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추웠던 겨울날입니다. 아름답고 포근한 눈이 왔으면 좋았겠지만,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죠.

  "순약 사세요, 순약 사세요!"

  이 추운 날 저 불쌍한 바바 소년은 뭘 하는 걸까요? 이렇게 추운 날에 무두질도 제대로 안 된 거적대기 가죽만 걸치다니요! 

  "아저씨 아저씨, 제발 순약 좀 사가주세요. 단돈 2서클만 내주신다면 야성도 같이 드릴게요!"

  바바 소년이 지나가던 아저씨의 옷깃을 붙잡고 애걸합니다. 바로 순약을 팔고 있던 거였어요. 만일 바바가 오늘도 순약을 못 팔고 집에 돌아간다면 털복숭이 마스터한테 특성비나 벌어오라고 구박 받을지도 모믑니다..
  바바 소년도 원래는 이렇게 불쌍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2차 CBT 시절, 바바 소년의 집안은 어그레서라는 보물을 갖고 있는 명문 집안이었어요. 하지만 주위의 시기와 질투로 인해, 임씨부르크의 군인들이 보물을 압류해버렸죠. 보물을 잃은 바바의 집안은 몰락하고 말았답니다.
  그래도 쌓은 밑천이 있다 보니 순식간에 집안이 망하지는 않았어요. 친구였던 클룡인들이 불쌍한 바바 소년을 도와 순약을 팔아줬죠.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순약을 사지 않게 되었고, 결국엔 바바를 돕던 클룡인들마저 등을 돌리게 되었답니다. 이제 바바에게 남은건 순약과, 가끔씩 들어오는 상향 보조금밖에 없죠.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쨍그랑! 바바의 절박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아저씨는 바바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쳤습니다. 바바가 팔려던 순약 몇 병이 땅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렸어요. 그리고 그 아저씨는 어느샌가 트롯을 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바바는 애써 울음을 참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광경을 보곤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어요. 그곳에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창가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꼬아키와 꼬위키가 데이트를 하고 있었거든요. 저런 개삼XX싞히들.

  "나도 저렇게 따뜻하게 지낼 수만 있으면 좋겠어...."

  바바는 선망과 질투의 눈으로 그 사람들을 바라봤어요. 하지만 얼마 안 가 겨울 바람이 매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적대기 가죽만 걸치고 돌아다니던 바바 소년은 그 추위에 바사삭 바사삭하고 떨었어요. 추위를 이기려면 따뜻하게 데워진 따뜻한 순약을 마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바 소년이 벌컥벌컥하고 순약 한 병을 마시니 갑자기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스콰이어가 눈앞에 나타나 배식대를 설치하곤 맛있는 음식들을 조리하는 거에요. 바바는 군침을 삼키고 눈 앞에 있는 조리된 음식에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음식은 금새 배식대랑 같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어요.

  "아... 좀만 더 있었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텐데...."

  만일 순약을 조금이라도 더 마셨더라면 바바는 따뜻한 음식을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바바 소년은 그걸 무척 안타까워 했어요. 날씨가 다시 추워집니다. 바바 소년은 다시 순약을 한 병 들이켰어요.
  이번에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임씨부르크의 군인 아저씨가 나타나서 바바에게 상향 노트를 보여주는 거에요. 특히 자이언트 스윙이 결코 빗나가지 않을 거라며, 군인 아저씨가 바바 소년에게 로프를 건네줬습니다. 바바는 그게 아까처럼 사라질까봐 재빨리 거기에 손을 뻗었어요. 하지만 버그가 일어나 상향이 적용되지 않았어요. 이윽고 임씨부르크의 상향 노트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날씨는 더욱 추워졌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디선가 매가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주위에서 이야기한걸 들어보니, 누가 또 헌터 트리를 타서 개똥망이 되었다고 하네요. 세상에, 누가 그런 개똥망 트리를 탔을까....

  바바 소년은 날씨가 추워지자 다시 순약을 들이켜 마셨습니다. 아, 정말 대단한 일이 일어났어요! 얼마 전에 돌아가신 도펠 할아버지가 저쪽에서 손짓을 하고 있는 거에요! 도펠 할아버지는 모두가 떠나가도 유일하게 바바를 아껴주는 인자하신 분이셨어요. 매번 바바를 볼 때마다 꾸준히 손에 용돈 1서클을 쥐여 주시곤 했어요. 클리브 때문이 아니고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곁에 있고 싶어요. 제발 사라지지 마세요. 제발요."

  바바는 할아버지를 너무나도 사랑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배식대처럼, 적용되지 못 한 상향 노트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까봐 조바심이 났습니다. 바바 소년은 가지고 있던 순약을 전부 꺼내 벌컥벌컥 들이마셨어요. 온몸에 힘이 나고 주위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도펠 할아버지는 바바 소년을 그 넓은 가슴으로 안아 주었어요. 그리고 OP도 똥캐도 없는 세상으로 데려가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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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어느 수사노트

- 대로변에서 어린 아이의 시신을 발견
- 주위에 다량의 약병이 흩어져 있음
- 사인은 중독사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