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랄!"
술집에서 나온 율리안은 분통부터 터뜨렸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자신에게 준 치욕이 분하고 분했다. 홧김에 칼을 휘둘렀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율리안은 근처에 싼 여관집에 들어가 방에 짐을 풀었다. 침대에 누으니 당장 내일 일이 걱정되었다.
 '그러고보니 아무것도 생각한 게 없잖아.'
집을 나가서 어떻게 살까도 고민하지 않고 일단 뛰쳐나왔지만 후회막급이었다. 한참을 침대 위에서 뒹굴며 고민하던 율리안은 어느 새 스르륵 잠이 들어있었다.

 한참을 곤히 자던 율리안은 아침이 되어 시끄러운 고함에 잠이 깼다. 불쾌함을 팍팍 느끼며 창문을 열자 어떤 관리가 군중들을 모아놓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폐하께서는 용맹스럽게 전쟁터로 나갈 용사들을 원하고 계신다! 자신이 이 성스러운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자들은 앞으로 나오라!!"
관리의 말을 듣고있던 율리안은 기가 찼다.
 '결국 죽으러 가자는 것 아닌가?'
군중들이 망설이는 것이 보이자 관리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병사들을 투입시켰다. 병사들은 마구잡이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을 끌어냈다. 아내나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며 막았지만 병사들의 위협에 결국 자기 친우와 남편을 보내야만 했다. 끌려온 남자들은 강제적으로 전쟁터로 가겠다는 서약서를 써야만 했고 도장이 찍힌 서약서는 관리가 들고있던 가죽주머니로 들어갔다. 관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전쟁터로 나가자는 말을 외쳐댔다. 가만히 보고있던 율리안이 앞으로 나섰다. 관리는 반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젊은이!! 진정 이 나라를 위해 성전에 나갈텐가?!"
 "성전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안나가도 끌려갈 거, 많이 가는게 좋지 않습니까?"
율리안의 당돌한 말에 관리는 잠시 불쾌감을 느낀 듯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네같은 겁없는 젊은이들이야말로 폐하께서 찾는 사람이지. 여기 서약서를 쓰게."
율리안은 재빨리 휘갈겨쓰고는 도장까지 자기 손으로 직접 찍었다. 그리고는 관리에게 내밀었다. 관리는 재빨리 가죽주머니에 챙겨넣고는 군중들에게 소리쳤다.
 "여기 이 젊은이처럼 자신있게 가겠다는 젊은이들이 없는가!!"
율리안의 행동에 고무되었는지 몇 명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나와서 서약서를 썼다. 이내 분위기를 탄 건지 꽤 많은 사람들이 서약서를 쓰고 전쟁에 자원했다. 그 모습을 보던 율리안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자신들이 어디로 나가는 지도 모르고 거침없이 생명을 맡기는군.. 불행한 바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