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에서 김대일 PD를 만났다. 쌀쌀한 겨울의 문턱을 넘는 11월 중순, 김대일 PD는 따뜻한 B2B 부스 미팅룸을 마다하고 야외에서 인터뷰를 하길 원했다. 바람도 차가웠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 담배 한 개비를 다 태우자 비로소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대일 PD는 1차 CBT 이후 검은사막의 어떤 점이 변했냐는 질문에 "한 달 주기로 게임이 확 변한다"고 말했다. 방향이 맞는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달리는 것은 김대일 PD의 주특기다. 지난 1차 CBT는 그 방향을 확인하는 테스트였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고 자평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도 있었지만 릴, R2, C9이 그랬듯 항상 그래왔으니까.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다만 걱정이 있다면 완성도다.

1차 CBT에서는 기간이 짧고 인원도 5,000명으로 제한적인 테스트가 이루어졌지만 2차 테스트에서는 모든 면에서 '제대로'된 테스트가 이루어진다. 대비해야 할 변수도 많아진다는 말이다. 다가올 2차 CBT에서 검은사막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 인벤이 직접 물어봤다.

[▲펄어비스 김대일 대표]


현재 워리어, 레인져, 소서러, 자이언트 외에 4가지 직업을 더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전에 살짝 공개된 직업도 있는데 해태를 소환해서 싸우는 소환사 직업과 할아버지 외형을 한 마법사(간달프 이미지와 닮은), 여성 전사(발키리)와 동양 무사 컨셉의 직업이 향후 공개될 예정이다.

해태와 함께 싸우는 소환사가 좀 독특한 컨셉의 직업인 것 같다.

=소환사는 짧은 검(피리 겸용)을 무기로 전투를 하는데 성장하면서 '해태'를 소환해 함께 전투를 하는 클래스다. 해태는 공격을 돕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타고다닐 수도 있다. 성장하는 개념이라 해태의 모습 자체는 변하지 않는데 스킬을 사용할 때 다리나 머리 등 부분적으로 소환해서 공격할 수 있다.

검은사막의 특징 중 하나가 직업별로 탱, 딜, 힐 개념의 역할을 분담하지 않고 모두 다 싸우는 컨셉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차후 추가되는 직업에도 해당 컨셉이 그대로 적용되나?

=그렇다. 파티플레이 개념보다는 일종의 '코옵(co-op)'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특정 포지션이 배정되는 형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고 그것을 해결하는 형태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탱, 딜, 힐 등 역할 구분이 없는 게임은 기존에도 많이 나왔지만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누군가는 탱커 역할을 맡아야 하고 누군가는 딜러를 해야한다. 그 때문에 혼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역할은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현재 개선된 파티플레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아마도 2차 CBT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1차 CBT를 무사히 마쳤는데 반응에 대해 만족하는가?

=특별히 기술적인 문제도 없었고 갑작스러운 서버 다운이나 클라이언트 관련 이슈도 없었다. 기본적인 플레이도 잘 돌아간 편이라 그런 부분에서 만족한다. 하지만, 1차 CBT 기간이 짧아 전반적으로 모두 테스트한 면이 있다. 많은 콘텐츠를 공개했는데 그걸 한번도 즐기지 못한 유저들도 많아 다음 테스트는 좀더 길게 가져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1차 CBT에서 받은 피드백 중 2차 CBT에서 개선되는 콘텐츠가 있다면

=초반에 가이드가 없다보니 전반적으로 게임이 어렵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 사실 내부적으로 테스트를 해봐도 초반이 답답하고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아예 튜토리얼을 만들지도 않았으니까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부분은 많이 개선될 것이다.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라 지금 플레이 버전을 하다가 1차 CBT 버전을 하면 "이렇게 답답한걸 우리가 플레이 했어?"라고 말할 만큼 달라져 있다.

액션이 많이 강조된 게임인데 그에 대한 피드백은 어땠나?

=내부 지표를 뽑아봐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유저들이 다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는데 일단 액션 자체가 어렵고 공격 중 캔슬이나 연결되는 액션에 대해서는 설명이 거의 없는 편이라 이해하는 사람만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다음 버전에서 수정될 것이다.

대형 퍼블리셔를 끼고 게임을 개발하게 되면 아무래도 게임의 방향성에 대해 퍼블리셔의 입김도 닿기 마련이다. 김대일 PD는 언제나 자기 색깔이 강한 게임을 개발했는데 '검은사막'도 그렇게 개발했다고 생각해도 되는 것인가?

=당연하다. 퍼블리셔인 다음에서도 개발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소신대로 개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개발자들이 모두 자기 주관을 가지고 개발하지만 한계에 부닥칠 때도 있고 어쩔 수 없이 개발 방향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퍼블리셔라면 이런 상황에서 게임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보내주고 개발사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검은사막은 우리의 의지대로 잘 개발되고 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된다(웃음).

그래서 다음과의 관계는 현재 어떤가?

=우리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서 항상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또, 테스트가 끝난 시점이라 개발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데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개발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많지만 우리 상황을 이해하고 빌드가 어느정도 올라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검은사막'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안이 탐험, 무역, 사냥으로 나눠진다. 만약 어떤 유저가 탐험 콘텐츠만 즐긴다면 나중에 사냥만 즐긴 유저와 비슷한 스펙을 유지할 수 있나?

=캐릭터가 강해지길 원한다면 사실 모든 콘텐츠를 다 플레이해야 한다. 물론, 전투적인 면에서 강하게 성장하고 싶다면 사냥 위주로, 돈을 모으고 싶다면 무역만 집중해서 개별 성장은 가능하다. 하지만 각각의 콘텐츠는 모두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콘텐츠만 하다가도 "아 이걸 해놓으면 좋구나"라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것이다.

1차 CBT에서 공개된 사냥, 무역 등의 콘텐츠 진행 속도는 의도한 것과 차이가 있었나?

=사냥 속도는 대충 맞았던 것 같다. 지금 속도보다 더 늘어지게 되면 재미가 떨어지게 된다. 무역은 참여한 유저가 적어서 시스템을 파악한 유저들이 돈을 많이 모았다. 여기서 우리가 약간 가능성을 느꼈던 것이 무역이나 친밀도 시스템은 겨우 구현만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도 안할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것도 꽤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유저들이 좀더 깊게 파고들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추가하고 있다.

1차 CBT 당시 사냥만으로는 물약 값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물약값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 수리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부적으로도 계속 수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수리비를 낮춘다고 게임이 더 재밌어 지는 것은 아니니 다른 식으로 풀어가려고 한다. 현재 그 방법을 대충 찾은 것 같고 다음 CBT에서는 개선된 버전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공성전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차후 공성전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공성전을 할 때 싸우는 사람, 돈을 대는 사람, 전략을 짜는 사람, 고용 NPC를 많이 내놔야 하는 사람, 건설에 참여해야하는 사람 등으로 분리하여 각자의 역할이 이루어져 팀의 승리가 되는 시스템으로 구상 중이다. 어느 정도 개발은 되어 있지만 이렇게 진행 하기에 일주일이라는 테스트기간이 너무 짧았다. 원할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며 새로운 공성전은 2차 CBT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공성 진행 방법도 많이 달라진다. 1차 CBT때 처럼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당시에는 공성전을 실시 했을 때 클라이언트가 버티는지 등의 테스트가 필요했다. 데이터는 다 뽑은 상태이며 테스트 케이스도 완성되었다. 다음에는 좀 더 원할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다.

공성전이 열릴 때 갑자기 모든 지역에서 PK가 이루어져 게시판에도 날선 공방이 오갔다

=사실 필드 PK 제한이 풀린 것은 버그였다. 갑작스럽게 생긴 버그 때문에 고생하신 분들에게는 이 자리를 빌어 죄송스럽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아쉬운 버그 중에 하나였다.

PK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가?

=어느 정도 손을 봐야할 것 같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돼 모든 논란의 중심이 된 것 같기도한데 내부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분명 게임에서는 필요한 요소지만 이것을 정말 싫어하는 유저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유저들을 위한 방안책을 마련 중이다

그렇다고해서 PVP 자체를 선택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필드 PVP 시스템이 없으면 MMORPG를 완성하는 것에 이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좀더 다듬어서 납득이 될만하게 만들고 싶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공헌도를 주는데 추가적으로 경험치를 주지 않으니 사냥만 하는 경우도 생긴다.

내부 데이터를 봤을 때 퀘스트를 수행하는 분들을 정말 많았다. 공헌도 자체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공헌도를 가지고 아이템을 얻거나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이 되어 있고 점점 다양하게 확장 될 것이다.

사실 퀘스트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저들이 성장을 위해 퀘스트만 찾거나 퀘스트가 끊겼을 때 게임 콘텐츠 자체가 끝난 것처럼 "할게 없다"고 말한다. 검은사막이 만약 퀘스트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게 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검은사막은 인스턴트 던전이 없다. 필드 보스로만 끌고 나가기엔 무리도 있어 보인다

=사실 인스던전도 처음엔 만들어놨다. 그런데 몇가지 문제가 있었고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인스던전이 장점도 있지만 플레이어들끼리 공간이 단절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 지금은 이러한 플레이 단절을 막고 유저들이 게임플레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파티를 이루고 보스를 공략할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하고 있다.

1차 CBT에서도 필드보스가 나왔는데 지나치게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원래 40레벨 기준으로 디자인된 보스다. 1차 CBT 통계를 받아보니 테스트 기간이 짧아서인지 평균레벨이 20~30대 정도더라. 분명 이 레벨대에 잡을 수 있는 보스는 아니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의견이 많다. 어떤 기준을 세우고 있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자유도가 높으면 좋긴한데 게임성을 어그러트리는 부작용도 있다. 일종의 '트롤'이라고 해야할까. 개성이 있는 것은 좋긴한데 너무 지나치면 안되니깐 적당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2차 CBT를 2014년 초에 실시한다고 밝혔는데 더 구체화된 부분이 있나

=테스트 일정은 퍼블리셔와도 상의를 해야하고 언론에 구체적인 일정을 말해버리면 우리가 거기에 맞춰 개발을 해야하니깐 힘들어진다(웃음). 계획 중으로는 내년 상반기 중에 실시할 예정인데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니 너무 늦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