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자게에 한 번 징징대긴 했는데 여기에 다시 정리해봅니다.

이번 패치는 직접적인 너프/버프라기보다는 스타일을 통째로 갈아엎은 느낌이라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니 그냥 이래서 접은 사람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pvp는 안 하고 사냥만 하는 초식 길드의 초식 유저입니다. 씹처 시절 시작해서 66까지 열심히 해왔고요.

인벤에서 아처 까이는 거 볼 때마다 마음도 아프고, 이대로 계속 하는 게 맞나 싶으면서도 포기를 못했습니다. 캐릭에 많은 투자를 하고 (무게도 풀, 가방도 거의 맥스) 오래 해오면서 애정이 생긴 것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들은

1. 제가 컨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고 무엇보다 새로운 직업에 적응을 잘 못 합니다. 예전에 한 번 전이로 전승 매화 해보다가 적응이 안 돼서 1주일만에 포기도 했었습니다.
2. 그래도 아처가 한방 사냥터에선 좋으니까 사실 최상위 샤냥터 빡세게 돌면서 단시간에 많은 돈 끌어모을 생각이 아니면 쓸 데는 제법 있는 편이었습니다. 예전에 물약작도 편하게 했고, 오캠 정도까지는 나름 깡패에 속하니까요. 지도/나침반작도 히스 정도를 제외하곤 충분히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3. 많은 스킬들이 버려지고 일부 스킬에 비중이 몰린 탓에 아무 생각 없이 몇 개 스킬만 돌리다가 적당히 낙살 무쿨로 몇 방 더 쳐도 이런 사냥터들은 무난하게 돌아졌습니다. 영상 보면서 하려면 생각을 안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번 패치는 위의 세 가지를 다 가져간 거나 다름 없습니다. 스킬들이 대거 개편되면서 새로운 딜 사이클을 만들고 적응을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한방 사냥터에서의 효율은 오히려 퇴화한 것 같습니다. 버프된 스킬들 잘 돌리면 충분히 커버 된다고 하는데, 컨이 좋은 사람한테나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생각도 많이 하면서 스킬을 돌려야 되고요.

이렇게 제가 아처를 하던 장점이 다 사라졌으면 다른 장점이 크게 와 닿는 거라도 있어야 되는데, 그렇다고 딱히 상위 사냥터에서 op캐릭이 된 것도 아닌 듯 합니다. 잘 봐줘야 아예 못 쓸 캐릭터에서 그래도 1인분 언저리 하는 중간층 정도 된 것 같네요. 그런데 그것도 그냥 세진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컨트롤 스트레스가 심해진 상황이라 정말 이득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번 패치는 사냥이든 pvp든 컨을 잘하고 딜 사이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유저들한테는 어느 정도 기회를 부여한 면이 있지만 저처럼 효율을 극대화하지는 못하더라도 편하게 게임하고 싶은 유저들에겐 영 별로라는 생각입니다. 낙살 무쿨 없앤 건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건 오로지 캐릭터의 상한만을 고려한 견해라고 생각해요. 10% 세지기 위해 50%의 노력을 더 해야 한다면 그 자체로 불만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있고 낙살 무쿨 제거에 대한 반발이 많은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봅니다.

연구소에 업데이트가 나오고 나서부터 매구로 전이해서 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매구사막 하는지 알 거 같습니다. 매구 시작하고 이틀만에 엘텐도 먹어서 이제 필라쿠 외엔 하위 사냥터를 돌 일이 아예 없기도 하고 이대로 쭉 만족하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처가 다시 씹처 됐다는 이야기 정도 나오지 않는다면 아마 이대로 계속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 검은 사당 하위 난이도들은 모험일지 미는 동안 계속 아처로 할 거 같긴 합니다. 상위 보상 먹기가 너무 수월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