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전 - 현대 정보공작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한국에선 별 관심이 없지만 이미 최근 해외 연구자들은 러시아의 Storm-1516 사례 등을 분석하며 현대 정보공작의 전형적인 구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보 공작이라고 하면 아직도 "가짜뉴스 뿌리기", "댓글 공작"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핵심 목표는 단순히 특정 정보를 퍼뜨리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뒤집는 겁니다.

<핵심 요약>

1. 표적 설정
2. 약점 찾기
3. 가짜 증거 제작
4. 출처 세탁
5. 동시 확산
6. 감정 자극
7. 주류화
8. 서사 고착

---

<1단계 - 표적 설정>

먼저 '공격 대상'을 정합니다.

정치인, 정당, 언론, 국가기관, 기업, 시민사회, 연예인, 운동선수, 특정 세대나 집단 등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승환, 김규리, 김제동, 정우성 씨는 물론이고 윤석열 탄핵 당시 소신 발언을 했던 아이유, 박보영, 이동욱, 소녀시대 유리, 박명수 씨 심지어 최근에는 유재석&장원영 씨, 페이커&손흥민 선수까지 '화교 몰이'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단계의 핵심은 실제 잘못을 증명하는 게 아닙니다.

"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겁니다.

공격은 개인을 향할 수도 있고, 특정 집단이나 국가 전체를 향할 수도 있습니다.

<2단계 - 약점 찾기>

공작은 완전한 거짓말보다 '반쯤 사실인 이야기'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먼저 과거 논란, 실수, 사회적 편견, 기존 불신, 정치적 갈등 등을 찾아냅니다.
이후 사람들의 '기존 감정'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공작은 새로운 생각을 심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의심'을 증폭시키는 겁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시절 집요하게 훈련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게임에서도 상대의 새로운 약점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약한 고리'를 찾아 반복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대가 이미 불안해하는 포인트, 실수가 잦은 부분,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지점을 찾아내 집요하게 파고드는 방식입니다.

정보공작 역시 비슷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심어 넣기보다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의심과 불만, 편견을 증폭시키는 방식이 훨씬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현대 정보공작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보다 기존에 존재하던 '감정의 방향'을 증폭시키는 데 더 집중합니다.

<3단계 - 가짜 증거 제작>

약점을 찾았다면 다음으로 '증거'를 만듭니다.

조작 영상, 딥페이크, 가짜 인터뷰, 가짜 내부고발자, 허위 문서, 조작 녹취록, 가짜 언론 기사 등이 활용됩니다.

과거에는 상당한 비용과 조직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 기술 덕분에 개인도 대량의 조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그럴듯함'입니다.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직접 검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사실 여부보다 "충분히 그럴듯한가?"를 먼저 판단합니다.

특히 영상, 음성, 캡처 이미지처럼 시각적, 청각적 증거가 등장하면 의심보다 신뢰가 먼저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김수현 씨를 향했던 김세의 카톡, 음성, 사진 조작 사건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현대 정보공작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적극 활용합니다.

<4단계 - 출처 세탁>

현대 정보공작의 '핵심 단계'입니다.
공작 세력은 절대로 직접 앞장서 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익명 계정, 가짜 언론, 해외 사이트, 텔레그램,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출처를 숨깁니다.

국내의 패턴을 보면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 캡처, 특정 커뮤니티에 캡처용 게시글 작성 후 삭제, 익명 제보' 같은 형태가 자주 등장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누가 처음 말했는지"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야기"를 기억하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기억은 정보의 내용이나 인상은 비교적 오래 남기지만, 그 정보를 어디서 들었는지는 빠르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출처가 불분명했던 이야기조차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어느 순간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처럼 인식하기도 합니다.

거짓말이 사실이 되는 게 아니라 '출처가 세탁'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세탁된 이야기는 이후 언론, 정치권, 인플루언서, 커뮤니티를 거치며 더욱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한마디로 현대 정보공작은 거짓말을 믿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출처를 잊게 만드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5단계 - 동시 확산>

4단계에 이어 두 번째 핵심 단계입니다.
같은 내용을 SNS, 커뮤니티, 댓글, 인플루언서,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동시에 퍼뜨립니다.

정치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는 '양산형 쇼츠 공장'들도 이 구조를 적극 활용합니다.

여전히 목표는 설득이 아닙니다.
"다들 이 이야기 하는데?"라는 착각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인간의 뇌는 진실 여부보다 '익숙함'에 더 쉽게 영향을 받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접하면 사실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보이는 정보에 더 쉽게 신뢰를 부여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효과라고 부릅니다.

실제로는 소수의 계정이나 조직이 만들어낸 이야기일지라도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노출되면 마치 '사회 전체의 공통된 인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이게 사실인가?"를 묻기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데 뭔가 있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단계가 되면 사실 여부보다 '반복 노출' 자체가 신뢰의 근거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소수가 만든 이야기를 '다수가 믿는 이야기'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현대 정보공작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적극 활용합니다.

<6단계 - 감정 자극>

보통 사람은 사실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합니다.
그래서 현대 정보공작은 분노, 공포, 혐오, 배신감, 조롱과 같은 강한 감정을 적극 활용합니다.

충분히 반복되고 익숙해진 이야기는 어느 순간 사실 검증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 반응'의 대상이 됩니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이게 사실인가?"를 확인하기보다 "너무 열받는다", "말도 안 된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배신감을 느낀다"와 같은 감정적 반응을 먼저 보이게 됩니다.

특히 분노와 혐오는 공유를 촉진하는 강력한 감정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정보일수록 더 빠르게 공유하고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정보공작은 사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쓰기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데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무엇을 믿게 만들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에 분노하게 만들 것인가, 무엇을 두려워하게 만들 것인가, 누구를 혐오하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전장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 복잡한 구조적 문제보다 '선명한 적대 구도'에 더 쉽게 반응합니다.

"저 집단 때문에 망했다", "저 사람이 문제다" 같은 메시지는 몇 초 만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자유주의, 양극화, 불평등, 지역 소멸, 기후위기, 산업 구조 변화 같은 구조적 문제는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원인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해결책은 더욱 복잡합니다.
또한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무력감까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단순하고 명확한 적대 구도는 복잡한 현실 설명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됩니다.

실제 정보공작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설명하기보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친중", "종북", "페미니스트", "586", "영포티"처럼 특정 집단을 하나의 적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은 이해하기 쉽고 감정적으로도 강한 반응을 유도합니다.

반면 구조적 문제를 설명하는 서사는 상대적으로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현대 정보공작의 전장은 사실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사람은 무엇이 사실인지보다 '무엇을 느끼는지'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7단계 - 주류화>

이후 온라인에서 떠돌던 이야기가 현실 정치와 언론으로 넘어갑니다.

언론이 "온라인에서 논란"이라는 형태로 보도하고,
정치인이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한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검증되지 않았던 이야기, 헛소리라고 치부되던 주장도 어느 순간 '공론장의 의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단계가 되면 사람들은 사실 여부를 따지기보다 "왜 저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뭔가 있으니까 저렇게 시끄러운 것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공작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한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논쟁의 초점이 "사실인가 아닌가"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국민들이 특정 이슈를 '처음 접하는 시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그러니 앞선 맥락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인식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출처 세탁, 동시 확산, 감정 자극' 과정을 보지 못한 채 '결과'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공작은 음지에서 시작되지만 영향력이 커지는 순간부터는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공론장이 대신 확산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현대 정보공작이 무서운 이유는 거짓말 그 자체보다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로 승격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8단계 - 서사 고착>

최종 단계에 이르면 세부 사실은 대부분 잊혀집니다.
결국 남는 건 '특정 감정과 이미지'입니다.

"저 사람은 수상하다", "저 집단은 위험하다", "저 언론은 믿을 수 없다", "저 국가는 위협적이다"

이러한 인식이 고착화되면 이후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기존 서사를 강화하는 재료로 사용됩니다.

침묵은 인정으로, 해명은 변명으로 해석됩니다.
이후로 새로운 사실이 등장해도 기존 인식을 바꾸기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개별 사실보다 '이미 형성된 세계관과 감정'을 통해 정보를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논쟁의 대상은 사실이 아니라 '이미지'가 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당사자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증명하느냐보다 사람들이 '이미 무엇을 믿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집니다.

현대 정보공작의 최종 목표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정 정보를 믿게 만드는 게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현대 정보공작은 단순히 가짜뉴스 하나를 퍼뜨리는 작업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현실을 해석하는 틀'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제가 '인지전'과 '내러티브(서사) 공격'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날 전장의 핵심은 정보가 아니라 '인지 영역'입니다.

<'사이버크래프트' 만드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