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왕이 나온지 1년이 안된  어느날.

 

저는 다니던 직장에서 안좋은 일을 겪고 약한 대인공포증을 얻어 집안에 틀어박히게 되었습니다.

 

나약한 자신을 한없이 원망하고 사람이 무섭고 세상이 미워서 아무도 만나지 못하며..그렇게

 

몇개월을 혼자 방안에서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한채 지냈었습니다.

 

그렇게  컴퓨터만 의지하고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와우를 접하게 되어

 

1렙부터 만렙까지 열심히 렙업을 했더랬죠.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퀘스트 동선을 따라 아제로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왠지 방안이지만

 

커다란 세계에 여행을 온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 흑마 캐릭이여서 보이드가 항상 같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든든하고 의지가 되더군요..

 

혼자하다 보니 렙업은 더뎠고, 채팅창도 거의 이용을 안해서 늘상 눈팅으로 남들의 대화만 지켜봤지만,

 

재밌는 이야기들도 많고 항상 바쁘게 올라가는 채팅창이 왠지 소란스러워 보여서

 

내가 다른이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렙을 달고 더이상 퀘스트가 없어진 저는 (일퀘란것도 몰랐습니다 ㅎㅎ)

 

달라란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게 일과였고, 당연 레이드는 꿈도 못꿨죠.

 

그날도 달라란 하수구에서 낚시를 하다 은행에 물고기를 넣으려고 가는도중

 

(그땐 왜 잡은 물고기를 열심히 은행에 넣었는지;;)

 

한 여트롤 법사님이 생선구이(?)를 깔아놓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걸 보았습니다.

 

주위엔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에 왜인지 저도 거기 끼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떨어져서 소심하게 생선구이를 클릭해 보았습니다. 안먹어지더군요 ㅜㅜ

 

여러번 눌러보다 일반창으로 "저..이거 어떻게 먹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법사님은 "아 그거 파티 맺어야 먹을수 있어요"라며 제게 파티 신청을 해주시더라구요.

 

그렇게 파티를 맺고 앉아서 처음으로 여러사람과 느긋하게 수다도 떨고 이것저것 조언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그게 너무...따뜻했습니다 ㅜㅜ

 

그 법사님은 그후로 딜 방법과 와우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셨고 전 매일매일 그분을 만나기 위해

 

와우에 접속했었습니다.

 

서로 많이 이야기 했고 저는 조금씩 밝아졌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사람으로 치유되더군요.

 

매일 하루에 몇시간씩 허수아비에서 훈련받다가 처음가본 공격대는

 

정말 웅장하고 멋지고 정신없었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선물받은 장신구를 지금도 가끔 꺼내보곤 그땐 그랬지..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분은 저를 다시 집밖으로 끌고 나와 주었고,

 

지금 제옆에서 와우를 하고 있는 제 신랑이 되었습니다.

 

벌써 결혼한지 3년이 넘었네요. 지금까지도 싸우지도 않고 알콩달콩 잘살고 있답니다 ^^

 

어느새 와우는 10주년이고 새로운 확팩을 앞두고 있죠

 

이제는 시간상 예전처럼 즐길순 없겠지만

 

어느때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확장팩을 기다리며, 언제까지나 와우가 저희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남았다니 그저 기쁠따름..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