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 여자친구는 술만 마시면 전 남자친구 얘기를 꺼내면서, 마치 내가 그 사람인 것처럼 바람핀 걸 추궁하곤 했어.

하루는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씻고 옷 갈아입고 로스트아크 레이드 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톡이 오더라고.
근데 톡 내용이 술에 취한 채로 보낸 거라 오타도 많고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어.
내가 만난 적도 없는 여자 이름을 들먹이면서, 가본 적도 없는 장소까지 들이대며 따지기 시작하더라.

이 상황을 친구들한테 말했더니,
"그냥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인정하고 빨리 상황 수습해"
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그냥 “미안하다”고 했어.

그랬더니 갑자기 감정이 폭발한 듯, 톡을 수십 번 보내고,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쌍욕을 퍼붓더라.
"왜 바람폈냐"면서.

나는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고,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냥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그렇게 겨우 달래가며 통화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통화 기록이 무려 3시간 25분이더라.
'술 깨면 민망해서 아무 말도 안 하겠지' 싶었어.

근데 다음 날 토요일 아침, 또 전화가 와.
자기가 보낸 톡 내용을 다시 봤는지,
"바람핀 거 사실이냐"
이러면서 또 추궁하더라.
술에 취해서 기억도 제대로 안 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바람 안 폈고, 그런 사실도 없는데 너 집에 가서 진정하라고 사과했던 거야."
이렇게 말했지.

그랬더니,
"잘못도 없는데 왜 사과했냐"며,
"그럼 너 진짜 바람핀 거 맞네?"
라고 하더니 또 쌍욕을 퍼붓더라.

그때 진짜 한계가 왔어. 더는 못 받아주겠더라.
그래서
"그래, 네 말 다 맞아. 이제 그만하고 우리 헤어지자."
라고 말했더니,
"나쁜 새끼"
라며 온갖 저주를 퍼붓더라.

그날 아침부터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서 전화를 끊었는데, 30분 뒤에 집 앞까지 찾아왔어.
현관문을 안 열어줬더니, 다른 주민이 들어올 때 따라 들어왔는지 우리 아파트 안까지 들어왔더라.

이쯤 되니까 진짜 무섭더라.
곧 동생도 집에 올 시간이었는데 혹시라도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결국 나가서 마주했는데...

얼굴 보자마자 다짜고짜 주먹으로 내 배를 쳤어.
"오늘 한쪽은 죽는 거야."
이러는데, 정말 무서웠다.

그 순간 경찰을 부를까 심각하게 고민했어.
욕도 욕인데, 말이 안 통하고, 미친 사람처럼 굴더라고.

계속 욕을 퍼붓고, 나도 계속 빌기만 했던 것 같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이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고, 그냥 그 사람이 뭔 짓을 저지를까봐 무서워서...

경찰 불러도 뭐, 그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싶었고.

결국 지가 화내다 지쳤는지
"그만하자"
이러고 가버리더라.

그 일 이후로, 나와 그녀 둘 다 아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내 평판은 완전히 무너졌어.
단 한 번도 바람을 핀 적이 없는데, 내가 바람피운 놈이 되어 있었고,
어떤 사람은 내가 낙태까지 종용했다고 알고 있더라.

그 후 1년 동안 정신과 치료 받았고,
다니던 직장에선 공황장애가 와서 퇴사했어.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수면제 없이는 잠도 못 자는 상태가 됐고,
치료받으러 1년을 병원 다니면서 버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