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콜로대마왕님 및 리니지 시리즈 유저 여러분.

게임 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약 한 달 정도 전에 발생한
리니지 2m의 4월 4주차 업데이트 뉴스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글을 남깁니다.

당시 '피콜로대마왕'이라는 분이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로 시작하는 내용의 댓글을 작성한 걸 시작으로
그 동안 쌓인 불만이 터져서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이슈가 좀 되었는데요.

게이머로서, 그리고 게임 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이미 15년 전부터 이건 아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리니지 1을 시작으로 리니지 2, 리니지m, 리니지 2m....
NC는 리니지라는 IP를 사용해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고,
업계 최고의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의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이런 수익 모델로 돈을 잘 벌다 보니 여기저기서 비슷한 게임들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수익 모델은 리니지와 같지만, 그래픽이나 눈에 보이는 게 조금씩 다른 게임들 말이죠.
그 결과, 지금의 한국 게임업계는 아래와 같은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1. 전체 유저들에게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치장 아이템이나 
   추가 콘텐츠를 판매하여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닌 현금으로 재화를 구매하고
   그 재화로 캐릭터의 성능 강화를 위한 아이템을 뽑는,
   소위 '확률형 아이템'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는 수익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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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극단적인 리스크 회피와 단기 수익을 중요하게 보는 경영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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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기한 이유로 인한 유저에게 적대적인 운영과 업데이트, 유저 여론 무시.

의견 3: 
과금을 유도하는 업데이트, 버그나 오류에 대한 책임 회피, 고액 결제자에 대한 운영상의 특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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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익구조가 유사한 게임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양산형 게임'과 이런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여 발생하는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

의견 4: 리니지는 철저하게 국내 유저를 타겟층으로 하니 예외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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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게임성이 아닌 단기 수익 중시로 인한 개발 및 운영 부서의 약화.

의견 5:
문의 답변의 경우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고, 담당자가 게임에 대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사비를 써서 게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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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게임을 '양산'해야 하며, 제작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및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므로
   개발과 운영부서를 최저한의 인원으로 운영하며, 같은 이유로 신규 고용도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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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주요 개발진이나 사업부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게임이 개발됨에 따라 기획자의 중요도가 낮아짐.

의견 7: 게임은 재미있으라고 하는거고, 그 '재미'를 설계하는 건 기획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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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상기한 이유로 엄청난 수익에도 불구하고 자체 개발한 AAA급 게임이 없음.

의견 8:
배틀 그라운드는 엄연히 한국의 AAA급 게임이지만, 주요한 기획을 브렌던 그린이라는 외국인이 했죠.
국내 게임사 직원이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면 수익성 없다고 당장에 컷 해버릴 아이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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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대형 게임사의 인재 육성 필요에 대한 인식 부족, 중견 개발자의 이탈로 인한 업계 경력의 양분화

의견 9: 
업계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게임 관련 교과, 특히 기획은 제대로 학제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굉장히 기본적인 내용만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업계에서는 게임을 '양산'해야 하니 들어와서 바로 일할 사람을 원하지 가르치고 싶지는 않아하거든요.
그렇다고 게임사가 대학과 협력해서 직원을 강사로 보내거나, 게임 관련 교과의 학제화를 추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심지어 일정수준 이상의 경력은 채용을 잘 하지 않습니다. 
왜냐? 돈을 더 줘야 하거든요, 이런 이유로 5~10년차 이상의 베테랑 소수와 
1년도 못 채우고 잘리는 파견, 계약직 사원들 다수로 부서가 구성됩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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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관련 법안과 규제의 부재로 인한 심각한 수준의 윤리 및 도덕 붕괴

의견 10: 
여러분이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는 종결 아이템은 결국 프로그램 코드일 뿐입니다.
그게 과연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의 가치가 있을까요? 이게 과연 공정한 거래일까요?
윤리나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한번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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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현재 창출되는 수익은 높으나 미래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은 시장 구조.

의견 10: 
이건 넥슨이 매각을 진행할 당시 받았던 평가이지만, NC도 다를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리니지 시리즈에 돈을 퍼부어 가면서 하는 사람들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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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제가 업계에서 근무하면서 본 문제점은 위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들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개선할 노력은 물론 의지조차도 없는, 3N이라 불리는 대형 게임사들에게 있다고 할 수 있죠.

물론, 과금 유도나 확률형 아이템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고, 이 두가지 방법은 수익을 내기 쉬우니까요.

하지만 기업의 수익 창출은 윤리와 도덕,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하여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관련 법안이나
규제가 부족한 것을 악용하여 이익을 얻고 있고, 최소한의 윤리나 도덕도 내다버린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게임사에게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거기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거나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인터넷이나 커뮤니티에서만 잠깐 떠들고 말 뿐이었고,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재미있고, 유저를 생각해주는 게임이 나오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강화를 추가해 달라, 무조건 전사는 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놓으며 게임을 망쳐놓았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이 그렇게 3D 무협풍 리니지가 되어 버렸죠.

거기에 게임 내에서 조폭이나 다를 것 없는 위계 질서를 만들고,
자신 속한 길드의 이익만을 위해서 게임 내 사냥터를 통제했으며
자신들의 룰에 따르지 않는 유저들은 철저하게 배척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 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게 되었고, '린저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현재 국내 게임 업계의 문제는 이 시스템을 유지할 있도록
NC가 매년 조에 가까운 순이익을 낼 수 있도록 
돈을 퍼부어 온 유저 여러분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불만이 있으면 하다 못해 NC앞에 모여서 시위를 하거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에 대해 청와대에 청원을 해도 되는데,
여러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죠.

말이 많이 길어졌지만, 제가 피콜로대마왕님과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것입니다.

NC를 비롯한 대형 게임사에게 유저는 
고객이 아니라 가축, 걸어다니는 지갑일 뿐입니다.

머릿수 맞춰서 관리하고, 불만이 좀 많다 싶으면 
적당히 달래줘야 하는 가축, 개돼지일 뿐이죠.

그러니 이 글을 읽고 별 생각 없거나 동의하지 못하시겠다면,
불만을 말할 자격은 없는 것이니 NC가 무슨 패치를 하던
가만히 닥치고 개돼지처럼 게임에 돈이나 열심히 부으시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 꼴을 도저히 못 보시겠다면,
NC앞에 나가서 시위를 하든, 청와대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청원을 하든,
인터넷에서 떠들지만 말고 뭔가 행동을 하십시오.

제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