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에게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을 느껴본적이 있나?

나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네.

바람은 모두에게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생생히 살아나게 해준다네.

바람을 더이상 느낄 수 없을 때에, 그 사람은 죽었다고 하지.



당신은 '나'에게 비춰지는 빛의 느낌을 느껴본적이 있나?

햇빛의 뜨거움? 그런것이 아니야.

알전구 하나에서조차도 '찬란함'이란것이 몸으로 느껴진다네.

그리고 그 찬란함은 당신이 숨쉬는 이 공기조차도 화사하게 만들어주지.

빛을 더이상 느낄 수 없을 때에, 그 사람은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될거야.



-



나는 사형수다.

사형을 당하는 이유라 함은 간단하다.

내가 쓴 책에 나라의 대표당이라는 '선진평화당'의 이미지를 구기는 언어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난 이제 곧 조지 오웰의 소설 중 한개에서 나왔던 '증발당한다'라는 표현을 몸소 체험하게 될것이다.

지금 나는 '중범죄'를 행한 범죄자라는 이름 하에, 큰방 한구석에 홀로 있다.

이곳에 있는 것이라곤 조그마한 책장에 있는 선진평화당의 위엄과 이로운 행적들을 알리는 책자와 함께 A4용지 여러장과 펜 몇개가 있는게 다다.

아무래도 A4 용지와 펜은 내가 사형당한 후 인공위성 전파를 통해 전국에 비웃음거리로 소개할 글을 쓰라는 것일테다.

내가 "살고싶다"라는 말을 적는다면 그들은 내가 어째서 죽는지,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리지 않은 채, '중범죄자 주제에 삶을 원한다'라며 세상에 떠들것이고, 내가 "선진평화당? 명칭과 행실이 따로노는 쓰래기로구나"라고 적는 순간 '이것이 바로 진정한 반역자의 표본'이라며 '정말 어리석은 사람'으로 나를 소개할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글을 보며, '누군진 몰라도 어리석군'이라는 생각을 할것이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5일.

조그마한 독방 위에 있는 철창이 달린 창문은 지금이 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달빛 한조각조차 들어오지 않는 넓지도 않은.

바람 한조각조차 내 몸에 부서질 수 없게 만든 아쉬움을 안겨주는 고문의 창문이 지금이 밤을 알려주고 있다.

나는 책장 위에 올려진 담요와 구석에 쌓여있는 두꺼운 이불을 펴고 잠자리에 누웠다.

지금의 난 죽음에 대한 인식? 두려움? 그 무언가도 느낄 수 없다.

내가 수감된 2일. 2일이란 시간동안 낮에는 도망칠지도 모른다며 철판으로 창문을 가리고, 밤에는 철판이 사라진다 하나, 창문이 작아 달빛조차 들어오지 않으니 제대로 된 빛 한번 느꼈을 리 없고, 내 키 170cm로도 밖을 볼 수 없게 만들어놓은 높은 위치에 있는 창문덕분에 바람 한번 느껴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독방 천장에 달린 알전구를 켜주는것도 아니다.

제발.. '제대로된 자연'을 느껴보고싶다.

앞으로 5일동안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긴 싫다.

'빛. 바람. 제발 그것들을 느끼게 해줘...'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서, A4용지와 펜을 꺼내들었다.

나는 A4용지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나는 떠오르는 말들을 곧바로 끄적이기 시작했다.



「바람아 불어라.」

「조그마한 독방에서 나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것은 바람밖에 없다.」

「지금껏 그대가 걸어왔던 모든 대화를 느끼지조차 못한 나이다.」

「그러고도 바람, 그대에 대한 글을 잘도 써왔던 나야.」

「부디 바람아 불어 내가 숨쉼을 느끼게 해주오..」



다섯번째 문장을 적고 나서 나는 내 눈이 흥건히 젖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문장을 적은 뒤, 잠에 들었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세상. 시간이 흐르는 곳은 오직 바람이 부는 저 바깥 뿐이야.」



다음날.

비로소 시한부 4일이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내 감옥 앞에도 간수가 생겼다.

다른 사람 같았다면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반가움'이라는 감정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보시오.."

"..."

나를 등지고 서, 내 독방을 감시하고 있어서였을까.

그는 내 말을 들은체조차 하지 않았다.

"여보시오.. 죽어가는 사람한테 부탁이 하나 있어."

"뭔가."

그는 고개를 돌려보지도 않고, 말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람의 목소리에 눈이 흥건히 젖어왔다.

"그래그래.. 야외감옥으로 옮겨주면 아니되겠는가.."

"걱정 마라."

"무슨소리인가. 그렇게 해주겠다는것인가!"

나는 간수의 싸늘한 한마디에 따뜻함을 느꼈다.

드디어 바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가.

차가운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하루 24시간을 계속 지내야 한다는 고문과도 같은 야외감옥살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되었다니.

차디찬 가을바람을 맞는것이 범죄자들에겐 악몽일지 모르나, 내게는 축복이 아니던가!

"그렇다. 우리 수감소의 소장님이 네놈의 글을 아주 좋아하셨지."

"무슨소리지..?"

"어리석음이 뭍어나는 글을 실어 소장님에게 웃음을 주긴 했지만, 그 전까지의 글은 감명깊게 잘 보셨다고 하셨다."

내가 쓴글이라면...

「바람아 불어라」

「한국과 미국의 사이에서」

등의 국제적이거나 비판적인 글밖에 없을텐데..

감명깊게 읽었단 것은.. 그렇구만.. 그런거였어..

"서장님께서는 이 시대의 바람을 휘저으려고 하고계신다네. 나 또한 마찬가지야."

"크크크.. 그렇구만.. 그랬어.. 아하하하.."

"닥쳐라!"

간수는 처음으로 등을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내 오른다리를 그가 가지고있던 권총으로 쐈다.

탕-하는 소리가 수감소 전체에 울려퍼졌다.

"크흐윽.."

"조용히 하지 않으면 이자리에서 사형시켜버리겠다."

"..."

계획엔 방해가 된다는건가.

지금 내가 할 모든 언행들이.

당연한 것이겠지..

어쨌든.. 나는 어차피 죽을 몸이라는 신세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듯하니..

야외 살이라는 축복이 내려진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알아둘것이 있다. 서장님은 출소를 제외한 너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라고 하셨다."

"..."

'출소를 제외한'이라는 말이 잠시나마 내 가슴을 후벼팠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것같았는데.. 아직 삶에 대한 미련이 있긴 한가보다.

"사형 전날에 말이지."

"...크흑"

간수의 한마디에 온몸에 잡혀있던 긴장이 풀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바로 오른쪽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곧 항생제가 투입될것이니 걱정 말아라. 넌 그 전에 죽지 않는다."

"..."

나는 다리를 움켜쥔 채, 몸을 끌어 이부자리 위에 누웠다.

오늘도 역시나 창문은 철판으로 막혀있었다.

답답한 공간에만 있으니 '살고 있는것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고, 나의 오른다리의 고통은 점점 잊혀져갔다.

나는 그렇게 답답한 무통증의 현실에서 잠이 들었다.



-



'뭐지..'

"2동 사형수가 깨어났다!"

내가 눈을 뜨자마자 간수가 무전기에 소리를 질렀다.

내가 잠들기 전, 방금 전에 본 그 간수가 아닌 자가 내 독방 앞에 서있었다.

간수는 막 잠에서 깨어난 날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사형이 두렵던가? 키킥."

"무슨소리지..? 쿨럭"

나는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일어나서 주위를 살펴보니 깨달았다.

나는 흰 침대 위에 있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침대.. 침대와 이불엔 '선진평화당'의 파란색 마크가 무늬로 그려져있었다.

내 오른쪽 다리의 통증은 거의 완전히 가셔있었고, 총알을 맞은곳엔 붕대가 묶여있었다.

그리고 나의 왼 팔에는 링거가 꽂혀있었다.

"수면제는 어디서 난거야. 크하하하하. 역시 바보들은 재밌다니까. 아참, 자네 그거 아는가?"

수면제라니..?

무슨소리를 하는것인가.

"으음... 무엇을 말인가.."

"드디어 자네의 증발 작업중이라는군. 자네의 모든 기록이 삭제되고 있어. 크하아아아아, 푸하아하하.으허으허.."

증발.

조지오웰의 1984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 사람을 끌고가 사형시킨 뒤, 그에 대한 모든 기록을 말소시킨다.

회사에 다녔던 기록, 주민등록, 인터넷 아이디, 계정, 그리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쓴 게시글들, 학교에 다녔던 흔적 등.

모든 흔적이란 흔적을 지운다.

그 누구도 그 사람을 기억하지도, 찾지도 못하도록..

1984와 약간 다른점이 있다면 지금은 '그 사람을 절대 잊지 못할만한 사람'도 같이 가둔 뒤, 사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원 당사자가 사형당하기 3일 전에 공개한다.

그런데 잠깐...

증발 작업은 사형당하기 1일 전부터 이루어지는데..?

"내 사형일이 얼마나 남았나!"

나는 순간 간수에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간수가 깜짝 놀란듯이, 어깨를 잠시 들썩이더니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일이다. 수면제를 먹더니 시간개념도 사라졌나?"

"말도안돼.. 그럴수가.."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오늘 소장님이 너를 야외로 이송시킨다던데.. 확 그때 죽여버릴라.."



이럴수가...

잠시 내가 이렇게 되는동안..!

나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일어섰다.

지금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오른쪽 다리의 고통이 실감되었다.

나는 바로 책장 근처를 살펴보았다.

A4용지와 펜이 책장의 위에 올려져있었다.

나는 오른쪽다리를 들어, 왼쪽 다리로 깽깽이 다리를 하고는 A4용지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시간이 찾아온다..」

「내게 시간이 찾아온다.」

「드디어 화사함이라는 시간이 내게 다가온다.」



"호오, 지금 오시는구만. 니 인생에 최고의 대접을 받겠구나."

철커덩 철커덩 철커덩.

얄미운 간수의 말과 함께 철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커덩소리가 하도 커, 잘 들리진 않긴 했지만 여러명의 구둣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들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수송용 철창..

인력거같이 생긴 그것은 인력거와 다른점이 있다면, 입장과 퇴장이 자유롭지 못하고 타는 사람이 있을 곳이란 곳이 철창이라는 것이다.

드디어 나를 야외 감옥으로 옮기는것인가!



철창을 들고온 여러명의 남자들이 조심스레 철창을 열더니 나의 양 팔을 잡았다.

그는 조금의 매너와 서비스정신이란것 하나 없이 나를 끌어, 수소용 철창에 넣고는 철창을 자신들의 어깨 위로 들었다.

간수들은 내가 탄 철창을 어깨위로 올리자마자 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잘가. 양반 사형수 나으리!"

간수가 끝까지 얄밉게 말을 하며 팔을 흔들어주었다.

나는 철창에 앉아, 아픈 오른쪽 다리를 꽈악 껴안은 채, 수감소의 현관으로 이동되었다.

현관의 앞에서 하얀색 빛이 날 반기고있었다.

타닥거리는 간수들의 발걸음 소리와 철커덩 철커덩거리는 철창의 소리가 카운트 다운처럼 들려올 때에, 비로소 문밖의 하얗디 하얀 빛이 나를 감싸안았다.

살랑거리는 바람은 나의 팔을, 나의 발을 감싸안았다.

마치 나의 짧은 머릿카락 사이로 마실이라도 나온듯, 잔디밭같은 나의 머리카락들을 흔들어대며 깔깔 웃는듯 했다.

그리고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창밖의 빛과 바람에 취해있을 때, 나의 이 황홀함을 축복하는 것일까 저주하는 것일까.

나의 왼쪽 허공에서 폭음이 나기 시작했다.

폭음은 이내 내게도 다가와, 나의 주위에 있는. 나를 제외한 모든 자들의 비명을 만들고, 철창의 철커덕소리를 크게 만들었다.

따악 한번 커진 소리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철창에서 나는 소리.

철커덕.

그 철커덕소리는 나의 생의 밧줄을 끊는 소리와도 같았다.



"아하하하. 좋구나 좋아!"



어디선가 들려오던 폭음은 어느센가 사라졌고, 내가 같힌 철창의 근처엔 간수들의 시체가 이리저리 널려있었다.

팔, 다리, 심장.

어느 한곳 성한곳 없는 간수들의 모습을 보자니 짜릿하며 혐오스럽기가 이를데가 없었다.

내가 시체들을 깨림칙한 눈으로 둘러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철창에 여러갈래로 나뉜 태양을 바라보았을 때던가.

시체가 아닌 또 다른 다른 간수들이 달려와 나의 철창을 들기 시작했다.

총 네명.

나는 또다시 빛이없는 어둠속으로 다가가게 되었고, 내 앞에 왠지 낯이 익은듯한 간수가 내게 어떠한 쇠붙이를 들이대었다.

총구멍이 아닌 바늘이 나를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날 잠시 재우려는 생각이었던가.

그가 싸아악 하며 방아쇠를 당길 때에, 나는 어둠속에서 유일하게 말을 걸어준 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고맙군. 크..."





한참이 지났는지, 조금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것은 내가 조금씩 눈을 떴을 때엔, 어느샌가 내가 나무의자 위에 올라 서있었으며, 나의 옷은 온통 흰옷으로 바뀌어있었다는 것.

또한 내 목에는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흰 천이 목걸이처럼 감겨있었고, 내 몸에서 1m즈음 떨어진 곳엔 총기를 든 군사들 여러명이 내게 그 총기를 겨누고 있었다.

탁탁탁.

어디선가 나무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내 시선의 뒷쪽. 내가 볼수없는 어두컴컴한 뒷통수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다.



"이 자는! 자애롭고 평화로우며, 민주적인 선진평화당에 비논리적인 반기를 든것은 물론, 모함을 하려 들었으며, 군사력까지 동원하며 선진평화당의 어버이와도 같은 조국의 군사들을 공격하였으니, 죄가 크지 않다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수감소의 소유와 관리를 담당하는 우리 선진평화당은 이 자를 사형 집행일 1일 전인 오늘, 사형에 처하도록 한다."



역시 그런것인가.

그래.. 그랬던것이야.

크흐흐. 누군가의 도움이 되어 죽을 수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리던가.

"자, 우리 선진평화당은 조국의 자애로운 마음씨를 빌려, 저 추악한 죄인의 말을 전 국민에게 전하고자 한다. 죄인은 하고싶은말을 모두 하도록 하라!"

나는 뒷통수의 어두운 말을 듣고 조용히 읊조렸다.

'자애? 날 웃음거리로 만들 뿐이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는 말따윈 쓸모가 없어. 가격이 0원이라는 천연의 바람보다도 못한것이 바로 이 조국의 자애로움이란 말인가?'

나는 '음흠-'소리와 함께 목을 가다듬고 외쳤다.

"자! 모두 들어라! 바람은 분다! 태양도 우리에게 쨍쨍한 햇빛을 내리쬐어준다! 이 모든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나는 말을 큰소리로 내뱉으며, 감격어린 죽음의 눈물을 눈에 맺히게 하고 말았따.

내앞엔 군사들 말고도 많은 수의 일반인들이 앉아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비웃음어린 눈빛이 찬사와도 같이 내 몸을 감싸안았다.

내 머리 위에 나를 심문하고자 하는 백열전구의 빛이 나를 아름답게 비춰주었다.

나는 내 가슴속에서 끓어오르고, 튀어나오는 말들을 그대로 언중들을 향해 내뱉어주었다.



"바람아 일어서라! 제 아무리 사방이 철벽으로 막혀있다 한들, 바람 한번 느껴볼 일이 없을까! 햇빛들아 내리쬐어라! 제 아무리 죽어있는 풀들이라 할지라도 그대들의 햇빛앞에선 제 힘을 찾고 말지라! 풀잎들은 그렇게 그렇게 힘을 찾아 숲을 이루고, 그 숲은 황폐화된 사막을 푸른빛으로 감싸안겠지. 지금은 모두가 멈춰있는 시간이다! 빛과 바람도 없는 곳은 시간이 멈춰있는것이다! 우린 이제 시간을 흐르게 해야한다! 역사를 다시 써야한다! 지금 그대들은 내가 어리석다 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나는 내가 고귀한 영혼이 될것이라 크게 자부한다."



일반인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분명 내가 제 아무리 크게 소리를 친다 할지라도, 저 사람들 이외의 사람은 말그대로 소리없는 아우성인 글자로만 나의 말을 전해들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울분과 함께 감격에 휩싸여 더욱 소리질렀다.



"바람아 불어라! 빛아 내리쬐어라! 아하하하하!"



나는 내 평생에 가장 광기어리고 유쾌한 비웃음과 함께 크게 한번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가 나를 제물삼아 이곳을 뒤집으려 해주지 않는가.

그 누군가가 나의 죽음을 바라보아주지 않는가.

그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꿰뚫어, 나의 행복을 그들의 행복으로 다시한번 바꾸어주지 않는가!

이 얼마나 멋있는가!

나는 나의 행복을, 그들은 그들의 행복을!

"죄인. 더 할말 없는가? 이제 미친것인가?"

나는 뒷통수의 침울하고 냉정한 한마디에 울분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자. 모래들은 들어라. 그들은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며, 있어서도 안될 존재이다. 해변의 모래들이 아름답다 한들, 사막까지 모래까지 아름다울 순 없으니. 모래와도 같은 것들아. 당신은 '나'에게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을 느껴본적이 있나? 나는 절실하게 느꼈다네. 그리고 잠시동안의 바람은 모두에게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생생히 살아나게 해주었지. 바람을 더이상 느낄 수 없을 때에, 그 사람은 죽었다고 하고 말이야. 당신은 '나'에게 비춰지는 빛의 느낌을 느껴본적이 있나? 햇빛의 뜨거움? 그런것이 아니야. 알전구 하나에서조차도 '찬란함'이란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네. 그리고 그 찬란함은 당신이 숨쉬는 이 삭막한 공기조차도 화사하게 만들어주지. 빛을 더이상 느낄 수 없을 때에, 그 사람은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될거야. 마치 나처럼! 자, 이제 나를 죽여도 좋다! 총알로 나를 벌집을 만들어도, 나의 목이 내 온몸을 숨쉬지 못하게 해도 난 만족하겠다! 마지막 바람을 쐬게 해달라!"

나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뒷통수에서 '탁탁탁-'소리가 들려왔다.

끈을 끊어버리는 행사를 집행하겠다는 소리였다.



끼이이익. 철커덕.



이 거대한 공간의 모든 불빛이 꺼지고, 오직 나를 비추던 백열전구만이 나를 감싸안았다.

나의 온몸을 지탱하던 의자와 그 의자를 지탱하던 바닥은 무언의 명령에 의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대로 훤히 뚫려버린 내 발바닥 아래.

그곳에선 차가운 바람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 공간, 그 누구도 느낄 수 없는 바람이 내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 순간,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깨닳는다.

빛이 있어야, 바람이 있어야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지금 나 이외의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빛을 받지 못하였으며, 바람을 느끼지 못하였다.

오직 나만이 시간을 느끼고 있는것이 아닌가!

모두들 지금은 이 빛을 초라하다, 이 바람을 침울하다 여기겠지만 언젠가는 나의 이 바람과 이 빛을 영원의 빛이라 찬양하게 될지라.

그래서일까.

이 찬란함속에 왠지 나의 끈이 더 빨리. 점점 더 빨리 끈이 끊어지고 있는것같은 기분이 든다.



'어째서일까. 자신만 다른 처지에 있으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하던가. 나 혼자 시간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끈이 점점 더 빨리 끊어져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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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작가 신청을 위해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