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추글 보다 옛날 포르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더라구

그래서 내가 비록 말주변이 별로고, 거기다 짤도 없고 영상도 없지만 끄적여보려고 해

때는 바야흐로 2018년 11월, 로아 OBT가 시작된 그떄.

원격 프로그램을 동원해가며 지옥같은 로스트끼룩을 뚫어낸 모험가들이

루테란을 떠나 토토이크, 애니츠, 아르데타인을 거쳐 베른과 슈샤이어의 영웅이 되었을 때였어
(그땐 로헨델이 아직 안나왔었어)

프로키온의 장막을 뚫기 위해서, 상위 레이드를 위한 템렙 상승을 위해서는 내실은 당연히 필수였고
(뭐 말로는 항해, 레이드, PVP, 생활 그 어떤 루트를 타더라도 다 성장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PVP나 생활 루트를 탈 경우 특정 레벨에서 막혀버리기 때문에 항해나 레이드를 무조건 병행했어야 했어. 레이드 원툴로 밀 경우는 뚫고 올라갈 수는 있지만 템렙 340이었나 370인가에서 정말 말도안되게 힘든 구간이 있어서 결국 항해를 같이 해야했지)

그로인해 수많은 모험가들은 '섬마 따기 쉬운 섬'들을 찾아 헤맸었지.
지금은 황금물결 섬이라던가, 에스텔라 섬, 포르투나 섬 등등 충분한 수의 섬마를 간단하게 모을 수 있었지만,
저때는 OBT. 에스텔라 섬에 들어가면 새벽에도 별똥별 리젠자리마다 캐릭터가 하나씩 다 서있고
황금물결 섬에도 박스 젠자리마다 사람이 대기타는 시절이었단다.

자연히 '확률로 획득할 수 있지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섬'에 눈길이 쏠렸고 그중 하나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포르페 섬이야.
지금이야 모험섬이 되어서 캘린더 일정에 맞춰서 열리는 곳이지만, OBT시절에는 상시 오픈된 섬이되 짝수시간 10분~20분 사이에 보스가 랜덤 리젠됬어. 때문에 수많은 모험가들이 '매일 서너번씩 도전하면 며칠 안 가서 섬마를 먹겠지'라는 생각으로 포르페를 방문했지.


그리고 그런 초보 모험가들을 무참히 도축(닭으로 변신했으니까 도축이 맞겠지?)하는 바투아크....

전체적인 구조는 지금과 동일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었어.

첫번째로, 현재 바투아크의 기믹은 '닭 자폭 외의 방법으로 타격을 입힐 시 보스의 HP가 대량 회복'하는 사양이지만, 당시에는 그런거 없고 에버그레이스 둥지의 추오마냥 '정신나간 수준의 초당 HP회복'이라는 사양이었어. 지금은 그냥 버드미사일 꼬라박고 안 잡혔으면 다시 변신하고 또 꼬라박으면 되지만, 그때는 수많은 닭들이 일점폭?을 해서 한방에 잡아내지 못하면 대차게 꼬이는 구조였지.

두번째로, 현재 로스트아크에서는 방컷 정도에서만 남아있는 시스템이 적용되었어. 정확히 말하면 바투아크에게 닭 변신 자폭으로 온전한 표기 데미지를 주려면 아이템 레벨 300이상을 요구했었어. 아이템 레벨 300미만의 모험가가 닭변신 자폭을 적중시켜도 데미지가 절반 이상 푹 깍여나갔지.

세번째는 보스의 정확한 젠 시간을 알 수 없다는 점이야. 지금은 모험 섬이기에 섬 내부에서 이벤트 아이콘에 커서를 올리면 보스 출현까지 정확히 몇분 몇초가 남았는지 알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거 없고 짝수시간 10분~20분 사이 랜덤젠. 변신 후 가운데에 모여서 느긋하게 보스 등장을 기다리는 지금과는 다르게 짝수시간 10분이 되는 순간부터 보스가 등장해서 잡히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었지.

네번째와 다섯번째는 뒷 문단에서 이야기할게.



위 차이점 중 첫번째와 두번째 때문에 OBT 초기에는 포르페 섬에서 진풍경이 정말로 자주 자주 펼쳐졌지
이 글을 쓴 계기인 누군가가 궁금해한 닭 공머장이 그 대표였지.

포르페 보스 리젠 시간만 되면 섬 내부 채널만 수십개에 달했는데 짝수시 15분 정도를 지나기 시작하면 지역챗이 시끄러워졌어.
"xx채 지원좀요"
"xx채 바투진 지원요청"
"xxx렙 지원갑니다 안잡힌곳 초대점요"
대충 무슨일인지 짐작이 가지?

아이템 레벨 300을 달성한 모험가가 적을 수밖에 없는 초창기라서 다수의 채널에서 보스를 컷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지. 수십마리의 닭이 일제히 자폭을 시도하지만 데미지가 반절 이상 깍이는 300레벨 미만의 모험가가 많았고, 때문에 자폭 실패자가 몇명만 늘어도 한방컷을 못하기 때문이야.
(Q 눌렀는데 꼭 보스 코앞에서 돌진거리가 다되서 아...하고 주먹에 맞아죽는다던가, 보스가 하필 나오자마자 브레스를 뿜어서 한방에 중대가 전멸한다던가ㅋㅋ)
거기에 더해 위 차이점 중 첫번째, '정신나간 수준의 초당 HP회복' 때문에 한방에 못 잡았다고 다시 변신에서 들이박는 차륜전도 불가능했어. 변신하고 꼬꼬꼬 거리며 돌아오면 이미 보스 피는 다시 풀피ㅎㅎ
아, 지금처럼 '자폭 외의 수단으로 떄리면 HP회복'이 없으니까 때려서 마무리한다?
더 안될 말이야. 그때 당시 서머너를 퐁퐁이로 만든 그 사건때 논란이 된 딜이 고작 '주력기(고창) 10만'이던 시절인데 닭 자폭의 표기 데미지는 777만 7777이었거든.(기억이 정확한가 모르겠네)

때문에 리젠과 동시에 한방컷에 실패하면 전 병력은 입구 부활한 후 각지로 퍼져서 변신, 다시 입구로 집결하는게 일종의 국룰? 비슷하게 됬었지.
지역챗으로 지원요청도 당연히 보내고 말이야.
그런데 그렇게 한자리에 모인 다음 그냥 이동하면 어떻게 될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진짜로 개판 오분전이 된단 말이야.
그래서 닭들 중 한 명... 아니 한 마리가 총대를 매고 중대장이 됬지.

음.... 하는걸 보면 사실 중대장이라기보단 첨병 역할 내지는 광산의 카나리아 역할이었지?
대장 닭이 약 반 뼘 내지 한 뼘 정도 선두에 서서 나가고 본대가 뒤에서 꼬꼬꼬 거리면서 따라가는거야.
대장이랑 같이 딱 붙어서 움직여버리면 보스가 멀리서 보고 뛰어와서 대장한테 브레스라도 쏘는순간 중대 전멸이니깐.
대장은 보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들면 안돼. 그러면 보스가 주먹이건 회오리건 브레스건 최대 사거리에서 전 중대원을 항해 쏴버리니까. 그러니까 대장은 일부러 살짝 원을 그리듯이 돌면서 보스의 정확한 위치를 탐색하는거야. 그러다 보스를 발견하면 돌격!!!!!! 하면서 일제히 자폭을 사용하는거지.

영상을 하나 찾았다. 이 게시글의 주인이 아직 로아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저런식으로 했었어.
이 영상에선 보디가드를 썻네. 사람상태로 몹을 치워주는 역할이었지. 자폭딜은 파티원에게 맡기고 말이야.
https://www.inven.co.kr/board/lostark/4821/5306?p=4&name=subject



여기까지가 OBT 초기의 포르페 섬이야.

그런데 OBT 개시 후 서너달이 지났을 때 포르페 섬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단다.

섬이 리뉴얼 됬냐고?

아니, 전혀.
섬 자체는 전혀 바뀐게 없었어.
바뀐건 모험가들의 아이템 레벨이었지 ㅋㅋㅋㅋ

위 차이점 중 두번째. 아이템 레벨 300이상이면 제대로 된 자폭 데미지가 들어간다.

OBT 초창기에는 아이템 레벨 300을 달성한 모험가가 너무 적어서 보스가 '안 잡히니까' 포르페 훈련병과 중대장 같은 모습이 나왔던거야. 때로는 중대장 지휘하에 완벽하게 자폭했는데도 순수하게 딜이 모자라서 결국 실패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경우도 있었지.

하지만 대다수의 모험가들이 아이템 레벨 300을 넘기기 시작하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어.
'협동' 섬이던 포르페가 '경쟁' 섬으로 변한거지.
왜냐고?
다들 아이템 레벨이 높아져 버리니 10마리도 안 박았는데 보스가 죽기 시작했거든.

위에서 말하지 않은 차이점 중 네번째.
지금은 닭 변신만 하면 파티원 전원이 자폭하는데 실패해도 보상을 주는걸로 알아.(전원 자폭 실패했는데 보상 들어온 사례 有. 다만 보상이 들어오는 정확한 조건은 밝혀지지 않음)
하지만 저때 당시에는 파티원 중 1명이라도 자폭에 성공해서 데미지를 입혀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었어.
파티원 전원이 자폭에 실패하면? 보상 X.

한 채널에 닭은 거의 30마리인데, 그중 대여섯 마리만 들이박아도 보스가 죽어버리는 상황이 되자, 매 채널마다 보상 획득에 실패하는 파티가 여럿 속출했지.
보스가 픽픽 쓰러지니 예전처럼 xx채널 지원바람! 같은 요청도 당연히 없어졌고, 그렇게 놓치면 그냥 다음을 기약해야 했어.
자연히 보스 들박?을 놓고 모험가들 사이에서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됬지

그리고 여기서 마지막 차이점 다섯번째.
지금은 보스의 젠 위치가 랜덤이야. 가운데 바위를 기준으로 1시 3시 11시 5시 7시 완전 제 멋대로 랜덤 등장이지.
하지만 OBT 당시에는? 가운데 바위 기준 10시방향에 고정 등장이었어. 물론 초창기에는 안 알려졌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진 거지.
바로 이 '젠위치가 고정'이라는 점과 3번째 차이점인 '젠 시간은 짝수시 10~20분 사이 랜덤'이라는 점이 합쳐져서 포르페의 사나운 쌈닭들은 이제 짝수시 10분만 되면 모두 다 맵 가운데 바위의 왼쪽 위에 모여서 보스 젠위치에 커서를 올린 채 손에 땀을 쥐고 뚫어져라 한 점만 쳐다보게 된거야. Q키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말이지.
화면상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생기는 순간(=보스가 뜨는 순간) Q를 눌러야 한다는 강렬한 압박감이 포르페 섬을 지배했어.

이를 이용한 장난질도 성행했지
간단하게는 짝수시 10~20분 사이 모두가 다 긴장하고 있는 그 순간 일반채팅 치기.
이건 그래도 잘 안 걸렸지만

'Q스킬 써버리기'는 단체로 잘 낚이는 장난이었지
뽝! 하는 그 소리에 낚여서 수십마리 닭이 다같이 뽝! 했었어.
물론 그 다음 순간 채팅으로 터져나오는 갖은 욕은 덤 ㅋㅋㅋㅋ
(Q스킬은 쿨타임이 5초니까 한번 잘못 썻다가 그 안에 보스가 나오면 망하거든)

그보다도 잘 낚이는게 하나 있었는데 '로그아웃 하기'였어.
아마 고의라기보단 급한 일이 생겨서 나가거나 혹은 튕기는 경우 같은데
닭 변신한 상태에서 게임을 강제 종료하면 변신이 먼저 풀린 다음 캐릭터가 사라졌거든.
변신 풀릴때의 사운드와 검은 연기 이펙트에 낚여서 Q를 눌러버리는 사람들이 많았어.

참고로 나는 낚이는 입장이었음.... 몇번 낚이다 보면 내성이 생기더라. 물론 심장이 철렁하는건 똑같았지만.


아무튼 그땐 그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