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의 의견에 토를 달았다는 이유로 회의에 참석한 직원 모두에게 경위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경위서를 거부하면 징계하고, 연봉을 삭감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사소한 업무 실수를 이유로 경위서를 쓰게 됐는데, 경위서를 제출하면 빨간펜으로 정정해 다시 쓰라고 합니다. 어떤 날은 온종일 업무도 하지 못하게 경위서를 계속 반려시킵니다." 노동전문가들이 결성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9월 접수된 직장 내 '경위서 갑질' 143건 중 일부를 25일 공개했다. 경위서를 이용한 갑질 제보 중에는 경위서 내용에 상사가 원하는 문구를 집어넣어 잘못을 인정하게 만든 후 이를 반복해 징계하거나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직원이 작성한 경위서에 상사가 빨간 펜을 긋거나 불러주는 대로 쓰게 만들어 모욕감을 주고, 한번 쓴 경위서를 끊임없이 반려시켜 괴롭히는 수법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갑질119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실수를 했다면 육하원칙에 따라 건조하게 사실관계만을 쓰라"고 조언했다. 2010년 대법원은 "경위서가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수준을 넘어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사용자의 경위서 제출 명령은 근로자의 양심의 자유 침해이며 업무상 부당한 명령"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직장갑질119는 "경위서라는 제목으로 사실관계를 쓰더라도 상사가 반성, 사과, 재발 방지, 처벌 등의 단어를 강요한다면 대법원 판례와 근로기준법에 따라 위법하기 때문에 거부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