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비취 숲


이 여행 일지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뒤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첸 아저씨가 마침내 유랑도에 돌아오셨다(다 내 덕분이다). 그리고 그 직후에 우리는 전설 속 판다리아 대륙을 찾아 세상 방방곡곡을 탐험했다. 거대한 거북 셴진 수 위에 사는 이들 대부분은 판다리아 대륙이 아주 오래 전에 전쟁과 질병 때문에 멸망했다고 생각했었다.

모두 잘못된 생각이었다.

해적과 싸우고, 바다에서 혹독한 태풍을 견뎌내며 온갖 위험한 일을 겪은 뒤에 첸 아저씨와 나는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사라졌던 조상님들의 땅인 판다리아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것은 계획대로 쉽게 풀리지 않았다. 신비한 유물 "판다리아의 진주"가 내게 판다리아 대륙을 찾아내는 방법을 환영으로 보여줬지만, 이 멍청한 진주는 이 여정이 얼마나 위험한 과정이 될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튼 중요한 건 판다리아에 몸 성히 도착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처음 발을 디딘 곳은 대륙의 동쪽 해안을 따라 펼쳐진 지역이었는데, 눈길 닿는 곳에는 모두 푸른 숲이 펼쳐지고 빽빽한 대나무 숲에는 온통 낯선 동식물이 가득했다.

첸 아저씨와 내게는 지도도 없었지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본 후 아무 방향이나 정해 걷기 시작했다. 방랑자의 도리를 따르는 판다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얼마 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나타나 우리를 반겼다. 도마뱀 수십 마리가 구슬처럼 까만 눈을 반짝거리며 숲 속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이들을 사우록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그 후에 알았다.) 놈들에게서는 마치 오래된 가죽을 상한 맥주에 흠뻑 적신 뒤 메이 할머니의 젓갈 반죽에 처박아 놨을 때 나는 것 같은 냄새가 났다. 그나마 참아줄 만한 건 그 냄새가 전부였다.

우리는 쭈글이 사우록들을 재빨리 해치웠다. 뭐, 대부분은 첸 아저씨 솜씨였지만. 온몸에 수많은 흉터와 전투 위장이 가득했던 놈들의 우두머리는 비교적 싸워볼 만한 상대였지만, 머지않아 그 놈도 어린 아이처럼 울면서 숲 속으로 도망쳤다.

근처에서 너저분한 사우록 야영지도 발견했는데, 다른 이들에게서 약탈한 것으로 보이는 곡식과 채소 수레, 커다란 비취 덩어리가 가득했다. 이곳을 살펴보고 있으려니까, 판다렌 한 무리가 숲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사우록이 떠나버린 것을 보고는, 깊이 고개 숙여 절하며 우리를 영웅처럼 칭송했다! 알고 보니 그 쭈글이 사우록들이 이 지역을 마구잡이로 약탈하고 있었고, 놈들을 처치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었다고 한다.

우리를 반겨준 판다렌들은 첸 아저씨와 내가 유랑도에서 왔다고 하자 깜짝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판다리아에 사는 주민들은 수 세기 동안 그 거대한 거북을 보지 못했던 탓에, 모두 유랑도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비취 숲에 있는 판다렌들도 유랑도의 판다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옷차림과 같은 사소한 차이점을 제외하면, 지난 수 세대 동안 바뀐 게 별로 없었다.

우리가 옛 방식을 따라 여행하는 모험가라는 점을 알게 되자, 판다렌들은 비취 숲과 그곳의 거주민들, 또 이 숲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옥룡사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옥룡사는 전설 속의 판다렌 황제 샤오하오를 기리는 기념비이자, 판다리아를 굽어살피는 네 천신 중 하나인 옥룡 위론의 거처였다.





첸 아저씨와 내가 옥룡사 정원에 도착하고 보니, 일꾼들이 “용의 심장”이라는 거대한 비취 조각상을 건설하고 있었다. 위론은 100년마다 자기 생명의 정수를 이 조각상으로 옮긴 뒤 새 몸을 얻어 환생한다고 한다. 이런 순환, 즉 위론이 환생할 수 있게 용의 심장을 만드는 일은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었다. 그리고 사우록 약탈꾼들은 일꾼들에게 공급되는 소중한 비취를 훔쳐내 이런 순환의 과정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사원의 수호자 중 한 분인 레인주 원로 현자님께서는 나와 첸 아저씨에게 사원 주변을 친절히 안내해 주셨고, 뒤이어 북쪽에 있는 도원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아름다운 그곳은 운룡단의 본산이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용맹한 운룡단은 이 지역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멋진 운룡을 길들이고 보살피는 일도 맡았고, 기수들은 다 자란 운룡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






나이 지긋하신 레인주 님께서는 우리가 사우록을 물리치고 비취를 되찾아 줬으니, 그 답례로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본능적으로 운룡을 한 마리 달라고 했지만(새끼 운룡이 너무너무 귀여웠다!), 첸 아저씨는 너무 과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소박한 부탁으로 만족했다. 바로 운룡을 한 번 태워달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고향에서는 거대한 학을 타 봤고, 또 고블린이 만든 비행선도 타 봤지만 운룡은 차원이 달랐다. 내가 예전에 타봤던 그 어떤 탈것보다 빠른 속도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너무 높이 올라간 나머지 옥룡사 너머로 펼쳐진 풍경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서쪽에는 구릉 초원과 농장이, 북서쪽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산줄기가 뻗어 있었고, 산꼭대기는 눈으로 덮여 있었다. 판다리아는 정말 거대한 대륙이었다. 아직도 탐험할 곳이 너무너무 많다. 나는 수 세기 동안 유랑도에 있는 판다렌들 중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거대한 대륙을 탐험하고 있었다!

첸 아저씨와 내가 비취 숲의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레인주 님에게 판다리아의 진주를 드리기로 했다. 레인주 님이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 주셨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판다렌들이 옥룡사를 지혜과 성찰의 본거지로 숭배하는 것을 보니 이곳에 판다리아의 진주를 보관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를 떠나 보내기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를 판다리아로 이끌어 줬으니 이제 진주가 다른 이들을 각자의 운명을 향해 이끌어줄 때였다.

첸 아저씨와 나는 그 후로도 몇 주 동안 계속해서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비취 숲은 끝없이 계속 이어지는 것만 같았고, 가는 곳마다 외딴 판다렌 제단, 고대의 넝쿨로 덮인 폐허, 높은 산 속 수도원 등 새롭고 흥미로운 장소가 나타났다. 유일한 문제는 첸 아저씨의 걸음이 너무 느긋하다는 것이었다. 첸 아저씨는 몇 분마다 한 번씩 자리에 앉아, “경치를 즐겨라”라는 말씀만 하셨다.

마침내 우리는 비취 숲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운룡을 탔을 때 봤던 농경 지역, 네 바람의 계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쯤 되자 나는 숲이 아닌 다른 곳을 탐험해 보고 싶어서 좀이 쑤셨지만, 앞으로 이어질 여정에서 첸 아저씨와 내가 무엇을 만나게 될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곧 우리는 스톰스타우트 가문에 대해 그동안 알고 있던 것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