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스마트폰 쓱 내밀고 앱으로 와퍼 할인받아서 먹을 때
나는 아직도 가끔 매장 한구석에서 묘한 기분에 빠진다
나한테 버거킹은 그냥 햄버거집이 아니라 내 가장 풋풋했던 시절의 아련한 기억 그 자체거든

버거킹 앱도 없던 그 시절에는 종이 쪼가리로 된 스탬프 쿠폰이란 게 있었음
그리고 그때 내 전여친이 버거킹 매니저였는데

돈 없던 시절, 알바 끝날 시간 맞춰서 매장 구석에 멍하니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얘가 유니폼 차림으로 다가와서 내 손에 종이 쿠폰을 쓱 쥐여주고 갔다.

펼쳐보면 거기에 도장이 한 번에 30개씩 미친 듯이 찍혀있었다

원래 버거 하나 먹을 때마다 하나씩 정직하게 찍어야 하는 건데 매니저의 무한한 권한으로
내 쿠폰은 스카니아 카르시온마냥 늘 꽉 찬 상태였음

그 꽉 찬 도장 쿠폰을 들고 카운터에 가서 공짜 햄버거로 교환해 입에 욱여넣을 때 그 진한 불맛 패티에는 진짜 말로 다 못 할 사랑이 섞여 있었다

그건 그냥 햄버거 하나 공짜로 먹는 게 아니라
지 남친 배고플까 봐 어떻게든 제일 맛있는 거 먹이고 싶어 했던 그 어린 날의 맹목적이고 투박한 애정이었으니까

지금은 키오스크 앞에서 무미건조하게 바코드를 찍고 카드를 긁지만...
나는 가끔 와퍼 한 입을 베어 물 때마다그 30개 꽉 찬 스탬프 쿠폰을 내게 쥐여주던
햄버거 기름 냄새가 옅게 배어 있던 그 애의 손길이 생각난다

그래서 나한테 버거킹은 그냥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내 청춘의 가장 배부른 사랑이다


반박 안 받음.

놀랍게도 실화임 그냥 똥글 정성스럽게 쓰고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