시는데, 그냥 게임시작해서 스토리 모드 즐기는건 어렵지 않죠. 근데, 아이템 설명, 스킬설명에서부터 이해가 안가기 시작합니다. 저는 일천셋 센룽셋 효과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데 몇달이 걸렸습니다. 제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죠. 그런데 정말 이게임을 시작한 유저가 일천셋 센룽셋의 효과의 의미를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법사의 마인폼과 스택과 재감과 속성과 마날드의 연관을 이해하는 신규유저가 있을까요? 합연산과 곱연산과 뎀감과 모저의 효율과 광피의 효율을 이해할까요? 

그래서 디아3에는 특이한 것들이 있습니다. 헬퍼와 파밍하기쉬운셋팅, 컨하기 쉬운셋팅입니다. 
머 툭하면 5초동안 버프 5초동안 발동, 스택쌓이면 뎀증 무슨스킬쓰면 몇초동안 무슨 스킬이 1500퍼 데미지 증가... 
이건 이해하는게 아니라 그냥 외우는겁니다. 대입시험때 무슨뜻인지도 모르고 외우는 암기과목처럼. 
세지기 위한 셋팅 족보가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그 셋팅이 무슨뜻인지도 모르고 일단 맞추고 보는거죠. 
데미지 증가 공식, 저도 잘 이해가 안갑니다. 맞춰보고 사냥해보고 나야 이게 이정도 데미지가 나오는구나 이게 이정도 몸빵이 되는구나 아는거죠. 하도 복잡하다보니 개발자들도 제대로 완전히 못맞춰서 매번 적용안되는 버그가 나오고 그럽니다. 뭐 다른게임도 그렇기는 하죠. 근데 이건 너무 복잡해서 못맞추는 걸로 보입니다. 

거기다가  데미지 인플레이션이 매 시즌마다 너무 커서, 이젠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게임할때 도굴꾼 바지 차고 나서 감전데미지가 두배나 증가하는거보고 너무 기뻤습니다. 보석 업그레이드 하면서 조금씩 강해지는거 보는것도 재밌었고. 그런데 아무리 읽어봐도 예상치보다 피흡을 적게 하는거에요. 나중에 적중계수보정이라는걸 알게 되었죠. 허허.. 산너무 산이구나. 
데미지 인플레이션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이젠 10배 데미지 증가 정도는 셋템에서 명함도 못내밀죠. 30배정도는 기본이구요. 시체창 데미지 증가 보고 참 어이가 없었네요. 황야야만은 최종셋팅이 10억정도인데 투검은 1000억나오고. 트레시창은 뭐...   

이걸 과연 개발자들이 모르고 만든걸까요? 아닙니다. 다 알고 만든거죠. 일종의 돌려막기 입니다. 이번시즌에는 어떤 어떤 셋팅을 강하게 만들고, 다음시즌엔 또 어떤 어떤 셋팅을 강하게 만들겠죠. 컨텐츠 소모를 무한대로 늘릴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정렙은 쌓이고 최종컨텐츠가 대균열 최고단수 도전이다보니, 결국 가장 좋은 셋팅에 다 몰리게 되는거죠. 

전시즌에 90퍼 이상의 유저가 투검을 했었습니다. 이건 돌개법 같은 버그사용도 아니고, 그냥 개발자들이 이거 존나 세니까 이거만 해 라고 밀어주는 겁니다. 뭐 이번시즌은 강령이 얼마나 세고 좋은지 다들 아셨겠죠. 강령팩 팔려고 너무 노골적으로 밀어줬네요. 정말 이나리우스 미리내가 유저가 찾아낸 걸까요.. 애당초 조건없이 모든 데미지 30배 증가는 전무후무한 셋트효과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디아블로3를 즐깁니다. 악반도 하고 투검도 하고 운수도 하고 축망도 하고. 재밌어요. 재밌는데요, 뭔가 이상해요. 여러분들은 이상하지 않나요? 

해결방법은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 대책을 읽은적 있습니다. 대균 최고단수를 90단 정도로 고정해놓으면 다양한 셋팅을 즐길것이다 라는 말도 들은적 있습니다. 

전, 모든 셋팅이 좀 비슷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돌려막기 하지말고. 

모든 셋팅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죠. 근데 제가보기엔 아닙니다. 이건 비슷하게 맞출려다가 실패한게 아니에요. 그냥 한쪽으로 몰아주고 그담엔 한쪽으로 몰아주고 그런식이에요. 

오공반달의 예를 들께요. 반달차기의 데미지 증가를 주는 템이 너무 너무 너무 많아요. 그냥 이건 반달차기를 주력으로 쓰라고 태생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거에요. 

말이 너무 길었네요. 디아3가 좀더 재밌고 발전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