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데드 격냥 Sylvea입니다.


(본캐 Sylvea 모습, 인겜 셀카 사진을 쓰려고 하였으나 캐릭터가 이상하게 웃어대서 도저히 못쓰겠다더라..

저는 격전의 아제로스 동안 호드 진영에서 '호위(호드를위하여)'라는 필드 PVP 커뮤를 운영했던 필드 공대장입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 간의 갈등이 핵심이었던 격전의 아제로스가 마무리 되고 

어둠땅이 시작된 지 벌써 일년이 넘어가는 지금, 

지난 확장팩 동안 아제로스 전역에서 벌어졌던 필드쟁이 어떠한 모습을 가졌었는지 돌아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호위' 공대가 치뤘던 가장 치열했던 필드쟁들 중 하나인 '1시간 반 보랄러스 쟁'에서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1. 보랄러스가 뭐하는 동네?

보랄러스는 격전의 아제로스 동안 얼라이언스 진영의 확장팩 핵심 대도시였습니다. 


(보랄러스 무역풍 항구 광장의 모습. 가운데 큰 건물이 여관 건물이다.)

지금은 얼라 호드 모두 오리보스를 대도시로 공유해 사용하지만, 격전의 아제로스 때는 호드는 다자알로를, 

얼라이언스는 보랄러스 무역풍 시장을 사용했었습니다.

때문에 호드 유저들이 업적을 달성하거나 습격쟁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자주 침공하던 곳이기도 했고, 

가끔 티라가드 해협에서 벌어진 필드쟁의 불씨가 보랄러스로 옮겨붙기도 했습니다.

당시 보랄러스는 다자알로와는 다르게 도드라지는 특성이 몇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도시 기능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고, 그 곳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가지가 길게 뻗어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NPC 없이 그저 길게 나 있는 시가지가 좁은 골목으로 깊게 형성되어 있어서 

호드공대가 육로로 접근하면 얼라이언스가 비교적 적은 인원만으로도 쉽게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보랄러스 시가지 초입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호위 공대. 스샷 나와 있는 골목길이 매우 길게 이어져 있고, 양 옆으로 건물 지붕과 성벽이 높게 올라가 있다. 위에서 냥꾼들이 저격으로 계속 딜을 넣고, 죽기로 하나씩 땡겨먹으면 돌파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숫자와 기세로 밀어 붙여서 초입의 얼라이언스 본대를 박살낼 때는 많았지만 대부분 더 깊숙히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육로로 진입할 때는 얼라이언스가 이 곳에 방어 공대를 조직하기 전에 신속하게 돌파하거나, 상당수의 얼라이언스 공대가 이미 방어 중이면 성벽 공격 특임조를 원딜들로 따로 구성해서 올려보낸 후 본대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

2. 침공 계획

격아 시즌 1, 2 당시 호위에서는 매주 1~2번씩 대규모 필드쟁을 기획해서 수장팟(상대 진영 대도시들을 돌면서 티란데, 안두인 

같은 핵심 NPC들을 죽이는게 목적인 공대)을 가거나 습격쟁(습격퀘라는 시스템을 이용한 필드쟁)을 했었는데, 

격아 초기였던 2019년 2월 후반, 보랄러스를 대규모로 침공해보자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때까지 호드가 보랄러스를 침공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공대가 육로로 보랄러스 침공을 시도하다가 얼라이언스에게 저지돼서 교외 시가전만 벌이다가 철수한 적도 있었고, 

보랄러스를 침공 자체가 그렇게 흔히 벌어지는 이벤트는 아니었습니다.

호위가 보랄러스를 침공하기로 결정한 이후,

보랄러스 인근 지역들을 수색해서 침공 가능 루트를 물색하고,

얼라이언스 캐릭터가 있는 유저들을 통해 도시 내부의 첩보 스샷들을 확보하는 등,

침공 몇일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당시 실제 수집했던 첩보 스샷 중 하나, 이 스샷은 보랄러스 여관 2층 침대방의 스샷이다.)

3. 하늘로 날아가다

위에서 말했듯이 기존 침공 루트인 육로가 너무 접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리고 걸어가면 재미 없으니깐.. ^^..)

정찰과 첩보를 통해 다른 진입로를 고안해냈습니다.

그건 바로.. 하늘을 통해서입니다.

날탈을 사용하지 못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하늘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지만,

글라이더를 사용하면 공중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주변 지형을 살펴보던 도중, 보랄러스 옆에 어마무시하게 높은 산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실제 우리가 들어간 경로는 여기보다 살짝 오른쪽에서 날아 들어갔지만, 그래도 대략 이 쯤에서 날아 들어갔다.)

이 곳에서 글라이더를 이용하면 충분히 도시 내부까지 무사히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호드가 보랄러스를 침공하려면 서쪽에 있는 경계의 언덕이나 자유지대에서 출발해 지도에 나와 있는 육상 진입로를 사용했다. 그러나 우리는 글라이더를 이용해 하늘로 날아들어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우리가 이 방법을 처음 사용한 이후로 다른 공대장들도 많이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당시에는 제일 빠르고 안전했던 침입로였다. 해상 진입로는 나중에 많이 썼던 방법인데, 장난감이나 죽기 얼음길을 이용해서 바다를 건너 우회했다.)

2019년 3월 1일, 몇일간의 준비 끝에 우리는 드디어  보랄러스를 침공했습니다.

공대를 티라가드 북쪽 기우는 빙하 부근의 호드 기지에서 집결시킨 후,

사전에 미리 파악해둔 등산로를 따라 낙하지점으로 이동했습니다.


(보랄러스 전경. 왼쪽에 흰색으로 지그재그 그려진 화살표가 우리가 올라갔던 등산로이다. 인겜 산행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의외로 걸어서 산행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공대가 올라갈 등산로도 확보해 놨었다.)

공대가 산의 꼭대기에 도착한 이후, 우리는 그곳에서 음식과 영약을 도핑하고 1분 가량 전투를 준비했습니다.

공대가 다 준비되자, 미리 선정해 놓은 선도 유저들의 머리 위에 징표를 박은 후, 한점에 모여 동시에 글라이더를 펼쳤습니다.


(당시 글라이더 낙하 스샷)

선도 유저들이 공대가 착륙할 지점에 징표를 박아 표시한 후 공대가 그 곳에 착륙했고, 

미리 계획한 대로 여관 주위를 청소한 이후 여관 내부로 집결했습니다.

4. 여관 농성


(보랄러스에는 3개의 중요한 지점이 있었다. 하나가 유저들이 스폰되는 여관, 다른 하나가 포탈방, 그리고 다른 하나가 격아 후기에 다른 호드 공대들이 많이 사용했던 방구석 킬링존이다. 예비 집결지 건물은 공대가 전멸할 경우 얼라 몰래 숨어서 재집결할 때 사용했다. 육상으로 진입할 경우 지도에 나와 있다시피 계단을 따라 좌측에서 진입해야 했다. 이 때 공대가 착륙한 곳은 여관 앞에 있는 작은 난관 부근이다. 그 곳에 착륙해서 주변을 청소한 이후 여관으로 들어갔다.)


(보랄러스 침공 전 브리핑할 때 실제로 썼던 스샷. 포탈이라고 적어 놓은 곳에 포탈, 물빵, 소환돌 등을 깔아 놓고 요긴하게 썼다. 마나 채우기, 포탈, 대부와 같은 비전투 기술들은 전투 상태로 휘말리면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법사, 흑마, 힐러들이 전투에서 장시간 벗어나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보랄러스 여관은 공대가 장시간 농성을 펼치는데 아주 좋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2층과 계단이 'ㄷ' 자 형태로 되어 있어서 침대방 안쪽에 비전투 인원을 분리할 수 있었습니다.

공대장인 제가 오더를 주면 순서에 따라 마나를 다 쓴 힐러들이 교대로 들어가 마나를 다시 채우고 나오거나

소환돌을 통해 보충되는 인원들을 소환하기도 했고,

포탈로 경매장에서 뭐 사오려 하거나 이탈하는 인원들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모닥불 깔아 놓고 음식 만들어 먹는 사람까지 있었답니다.. 그게 나였지만..)


(여관에서 좁은 공간을 끼고 싸우고 있는 모습. 이감기나 메즈를 조금만 쳐도 얼라 유저들이 쉽게 올라오지를 못한다.)

그 뿐 아니라 스샷과 같이 계단에 타르 덫과 속박 화살 치고 싸우면 얼라이언스 유저들이 2층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블러드 키고 빡딜하는 공대. 블러드는 주로 얼라이언스 공대가 압도적인 인원수로 파상공세를 하면 그걸 쳐내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이 블러드는 내 기억 상으로 오더도 안했는데 누가 실수로 켰던것 같다.)


(대규모 필드쟁은 결국 밀당의 기술이다. 블러드 키고 얼라이언스 공대로 돌진하는 공대.)


(농성 1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에는 35명이 넘던 공대원이 20명의 소수 정예로 줄었다. 그래서 얼라가 대규모로 2층에 진입하려고 할 때면 거의 전멸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얼라는 호드 공대를 전멸시키지 못했다. )


(계단에서 밀당하는 모습. 메즈 걸고 죽기가 땡겨서 하나씩 죽였다.)


(얼라 공대를 밀어낸 후 웰던을 외치고 있는 나..)



5. 철수

호위에서 이날 농성전을 계획할 때에는 여관에서 한시간을 버티는 것을 목표로 잡았었지만, 한 시간 이상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공대는 원래 목표치였던 한시간에 30분을 더한 한 시간 반 이상 여관에서 버틴 후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포탈을 타고 철수했습니다.


(철수하기 30초전 스샷)

6. 마무리하며

요즘 필드쟁이 많이 없어지고 옛날 같은 대규모 필드쟁이 다시 일어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뭐,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당장은 와우를 쉬고 있는지라..)

과거 격아 때에는 이렇게 와우를 즐겼던 사람들도 있었다는 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써봤습니다.

당시에 와우 키면 템렙만 올리고 필드쟁만 하러 다녔던 터라 이런 글 쓰라고 하면 책도 써서 낼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글에 반응 좋으면 더 올리고, 아니면 그냥 제 드라이브에 스샷만 고히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격아를 함께했던 사람들이 그립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