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CBT 16일차 서버가 종료된 뒤, 검은사막 인벤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나룻배를 만들었습니다!!'라는 글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소서러 유저인 '생'(인벤 닉네임 - 야마루컴퍼니)은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선박 제작에 도전했고, 첫 번째 선박인 나룻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마차도 있는데, 고작 나룻배가 왜?'라고 가볍게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영이 불가능한 검은사막의 바다는, 정복은 커녕 접근조차 꺼려졌던 미지의 영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룻배의 등장이 갖는 의미는 땅 위를 달리는 마차와는 격이 다르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검은사막은 1차, 2차 CBT 기간동안 지상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선보여 왔습니다. 당장 공개된 것이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해상 콘텐츠는 지상 못지않게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이 가능한 만큼 검은사막의 미래를 논하는데 빼놓기 어려운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은사막의 배 1호로 기록될 나룻배, '희유호'의 주인은 해적왕을 꿈꾸는 야심찬 모험가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어류도감을 완성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낚시꾼이었죠. 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보다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소위 '초식 유저'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 검은사막 배 1호 '희유호' 드디어 공개!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드디어 물 위를 마음껏 거닐며 바다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던 기자는, 생과 만나기로 한 벨리아 마을 부둣가에 도착했습니다. 없는 공헌도를 쥐어짜 낚싯대도 하나 빌려들고 귓말을 날렸죠.


"생님, 어디세요?"

"제가 지금 멀리 나와있어요. 금방 갈게요."

"어디까지 가셨는데요?"

"지금 일리야 섬에 왔는데..."

"일리야 섬이요?!"



그렇다, 일리야 섬은 레인저에게만 허락된 지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룻배를 완성한 뒤로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생은 이미 소서러 캐릭터로 일리야 섬을 방문하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나룻배, 타 보실래요?"


사양할 이유가 없죠. 기자는 선착장에서 힘껏 점프해 나룻배에 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너무도 익숙한 죽음의 공포가 온 몸을 휘어감는 것을 느꼈습니다. 배가 가라앉고 있었거든요!


기자가 느끼고 있는 공포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태연히 배를 저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배가 하늘을 날기 시작했죠.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려고 했건만, 배 뒤로 보이는 것은 산과 하늘 뿐이었습니다.



저기요?! 가라앉고 있는것 같은데요?



하하! 아니군요, 날고 있네요.


안타깝게도 현재 나룻배는 여러 가지 오류들이 겹쳐져 제대로 된 시승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배의 주인을 제외한 탑승객을 장애물로 인식해 계속해서 충돌이 일어나고, 탑승객의 시점에서는 배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이어졌던 겁니다.


두어 번 익사를 경험하고 났더니 더이상 배에 올라탈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만 같았고, 결국 그와의 인터뷰는 선착장에 걸터앉은 채 진행하게 되었죠.



더 이상 못 타겠어요 저는



◆ 벨리아 마을의 낚시광이 나룻배를 만들게 되기까지

생이 처음부터 나룻배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작이나 채집과 같은 생활 콘텐츠 소개를 보고도 너무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로 사냥만 계속해 왔을 정도였죠. 그러던 중, 길드에서 목공 기술을 올리던 분들을 통해 나룻배의 존재를 접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2차 CBT를1일차부터 시작했어요. 처음 검은사막을 접했을 때의 목표는 어류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었지요. 그 외에 제작이다 노드다 하는 것들은 너무 어려워 보여서 엄두를 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렇게 줄곧 사냥과 낚시만 해 오다가, 길드원을 통해 목공 기술로 나룻배를 만들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죠. 나룻배를 만들어서 바다 낚시를 해 보라는 말을 듣고는 결심이 섰어요. 그게 5월 2일이었죠,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요."



나룻배 제작을 위해서는 목공 5단계 기술과 1단계 이상의 숙소가 필요합니다. 목공 기술 연마를 위해 집을 구매하고 목공소를 마련하려는 그를 기다린 것은 무지막지한 용도 변경 재료였지요. 지난 5월 3일 패치 이후 골드만 있으면 간편하게 집의 용도를 바꿀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엄청난 양의 재료가 필요했거든요.


▲ 2차 CBT 초반, 집의 용도 변경을 위해 필요했던 재료 목록
기자도 이 표를 보고 꿈을 접었습니다.


재료 수 패치와 함께 목공소와 숙소의 등급별 용도 변경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정작 나룻배 제작에 필요한 재료의 양을 보고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철 주괴 2개, 상급 떡갈나무 원목 2개, 상급 삼나무 원목 2개. 5등급 목공소에서 나룻배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에요. 채집이나 제작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은 쉽게 감이 오지 않겠지만, 저 재료를 1차 채집 재료로 따져보면 그 수가 엄청나거든요.

철광석 100개, 떡갈나무 800개, 삼나무 800개를 확보해 가공해야 하는 셈이에요.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죠."



※ 5월 9일 CBT 서버 업데이트를 통해 나룻배의 제작에 필요한 재료는 [상급 떡갈나무 원목 x 1 개 / 상급 삼나무 원목 x 1 개 / 철 주괴 x 1 개]로 감소했습니다.



이 배를 만드는데 나무 1600그루가 들어갔습니다


"제가 심마니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직접 채집하고 돌아다니는건 좋아해요. 뭐가 나올까 두근두근 하는 맛이 있달까요? 지금은 대도시에 재료 상인들이 추가되서 골드만 있으면 곧바로 재료를 사서 쓸 수 있지만, 직접 재료를 채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좋아요.

그런데 떡갈나무같은 일부 재료는 직접 채집으로 구할수가 없고 일꾼을 보내야만 채집할 수 있더라고요. 직접 채집하는게 번거로운 분들에겐 편하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저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어요. 차라리 제가 직접 가서 캐 올 수 있었으면 더 편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게 지금의 나룻배 재료처럼 엄청난 양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봐야겠죠(웃음)."




생님이 공개한 피와 땀의 결실, 선박 등록증 : 나룻배



최대 하중이 설정된 나룻배, 무역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될까요?



◆ '희유호'의 완성, 남아있는 아쉬움

나룻배가 완성되자 배의 이름을 길드명과 같은 '희유호'로 지었습니다. 발벗고 나서 재료를 지원해 주고 가공을 도와준 여러 길드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길드원들은 배의 지분을 요구하는 대신,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자'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고 합니다.



완성된 나룻배의 이름은 길드명을 따 '희유호'로!


누구나 마찬가지일겁니다. 공을 들인 만큼 돌아오는 것이 있어야지요. 나룻배가 큰 돈을 벌어다 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즐겁게 가지고 노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기를 바랬습니다.


2차 CBT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분야에 패치와 업데이트가 이루어졌지만, 나룻배에 도전한 이들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오류가 발견되었고, 그들이 기대했던 발레노스 앞바다 탐험도 당장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신 새로운 놀이를 찾아냈습니다. 날으는 나룻배 떨어트리기!


"많이 아쉽죠. 몇 명이 달려들어 연휴 내내 나룻배 만들기에 집중했는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CBT 기간이니까 서로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여러가지 문제점을 찾아내고 고쳐가기 위한 테스트잖아요.

정말 아쉬운 것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더라도 육지에서 하는 낚시와 차이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제대로 된 물고기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이번 2차 CBT에서는 아직 해상 콘텐츠를 보여줄 준비가 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제가 나룻배를 만들게 된 이유는 '바다낚시'를 위해서 였는데.

만약 나중에 나룻배보다 더 크고 멋진 함선이 등장하더라도 다시 나룻배를 찾게 될 것 같아요. 친구들과 같이 배를 타고 조금 더 먼 바다로 나가서 바다낚시를 하고 싶거든요. 나룻배보다 물고기가 더 잘 잡히는 '어선'같은 배도 나오지 않을까요?"






CBT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닥사와 제작/생활 시스템 사이의 균형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수께끼와 같은 지식 얻기, 과도한 수량을 요구하는 재료, 너무도 복잡한 과정. 이에 비해 얻는 것은 너무나도 초라하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직접 겪은 그도 많은 아쉬움을 느꼈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죠.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 제작 기술에 투자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뽑아낼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춰 주었으면 좋겠어요. 낚시로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거나 하는 것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 5분만에 100만 골드 상당의 아이템을 얻는 것은 실제로 가능했던 일이잖아요.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지금처럼 '막피'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것도 그래요. 결국은 닥사를 통한 빠른 레벨업 이후 할 것이 없어진 유저들이 PVP 콘텐츠에 눈을 돌린거죠. CBT 기간 동안 수많은 콘텐츠가 공개되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잖아요? 그 이유가 메리트가 부족해서는 아닐까 생각해요."









검은사막은 아직 해상 콘텐츠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수영조차 할 수 없어 조금만 깊은 물에 들어가면 익사하게 마련이라, '물 공포증'이 생길 정도입니다.


이렇게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는 만큼, 어떤 콘텐츠가 등장하게 될 지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갑니다.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미니게임과 복잡할 정도로 꽉꽉 들어찬 각종 시스템을 보고 있노라면, 분명 해상 콘텐츠도 이에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도입되리라는 기대가 자연스레 이어지죠.


그도 처음에는 텅 비어있는 바다를 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젠 '기다리겠다'며 초연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정식 서비스가 늦어지더라도, 그만큼 완성된 게임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기다려 주는 것이 유저로써 해야 할 일이고요.

제가 1차 CBT에도 참여 했었거든요. 1차 CBT에서 많은 유저분들이 편의성이나 '불친절함'에 대한 항의를 했었어요. 그리고 2차 CBT는 1차와 비교해서 정말 많은 부분에서 유저들 의견이 수렴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불만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요. 모두의 기준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네요.

2차 CBT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이 고쳐지고 새로워졌잖아요? 모든 유저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게임이 될 수는 없어도, 많은 유저분들에게 인정받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펄어비스 힘내세요! C9 유저로써 검은사막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