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5-30 10:32
조회: 119
추천: 1
[소설] 숲의 아이숲의 아이, 세상으로 향하다
세계수 아래,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가볍고 날쌔던 그녀는 바람을 가르는 활잡이의 숙명을 타고났다. 하지만 요정 숲을 둘러싼 바깥세상은 잔혹했다. 숲의 경계를 넘자마자 마주친, 많은 다리로 기괴하게 달려드는 셸로브와 대지를 울리는 오우거의 포효는 어린 요정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타고난 민첩함으로 숨을 죽인 채 나무 사이를 달렸고, 간신히 목숨을 건져 켄트성 마을의 외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손에 쥔 것이라곤 숲을 떠날 때 받은 낡고 작은 활과 한 줌의 화살뿐.
"여기서부터가 진짜 내 모험의 시작이야."
숨을 고른 그녀는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켄트성 주변의 거친 황무지에는 고블린과 오크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픽-!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화살이 고블린의 가슴에 정확히 꽂혔다.
"쨍그랑-"
고블린이 쓰러진 자리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몇 개의 아데나. 그녀는 마법으로 가볍게 상처를 치유하며, 차곡차곡 주머니를 채워 나갔다. 목표는 단 하나, 더 넓은 세상이자 모험가들이 모이는 글루딘 마을로 가기 위한 여비를 마련하는 것. 한 발 한 발, 그녀의 화살은 더 강해질 내일을 향하고 있었다.
두 개의 별빛을 품은 요정
켄트성 외곽의 거친 바람에 알비레오의 금빛 머리칼이 휘날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두 눈은 마주하는 이들의 숨을 멎게 만들기 충분했다. 밤하늘 백조자리의 빛나는 이중성처럼, 그녀의 한쪽 눈은 시린 겨울 바다 같은 파란색으로, 다른 한쪽 눈은 타오르는 모닥불 같은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신비로운 두 눈은 사냥할 때 진가를 발휘했다. 노란 눈으로 숲의 기운을 느껴 정령 마법을 부렸고, 파란 눈으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크와 고블린의 심장을 조준했다.
"피익- 퍽!"
마지막 고블린이 거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알비레오는 활을 거두고 녀석이 떨군 아데나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짤랑거리는 주머니가 제법 묵직했다. 낡은 작은 활은 여전히 손에 쥐어져 있었지만, 이제 켄트성 주변의 약한 괴물들은 그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목표로 했던 여비는 전부 모였다. 알비레오는 두 눈을 빛내며 저 멀리 지평선 너머, 수많은 모험가와 기회가 기다리는 글루디오 마을이 있는 남쪽을 바라보았다.
켄트성을 벗어나 한참을 걸었을까, 알비레오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끊임없는 사냥으로 피로가 쌓인 데다 짤랑거리는 아데나 주머니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그녀는 글루디오 마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달콤한 향이 풍기는 포도밭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평화로움도 잠시,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포도밭을 뒤흔들었다.
포도밭의 비명, 그리고 운명적 만남
"아악! 저리 가, 이 괴물 녀석!"
알비레오는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두 눈은 이미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빛나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포도 덩굴 사이를 헤치며 달려간 그곳에는, 고급 갑옷을 입은 여자 모험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모험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하고 기괴한 거미, 셸로브였다! 요정 숲에서 떠날 때 알비레오를 공포에 떨게 했던 바로 그 포식자였다. 셸로브는 날카로운 다리를 치켜들며 모험가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검은 이미 저만치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알비레오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지만 이번엔 도망치지 않았다.
그녀의 차가운 파란 눈이 셸로브의 미간을 정확히 조준했고, 따스한 노란 눈이 활시위에 정령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피이이익- 퍽!"
알비레오의 손을 떠난 화살이 바람을 찢고 날아가 셸로브의 단단한 머리에 정확히 박혔다.
"끼에에엑!"
갑작스러운 공격에 셸로브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고, 잠시 숨을 고른 모험가는 화살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포도 덩굴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의 두 별빛을 닮은 오드아이를 가진 요정. 그것이 아덴 월드를 뒤흔들 두 사람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
데오늬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