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쿤라이 봉우리


난 비취 숲이 꽤 넓고 소란스러운 땅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도 쿤라이 봉우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 지역의 산맥은 어찌나 높은지,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떠서 고개를 잔뜩 젖혀봐도 눈 덮인 봉우리들이 구름 위로 사라지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우리 목적지인 백호사는 쿤라이 봉우리 북동쪽에 있었다. 비취 숲과 크라사랑 밀림에 있는 다른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백호사는 판다리아의 전설적인 천신을 기리는 장소였다. 물론, 이곳은 백호 쉬엔의 사원이었고. 열기구 조종사인 신은 쉬엔이 힘의 천신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거친 산맥에 있는 사원에 꼭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사원에 도착하자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우릴 반겼다. 생선 통을 모두 내려놓았을 때쯤에는 내 앞발이 꽁꽁 얼어 얼얼할 지경이었다. 내 친구인 띠너구리 스싸이도 추위에 시달렸다. 어느새 머리끝부터 꼬리끝까지 살얼음이 덮이고, 콧수염은 얼음이 되어 있었다. 최근에 녀석이 그렇게 못되게 굴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팠을 거다. 하지만 어제 밤에만 해도, 이 말썽쟁이 띠너구리는 통에서 생선을 훔쳐내려는 걸 나무라는 날 깨물어 버리려고 했다!

녀석이 뭔가 조금 이상했지만, 난 그 이유가 뭔지 몰랐다... 아직까지는...





생선을 배달한 후, 우리는 다시 하늘을 날아 쿤라이 지역 남쪽의 고원 목초 지대로 향했다. 이 지역의 인구 대부분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호젠 오두막과 판다렌 마을 외에도, 먹물아가미 호수 인근에서는 진위 거주지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양서류 종족의 고대 문화와 풍요로운 역사에 대해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대체 어떻게 작은 물고기들을 거품에 넣어 공중에 떠다니게 하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먹물아가미 호수를 탐험할 기회는 없었다. 아니, 사실은 쿤라이의 놀라운 풍경을 하나도 즐기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싸이가 점점 더 위험하고 제멋대로인 녀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화가 많이 났네." 신이 띠너구리의 행동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 꼬마 잘못은 아냐..." 그 판다렌은 샤 중의 하나, 순수한 분노의 존재가 산맥 높은 곳에서 탈출해서는 목초 지대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곳 거주민들 사이에서 폭력 사태가 발발하게 만들었다는 거다.

설상가상으로 털이 덥수룩한 야크 같은 모습의 유목민, 야운골들이 서쪽으로부터 침입해 들어왔다고 한다. 이 덩치 큰 자식들은 그곳을 마치 자신의 땅인 양 차지하고는, 앞을 가로막은 거주지를 모두 불태워 버리고 있다. 신은 야운골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샤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 악당들이 쿤라이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샤나 야운골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 띠너구리만큼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은 스싸이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바로 용감한 욘.

욘은 쿤라이 지역 남서부의 외딴 산, 코타 봉우리에 있는 작은 동굴에서 살았다. 그는 괴짜 같은 판다렌으로, 야생 동물들을 길들이고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능력으로 유명했다. 다행히 신이 욘의 오랜 친구였기에, 그 야생 동물 조련사는 우리를 자신의 집에 반갑게 맞아들이고 스싸이를 도와주기로 했다. 우선 그는 사나워진 띠너구리를 조심스럽게 검사했다. 종종 그는 자신의 동굴 안에 함께 사는 애완동물에게 질문을 하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벽에 걸린 기이한 옷과 장신구, 목도리였다. 언뜻 보기에도 여러 종류의 동물들에게 맞춰 뜬 것 같았다. 그 중 하나에는 욘의 애완동물 이름이 수놓아져 있기까지 했다!

"웃고 싶으면 웃어." 내가 그 옷들을 넉 놓고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그는 방어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여기는 너무 추워서 애완동물을 따뜻하게 보살펴 줄 필요가 있다고. 그 아이들도 몸이 결리거나 할 수 있어."

그렇겠지... 좀 이상한 친구였지만, 난 욘이 마음에 들었다. 그를 보면 유랑도에서 일평생 자신이 선택한 기술을 갈고 닦는 수도사들이 떠올랐다. 그는 단지 내면의 균형을 이루는 대신 토끼들에게 악어와의 싸움을 가르치는 것뿐이었다. 뭐, 그것도 나름 멋졌다.

다음 날, 욘은 스싸이에게 "자신의 분노를 집중하는 법"을 가르쳤다. 무슨 뜻이냐 하면, 띠너구리에게 다른 애완동물과 싸우는 법을 가르쳐 줬다는 말이다. 나는 내 지저분한 털뭉치가 전투에 나서 전술을 사용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녀석은 전투에 꽤 소질이 있었다!

스싸이는 실제로 오랜 전투 경험을 지닌 욘의 애완동물들과 당당히 맞섰다. 물론, 내 전략적인 지휘 덕분이긴 했다. 게다가, 그런 전투가 실제로 스싸이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적들을 쓰러뜨리면서, 녀석은 예전의 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흉터가 조금 남기는 했지만.





다음 날 아침, 나는 신과 스싸이와 함께 코타 봉우리를 떠났다. 떠나기 전, 욘은 애완동물을 보살피는 데 필요한 물품이 담긴 자신의 가방을 내게 건넸다. 기분이 언짢아 졌을 때 스싸이가 물고 놀 수 있는 장난감과 간식 등 온갖 것들이 담겨 있었다. 그 애완동물 조련사는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 점이 존경스러웠다. 그는 그저 야생 동물들을 길들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스싸이를 도와줬던 것이다. 물론, 내게 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신은 열기구를 동쪽으로 몰아 가면서 날 어디에 내려주면 되겠냐고 물었다. 한창 얘기를 하는 도중에, 지상의 무언가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십 명의 판다렌들이 쿤라이의 남쪽 경계지에서 거대한 관문을 통과하는 모습이었다.

신은 그것이 위대한 천신회의 관문이라고 했다. 관문이 열리는 모습은 그에게도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그 장벽은 수천 년 동안이나 닫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장벽 너머에는 오랜 세월 동안 신화와 전설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공간, 영원꽃 골짜기가 잠들어 있었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일평생 발을 들일 수 있는 곳...

그러니까 그 골짜기는 모든 탐험가가 꿈꾸는 곳이다. 그래, 내가 이제 찾아갈 곳도 바로 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