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에서 아이템의 존재, 그리고 이 아이템의 흐름이란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는 MMORPG가 솔로잉 콘솔게임과 달리 자급자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경제 활동을 통해 게임 콘텐츠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리니지2M에서 이 거래소가 점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아이템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특히 희귀 등급 이하 장비의 경우 팔리지가 않는다는 유저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최근, 물건이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거래소 마비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경제가 침체되고 거래소가 마비되고 있는데는 여러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장비의 고착화로, 게임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서 유저들의 스펙이 상승하고 과거의 아이템은 이제 그 가치를 잃어 도태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리니지2M에서는 고착화가 진행되는 속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비간의 간극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일반~희귀 등급까지는 장비의 가치가 매우 낮거나 빠르게 낮아지고 있지만, 영웅급 이상은 비교적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즉 장비의 가치 하락속도에서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그런데, 대부분의 유저가 다이아를 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은 고급~희귀 아이템에 치중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돈이 버는 속도가 줄어드는 폭이 필요한 아이템의 가치 하락폭보다 훨씬 크기에 점점 아이템을 거래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초래된다.

▲ 원래 가격이 낮은것도 있지만,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희귀 장비


장비를 바꾼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 한창 성장하는 과정 중에서는 장비 하나를 바꾸고, 조금 더 강해지는 것이 가능했으며, 이를 통해 사냥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을 바로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펙이 올라갈수록, 스펙 1점을 올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압도적으로 증가하지만 그로 인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폭은 줄어들게 된다. 이는 갈수록 성장이 어려워지는 MMORPG의 성장팩터를 감안했을 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리니지2M에서는 매우 비싼 영웅급 이상 장비와 희귀 아이템의 가격, 그리고 최상위 사냥터들간의 난이도 간극이 발목을 잡는다.

간단히 예를 들어 말하면, 현 시점 중상위급 스펙의 캐릭터가 영웅급 장비를 한 두개 더 착용한다고 해서 사냥에서 달라지는게 없다. 스펙 몇 점이 높아지는 수준으로는 같은 사냥터에서 경험치 획득량이 크게 늘었다고 체감하기가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다음 사냥터로 진출은 또 불가능하다. 상아탑 2층에서 사냥하고 있는 공격력 110, 방어력 160정도의 캐릭터가 영웅급 장비를 한두개 추가해봤자 상아탑 3층 진입은 어려운 것이 대표적.

물론 좀 더 원활한 사냥이 가능해진다거나, 소모품을 쓰는 양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차이는 생기겠지만, 이를 위해 수만 다이아를 투자하는 것은 아무래도 고민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분명히 희귀급하고는 차원이 다른 성능이다. 근데 이걸 차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


경제가 침체되는 또다른 원인으로는 리니지2M의 거래소가 가진 특이상을 들 수 있다. 여타 게임들의 경우 거래소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는데에는 대부분 게임 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화폐를 사용한다. 리니지2M의 경우라면 아데나가 그것이다.

하지만 현재 리니지2M의 거래소는 통화로 아데나가 아닌 다이아를 채택하고 있다. 이 구조는 확실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그만큼 뚜렷하다. 대표적인 장점은 당연히 과금을 하지 않는 유저들도 다이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각종 캐시템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금을 하지 않아도 과금상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되도록 돈을 쓰지 않는 것을 지향하는 유저들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반면에 전체적인 다이아의 공급량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게임 내 경제활동 전반이 동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이아는 기본적으로 캐시 구매를 통해서만 생성되는 재화로, 개개인이 구매하는 소량의 다이아도 무시할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다이아는 소수의 고래급 상위 유저들에 의해 생성된다. 하지만 이 다이아가 거래소를 향하지 않는다면 통화량이 감소하고 경제가 위축되게 된다.

최근 다이아가 거래소로 풀리지 않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고가의 패키지가 연달아서 출시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패키지를 구매하는데 사용되는 다이아는 그대로 모두 소멸하므로, 시장에서 아이템을 거래하는데 쓰이는 통화량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최상위 유저들은 거래소에 다이아를 쓸 일이 갈수록 없어진다는 부분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이제 영웅급을 넘어 전설급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노려야하는데, 이런 아이템은 드랍률이 엄청나게 낮아 사실상 거래소에 매물이 등록되는 것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때문에 빠르게 스펙업을 노리는 최상위권 유저들은 거래소에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닌, 패키지를 구매하고 장비나 스킬북을 이벤트 제작으로 만드는 방향을 택한다.

물론 과금이 이런 고래급 유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며, 다른 평범한 유저들도 어느정도 과금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이아 수급량이 훨씬 부족한만큼 아이템 하나를 구매하는데 더 신중하게 움직인다. 정말 좋은 물건, 필요한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다이아를 아껴놓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영구 컬렉션을 포함한 패키지가 출시되면 그곳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라 시장에 공급되는 다이아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 통화인 다이아는 결국 '누군가가 결제하고 이를 거래소에서 사용해야' 시장에 풀린다


다음으로는 장비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다. 다이아가 시장으로 풀릴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장비 컬렉션을 들 수 있는데, 상위권 유저들은 이미 주요 컬렉션들을 거의 완성해둔 상황이다. 여기에 신규 장비 컬렉션이나 여전히 거래가 될만한 컬렉션용 장비는 최상위 사냥터로 드랍처가 쏠려있어 사실상 거래소 활성화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한때 적게는 수백, 많게는 천 다이아 이상의 수익을 보장했던 다양한 희귀 아이템들이 이제 적게는 수십다이아 수준까지 떨어졌고,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아 고급 결정체 제작에나 쓰이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지속적인 거래소 침체로 인해 아이템의 가격이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자 '기다리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거래량 감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낙폭이 작을 뿐 영웅급도 조금씩 장비의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인데, 이러다보니 안그래도 경직된 거래소 분위기가 더더욱 지갑을 동여매는 행보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 각종 희귀 컬렉션을 완료한 최상위권 유저들이 늘어가면서, 더 이상 이런 장비를 구매하지 않는다


앞서 소개한 것들 외에도 거래소가 기능을 잃어가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저풀의 감소, 아이템 가치의 자연스러운 도태 등등...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유저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낮은 등급 아이템의 부산물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있다. 특히 결정체와 고급 결정체에 관한 부분으로, 현재 잘 팔리지 않는 희귀 등급 아이템들이 고급 결정체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으니 고급 결정체를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가치를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예 고급 결정체가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주재료인 희귀 등급의 거래도 활발해질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거래소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때 다이아 이외에 아데나를 활용할 수 있다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리니지2M에서는 상점에서 다이아로 아데나를 구입할 수 있으므로, 구매자는 판매자가 판매가로 등록한 다이아를 그대로 지불하거나, 아니면 해당 가치만큼의 아데나를 자동으로 환산하여 지불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단, 아데나는 다이아보다 훨씬 확보하기 쉬운 재화이므로 아이템 가치가 하락하지 않도록 비율 조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며, 여러 계정으로 다이아를 어뷰징하는 것이 가능해지므로 그에 따른 대책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 난이도 간극이 큰 사냥터들 사이에 중간 단계의 사냥터를 도입해 적은 성장으로도 다음 사냥터로의 진출이 가능하도록 해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안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패키지 출시 빈도 및 가격에 대해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견들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제안일 뿐 더 많은 고민, 더 오랜 검증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좋은 해결법이라고 생각했던 수단이 생각지도 못한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수도 있기 때문. 다만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이어가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점점 경직되어가는 현 경제에 전환점을 만들고, 나아가 다가오는 풍요의 시대가 모든 유저들의 태평성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