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온라인 게임을 즐겨 했지만 린2를 하게될 줄은 몰랐다.

 

그 이유는 린2 자체가 레벨업이 빡세고 인맥이 없으면 파티도 불가능하며, 현금거래가

아니면 장비를 맞추기 어렵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린2라는 게임을 할 운명이었을까.... 사회생활하며 알게 된 지인이 린2 골수분자였고

100만 아데나와 엘븐 마방셋을 준다고 유혹하는 바람에 급기야 리니지2를 시작하고

말았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무엇을 키울지 무척 고민스러웠다.

 

당시, 휴먼나이트가 스턴 하나로 깡패라는 소리를 듣던 시절이었다. 혈맹원들에게 물어

보니 나이트도 괜찮다고해서 워리어라는 직업으로 린2를 시작하게 되었다.

 

비급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난 해냈다. 눈물겨운 렙업을 거쳐 근 두달만에

52렙이 되었다. 당시에는 52렙까지 올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속된말로 똥꼬가 찢어지는 

피똥을 싸야만 했다. 

 

혈맹창에 ㅊㅋㅊㅋㅊㅊㅋㅊㅋ 라는 메세지가 뜨며~ 이제 쓸만한 탱이 된거야? 하는

격려의 목소리와 우뢰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혈원중에 공방을 하던 사람이 둠셋과 방패, 아트둔기까지 맞춰주었다. 턱없이 못미치는

가격이지만 필요없게 된 싸울장검과 풀플셋을 교환으로 건네주었다.

 

새로운 장비를 입게된 나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비급 장비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

었고 불과 몇퍼 경험치도 올리기 전에 철퍼덕 땅바닥에 눕고 말았다.

 

아뿔싸! 장비패널티가 떴다.

 

당시에는 장비패널티는 무시무시했다. 패널티 걸린 상태에서는 뛰어가는 모션자체가 슬로우

비디오였으니 사냥은 꿈도 못꿨다. 게다가 씨급 장비는 이미 넘긴 후였고 내게 비급을 조달해

준 혈원은 접속안한 상태였다. 사냥하다 눕는 경우는 다반사라 마을가는 일은 별꺼 아니지만

이번일은 마을로 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차가운 바닥 때문에 입이 돌아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저 멀리서 누군가가 뛰어왔다.

 

"저 죄송한데요...."

 

챗을 입력하기도 전에, 그 캐릭은 바쁘게 뛰어가버렸다. 슬펐다. 풀무더기가 나를 가려서 보이

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움직일 수 없었다. 기어갈수만 있다면, 발견되기 좋은 길까지

갈 수 있을텐데....

 

다시 화면을 돌려서보니 저 멀리서 엘프 여캐릭이 깡총깡총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이디를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엘프 여캐릭이 점점 다가오자 아이디가 선명히 드러났다. ㄲㅓ져~! 라는 아이디였다.

 

"ㄲㅓ져님 죄송한데요. 부활좀 해주세요 ㅠㅠ"

 

나의 바람에도 그 캐릭은 깡총깡총 뛰며 또 다시 가버리고 말았다. 한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린2를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 매정한가....

 

그냥 컴을 꺼버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등 뒤쪽에서 가버린줄 알았던 그 엘프 여캐릭이 말을

걸었다.

 

"저 ㄲㅓ져 아니에요. 아이디 좀 자세히 보세요."

 

부활을 받긴 받았으나 무척 당황스러웠다. 고맙다는 말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냥 물끄러미 서서

어 어 어.... 할뿐이었다.

 

게임초보였던 나는 아이디와 호칭을 구별할줄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