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론 - 강팀은 그불, 악포를 맛있게 쓰고 약팀은 맛없게 쓴다. 선수 개인 역량의 차이도 있지만, 그보다는 밴픽단계부터 정해지는 조합의 차이가 특정 아이템들의 기대값에 제약을 거는 면이 가장 크다.

조합의 특성을 알아본다는건 뭘까? 당장 싸우면 어떤 챔피언의 영향력이 큰지, 어떤 아이템 빌드가 좋은지, 어떻게 싸워야 이길 가능성이 높아보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나는 평소에도 대회를 보며 강팀은 안정적인 조합을 짜고 약팀은 코인이 없이 한두번 실수하면 게임이 바로 나락가는 조합을 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마침 어제의 두 경기가 딱 적당한 예시라 이렇게 팁글을 써보기로 했다.

(대충 바로 본론)



kda, 성장차이는 그다지 상관 없다. 조합에 따른 전투 양상, 누가 누구에게 어느정도의 딜을 넣어야 전투를 이길지, 오른쪽 팀의 풍부한 cc가 왼쪽 팀의 앞라인을 어떻게 제약할지 정도만 상상해보면 된다.

대충이라도 전투 구도를 그려보자. 왼쪽 팀의 모든 챔이 그랩에 취약하다. 짜오는 앞라인싸움엔 강하지만 궁 한턴만 빠지면 그대로 점사당하는 일종의 쿨타임제 턴받이라는 제약이 있고, 그웬은 그랩맞을 거리에서 장막을 빼버리면 세라핀+드븐+블츠 e를 뚫을 능력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왼쪽 팀에서 먼저 이니시를 걸 챔피언도 없다. 아지르? 앞eq했다가 뽀삐w맞고 블츠 re맞고 드븐e맞고 세라핀궁에 나르에... 걍 선택지로 고려할 가치도 없다. 왼쪽팀은 이니시를 못건다. 그나마 운좋게 얻어걸리는 플랜은 세라핀이나 드븐에게 세나w를 적중시키고, 마침 근처에 있었던 짜오가 wer, 켄치가 w로 동시에 물어죽이는 정도인데 이게 쉽게 될리가 있나?

그럼 양팀간의 전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한방싸움이다. 왼쪽팀엔 이니시가 없고, 오른쪽팀엔 개 많다. 심지어 왼쪽팀 입장에선 대치를 장기간 끄는것도 좋은 플랜이 아니다. 대치시간이 길어질수록 적의 이니시스킬 쿨타임이 오래 돌아간다는 뜻이고, 아지르나 세나의 포격이 세라핀의 보호막과 블리츠의 그랩각을 다 뚫고 치명타로 들어갈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방싸움이 되면 누가 유리할까? dps 높은놈이 이긴다. 그럼 dps는 어느쪽이 높을까? 여기가 이제 챔피언 밸류, 아이템 빌드가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왼쪽 팀의 캐리롤은 그웬 아지르다. 팀의 유이한 지속딜러가 2Ap? 하나는 근접챔?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하다. 거기에 원딜도 없다. 솔랭도 아니고 단식세나가 크라켄 구인수 연사포 빵빵하게 뽑아서 대회에서 크리원딜급 dps를 뽑아낸다는건 말이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냐? 그웬 아지르가 잘커야하는건 기본이고,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턴받이역할을 해줄 짜오도 망해서는 안된다. 누구 하나가 어쩌다 그랩당하더라도 그걸 역이니시로 뒤엎어버릴수 있을 정도의 성장력이 갖춰져야 하고, 아니면 그랩이 빠진 턴에 몸으로 억지로 밀고들어갈수라도 있어야한다. 근데 그게 쉽나? 짜오가 20분동안 풀캠돌리면서 성장력받는 챔피언인가?

코인이 없단게 이런 뜻이다. 한두명이 말리면 바로 게임을 져야하는게 이미 구조적으로 정해져있다. 그웬아지르가 잘커야하는건 당연하고, 둘이 잘커도 짜오세나가 말리면 ad딜이 없어서 게임 진다.

전체 틀은 이렇고, 그럼 아지르 입장에선 어떤 템을 가야했는지를 따져보도록 하자.

일단 아지르 선공이다. 정복자도 아니고 폭결도 아니다. 오로지 템, 템밖에 딜이 없다. 룬으로 받는 딜이 없다시피하다. 뭐 선공 10% 추가딜로 조개사온 뽀삐, 헤르메스신 나르 찔러 죽일건가?

그리고 위에 설명했다시피 저 게임에서의 한타는 한방싸움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 즉 dps를 올려야한다. 이 조건만 봐도 일단 악포는 아웃이다. 악포는 대치구도에서 틱뎀을 20초 30초 40초를 넣어야 강한 템이지, 한방꽝한타에 강한 템이 아니다. 체력스탯? 오른쪽팀의 cc구성을 보자. 제대로 걸리면 어차피 터진다. 방어템을 가려면 존야나 밴시를 가야지, 깡체력만 있어서는 0.5초 늦게 죽는 정도다.

그불도 무조건 아웃이다. 세라핀 드븐은 마저템이 없어서 마관빨로 살살 녹일수 있을것같이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나르 뽀삐 블리츠랑 세라핀궁 비켜서라를 전부 다 뚫어내고 세라핀 드븐만 아름답게 점사할수 있을리가 있나? 그웬은 그나마 우회의 여지가 있기라도 하지, 아지르는 무조건 앞라인부터 쳐야한다. 그럼 적 앞라인이 마저템을 올리기 쉬운 구성인가? 그렇다. 나르의 헤르메스신은 게임시간 5분 40초에 이미 완성됐고, 뽀삐는 신파자+쿨감신까진 마저가 없는것같이 보였지만, 이후에 바로 조개를 올렸다. 신짜오라는 ad딜러는 뽀삐로 마크하고, 세나는 크리원딜급의 dps가 나오지 않고, 그러면 남은 셋이 그웬 아지르 탐켄치라는 퓨어 3Ap 구성이니 당연히 마저를 올리는거다.

오른쪽 팀이 마저를 둘둘하게될거는 이미 정해져있는 일이었다. 조합이 그러니까. 올ad를 상대하는 말파이트가 포오네 올리는거 봤나? 이건 딱히 뛰어난 예측이나 계산의 능력이 아니다. 그냥 그렇다. 너무 당연한거다.

마저템을 상대하는 그불은 개 쓰레기 템이다. 실드카운터템의 역할도 할수 없다. 실드에 뭐 마관 35~40정도 적용되면 그때가선 실드카운터템이라고 인정해주겠다.

그불도 아웃 악포도 아웃 그럼 뭘가야되냐? 이게 답이 없어지는 지점이다. 3Ap에 원딜까지 없는 상황에서 아지르는 이미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만한게 다 사라져버렸다. 존야나 밴시를 가면 블리츠의 그랩 또는 나르뽀삐세라핀의 하드cc에 어느정도 저항할수 있지만 dps가 떨어진다. 빡딜이라도 넣겠다고 보이드데캡을 가면 하위템단계가 답이 없을뿐더러 cc에 대한 저항력도 사라진다. 그냥 가불기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쿨감신+2코우추로 포지셔닝을 잡고 cc는 짧은 e쿨로 알아서 잘 피한 뒤 스킬가속으로 딜로스시간을 아예 없애버리는 거. 이게 그나마 cc저항력과 dps를 절충할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니까.


핵심. 위의 내용들은 '게임 시작 전에 이미' 다 정해진 내용이었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밴픽이 끝난 시점에서 게임의 양상과 아이템 빌드 최적화가 이미 같이 정해져있는거다.




위 조합에 대해선 뭔가 말이 많았다. ap가많아 ad딜러가없어 이니시도없어 dps도채워야돼 cc도안맞아야돼 머리가 너무 아프다. 근데 이번 조합의 아지르를 보자. 팀이 딜을 받아줄수 있을까? 일단 어그로는 확실하다. 챔피언 5명이 다 딜러니까. 위 조합에선 그웬 신짜오만 마크하고나면 면역상태 턴이 빠져버린 앞라인 둘을 제외한 아지르세나켄치vs오른쪽 5인 수준의 구도도 형성될수 있었는데, 이번 조합에선 한두놈만 마크하면 된다 이런게 없다. 하나하나가 다 아펠 뚝배기 깨버릴수 있을정도의 딜포텐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저 경기에선 초반의 사고로 아펠이 킬을 몰아먹었는데, 아펠의 킬은 오른쪽 조합의 강점을 상쇄해낼수 없었다. 왜? 5인딜러니까. 한 3초 정도 되는 시간동안 오른쪽 팀 두명이 아펠을 프리하게 팰수 있는 각이 나온다면, 다섯명중 두명이라는 그 어떤 조합으로도 아펠의 머리를 깰수 있다. 갱플 리신, 갱플 아지르, 드븐 파이크, 리신 아지르, 리신 파이크, 그냥 어떤 조합이 돼도 아펠을 터트릴수 있다.

닌탑에 피바에 돌풍에, 아펠 점사란게 말이쉽지 템이 저렇게 나왔는데 힘들지 않나 생각할수 있다. 그런데 아펠 머리에 갱플궁이 떨어진다면? 닌탑이라 마법저항력수치가 기본인 아펠한테 마관신그불아지르가 wq평을 찌른다면? 드븐 궁이 긁히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아펠은 0~1데스를 유지해야 게임을 이길수 있었다. 한번 죽으면 자길 물어뜯으려는 적들의 힘이 더 강해지고, 더 강해진 적한테 또 물어뜯기고, 적이 더 강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이부분은 일종의 국밥력에 대한 서술. 실제로 아펠이 작골쪽 부쉬에 매복한 리신에게 따이지만 않았다면 게임은 계속 아펠의 턴이었다.)

그러면 이제 아지르가 무슨 템을 가야했는지를 생각해보자. 일단 팀이 하드Ad 넷으로만 구성돼있다. 팀 다섯이 전부 딜러라서 어그로가 1/5로 분산되고, 아지르는 그 1/5로 분산된 어그로만 흘리고나면 내내 프리딜각이 열린다. 나르? 진입타이밍이 직관적이다. 바이? 바이가 아지르한테 궁꼽으면 아지르는 자기 본대쪽으로 weq타면 그냥 바이 뒤진다. 아칼리? 궁맞궁으로 밀어낼수 있다. 아펠? 뚜벅이다. 노틸? 얘가 그나마 그랩의 변수가 있다.

아지르에게 가해지는 압박들은 이렇게 하나같이 애매하고 제한적이다. 여기에 부여왕이 들어가면? 적은 아지르를 뚫을 생각조차 하지 않게된다. 바이아칼리라는 애매한 cc구성으로 아지르의 부여왕도 까고 궁도 피하고 weq각도 틀어막는게 될리가 없다. 그럼 이제 아지르는 내내 프리딜할 생각만 하는거다.

거기다 조합도 환상적이다. 서폿이 노틸 켄치 렐 레오나 이런 헤르메스신을 강제하거나 마법딜을 넣는 챔피언인것도 아닌, 순수한 1Ap. 갱플궁 마딜이랑 리신 e 마딜 막겠다고 헤르메스신사는 또라이가 있을리가 있나? 왼쪽팀은 4닌탑, 마저템은 노틸의 저녁갑주 단 하나뿐이었다. 즉 마관신그불의 밸류가 극단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이다.

이게 조합적 시너지로 인해 상승한 아이템 포텐의 올바른 예시다. 1Ap 마관신그불은 원래 좋고 원래 세다. 그불은 1Ap일때 제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템이다.

한타 구도도 비교적 쉽다. 아지르에게 가해지는 어그로는 1/5정도의 약한 수치고, 그것마저 부여왕으로 어느정도 상쇄할수 있다. 마저템이 단 하나도 없는 적 상체라인에 그불마관신의 프리딜을 넣으면 한타를 이기거나 최소한 같은 숫자를 데려갈수는 있다.

그럼 이제 아래짤의 아지르와 위짤의 아지르 한타구도를 비교해보자. 위쪽의 아지르는 한타를 어떻게 해야했나?

일단 그랩은 무조건 피해야하고 뽀삐도 적당히 밀어내야하며 미니나르랑 맞딜하면 나르 마저템있으니까 당연히 맞딜 밀리고 메가나르되면 그것도 또 궁으로 밀어내야하는 위협요소가 되고 그와중에 세라핀 궁도 피해야되고 드븐궁 2타긁히면 전장이탈의 리스크가 생기며 압도적인 성장차를 벌리지도 못했기때문에 그불을뽑았대봤자 드븐이랑 맞딜해도 질 위험이 있다. 이게 무슨 고난이도 모래주머니 수행이냐?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다. 아래의 아지르는 부여왕 하나로 적의 위협을 대부분 흘려넘길수 있는 간편한 아이템빌드 설계능력을 손에 넣었지만, 위의 아지르는 데캡보이드를 가도 존야밴시를 가도 악포그불을 가도 뭘가도 한타가 어렵다. 애초에 조합을 구리게 짰기 때문이다.

아래의 아지르는 2코어로 악포를 올려도 됐다. 이미 안죽는데 악포올려서 더 안죽으면 프리딜의 가능성이 더더욱 올라가니까. 적의 바이아칼리란 극단적인 한방구성은 아지르의 대치 wq포킹능력에 대항하기 힘드니까. 대치시간을 늘릴수 있다면 악포의 효율이 높아지니까. 도트딜을 30초동안 넣으면 악포도 괜찮은 템이니까.

그래서 그불과 악포는 강팀의 특권이다. 그불은 애초에 조합을 잘 짜놓아야 최대 성능을 발휘할수 있고, 악포는 이미 유리한 구도를 굳히는데 특화돼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아지르는 페이커인데, 저기서 페이커가 2코로 악포 올렸다고 짜증 안 난다. 자기가 조합 잘 짜서 정복자+마관신만으로도 딜이 충분하도록 설계를 한 후에 무한프리딜 대치구도 깡패짓할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으니, 자기 능력으로 만든 구도에 적합한 아이템을 선택했다고 나무랄 이유가 없다.

근데 위의 아지르가 그불을 올리는건 멍청한 선택이다. 애초에 조합을 3Ap로 짜놓고서 고정마관은 무슨 얼어죽을 고정마관? 조합도 불안정하게 짰는데 템트리까지 비효율적인 템을 올리는건 그냥 범죄다 범죄.





두 아지르에 대한 비교는 대충 이렇다. 애초에 밴픽을 못했으니깐 아이템의 포텐셜이 제한되는거고, 밴픽을 잘했으니깐 아이템의 최대성능을 뽑아갈수 있는 특권을 가져가는거다.

강팀은 대부분 밴픽을 잘한다. 애초에 코인이 여러개 있는 조합을 구성한다. 한두번 말려도 복구할수 있는 조합을 갖춘다. 약팀은 그 반대고.

핵심은, 조합에 따른 게임 양상은 게임 시작 전에 이미 다 정해져있다는 사실이다. 대회뿐만 아니라 솔랭도 그렇다. 조합을 보는 눈을 기르면 최적화 빌드가 뭔지도 알수 있다. 빌드짜는 능력도 당연히 롤 실력이다.

난 피지컬이 구리다. 피오라 응수로 세트e 다리e 다리r 무엇하나 반응하지 못한다. 반응속도로 대결하면 여기 탑게에서도 날 이길 사람이 많을거다. 근데 어떻게 고티어를 유지하고있나? 다른 능력이 뛰어나니까. 빌드는 예상과 계산이다. 롤은 피지컬보다 뇌지컬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다.

말로 풀어서 설명하니 길어보이는거지 픽창단계에서 생각하려면 생각할수 있는 내용들이다. 프로조차도 이런 조합구성에 따른 플레이 방향성, 빌드 최적화를 하지 못해서 죽을 쑤는 상황이 나오는데, 일반 유저가 조합 특성을 고려할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된다면 큰 도움이 될거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조합과 빌드에 대한 고찰에 더 능숙해질수 있다면 좋겠다. 끝.


원래 며칠전 젠티 1경기(쿨감신 스웨인을 응징한 루덴마관신 아지르)랑 스프링의 젠담 5세트 대역전경기의 조합에 대해서도 쓸 내용이 있었는데 글쓰다보니까 너무 지치네 ㅎㅎㅅㄱ
젠티1경기는 티원이 실수를 단 한번밖에 안했는데 그후로 티원이 이길방법이 단하나도없이 다 사라져버린 젠지의 운영능력과 쵸비의 빌드선택이 돋보인 경기였고
젠담5경기는 '코인이 없는 조합을 뽑는건 약팀이다' 라고 말한 내 본론과 상충되는, 강팀인 담원인데도 불구하고 코인 없는 조합을 뽑은 특수한 예시에 대해 말할게 있었음
아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도 아지르의 헤르메스신+루덴그불이 개빨리 썩어버린 예시가 있었는데
그건 내가 기력충전하면 스샷따와서 내용추가하든 함
약팀의 루덴그불은 개 쓰레기임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