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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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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로붕아 내가 로트크를 시작하게 된건 말이다..로악귀가 된 소년의 이야기
자, 이리 와 보거라. 장작 타는 소리 들으며 옛이야기 하나 들려주마. 아주 먼 옛날은 아니고,삼 년쯤 전 이야기란다. 그때 한 소년은마음에 오래 머무는 한 아가씨를 만났지. 사람들은 그런 걸 썸이라 부르더구나. 편지 대신 메신저를 주고받고,별것 아닌 농담에도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시절이었단다. 그런데 말이다. 그 아가씨는 로스트아크라는 세상을 여행하고 있었어. "같이 게임하면 더 자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소년은 참 순진한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말이야,세상에는 참 신기한 마법이 하나 있었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시작한 일이어느새 자기 인생이 되어버리는 마법 말이다. 껄껄. 아가씨는 서포터였단다. 동료를 지켜주고,상처를 감싸주고,뒤에서 모두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었지. 소년은 생각했어. '그럼 나는 앞에서 싸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래서 딜러의 길을 걸었단다. 처음엔 주먹을 휘두르는법도 어설펐고,패턴이라는 괴물은 이름조차 어려웠지. 하지만 소년은 밤마다유튜브의 현자들을 찾아다녔어. "이 보스는 여기서 피하고." "여기선 카운터." "이때 시너지." "이때 딜 몰기."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처럼메모까지 하며 공부했단다. 혹시라도 그녀 앞에서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어. '하나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부캐도 만들었지. 하나 더. 또 하나. 숙련도를 쌓겠다고,같은 레이드를 몇 번이고 돌았단다. 남들은 골드를 벌려고 돌았겠지만,소년은 언젠가 그녀 앞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돌았어. 밑잔혈. 그 글자가 화면에 뜨면괜히 스크린샷을 찍어두곤 했지. '다음엔 보여줘야지.' '이 정도면 같이 가도 되겠지.' 하지만 말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건용보다 무서운 몬스터더구나. 막상 함께 갈 기회가 생기면소년은 괜히 망설였어. "나중에 갈까." "오늘은 괜찮아." "다음에 같이 가자." 그 말이 쌓이고 쌓여결국 둘은 레이드를 함께 떠나는 일이 거의 없었단다. 껄껄. 참 이상하지? 같이하려고 시작한 게임인데,정작 같이한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계절은 몇 번이나 바뀌었고, 대륙도 늘어났고, 레이드는 더 어려워졌고, 소년의 계정은 점점 강해졌단다. 전투력은 오르고, 숙련도는 늘고, 부캐는 또 생겼고. 그런데 마음속에 품었던 한마디는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어. 시간은 참 공평한 녀석이라, 전하지 못한 마음도천천히 추억으로 만들어버리더구나. 그리고 지금. 소년은 어느새 사람들에게로악귀라 불리는 여행자가 되었단다. 숙제 레이드는 꼬박꼬박 돌고, 패턴은 눈 감고도 외우고, 신규 레이드가 나오면 공략부터 찾아보는 사람이 되었지. 그 아가씨와는? 아주 가끔 함께 레이드를 가는 친구가 되었단다. 웃으며 인사하고, 레이드 끝나면 "수고." 그 정도면 충분한 친구 말이야. 그러니 말이다, 로붕아. 세상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는 법이란다. 사랑하려고 시작한 게임이취미가 되고, 취미가 삶의 일부가 되고, 끝내 마음은 전하지 못했어도추억만큼은 남는 이야기. 어쩌면 그 소년이 얻지 못한 것은한 사람의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얻어버린 것은 평생의 숙제와 레이드였겠지. 그래도 가끔은 생각한단다. 만약 그때 조금만 덜 부끄러웠더라면, 밑잔혈보다 먼저 용기를 보여줬더라면, 이 이야기는 다른 결말이 되었을까 하고. 하지만 뭐... 지금도 주간 숙제는 돌아오니까 말이다. 그래, 그런 날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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