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다운 슈팅에 잘 녹아든 액션의 손맛, 장기적인 플랜과 디테일을 다듬는 것이 숙제


액션스퀘어의 PC/콘솔 로그라이크 탑다운 슈팅 액션, '앤빌'이 지난 2일 얼리액세스로 출시됐다. 작년 9월 SKT 5G 클라우드 게임 간담회에서 프로젝트GR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지 1년이 조금 지난 뒤,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서 유저들에게 본격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블레이드' 등 모바일 액션 게임 전문 개발사였던 액션스퀘어가 슈팅 게임 신작을 낸 것은 다소 의아할지 모르지만, 이미 액션스퀘어는 '기간틱 엑스'라는 작품으로 모바일에서 한 차례 시도한 바 있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PC, 콘솔에 맞춰 다시 개발한 앤빌은 2021년 1월 초부터 스팀 페스티벌, E3, 도쿄 게임쇼 등 메이저 이벤트마다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유저들에게 어필해왔다.

정식 출시가 아닌 얼리액세스라고 해도 시장에 나온 만큼, 테스트 단계에서부터 준수한 기본기를 보였다고 해도 다시금 훑어볼 필요가 있었다. 테스트는 말 그대로 출시하기 전 미흡한 부분을 체크하고 보완하기 위한 것이고, 어느 정도 틀이 잡히고 유저들에게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얼리액세스로 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숱한 테스트를 거치면서 게임플레이를 구축해나간 만큼, '앤빌'은 확실한 기본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이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닌, 얼리액세스라는 중간 단계를 밟은 이유도 체감할 수 있었다.

게임명: 앤빌 (Anvil)
장르명: 슈팅 액션
출시일: 2021. 12. 2. (얼리액세스)
개발사: 액션스퀘어
서비스: 액션스퀘어
플랫폼: PC / XBOX

관련 링크: '앤빌' 오픈크리틱 페이지



슈팅과 특유의 액션 DNA의 시너지는 상당했다


앤빌에 대해 언급하다 잠시 액션스퀘어의 전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앤빌은 클래식한 탑다운 슈팅의 일부를 액션스퀘어의 전작에서 보인 액션 요소들로 대체했고, 그것이 시너지를 내면서 특유의 게임플레이를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예시로 든 액션스퀘어의 대표작 '블레이드'는 출시 초엔 아이템보다는 스킬과 '반격'이 핵심이 된 게임이었다. 스킬로 적을 1차로 쓸어버리고, 그 스킬 쿨타임 동안에는 적의 공격 타이밍을 잡고 반격하면서 대응한 뒤, 다시 스킬을 연계해서 난관을 극복하는 맛이 있었다. 이후 서비스가 장기화되면서 스펙이 중요한 여타 모바일 게임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특유의 액션이 다소 가려졌긴 하지만, 스킬 쿨타임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평타와 반격의 조합은 클리어타임을 줄이기 위한 필수 요소이자 게임의 아이덴티티였다.

이러한 흐름은 앤빌에서도 이어졌다. 통상 탑다운 슈팅은 적의 공격을 미리 예측하고 안전한 퇴로를 확보하면서 갖가지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와 달리 앤빌은 스킬과 반격 혹은 회피 이후의 부가효과를 이용하는 액션 게임 스타일을 이식했다. 가장 좋은 사례가 근접 무기를 다루는 '파이터 타입'이지만, 파이터 타입 외에도 다른 타입도 쏘고 달리면서 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피와 스킬 연계를 활용해서 떼로 몰려드는 적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 쏘면서 치고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 호쾌한 스킬과 액션을 가미하면서 손맛을 살렸다

탑다운 슈팅에 그 특유의 액션이 가미되면서, 기존의 탑다운 슈팅에서 채택하기 어려웠던 독특한 패턴과 스타일이 앤빌에서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일례로 엄폐물이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사방에서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탄막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패턴은 통상적인 탑다운 슈팅에서는 상당히 불합리한 디자인이다. 탄막 비행 슈팅처럼 정해진 패턴대로 나오는 것이면 모를까, 보통 탑다운 슈팅은 적들이 유저가 있는 방향으로 쏘게 되어있기 때문에 아군의 움직임에 따라 의도치 않은 흉탄이 자신에게 꽂혀올 가능성도 꽤 높다.

혹은 탄속이 굉장히 빠르거나, 지형지물을 관통해서 들어오는 공격 등이 사방에서 들어오는 패턴도 처리하기 어렵다. 물론 이를 그 제한된 수단으로도 극복할 수 있게끔 디테일을 조정하겠지만, 처음부터 이런 난해한 패턴을 들이미는 경우는 드물다. 초보 때는 대량으로 쏟아지는 적들을 하나하나 막아내는 것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쳐낼 때 FPS나 TPS와는 다른 스타일의 에임으로 원샷원킬하고 장비를 써서 한 번에 폭파시키기도 하는 게 탑다운 슈팅의 묘미긴 하지만 말이다.

앤빌에서는 탑다운 슈팅의 기본을 준수하면서도, 그 안에 그간 쌓아온 자신들만의 메카니즘을 집어넣으면서 색다른 느낌을 더했다. 마우스로 지정한 방향으로 총을 쏘고, 이동키로 피하는 게 메인이지만 소모성 장비 대신 강화 공격과 스킬, 궁극기, 생존기가 더해지면서 난해한 패턴이 비교적 자주 등장해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패턴들은 앤빌에서는 게임플레이가 익숙해지면 금방 대처가 가능하다. 궁극기와 회피는 무적 타임이 있고, 파이터 타입은 회피는 없지만 방어를 적시에 하면 일순 무적 상태가 되면서 반격을 하기 때문에 적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문제가 없다. 그런 만큼 앤빌에서는 구간을 지날 때마다 적들이 계속 밀려오고, 한술 더 떠서 스테이지 시작 후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정체불명의 기계생명체들이 등장하면서 적들이 강화된다.

그 적들을 상대로 쏘고 피하고, 스킬을 써서 웨이브를 한 번 정리한 뒤 후속 웨이브를 궁극기로 처리하거나 회피나 반격으로 재정비한 뒤 다시 격전을 이어가는 그 전투 템포는 꽤나 속도감이 있었다. 핵앤슬래시마냥 스킬 한 번에 화면 전체를 가득 메운 적을 한 번에 일소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스킬 연계로 웨이브를 부분부분 지워가다가 큰 거 한 번 먹이는 쾌감은 있었다. 여기에 사방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적의 흉탄을 피하고, 무적 판정으로 패턴을 넘긴 뒤 공략하는 액션 RPG식 스타일이 시너지를 발휘했다. 순수 탑다운 슈팅과는 다르지만, 슈팅의 기본기에 액션 그리고 MMORPG식 패턴 공략이 더해지면서 손맛까지 느껴진다고 할까.

▲ 두려워 말게, 내가 그대들의 방패...아무튼 적 보스 패턴에 맞춰 스킬로 응수하는 묘미가 있다



로그라이크 특유의 무작위성과 다양함의 묘미는 살리고, 불합리함은 줄이고


슈팅, 액션 외에 앤빌이 내세운 또다른 카드는 '로그라이크'다. 무작위성과 고난도를 응축한 코어 게임 장르의 대명사 같은 이 장르는 여러 차례 유저들이 게임을 반복하게 만들 순 있지만, 그 무작위성으로 다양한 플레이를 경험할 수 없다면 지탄을 받기도 쉬운 장르다.

처음 앤빌을 보면 체르니, 심포니아, 캄파넬라 세 은하만 있기 때문에 다양성에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각 은하에 들어설 때마다 스테이지가 매번 변하고, 그 변하는 스테이지마다 꽤나 큰 차이가 바로 체감이 될 정도로 특성들이 뚜렷하다. 일례로 빙하맵에서는 빙결계열 공격의 특수 효과가 안 들어간다던가, 사막 맵에서는 석화가 안 먹히는 등 공략법이 달라진다. 등장하는 몹의 공격 패턴도 차이가 있어서 저스트 회피나 반격 같은 테크닉도 조금씩 바뀌는 공격 타이밍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직 정식 출시 단계가 아닌 만큼 일부 큰 맵 몇 가지를 기반으로 루트만 변경되는 경우가 많긴 했다. 그렇지만 이런 제한된 리소스를 무작위로, 그리고 중복되지 않게 배치하면서 다양성을 가미하는 것이 로그라이크 게임의 특징 아니던가. 그 문법을 앤빌에서는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맵의 조합과 루트는 매번 바꾸고 여기에 등장하는 몬스터 종류의 풀도 새롭게 교체한 데다가 플레이의 핵심이 되는 '유물'과 스킬 업그레이드도 바뀌기 때문에 들어갈 때마다 공략법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 스테이지 시작할 때 가능한 스킬 강화나

▲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물 상자는 그 항목이 랜덤하게 결정된다

그냥 무작정 달라지는 환경에 버려졌다면 불합리했겠지만, 앤빌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도 구비했다. 우선 은하에 진입하면 다음에 나올 맵들의 대략적인 특성은 진입하기 전 로딩 화면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그 다음 맵뿐만 아니라, 몇 번째 맵이 사막 맵이고 몇 번째 맵이 빙하 맵인지 알고 그에 맞게 테크트리를 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의 보스 스테이지는 고정이고, 보스 실루엣도 미리 공개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난관이 어떨지도 짐작해서 대처하게끔 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무작위성의 불합리함을 최소화하면서 무작위성 특유의 예상치 못한 다양한 경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이 '앤빌'의 묘미였다. 아울러 멀티플레이어에서 다른 유저와 매번 다른 캐릭터를 조합하면서 더해지는 변수도 플레이할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였다.

이러한 다양한 플레이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로그라이트'식 요소와 성장 요소들이 다소 곁들여지면서 유저들이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결국 클리어할 확률이 높아지게끔 설계해나갔다. 원래 로그라이크는 그 근본인 '로그'처럼 한 번 죽으면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하는 게 국룰이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죽고 다시 시작할 때 그간 플레이한 성과의 일부를 들고 시작할 수 있는 등 난이도를 덜어낸 유형들이 많이 나오지 않던가.

최초 테스트 당시에는 앤빌은 충실하게 로그라이크 요소를 따랐지만, 이후 피드백을 받아서 유저가 플레이하면서 얻은 유물 중 하나를 확률적으로 소장이 가능하게끔 변경됐다. 물론 그 유물을 처음부터 다 장비할 순 없고, 은하 클리어 수에 따라서 최대 4개까지 장비가 가능해지는 등 제약은 있었다.

▲ 11월 글로벌 테스트부터 주요 스테이지 앞에선 상점이 추가, 무기도 구매 가능해졌고

▲ 그간 플레이하면서 복제에 성공한 유물을 사전에 장비하는 등, 로그라이트 요소를 강화했다

여기에 플레이할 때마다 일정량의 볼트가 누적되면서 레벨이 오르고, 그 레벨 보상으로 스탯을 올리거나 전투에 도움이 되는 토이워커를 구매할 수 있는 등 성장 요소가 더해지면서 플레이가 반복되면서 조금 더 전투가 수월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코어한 게임을 지향한 만큼 한 번 스탯이 오를 때마다 퀀텀점프하듯 쭉쭉 오르진 않지만, 적어도 세 번 맞으면 끝날 것을 네 번으로 늘려서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더 주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 플레이하면서 누적된 재화와 포인트를 활용한 성장 요소까지 보완했다



난이도 조율과 편의성 개선 등 마무리 작업은 아직 더 필요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앤빌'의 스팀 평가에 대해 의문이 생길 것이다. 지금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조금 올라갔지만, 12월 6일까지만 해도 '복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다소 안 좋은 지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답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라고 할 수 있겠다.

이론상 앤빌은 지금 당장 어려워도, 차근차근 하다보면 클리어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그 어려움도 처음부터 엄두를 못 낼 만큼 매운 정도가 아니고, 하다보면 그 어려움이 배가 되어서 그 후반의 난관을 뚫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그 구도가 E3 테스트까지는 잘 이어졌었다. 체르니 은하는 탑다운 슈팅의 기본기만 익히면 무난히 클리어 가능했고, 심포니아부터 본격적으로 '매운맛'에 도전하는 유저를 위한 하드코어한 난이도가 시작됐다. 그것도 첫 스테이지부터 캡사이신을 부어버린 게 아니라, 점차 매워지게끔 적당히 맛을 조율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성장 요소가 본격적으로 가미된 11월 글로벌 테스트부터 문제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체르니 은하부터 깨기 힘들다는 유저들의 평가가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이전 테스트에서 원체 체르니 은하가 순한 맛이라 조금 더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는 피드백은 있긴 했지만, 글로벌 테스트 때부터 변경된 난이도는 정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특히 보스 스테이지의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그것도 패턴이 추가됐다거나 하는 식으로 어려워진 게 아니라 광폭화가 진행되는 타이밍을 앞당겨버린 탓에 그 난이도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는 게 문제였다.

▲ 으아닛 벌써부터 광폭화라니 무슨 소리요

앞서 앤빌은 스킬과 회피/반격, 궁극기의 쿨타임과 탄을 보고 이동해서 피하는 피지컬이 더해지는 게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광폭화 시점에서 몇몇 보스는 이동해서 피한다는 개념이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스킬과 회피, 궁극기 턴을 소진한 뒤에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어 손을 놓고 당하는 일이 꽤 있었다. 물론 테크트리에 따라서 생존 기술의 쿨타임을 비약적으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트리가 만일 안 나왔다면? 이번 탐사는 여기까지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

그래서 광폭화를 최대한 안 보기 위해서 딜에 올인하는 경향이 꽤 높았는데, 그 때문에 엘리트 정도 되어보이는 중견급 몬스터들한테 한 번만 맞아도 빈사가 되는 상황도 꽤 잦았다. 그걸 고려해서 딜과 생존을 어느 정도 겸비한다고 치면? 광폭화 시간이 그만큼 길어져서 마지막 보스 클리어 확률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지선다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선택의 폭이 자연히 줄어들고 다양한 플레이를 즐기기 어려워졌다.

▲ 심포니아부터는 중형급 이상 몹한테 한 번 맞으면 생존 테크트리 안 올린 이상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속편하다

더군다나 그간 테스트에서는 유저들 사이에서 유물 구매창을 공유하지 말라는 피드백이 꽤 많았는데, 이번에도 적용되지 않았다. 즉 누가 유물을 먼저 구매하면, 다른 유저들은 그 유물을 구매하지 못하는 식이다. 가뜩이나 랜덤으로 나오는데, 자신이 원하는 유물이 나와도 "선이요!"라고 냅다 질러서 갖고가지 않는 한 뺏겨서 테크트리를 못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전에는 합리적인 난이도로 나왔기 때문에 앤빌만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타임어택 광폭화가 빨라지고 난이도가 급상승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테크트리를 맞춰도 깰까말까하고, 그 때문에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상황인데 누가 먼저 입찰해서 판이 깨지면 괜히 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이론상 플레이어가 성장하면서 클리어 가능성이 높아지게끔 설계했다고 치고, 그에 맞춰서 난이도를 높인 설계는 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해온 입장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소소하게나마 스펙이 올라가면서, 광폭화 타이밍에 딜을 어떻게 더 우겨넣고 어찌저찌 클리어하는 묘미는 느껴봤으니 말이다.

다행히 개발사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12월 5일에 유물 상자가 공유가 아닌 개인 루팅으로 변경하고, 체르니 은하의 난이도를 낮추고 보상을 기존보다 더 제공하는 등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한 층 더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해졌지만, 플레이하면서 아직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 상자까다가 조금 늦었더니 벌써 누가 구매해버리는 건 다반사였지만

▲ 12월 5일 패치로 이 부분은 해결됐다





개인적으로 액션스퀘어가 기간틱 엑스 시절부터 준수한 탑다운 슈팅의 기본기를 보여줬던 만큼, 이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실제로 앤빌은 기본 게임플레이의 얼개만 보여준 테스트 단계에서도 손맛이 있는 액션을 보여줬다. 이를 어떻게 더 끌어올리고 좋은 경험을 만들어낼지가 관건이었다. 아울러 유저들이 계속 장기적으로 즐길 수 있는 비전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 비전은 이론만 보자면 나무랄 곳이 없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시즌제에, 성장 요소를 가미한 극히 안정적인 정통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아직 얼리액세스이기 때문에 정식 시즌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레벨이 오르면서 얻는 보상의 면면을 살펴보면 타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시즌패스의 구성과 비슷했다. 특성을 찍는 요소도 시즌제로 진행되는 핵앤슬래시 MMORPG에 가깝기 때문에 그 효과를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잘 다듬어진 로그라이크 탑다운 슈팅 액션에, 무난한 시즌제 온라인 게임의 구성이 더해졌으니 이론상으로 보면 단기뿐만 아니라 중, 장기적인 플랜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셈이었다. 그렇지만 성장 요소를 고려한 난이도 조절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서로 발목을 잡아버린 느낌이 들었다.

▲ 실패를 반복해도 꾸준히 성장해서 극복할 수 있게끔 설계한 이론은 좋았지만, 조율이 필요한 상황

▲ 12월 5일 패치부터 조금씩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닌, '얼리액세스'이기 때문에 만회할 기회는 남아있긴 하다. 시즌제에 대해 이야기하긴 했지만 실제론 적용된 것도 아니고, 그 흔적만 엿보인 것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식 시즌으로 개편됐을 때는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다소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스타일은 달라도 SF풍 슈터에 '앤'자 돌림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불안함을 표하는 유저들도 있는데, 개발사도 다르고 앤빌은 아직 정식 출시도 아니니 그렇게 넘겨짚기엔 아직 이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발사 입장에선 분명 이 불안감은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그나마 12월 5일 패치로 가장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부분을 빠르게 조치했으니, 나머지도 정식 출시까지 차근차근 다듬어가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보인다.

처음 다소 헛발질을 하면서 스팀 평가가 내려가긴 했지만, '앤빌'은 테스트 때부터 준수한 기본기를 보여준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그 기본기는 테스트를 거치면서 완성도를 꾸준히 높여왔고, 그것이 완연히 꽃 필 기회가 필요했는데 다소 계획이 틀어진 모양새라 할 수 있겠다. 지금도 그 플레이 자체는 손맛이 꽤 좋은 만큼, 그 꽃을 온전히 피울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정리해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