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특정 인물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북해에 열린 항구도시 함부르크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항구'의 이미지와 조금 달랐다. 이 곳은 끈적이는 바닷바람보다 화로의 열기가 대기에 가득차 있는-그리하여 마치 북구 신화의 손재주 뛰어난 장인들, 드워프(dwarf)가 모여 사는 도시라는 인상을 여행자들에게 주는 것이었다. 

신대륙이 열리고 신항로가 뚫리면서 위세 좋던 한자 인장은 빛을 잃었다. 포르투갈 상인들이 쏟아내는 인도 산물들과 에스파니아 군인들이 털어놓은 신대륙 은의 공세란 뚝심 넘치던 북해 남자들도 무릎을 꿇지 않고 버티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인걸은 간데 없어도 산천은 의구한 법. 함부르크의 석탄과 납, 주석, 철광이나 동광 따위에 발빠르게 손 댄 잉글랜드와 홀란드(Holland, 네덜란드)의 대장장이들 덕분에 도시의 영화는 과거의 영광 따위 비할 바가 아니었다. 부가 몰리자 인구도 늘었고, 도시의 힘이 강해지면서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도 감히 손대지 못할 자유도시 함부르크가 탄생한 것이다.

함부르크 시민들의 자랑거리는 많았다. 프랑스 와인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맥주와, 종교 개혁 와중이라 뒤숭숭한 정세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치안. 덕분에 몰려든 신교의 유명인사들, 마이스터들, 예술가들... 그리고 광장 한 구석에 저택을 갖고 계신 마르틴 루터 선생님.

네덜란드의 유명한 모험가 한스에게도 그 이름은 신앙이었다. 독립전쟁 와중 에스파니아 군인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형 에른스트. 그 죄목이 '이단'이었던 것처럼. 그래서였을까. 한스는 집요하게 종교 유물 탐색에 재능을 불태웠고, 12년에 걸친 추적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었다. 주의 옆구리에 상처를 내었다는 성 롱기누스의 창. 고향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한 여행은 나폴리와 런던을 거쳤고, 와중에 그는 이교도의 소굴 이스탄불에 변장하고 잠입하는 모험까지 성사했다. 그러나 롱기누스의 창이 어디에 있는지 소재를 아는 이가 바로 함부르크의 루터 선생님이라니! 이것을 등잔밑이 어둡다고 하던가.

길가의 주점에서는 거친 노랫소리와 술냄새가 흩어져나오고,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는 하얀 눈송이가 방울방울 흩날리는 거리. 한스는 조심스럽게 존경하는 루터 선생님댁 현관을 노크했다. 두근. 두근. 스스로의 심장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릴 수 있을까... 그러나 루터 선생님의 말씀은 청천벽력이었다.

"롱기누스의 창? 주인을 찔러 그 피가 묻은 창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성서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 하늘의 모양을 살필 줄은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볼 수 없냐고. 부정한 생각으로 신에게 등을 돌린 시대의 사람들은 표시를 원하지만 요나의 표시 이외에는 줄 수 없다고."

"롱기누스의 창인지 뭔지를 가지고 싶으면 교회에라도 가게. 나는 표시를 추구하는 걸 완강히 부정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무엇 때문에 창을 원하는거지? 창 자체에 기적을 구하여 전설과 같은 힘을 원해도 그럴 수 없을거야. 성창은 주의 수난을 기억나게 하는 정도의 것이니까."(롱기누스의 창 퀘스트 발췌)

한스는 허망함에, 한편으로는 뒤통수를 후려치는 강렬한 충격에 그만 그자리에서 무릎을 꿇어버리는 실례를 저질렀다. 아아.. 성경으로 돌아가라는 말씀, 도대체 나는 지난 12년간 무슨 허황된 짓을 하고 있던 것일까요. 주께서는 나와 함께하시는데, 어째서 나는 외형에 치우쳐 있던 것일까요.
한스의 눈에서 깨달음의 눈물이, 참회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 타로 카드를 한 장 뽑아보지 않겠는가? 단돈 1000두캇이라네."

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오옳지.. 보세.. 자네가 뽑은 카드는.. 저런, 안되었군. '달'이 아닌가. 항해중에 재해가 많이 발생할 모양인데."

잠깐만요, 루터 선생님. 타로는 집시들이나 가지고 노는게..

"뭣인가? 1000두캇이 없다고? 이 사람, 나는 땅파서 장사하는줄 아는가? 이 카드 한장 만드는데 무려 종이가 22장이나 필요하단 말일세! 무례한! 당장 내 집에서 나가게!"

저기요, 루터 선생님, 루터 선생님?

...........길가의 주점에서는 거친 노랫소리와 술냄새가 흩어져나오고,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는 하얀 눈송이가 방울방울 흩날리는 거리. 함부르크 시민들은 어느날부터인가 지저분한 노숙자 하나를 일상에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