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11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10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9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8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7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6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5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4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3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2장 』 바로가기 [클릭!!]

☞『 공식 홈페이지 소설: 리 리의 여행 일지 1장 』 바로가기 [클릭!!]



리 리의 여행 일지 10장: 탕랑 평원


용의 척추 장벽은 수십억 개의 돌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 수십억 개.

그 당시에는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대한 장벽에 직접 두 발을 딛고 서서 그 크기를 실감하자, 이제 그 말을 믿을 수 있었다. 용의 척추는 거대하게 꿈틀거리는 용처럼 남쪽으로 뻗었고, 그 끝은 보이지도 않았다. 장벽 위는 수레 몇 대가 나란히 지나가는 사이를 우리 첸 삼촌처럼 뚱뚱한 판다렌이 걸을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장벽의 일부는 새로 보강되었는지 납작하고 정밀하게 깎인 석재가 사용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은 온통 비바람에 닳고 수많은 전투의 상처에 덮여 거칠게 갈라진 채였다.

용의 척추를 따라 걷는다는 사실은 내겐 꿈이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곳까지 오느라 겪은 일들을 생각해 보면 더 그랬다. 첸 삼촌의 상세한 설명에 따라, 그루멀 전령인 "물고기 꼬리"는 쿤라이 산맥의 오지에 있는 경비탑으로 나를 안내했다. 마침내 장벽에 도착하자, 왜 그렇게 빙 돌아와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첸 삼촌이 보낸 호위병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음영파의 일원이었다!

그 분은 민 님이라고 했다. 수 세대 동안, 신비한 음영파는 용의 척추를 지키며 사마귀들과 같은 나쁜 녀석들로부터 판다리아를 보호했다. 그는 다른 음영파들과 비슷한 복장이었다. 가벼운 방어구를 착용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눈이 덮이게 쓴 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가 하는 말은 모두 무척 흥미로웠다. 민 님은 장벽의 돌 하나하나에는 모두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했다. 음영파 수호자가 적의 공격을 막아낸 이야기... 그리고 때로는 그 신성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려야 했던 이야기가.

남쪽으로 가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웅덩이가 생기지 않고, 물은 돌 구조물의 홈으로 스며들어 마치 수천 개의 작은 폭포처럼 장벽 측면으로 쏟아졌다. 거대한 방벽을 감상하던 중, 민에게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의 눈은 항상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일이 마치 자신의 두 번째 천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쪽은 탕랑 평원이라는 지역으로, 광활한 푸른 언덕과 바위로 덮인 땅이었다. 여기저기에 키파리라고 불리는 거대한 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용의 척추만큼 키가 컸다.

탕랑의 거친 땅에는 거친 거주민들이 살았다. 바로 야운골이었다. 수년 전, 장벽에 서서 바라보면 털복숭이 유목민들이 큰 무리를 이뤄 언덕을 배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민 님은 이야기했다. 이제 그 지역은 텅 비어 있었다. 독수리가 상공에서 잿더미가 된 야운골 야영지 위를 떠돌 뿐이었다.

전쟁이 탕랑 평원을 휩쓸었다. 사마귀가 이 지역을 침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었다. 야운골은 쿤라이 지역으로 도망쳐 판다렌 마을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샤가 이 거한들에게도 영향을 줬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판다렌과 그 동맹들이 야운골을 물리칠 수 있었다.

"나는 야운골을 미워하지 않는다." 민 님이 말했다. "음영파는 판다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할 일을 할 뿐이다. 감정은 우리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아. 우리는 훈련을 통해 감정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게 했다. 하지만 이 점을 명심하거라, 어린 아이야. 이 유목민들은 살아남았다. 그 문명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들이 이번 일을 통해 뭐라도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민 님은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관 없었다. 생각할 것이 많았으니까. 나는 야운골이 쿤라이 산맥에서 저지른 끔찍한 일들에 대해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탕랑 평원의 참상을 목격하고 나니 기분이 복잡했다. 나는 기뻐해야 하는 걸까, 슬퍼해야 하는 걸까?

첸 삼촌을 만나기로 한 경비탑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치고 구름이 물러난 후였다. 화창한 날씨에 기운이 나는 것도 잠시, 삼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불안해졌다. 탑을 지키던 음영파 경비병도 온데간데없었다.

모두 어딜 간 건지 민 님에게 물어보려는 찰나, 사마귀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그 벌레들은 용의 척추 외각에 매달려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사마귀 수십 마리가 장벽에 뛰어올라 우릴 포위했다. 이들은 무리 지어 북쪽, 남쪽, 동쪽을 가로막은 채, 나와 민을 탕랑 평원 쪽의 장벽 너머로 몰았다. 나는 네 바람의 계곡에서 사마귀 무리와 싸워본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번 전투가 쉬울 건 없었다. 그 이상한 더듬이와 아래턱, 종잇장처럼 얇은 날개를 보면 소름이 돋았다.

민 님은 창으로 사마귀 몇 마리를 베어 넘겼다. 찌르고 막고 피하는 동작들이 마치 사마귀들의 움직임을 모두 읽고 있는 듯했다. 나도 뛰어들어 도우려고 했지만 그분은 나를 막아섰다.

"경비탑 주변에 보급품이 숨겨져 있다." 측면을 노리는 사마귀 무리들을 창을 휘둘러 내치며 민이 침착하게 말했다.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돌을 찾아라. 음영파의 문양이다. 그걸 옆으로 밀어내고 안에 있는 밧줄을 꺼내라."

민이 서있는 곳 주변에서 그런 돌을 발견하고, 나는 지팡이로 그걸 들어 올렸다. 돌 아래에는 넓은 공간 안에 건조 식품들과 두꺼운 밧줄이 보관되어 있었다. 민은 사마귀들을 막아내면서 내게 밧줄 한쪽 끝을 자신의 허리에 묶고, 반대편 끝을 장벽 너머로 던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게 장벽 아래로 내려가라고 했다.

처음에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다. 높디높은 용의 척추를 밧줄만 붙잡고 내려가는 것도 문제였지만, 사마귀 떼와 맞서 싸우는 사람의 허리에 묶인 밧줄에 매달리라니! 게다가, 장벽 아래엔 대체 뭐가 있을까? 첸 아저씨가 남긴 묘한 전갈이 떠올랐다. 리 리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장벽 밖으로 넘어가지 마라! 그곳은 보통 위험한 곳이 아니란다.

무엇보다도 민 님을 그렇게 내버려두고 가는 것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내가 달리 뭘 할 수 있을까? 그는 음영파의 일원이자 권위 있는 수도사였다. 지금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 그런 의견에 따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밧줄을 잡고 장벽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내내 민 님의 창이 사마귀들의 무기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렸다. 언제라도 좋으니 밧줄에 매달려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싸움이 끝났다는 말을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땅에 가까워질 무렵 팽팽하던 밧줄이 갑자기 느슨해졌다. 누군가가 밧줄을 자른 것이다. 허공에서 균형을 잃은 나는 용의 척추 주변에 자라고 있던 가시덤불에 떨어졌다. 설마하는 마음에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기다림 끝에 민 님이 장벽 위에서 고개를 내밀었을 때에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분은 뭔가 소리치고 있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서인지 민 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아마 사마귀들은 모두 처치했는데, 마지막 한 놈이 밧줄을 잘라버린 것 같았다. 민 님은 계속해서 남쪽을 가리키고 팔을 흔들면서 내게 뭔가 설명하려고 했다. 민 님은 내가 여태껏 본 수도사들 중에서 무예가 가장 출중했지만, 의사소통 면에서는 그리 뛰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저 이곳에 가만히 있는 게 좋지 않다는 것만 알아볼 수 있었다. 밧줄이 잘린 지금 장벽 위로 올라갈 방법은 없다. 사마귀들이 그곳까지 공격을 감행했다면 분명 이 근처에도 매복하고 있을 것이다.

장벽 위에서 봤을 때보다 탕랑 평원은 훨씬 위험해 보였다. 수풀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으며, 화창했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검은 구름만이 맴돌았다. 머리 위에서는 가끔씩 천둥이 울렸고, 주위의 언덕과 바위들은 나를 잡아먹으려는 맹수들이 숨기에 딱 좋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첸 아저씨가 제일 걱정이었다. 삼촌은 어디 갔을까? 왜 아직도 나타나시지 않는 거지? 절대로 잊었을 리는 없다. 첸 삼촌이 사마귀들에게 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지만, 삼촌은 그렇게 약골이 아니다. 첸 아저씨는 아마 한 손을 등 뒤로 묶고도(아니, 한 손에 맥주잔을 들고도) 그 벌레들을 모두 박살낼 것이다.

나는 남쪽에 있는 공포의 황무지로 가서 직접 일몰 양조정원을 찾아보겠다고 결심했다. 누군가 첸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혹은 어디로 가셨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위험한 도박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 하나뿐이다.




리 리의 여행 일지 제 11장: 공포의 황무지


내가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던 순간, 정말로 공포에 질렸던 순간은 유랑도에서의 일이었다. 어렸을 적, 난 대도서관에서 "거북이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난 그만 책에 잉크를 쏟고 말았다. 서둘러 얼룩을 닦아내려고 해봤지만, 책 상태는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당황한 나는 책을 도서관의 먼지 쌓인 구석에 처박아 놓고는, 그게 영원히 그렇게 남아 있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3일 동안 나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틀림없이 들통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했다. 방에서 거의 나가지 않았다. 메이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속 무시무시한 숲 요마들처럼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다. 3일째 날이 저물 무렵, 도서관 사서가 내가 한 짓을 알아냈다. (다행히 그 책은 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던 사본이었다.) 우리 아빠는 그 일에 대한 벌로 내게 "리우 랑의 노래" 가사를 천 번쯤 쓰게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가장 끔찍했던 건 3일간의 무시무시한 두려움이었으니까.

그 후로는 그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 사마귀들의 땅, 공포의 황무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용의 척추에서 생각보다 멀리 돌아야 했다. 거대한 협곡이 탕랑 평원과 공포의 황무지를 갈라놓고 있었고, 이 경계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 보니 자연적으로 형성된 다리가 나타났다. 속이 텅 빈 거대한 나무였다. 그리고 이 다리를 통해 나는 공포의 황무지로 건너갔다.

공포의 샤가 황무지를 탕랑 평원의 기이한 복제물처럼 바꿔 놓았다. 지형은 비슷았다. 푸른 언덕과 바위, 그리고 하늘을 향해 치솟은 키파리 나무까지. 하지만 모든 것이 기이하고 부자연스러웠다. 검은 구름 덩어리가 거대한 분노의 소용돌이를 그리며 머리 위를 맴돌았다. 하늘은 으스스한 빛을 뿜었다. 하얗고 검은 샤의 힘이 거품처럼 피어오르며 지면을 뒤덮었다. 그 모습은 "거북이에 대한 책"에 뿌려진 잉크 얼룩이 떠오르게 했다. 숨을 쉬고 걸음을 걸을 때마다 등골을 따라 오싹한 한기가 차오르며, 그 공포의 나날을 다시 겪는 기분이 들었다.

난 달아나고 싶었다. 첸 삼촌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일몰 양조정원에 가야만 했다.

그곳에 생각을 집중하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는 그 이름을 거듭 되뇌며 키파리 나무(나중에 알고 보니 이름이 "코르베스"라고 했다.)의 발치를 향해 걸었다. 땅에 드러난 뿌리는 어찌나 커다란지 머리 위로 거대한 아치를 그렸다. 깜박거리는 호박빛 불꽃이 마치 게으른 반딧불이처럼 가지 사이를 떠돌았다. 키파리 나무 줄기 이곳저곳에 아치형 출입구와 벌집 모양 창문이 나 있었다. 그 건축물은 뭔가 곤충 같은 느낌을 풍겼고, 아무래도 사마귀가 만든 것 같았다. 그 벌레들이 나무 속에 사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사마귀는 없었다. 아니, 살아 있는 녀석들은 없었다. 벌레의 사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는데, 전투가 벌어졌던 흔적 같았다. 그래도 나는 안전을 위해 키파리 나무 뿌리로 그늘진 곳을 따라 걸으며 양조정원의 방향을 나타내는 흔적을 찾아 주위를 살폈다.

나무 술통의 잔해를 발견하고 나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 분명히 판다렌 솜씨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밝은 호박색 물질이 그 주위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것을 보자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공포의 황무지에서 판다렌들은 키파리 수액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듯했다. 사마귀는 그 수액을 온갓 곳에 사용했다. 무기를 만드는 것부터 집을 짓는 데까지. 그 끈적한 물질에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달리 말하면,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데 좋은 재료라는 말이다.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코르베스 근처의 다른 키파리 나무 아래에서 양조정원을 발견했다. 단촐한 방어구를 착용한 판다렌들이 소박한 야영지에 모여 있었다. 끓는 보리와 맥아로 가득한 가마솥에서 김이 피어났다. 수액 방울이 나무에서 떨어져 통에 모였다. 대체적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모난 구석이 있긴 했지만.

양조정원에 들어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음영파가 마지막으로 본 건, 그 아이가 공포의 황무지로 가는 모습이었네." 첸 삼촌의 목소리였다. 야영지 뒤쪽, 세 명의 다른 판다렌 곁에 삼촌 모습이 보였다.

"그럼 뭘 기다리는 겁니까?" 누군가 대답했다. 나이 든 여성으로, 머리를 만두 모양으로 양쪽에 올려 묶고 있었다. 그녀는 땅에서 코를 골며 자는 뚱뚱한 판다렌을 걷어찼다. "싸움꾼 단, 일어나! 스톰스타우트 가문 사람을 또 잃어버릴 수는 없잖아."

"절 찾으세요?" 내가 끼어들었다.

모두의 고개가 한번에 돌아갔다. 첸 삼촌의 얼굴에 떠오른 놀란 표정은 돈 주고도 못 볼 구경거리였다.

"리 리야!" 삼촌은 나를 번쩍 들어올려 꼭 안아 주었다. 내 두려움이 모두 눈 녹듯 사라졌다. 나는 말 없이 양조장을 떠나버린 일에 대해 사과하기 시작했지만, 첸 삼촌이 내 말을 끊었다.

"네가 모험을 하러 떠났다고 내가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겠니?" 삼촌이 말했다. "내 평생 해온 일인데. 그저 네가 무사하다는 게 기쁠 뿐이구나."

삼촌은 용의 척수에서 나를 만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마귀가 장벽 위 곳곳을 공격하며 길을 가로막는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벌레들을 무찌른 후에 음영파 수도사 민 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줬다고 했다. 삼촌은 지금 막 양조정원에 돌아와서 수색대를 꾸리려던 참이었다.

한, 싸움꾼 단과 큰엄마 스톰스타우트. 이렇게 스톰스타우트 가문 사람들로 구성된 수색대라니!

"혼자서 탕랑 평원과 공포의 황무지를 지나왔다는 말이니?" 한 님이 내게 물었다.

"당연히 그랬겠지!" 큰엄마가 내 볼을 꼬집었다. "스톰스타우트 사람이잖아. 안 그래?"

싸움꾼 단은 코웃음을 치더니 자리에 앉아 눈을 비볐다. 이 정도의 움직임도 그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조용히 나를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했다."이 아이는... 에비랑 꼭 닮았구나."

큰엄마, 첸 삼촌, 한 님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조용히 숙였다. 에비가 누구냐고 묻자, 그분들은 나를 양조정원 밖, 공포의 황무지의 경계를 이루는 협곡 쪽으로 데려갔다. 골짜기 가장자리에 기념비가 놓여 있었다. 에비를 기리는 비석이었다.

에비 스톰스타우트.

그녀는 공포의 황무지에서 사냥을 나갔다가 죽었다고 했다. 샤 혹은 사마귀의(아니면 그 둘 모두의) 손에 그랬다고 했다. 첸 삼촌이 그녀를 찾으러 갔었지만 구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만나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움꾼 단이 내가 에비를 닮았다고 했는데, 그건 우리 성격도 비슷했다는 말이었을까?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니, 어쩌면 자매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샤와 사마귀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 버렸다. 나는 화가 났다. 에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판다리아를 거쳐 오는 여정 내내 내가 봤던 모든 것들 때문이었다. 여러 면에서, 샤는 이 대륙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내 사촌처럼 목숨을 잃어야 한단 말인가?

"널 다시 네 바람의 계곡으로 데려다 주마." 첸 삼촌이 말씀하셨다. "샤와 사마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거기 있으렴. 이런 황무지를 탐험하는 건 안전하지 않아."

"안 돼요." 내가 답했다. 탐험은 중요하지 않았다. "탐험해야 할 때가 있고, 당당히 일어서서 싸워야 할 때가 있어요. 편지에 그렇게 쓰셨잖아요. 전 삼촌 말씀에 따르는 것뿐이에요. 여기서 여러분을 돕겠어요."

첸 삼촌이 허락하지 않고 날 네 바람의 계곡으로 보내버릴까 봐 걱정이 됐다. 하지만 잠시 후, 삼촌의 푸짐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진짜 방랑자다운 말을 하는구나."

그 말과 함께 우리는 양조정원으로 돌아왔다. 계획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난 최전방에서 샤나 사마귀와 싸우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붕대를 자르거나 음식을 하는 일이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에비의 죽음에 뭔가 의미가 있게... 부웨이와 어린 푸가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이가 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게.

이 모든 일이 다 끝난 후에도 판다리아에는 여전히 탐험할 곳이 남아 있을 것이다.

—리 리 스톰스타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