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넥슨이 보여준 행보의 중심은 '확장'이었다. 인수 합병이야 이전에도 쭉 해왔던 넥슨이지만, 2013년 들어 더욱 힘차게 고삐를 잡았다. 엔씨소프트 지분인수 같은 빅 딜은 없었지만, 중소규모 게임사들을 향한 러브콜은 훨씬 늘어났고 게임 외적인 사업에 신경쓰는 모습까지 있었다.

넥슨의 게임 서비스 면면을 봐도 '확장' 키워드와 맞아 떨어진다. 훅 하고 올라온 신규 타이틀은 없었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던 타이틀은 2013년을 기점으로 그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졌다. 넥슨이 2013년에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고, 그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 모바일 사업 확장, 이제는 성과도 함께 한다

▲ 넥슨의 2013 모바일 게임 라인업

제휴, 투자 그리고 인수의 아이콘, 넥슨의 발걸음은 1월 18일부터 시작됐다. 일본의 대형 모바일 게임업체 DeNA와 손을 잡았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 특히, DeNA는 대형 모바일 소셜 플랫폼 '모바게'를 보유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 넥슨의 위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큼직한 계약 건이 마무리 되자 넥슨은 자체적인 모바일 게임 개발력 강화에도 손을 걷어 부쳤다. 2013년 2월 1일에는 모바일 게임 전문 개발사 '네온스튜디오'를 설립해 이목을 끌었다. 주목할 부분은 출시작 매출의 2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겠다는 것. 여기에 철저한 복리후생도 덧붙여졌다.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넥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매출 20% 인센티브라는 파격적 조건으로 주목받은 네온 스튜디오

거대 모바일 퍼블리셔와의 제휴, 모바일 게임 개발력 강화가 넥슨의 2013년을 장식했다. 그리고 하반기는 개발력을 검증받은 소규모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러브커피'로 한국 뿐 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인기를 끈 개발사 '파티게임즈', 그리고 '드래곤 플라이트'를 만든 '넥스트 플로어'와 지난 9월 5일에 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만 들어갔다 하면 한없이 약해지는 넥슨이 모바일 게임 성공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부른 구원군인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넥슨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성공작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카오 플랫폼에 입성함과 동시에 일취월장한 게임성을 보여준 '판타지러너즈'가 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 기회를 발견한 넥슨은 '판타지러너즈'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하철 광고 같은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보태며 대중성 강화를 꾀했다. 공룡급 마케팅과 게임성이 맞물려진 결과는? '판타지러너즈'는 넥슨 모바일 게임 라인업 중 가장 큰 성공을 가져왔다. 유독 모바일에서 힘을 못 쓰는 넥슨에게 용기와 사기를 북돋아준 작품으로 기억되리라 생각된다.

▲ 넥슨의 자존심을 세워준 '판타지러너즈'

▲ 넥슨이 2013년에 투자한 회사

넥슨의 확장성은 모바일 사업에 그치지 않았다. 7월 17일, 징가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브라이언 레이놀즈'가 올해 2월 설립한 '시크릿뉴코'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는 넥슨 측에서 밝힌 것처럼,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초석 다지기로 보여진다. 또, 같은 달 30일에는 아프리카TV와 계약을 체결하여 넥슨 작품들이 '인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도타2', '피파온라인3'와 같은 e스포츠 작품들을 다수 보유한 넥슨 입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활로를 연 셈이다.

한편,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지난 13일, 노르웨이 유아용품 업체 '스토케'를 인수하며 비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정주 회장은 지난 5월, 레고 전문 거래 사이트인 '브릭링크'도 인수하며 게임산업 외 업체 인수의 첫 선을 끊은 바 있다. 모바일, 그리고 멀티플랫폼을 넘어 비게임 산업에까지 인수 열정을 보이는 넥슨이 2014년에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할 만 하다.



■ 온라인은 강화가 핵심! 신규 MMO 라인업에도 힘 싣는다

▲ 지난 2월 12일 발표된 '공각기동대 온라인'

온라인 게임 사업 분야는 모바일 게임 사업보다도 선이 더 굵다. 2013년 2월 12일, 넥슨은 '공각기동대' IP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다고 일본 현지에서 발표했다. SF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애니메이션이며, 국내에서도 많은 매니아를 형성한 작품인 만큼, 이후 개발 과정을 기대해 볼 만하다.

이외 투자된 방향만 봐도 주로 해외 시장 쪽에 몰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크리에이티브 전략 담당자 '로버트 보울링'이 이끄는 '로보토키'와 파트너쉽을, 대형 게임업체들의 핵심 인력들이 모여 설립된 '럼블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분 투자도 2013년에 모두 이루어졌다. 두 회사 모두 계약 체결 당시 넥슨의 F2P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졌으며, 넥슨 역시 이들의 높은 개발력을 토대로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로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질 것임을 강조했다.

▲ 넥슨, '콜오브듀티' 크리에이티브 담당자와 손잡다

캐주얼 게임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넥슨이지만 유독 약한 장르가 있다. 바로 MMORPG.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시리즈로 시장에서 반응을 이끈 것은 사실이지만 보유한 게임 수 대비 흥행한 MMORPG를 보면 그리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그런 넥슨에게 2013년은 MMORPG 개편의 해로 기억될 만 하다. '페리아 연대기' 개발사인 띵소프트를 전격 인수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 작품은 넥슨 카테고리 안에서 개발 중이었으나, 지분을 전량 인수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11월 6일에는 넥슨의 대표적인 히트작 '메이플 스토리'의 후속작을 공개해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와 함께 개발 중인 '마비노기2 : 아레나'가 2014년에 공개된다면, 넥슨의 MMO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더 들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문화 확대도 놓치지 않는다. 'e-스포츠 전용 아레나'와 '넥슨 컴퓨터 박물관' 건설

▲ 좌- 넥슨 e-스포츠 아레나 약도, 우- 넥슨 컴퓨터 박물관

넥슨의 주력 사업. 2012년까지만 해도 인수, 제휴, 계약 등의 단어로 완성할 수 있었다. 2013년에는 여기에 '건설'이라는 단어를 추가해도 될 듯 하다. 넥슨은 스포TV와의 제휴를 체결한 뒤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인 '넥슨 아레나'를 건설하며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아울러 제주도에는 '넥슨 컴퓨터 박물관'을 건립하는 등, 문화 콘텐츠 발전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우선 넥슨 e-스포츠 아레나는 서초동 W타워 지하 1층에 위치하였으며, '피파온라인3' 리그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한국 e스포츠협회는 지난 20일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이 넥슨 아레나에서 개최될 것이라 공지했다. 넥슨 입장에서 보면, 자사 게임 뿐만이 아닌, e-스포츠 게임 전반을 다룬다는 것을 표명한 셈. 또, 2013년 정식 서비스와 함께 e-스포츠 리그를 시작한 '도타2' 리그도 전용 경기장에서 이루어지면서 탄력을 받으리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스포TV와 넥슨이 만났다

2012년 12월에 개막된 프로리그를 기점으로 e-스포츠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스포TV가 국내 최대 게임 기업인 넥슨과 손을 잡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다른 게임사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심심찮게 해왔던 넥슨이기에, e-스포츠 채널 및 경기장 운영 역시 파격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자연히 기대치가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도에 설립된 넥슨 컴퓨터 박물관도 '건설' 키워드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에 둥지를 튼 이 건물은 김정주 회장의 숙원답게 큰 규모를 자랑한다. 4년의 시간, 150억 원의 자본이 투입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크기로 구성되었으며, 애플 최초의 컴퓨터인 '애플1'을 포함해 약 4천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박물관과 다르게 관람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또, 지난 9월 5일에는 김정주 회장이 직접 박물관 가이드로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중독법 여파 피한다면 2013년에 이어 꾸준한 성장 동선 보여줄 것.

▲ 넥슨에서 주력으로 개발 중인 게임들. 3개가 MMO라는데 주목하자

2014년을 앞둔 넥슨의 비전은 명확하다. 모바일 사업 역량 강화, 그리고 e-스포츠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하는 것. 여기에 온라인 게임 라인업 강화가 포함된다. 특히 2014년은 월드컵이 열리는 해로, '피파온라인3'가 시기를 노려 유저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발휘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보다 적극적인 프로모션도 기대할 만 하다.

기존 작품들의 강화, 여기에 '페리아 연대기'와 '메이플 스토리2', 그리고 깜짝 카드인 '공각기동대 온라인'이 넥슨의 내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세 작품 모두 2014년 테스트를 예고했다. 마비노기의 정신적 계승작 이미지가 굳혀진 페리아 연대기, 그리고 넥슨의 성장에 핵심이 된 메이플 스토리의 후속작은 이미 유저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안정된 게임성과 함께 유저 친화적인 정책이 덧붙여진다면 넥슨의 높은 시장 점유율은 2014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지스타에서 2회 연속 공개되며 기대치를 끌어 올린 '페리아 연대기'


평타만 쳐 줘도 무난한 넥슨이지만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복병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중독법'이 있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 스토리',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 넥슨의 주력 게임들은 대부분 낮은 연령층을 겨냥한다. 실제 즐기는 유저 대다수도 10대들이 많기에 이미 시행 중인 '셧다운제'가 게임 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법' 역시 청소년 보호 목적 성향이 강하다. 좋은 싫든 넥슨 게임들이 도마 위에 오르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넥슨은 기업 규모가 큰 만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확실하다. 다른 기업들은 흉내내기 어려운 대담한 전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발목을 잡아 채는 덫 역시 그만큼 거대하다. 게임업계 트랜드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업이기에, '중독법' 관련 여파 역시 어떤 기업보다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에 보여줄 넥슨의 기업적 움직임은 여전히 많은 이슈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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