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벤 뉴비 사바나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에 접어들었는지 날씨가 꽤 춥습니다.

지금 타자치고 있는 제 손도 얼음장이네요;

그래도 게시판에 글을 쓰고자 하는 제 마음은 안 얼어붙습니다.

 

오늘은 그 동안 메이플이 실행해온 캐시정책과 그에 따른 밸런스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비록 이 글이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은 저의 사견이지만 깊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이플의 캐시정책

 

초창기 메이플스토리는 그 이전의 정액제 유료 RPG게임과는 달리

부분 유료화라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개념의 정책을 도입하였습니다.

이 정책은 캐시를 충전하여 캐시샵에서 판매하는 유료 아이템을 살 수 있는 형태로

자신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용하지 않아도 전혀 무방했습니다.

캐시샵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도 캐릭터의 치장을 위한 의상류가 대부분이었고

이 때는 펫도 단순한 치장용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 부화기라는 아이템이 생겼습니다.

NPC인 피그미에게서 얻을 수 있는 피그미 에그를 깔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템으로

여기에서는 비록 낮은 확률이지만 일반적인 게임플레이로는 얻을 수 없는 희귀템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메이플이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캐시템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땅콩이나 아이스큐브 등을 깔 수 있는 아이템도 나왔었습니다.

 

펫도 단순 치장의 의미에서 벗어나 메소, 아이템 대신 주워주기 같은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만

이는 그냥 게임 플레이에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였습니다.

 

그 뒤로 계속 캐시템이 일상적으로 업데이트 되다가 메이플이 패치를 통해 

게임 내의 장비 아이템에 '잠재능력'이 붙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잠재능력 부여 주문서나 성공할 때 마다 ☆이 붙으며 템이 강화되는 장비강화 주문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대망(?)의 캐시템이 등장했습니다.

 

 

미라클 큐브, 아이템에 붙은 잠재능력을 재설정하여 다른 잠재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라는 내용의 별 문제 없어보이는 아이템입니다만,

문제는 이 아이템이 '확률'을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잠재능력 중에서 2~3가지 정도를 확률적으로 재설정 가능.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잠재능력을 위해서 몇십만원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으며, 실제 그런사람도 적지 않은것으로 압니다.

 

게다가 최근에 한정 판매로 가끔씩 캐시샵에 판매되는 캐시템이 있습니다.

 

 

 

프로텍트, 세이프티 쉴드 주문서 - 요즘 작템 만들어서 판매하는 이들에게 거의 필수에 가깝다고 할 정도의 캐시템입니다.

얘네들도 장비템에 사용하는 각종 주문서들의 확률성에 기반한 캐시템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소위 '안구 파괴, 테러템'이 만들어져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 퍼펙트 이노센트 주문서는 '망작템'의 옵션을 원상복귀해주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잠재 빼고)

 

자유시장에서 판매되는 잠재 좋고 작 잘된 장비템들은 이러한 캐시템들을 많이 사용하여 만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가격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정판으로 생성 가능했던 '듀얼 블레이드' 직업군은

 

 

여기에 있는 캐시 스킬북을 안쓰면 제대로 키우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어떤 이벤트로 한번 무상으로 전부 뿌렸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 전에 듀블 키웠던 사람들을 이것들을 사서 썼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캐시샵을 쓸 일이 없는 저는 이번에 스샷 찍으면서 처음 본 캐시템

 

 

 

이 캐시템은 장비템 하나를 더 장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캐시템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런 캐시템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위의 스샷에 보이는 카르마의 가위는 좋은 장비템들을 거래하려면 거의 필수적으로 써야하는 캐시템입니다.

마법의 모래시계 역시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는 옵 좋은 템'들을 계속 쓰기 위해서는 써야 할 캐시템이죠.

 

펫 역시 이러한 추세를 따라 진화하였습니다.

 

 

펫에 착용하는 장비템을 판매하기 시작한 겁니다.

게다가 이 템들은 무려 펫장비 주문서를 통한 업글이 가능해

스공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펫에게 새로이 부여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주기적으로 한정 타이틀 달고 나오는 멀티펫들이 있습니다.

스공 상승 수단 X 3 의 의미가 추가된 펫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중간에 글이 캐시템 설명문처럼 변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메이플의 캐시 정책은

'선택가능한, 원한다면 안사도 되는 캐시템 판매' 에서

'필수 불가결에 가까운, 안사도 되지만 안사면 게임하기 어려운 캐시템 판매'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저는 이렇게 봅니다.

 

캐시템에 좌우되는 게임 밸런스

 

메이플은 공식적으로 균형잡힌 밸런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들이 시행하고 있는 캐시 정책은 은근히 캐시 안쓰면 강한 캐릭터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언급 안해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알짜배기 보스 레이드 - 소위 '맥'없으면 스공 약하면 거의 안끼워줍니다. 스공 높이려면?

위의 캐시템들 써서 장비템 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심한 경우는 동렙대에서 캐시를 이용하여 작한 템을 쓰냐 안쓰느냐에 따라 스공차이가 1만~2만 정도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캐시로 코디 안하고 있으면 그 캐릭터 엄청 약한 줄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캐시템 안 낀 비인기 직업군은 몬스터 파크 파티도 안끼워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RPG게임들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메이플에서 캐시사용이 밸런스에 깊게 영향을 미치고 그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에서 현실에선 누릴 수 없는 지위나 명성을 획득하고 싶어하는

그런 현상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캐시템을 업데이트하고 그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저들이 단합하여 자발적으로 캐시템을 이용하지 않는다면야 메이플 자체에서 이러한 캐시정책을 안 쓰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악의가 없다 하더라도 더 강한 캐릭터를 키우고 싶어하는 유저들의 심리를 역이용하여 캐시정책을 수립하고

그 구조에서 유저들을 양분삼아 이익을 뽑아내는 메이플의 정책은 옳은 쪽으로 봐 주기가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런 구조 아래에서 캐시템을 선택한 유저는 밸런스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으나

그것을 위해서 많은 양의 캐시를 사용하는 등 값비싼 댓가를 치러야 하고,

캐시템을 선택하지 않은 유저는 캐시와 관련해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그에 따라 게임에서 밸런스상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손해 비용'을 치르는 쪽은 유저들이고 '수익 비용'을 거두는 쪽은 메이플 측입니다.

참으로 불평등한 구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도 유저들은 메이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기적으로 이런 문구를 봐야 합니다.

이 캐시템 안내는 결국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글을 마치며

 

예전에 이런 게임이 있었다.

 

 

최근에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창단한 허민 구단주가 네오플 대표였던 시절에 주도하여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온라인 야구게임 '신야구'

2004년 출시되었으며

방향키와 Ctrl, Alt, Shift 키만 사용하는 간단한 조작법에 아기자기한 캐릭터,

그리고 플레이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손맛도 더해져 당시 꽤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있었는데, 엄청난 양의 핵, 버그가 그것이었다.

투구를 타격시 타구가 비행중 순간이동을 해서 무조건 안타가 되는 거,

치면 무조건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거,

1루 주자가 나가고 나서 투수가 1구를 더 던지면 1루 주자가 3루로 순간이동하는 거,

볼로 빠져나가서 타격이 불가능한 투구도 스트라이크 판정되는 거,

종류도 가지가지여서 그 수가 엄청났지만,

게임에 큰 영향을 주는 것만도 저정도였다.

물론 저거 쓰면서도 지는 바보들도 있었다;

그런데 신야구 개발진은 버그 잡을 생각은 절대 안했다.

신야구 대표 팬카페를 중심으로 한 유저들에게 엄청난 불만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다가 2006년 말 신야구는 '네오매치'라는 엄청난 패치를 단행했다.

솔직히 나는 이 패치 내용을 보고 이걸 그대로 밀고 갔다가는 신야구가 조만간 망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패치 내용은 기존에 게임을 할 때마다 얻는 '볼'이라는 포인트로 선수 육성하는 방식에서

그 포인트를 모아서 엄청 비싼 '코치' 아이템을 사서 그걸 주문서처럼 선수에 바르는 식의 육성방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게다가 '코치' 아이템은 확률상으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또 많이 성공하면 그 확률도 낮아졌고말이다.

이 방식은 현질해서 포인트 잔뜩 모아놓은 경우 아니면 대부분의 유저들이 선수 육성을 못할 정도였다. 

선수를 육성하고 안하고 차이는 실제 야구에서 1군하고 2군 차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게임에 캐시템이 업데이트되고 그 캐시템이 게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캐시 유니폼 사서 바르면 선수들 컨디션이 전부 최상에다가

캐시 배트, 캐시 신발 사서 바르면 선수 파워나 주력이 캐시 안 쓴거하고의 차이가 눈에 확실히 보일 정도였고

캐시 영웅 용병 나와서(신야구 게임에서 영웅 용병은 1명 능력치가 일반선수 2~3명 합친정도였음) 

그걸로 선발진 다 꾸리고 나오면 정말로 게임 순위 10위 안에 드는 유저도 이기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였다.

 

당연히 무더기로 일반 유저들이 빠져나갔다.

나도 네오매치 패치되고 나서 2달동안 위의 사항들을 몸소 체험하고(본인은 좀 하는 유저였다) 바로 접었다.

그리고 2007년 12월 28일 신야구는 서비스를 중단하였다. 네오매치 패치 이후 거의 1년 만이었다.

 

신야구의 사례를 메이플에 적용시키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다. 게임 장르도 다르고 유저들의 성향도 좀 달랐을 테니까.

하지만 위의 사례를 보고 메이플 개발진이 반성하고 개선점을 찾기에는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신야구를 개발한 네오플은 지금 넥슨 산하에 있지 않은가)

 

분명히 문제점이 있는데도 주변의 쓴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은

병에 걸려 있는데도 입에 쓰다고 당장 먹어야 할 약을 안먹는 것과 같다.

감기 정도의 병이야 약 안먹어도 낫겠지만, 만약 그 병이 암이라도 된다면?

암은 초기에 잡지 못하면 몸에 독한 항암약 쏟아 붓고 방사선을 들이 부어도 낫기 힘들다.

굳이 암이 아니더라도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초기에 약 먹으라고 할 때 참고 먹어야 된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나,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넥슨과 메이플 개발진이 입에 쓴 약을 먹을지 안먹을지는 그들의 의지에 달렸다. 

 

그들은 과연 빨리 약을 먹고 병을 치료할 것인가?

아니면 쓰다고 약 먹는 것을 거부하다가 쉽게 나을 병을 키워서 골병이 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