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 이렇게 봐야 한다] 당대표, 김민석의 시간

보좌관J 

 



정청래가 얻은 것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가장 확실하게 체급을 키운 쪽은 낙선자인 정청래일지도 모른다. 그는 선거 내내 반명으로 규정됐다. 집권 2년 차 대통령의 후광을 업기는커녕 대통령과 대립한다는 프레임을 뒤집어쓴 채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그럼에도 최종 45.92%라는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대통령을 등에 업은 김민석 후보의 1차 투표 과반을 저지했고, 나아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앞서는 저력을 보였다.

 

정청래라는 정치인은 대통령의 후광 없이도 스스로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이 지도부에 입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졌지만, 정치적 자산은 오히려 입증됐다.

 


승자 앞에 놓인 청구서들

 

1. 첫 번째 청구서: 지지율


이제는 ‘김민석 대표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선거 과정에서 그가 스스로 내세운 논리에 의해 채점될 것이다.

 

선거 기간 내내 김민석 후보와 친김민석계 인사들이 반복한 주장이 있다. 정청래 당시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느라 정부와 엇박자를 냈고, 그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강력한 당정 일치였다. 당이 정부와 한 몸이 되어 밀착 지원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40%대까지 떨어져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제 김민석 체제가 출범했으니, 지지율이 반등해야 한다. 엇박자를 내던 대표가 물러났고, 당정 일치를 약속한 대표가 들어서지 않았는가.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를 약속했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직접 축하 난을 전달하며 ‘원팀’을 강조했다. 8월 23일에는 고위당정협의회가 예정돼 있다.

 

만약 당정 일치를 이루었음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임 대표 정청래 탓이라는 명분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당정 일치라는 진단 자체가 틀린 것이고 따라서 처방도 무효할 것이다. 그리고 틀린 진단과 처방을 한 신임 당대표에 대한 평가표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45.92%의 당원들이 쥐게 된다.

 


2. 두 번째 청구서: 보완수사권


김민석 대표는 국무총리 재직 시절인 6월 25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라고 발표하면서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은 국회로 넘어갔고, 이제 본인이 그 국회의 다수당 대표가 됐다.

 

여기서 이번 전당대회의 기이한 대목을 다시 짚어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정청래 후보의 대표 공약이었다. 김민석 후보 역시 폐지가 정부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똑같은 입장을 가진 두 사람 중 한 명은 친명이, 다른 한 사람은 반명이 됐다. 이 프레임에는 처음부터 논리가 없었다.

 

이제 그 논리 없음의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10월 2일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수사기관 관할, 사건 송치, 조정 절차 등에 관한 후속 입법과 하위 규정 정비 작업이 남아 있다.

 

앞으로 경찰의 부실 수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과 국민의힘은 물론, 진영 내부에서조차 “보완수사권을 없앤 결과가 이것이냐"라는 비판과 공격이 쏟아질 것이다. 그때 김민석 대표는 과연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검찰 개혁 방향에서 후퇴하자니 총리 시절 스스로 발표했던 정부 입장을 뒤집는 꼴이 된다. 어느 쪽을 택하든 청구서는 그의 앞으로 배달된다.

 


3. 세 번째 청구서: 서울시장 보궐 선거

 

오세훈 서울시장은 7월 22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내년에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열린다. 그 선거는 김민석 지도부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복기해보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직접 언급하며 인지도를 올린 대표 친명 후보였다. 그럼에도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때 서울시장 패배를 근거로 지방선거를 패배로 규정한 쪽은 다름 아닌 친김민석계 인사들이었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 만약 내년에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열린다면 어떤 전략으로 승리를 끌어낼 것인가. 지금보다 지지율이 훨씬 높았을 때 대통령이 직접 밀어준 친명 후보로도 진 서울에서, 어떤 후보와 캠페인으로 이길 것인가. 전임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던 ‘서울시장 패배 책임론’은 이제 고스란히 김민석 대표 자신을 향하게 됐다.

 


4. 네 번째 청구서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속도전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에서 속도전을 강조해 왔다. 국가 전략 사업이자, 현 정부가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핵심 국정과제다. 그리고 이러한 대형 국책 사업은 관련 법 개정, 예산 배정, 규제 완화 등 국회의 입법 뒷받침 없이는 속도를 낼 수 없다.

 

김민석 당대표가 그토록 당정 일치를 표방한 이상, 만약 이 사업이 주춤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당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결과로 돌아온다. 정부와의 ‘원팀’을 선언한 순간, 국정과제의 지연에 대한 모든 책임은 당대표가 온전히 짊어지게 됐다. 그리고 그 성과에 대한 기대가, 최대 승부처였던 호남에서 김민석 후보를 크게 승리하게 했다.

 


논리의 부메랑

 

이 네 가지 청구서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김민석 대표가 전임 대표를 공격하며 사용했던 논리라는 점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당대표가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고, 지방선거를 패배로 규정한 이유는 서울시장을 뺏겼기 때문이고 이는 곧 당대표의 책임이다. 국정과제가 지연되는 것 역시 당이 뒷받침하지 않아서다. 이러한 주장을 앞세워 전임 대표를 반명이라 공격했고, 그 논리로 당권을 얻었다.

 

정치에서 남을 겨눈 논리는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당정 일치를 해법으로 제시한 순간, 정부의 성과와 실패의 책임에서 당대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를 것인가. 검찰 개혁은 완수될 수 있을 것인가. 서울시장은 되찾을 것인가. 국정 과제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하는 사람은 이제 김민석 신임 당대표다. 자신이 만든 논리로,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김민석이 증명할 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