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론 외전 -황제의 아들로써- 하 편입니다.
이런 저런 불행한 일들로 인해 연재를 미루고 있다가 그나마 조금씩 메모장에 써내려가니 드디어 완성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저의 소설을 기다리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과 동시에 죄송합니다.
아무튼 재밌게 봐주시고 오타가 있을 시 곧바로 댓글에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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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소섬으로 돌아온 아론에게 해적왕이 다가갔다.
아론은 별다른 반응 없이 한 없이 바다 건너 노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날 원망하느냐."

"아닙니다. 전 당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이라 함은 내가 왜 그를 보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인가?"

"앞으로의 일에 대비하여 하루 빨리 해적들의 우두머리를 생포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에서 제 발로 찾아와준 우두머리를 제대로 확인할 틈 없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상황.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친히 버릴 줄 아는 그러한 충신.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는 것과 그 충신이 제 친구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제대로 알고 있구나."

"앞으로 당신의 뒤를 이어 가야 하니까요."

말을 마친 해적왕은 곧바로 본거점으로 돌아가 앞으로 있을 작전 지휘에 힘을 기울였다.
아론 역시 더 이상 정에 얽메이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향한다.

마을에 있는 광장에서 성경을 한장씩 넘기며 한 절씩 읆으면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크라이스트에 비해
이사벨은 아직도 해리가 죽은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말도 않되. 아무 죄도 없는 해리가 어째서 사형받아야 하는건데."

"이사벨, 가만히 좀 있어."

"도대체 엠페러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생각을 한건지..."

"이사벨!"

"크라이스트! 너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라구!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리가 불쌍하단 말이야.
아론도 패닉상태이고 마리아도.."

"이사벨!!"

"윽..."

크라이스트가 이사벨에게 호통 칠 즈음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던 아론이 돌아왔다.
일행들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아론의 표정에 아무 말도 없었지만 크라이스트는 용기내어 그에게 물었다.

"엠페러께서 무슨 말씀을 했어?"

"글쎄? 그냥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조언이랄까."

"조언이라니! 죄 없는 동료를 속여내서 죽이고서는 조언따위나 해주고!.."

"동료? 그에게 해리는 그저 '부하'에 불과해.
어느때라도 희생양으로 쓰더라도 전혀 문제 될것 없어."

"아..아론.."

"..."

아론이 그들에게 해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 뒤
그 이후의 대화는 없었다. 아론도 이사벨도 크라이스트도 마리아도 그 누구도 말을 하는 자 없었다.

"나..난 먼저 들어갈께."

"아, 같이 가 크라이스트!"

크라이스트와 이사벨은 다급하게 자리를 떴다.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도 없거니와 분위기 탓인지 한시바삐 자리를 뜨는 것이 좋겠다고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광장에는 아론과 마리아만이 아무 말 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아론...."

"..."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해리를 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친구잖아! 어떻게 친구를 그런 식으로!..."

"시끄러!"

그러자 아론은 마리아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억지로 뺏더니 바다로 흘러 내려가는 수로에 던져버렸다.
아론의 갑작스런 행동에 마리아는 아론을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줄 안다면 주변에 그 녀석과 관련된 것은 처음부터 없애는게 나아."

냉정하게 한 마디 한 아론은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마리아가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애써 무시한 채...

다음 날 아침이 밝아왔다.
해적왕은 현재 6개국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계상태가 급속으로 약화되고 있으니
이 틈을 타 6개국의 본거지를 집중 공격하여 단숨에 함락시키자는 작전을 내세웠다.
이에 대부분의 해적들이 찬성하였고, 각 부대원 마다의 임무가 주어졌다. 그 중에 아론에게는

"지금 당장 런던으로 향하라."

"무슨 일입니까?"

"이제 우리가 출정했다는 사실이 6개국에 알려질 것이다. 다급히 징병령을 내리겠지.
그들의 징병에 참가하여 내부 스파이로 활동하라. 할 수 있겠나? 아론."

"물론 맡겨만 주십시오."

"좋다."

그렇게 아론은 런던으로 돌아가 어쩌면 자신의 고향 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내부 스파이로 활동하게 된다.
당연하지만 이사벨과 크라이스트 그리고 마리아는 동행할 수 없다. 스파이 활동의 경우 활동하는 사람의 수에
반 비례하여 성공확률이 늘어나기 때문에 한 명의 유능한 자를 심어놓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지속적으로 암호문을 보낼테니 받자마자 지휘관님께 보고 할 수 있도록 해."

"그러도록 하지."

"조심 해 아론."

크라이스트와 이사벨이 작별인사를 할 때 마리아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론은 이사벨에게 물었다.

"이사벨. 마리아는?"

"아... 마리아는 지금 방 안에서 않나오고 있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나고 싶지 않다면서..."

순간 아론은 어제 있었던 일을 회상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나도 상처를 주는 일을 했다는 것에 후회했다.
아무리 감정이 극에 달하여도 냉정을 되찾고 동료를 안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의 '정의'대로 행동해 버렸다.
사과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아론은 마리아의 방으로 향하려 하나 빨리 승선하라는 선원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배에 올라섰다.

약 한달 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런던에 도착한 아론은 곧바로 해군 본부로 걸어갔다.
해적왕의 예측대로 해군 본부는 한창 군사들을 모집하고 있는 때였다.
해군 본부에서 지원을 요하는 인재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던 아론은 손쉽게 해군 본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론은 본부에 들어가자마자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며 고위 관직인사들의 관심을 받았다.
원래 예정되었던 행동이었기에 별로 개의치 않은 아론은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적어 본진에 암호문으로 몰래 보내었다.
이 일상적인 모습에서 그들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기 떄문이다.

"안녕?"

한참 일하고 있던 아론을 누군가가 불렀다.
친근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그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사내남자가 서있었다.

"네가 이번에 들어온 아론이구나. 반갑다. 내 이름은 알렌 프란시스라고 해. 그냥 프란시스라고 부르면 되고."

반갑다고 손을 건네주는 자. 꽤나 익숙한 상황이었다. 
그렇다. 아론은 잠시 해리와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창고정리를 하고 있던 때에 반갑다며 손을 건네주었던 해리
그 때가 8살 이름을 잃기 4년 전의 이야기이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아니 아무것도. 아무튼 반가워 아론이라고 해."

"허? '아론'이라니. 성이라던가 그런건 없는거야?'

"...이렇게 생각하라구. '아'가 성이고 '론'이 이름으로 이렇게 말이야."

"하하 뭐야 그게."

이것이 아론과 프란시스의 첫번째 만남이었다.
장군의 아들로써 태어난 프란시스는 친해진 아론을 전투원으로 추천. 추천장은 즉각 체결되었고
아론은 프란시스 덕에 남들은 몇개월간 고생해야 얻을 자리를 단기간만에 얻어낸다.

빠르게 승급이 이루어진 아론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나가는 전투마다 승리를 거둔다.
누가 봐도 해군을 위해 몸 바치는 아론은 사실상 중요 거점 공략에는 나서지 않고
승리를 거두어도 잡혀 있는 해적들을 생포하지 않고 풀어주고 있었다.

그가 대략 1년정도 군에 머물고 있을 즈음 놀랍게도 그는 프란시스와 대등한 계급을 바라보고 있었다.
꽤나 높은 계급까지 올라가 있던 때 해적섬 나소에서 해적왕의 편지가 도착하였다.
충분한 정보를 얻었으니 다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예전같았으면 곧바로 떠나갈 그였지만, 알리바이를 만들 겸 프란시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

"이제 전쟁도 막바지인데 가장 활약하고 있는 네가 그러면 어떻하냐."

"보아하니 지금 상황적으로는 6개국의 승리가 확정적이라는데 더 이상 내가 도와봤자 아닌가?"

"그렇지만... 뭐 상관 없겠지. 
쓸데 없이 말이야 어째서 해적들 끼리 굳이 싸움만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

"항상 생각해 왔어. 우리와 싸우는 해적들도 같은 '사람'으로써 가족과 친구가 있을거란 말이야.
그들을 '정의'라는 이름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야."

"글쎄."

"음?"

"오히려 악인은 사라져야 하지. 한 집단이 정한 정의에 반대하는 자는 설득하지 못하면 몰아내는 수밖에."

"그런 생각은 좋지 않다구 아론. 엄연히 그 들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해야 평화가 찾아온다."

이 때 프란시스와 아론은 깨달았다.
서로의 '정의의 개념'과 '정의의 실현방법'이 너무나도 다르단 사실을
이 사실을 깨달았지만 프란시스는 곧 떠나가는 친구와 사소한 갈등을 만들어 내고 싶지 않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론은 이 일을 계기로 프란시스와의 필연적인 대립을 예상하였다.

이 두 가지 이론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둘 다 결과는 '정의를 실천하여 모두가 평화를 누리는 때.'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한 쪽은 '필연적으로 전쟁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 쪽은 '일부러 전쟁만을 피해 간다는 것'이다.


작별인사를 마친 아론은 다음 날 아침일찍 곧바로 준비되어 있던 배를 가지고 출항하였다.
엄연히 나소섬으로 가는 해역은 통행 금지 해역이기에 경계가 넓지 않은 해역으로 우회하여 들어섰다.
그가 런던에서 나소섬까지 도착하기 까지 40일이 걸렸고 2년 전쟁이 끝나기 까지 3개월 남은 때였다.

그가 나소섬에 도착하자마자 알고 지내던 한 동료가 기뻐하기는 커녕 오히려 다급해 하며 아론에게 말하였다.

"아론! 엠페러께서 부르신다! 급한 일이니 빨리 가봐라!"

갑자기 급한 일이라며 아버지에게 가보라는 동료의 말에 아론은 의아해 하며 엠페러의 거처로 향하였다.
그가 엠페러의 거처에 들어섰을 때에는 병을 얻어 자리에 누워있는 아버지만이 보였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미리 나가 있으라는 엄명을 내린 바 있었다.

"아버지!"

아론은 깜짝놀라며 엠페러를 부축하여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확실히 깊은 병을 앓고 있어 안색이 않좋은 상태였다.
아론이 엠페러의 안부를 묻기도 전에 엠페러는 아론의 안주머니에 무언가를 찔러 넣었다.

"이..이건..."

"받아 둬라...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이번 전쟁이 끝날 때 까지 살아있지 못 할 것 같구나."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내가 죽으면 반드시 원래부터 야망이 있었던 녀석들이 단합하여 반기를 들 것이다.
네가 그 녀석들을 토벌하고 내 뒤를 이어라."

"아버지는 적어도 제가 평화를 이루는 것을 보시고 돌아가신다 하셨잖습니까!"

"그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 미안하구나. 그리고 아론."

"예.."

"지금 당장 너의 정예병을 이끌고 카리브 대륙에 주둔해 있는 아군을 도와라."

"설마..."

"그래... 오스만 녀석들이 배신을 했어. 다시 착취 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시 동맹을 맺다니
박쥐같은 녀석들이야. 그 녀석들을 믿는게 아니었어."

엠페러는 가슴으로부터 올라오는 기침을 토해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6개국이 벌써 카리브에 도착했다. 이사벨과 크라이스트는 이 곳 본진 수비를 맡겨놨다.
하지만 지금 마리아가 최전방에서 의료병 역활을 맡고 있다.
보아하니 최전방은 곧 뚫릴 심상이니 네가 원군을 이끌고 전투에서 패 하더라도
생존자는 반드시 이끌고 와서 본진에 합류하도록 해라."

아론에게 전달사항을 마친 엠페러는 쏟아져 오는 졸음과 몸의 고통 때문에 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았다.
아론은 엠페러를 조심스럽게 다시 눕힌 뒤 거처를 나서며 정예병 500명을 선발하였다.

정예병 500명을 이끌고 최전방 전선까지 도달하는데 20일 밤이 되어서야 도착하였다.
아론의 부대는 최전방 부대와 합류하여 다음 전투 때 맞서 싸우게 된다.
우선 아론은 최전방 부대 참모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 받고 이후 지도를 확인하였다.
우선 지형 자체는 사막이었으나 중앙을 기준으로 하나의 능선이 그어져 있는 형태 였는데
이 쪽 진형은 그 능선이 아래쪽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위쪽에서 공격을 쏟아부으면 추풍낙엽처럼 격파당하는 형태

확실히 이렇게 가다간 압도적으로 전투에서 패배하고 말 것이다.
아론이 잠시 지도를 두고 고민을 하던 중 갑자기 밖이 요란 해졌다.

"자..잠시만 안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않된다! 의무반 쪽 인원은 회의실에 들어설 수 없다."

"자..잠시만이면 되니까.."

"않된다고 말했잖는가!"

익숙한 목소리에 '의무반'이라는 말로 간단히 추리 한 아론은 밖의 경비병에게 말하였다.

"괜찮다. 들여보내라."

"하..하지만"

"괜찮다. 그녀는 절대로 배신 하지 않으니까."

경비병은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막을 거뒀다.
천막을 거두자 마리아가 조심스럽게 텐트 안으로 들어섰다.

"아..아론.."

"오랜만이야 마리아."

"그..그래"

"그리고 다행이야."

"응?"

"이 전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어줘서 다행이야."

"아..그...고마워"

"그런데 무슨 일로?"

"아! 그게... 저번에 런던으로 갈 때 작별인사 안한거...그게 너무 걸려서."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는거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구."

"저..정말?"

당황해 하는 마리아를 미안한 마음과 함께 품에 안겼다.
아론은 그 때의 행동을 반성하고 또한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이 없기를 기약했다.
이런저런 대화로 시간이 지나고 마리아는 먼저 텐트로 돌아갔다.
아론 역시 어느정도 지도를 지켜보다가 얼마 가지 않아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론은 먼저 모든 병사들에게 지형적인 피해를 감수 하기 위하여
모든 텐트와 천막을 뒤쪽으로 빼내어 지형의 영향을 받지 않게, 또한 보급로와 가깝게 다시 진지를 세우기로 한다.
추격병을 대비하여 후퇴로의 병력을 강화하고 조심스레 움직이니.
다행히도 안전하게 이동하였고 정비도 완벽히 끝내었다.
또한 아론의 예상대로 상대 역시 다 이겨가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 들을 따라 진지를 다시 새로 세웠다.

이로써 지형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자 아론은 또 다른 작전을 세우게 되는데
그 날 아론은 출병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에도 아론은 움직이지 않았다.

"새로운 원군이 오더니 더 이상 움직이질 않는군요. 어찌 된거죠?"

"아마도 장기전을 노리는 모양이군.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 뒤에 기습할 생각이겠지."

"그렇다면?"

"심야에는 경비를 강화시켜라. 수상한 기척이 보이면 곧바로 시행한다."

"예!"

6개국 대위와 새로이 동맹을 체결한 오스만 투르크의 장군은 다음과 같이 추리하였다.
그들은 추리한 내용에 따라 밤에는 특히 경비를 강화하여 사태를 파악하려 했다.
그러나 낮에도 나서지 않는 자들이 밤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3일을 또 다시 허탕을 치게 된다.

"아무래도 본진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경비병들도 특별한 사항을 보고하지 못하는 상태이고요."

"흠... 별 수 없는가, 그렇다면 다음 날 바로 출격하도록 준비 하라."

결국 6개국은 다음 날 출격명령이 떨어질 예정으로 그들은 또 다시 밤을 지세웠다.
다음 날 아침 해가 지평선 너머에서 솟아 오를 때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장군님! 적진에서 적들이 몰려옵니다!"

"뭣이! 본진으로 돌아간게 아니란 말이냐!"

"전원 전투테세를 갖춰라! 기습이다! 기습!"

잠에 빠져있던 병사들이 부랴부랴 장비와 무기를 챙겨 입고 진열을 맞추었다.
겨우겨우 방어 진열을 맞추고 돌격하는 병사들에게 맞대응 하기 위해 창을 치겨 들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6개국 쪽의 병사들은 항상 벌어졌던 야밤 경계테세에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다고 항상 위험에 노출될 낮에 잤을 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병사들이 피곤해 하며 제대로 된 힘을 발휘 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깨닫고 장군과 대위는 병사들을 대피,후퇴 시켰으나
중앙 부분에 급격히 돌격해 오는 정예병들에 의해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아론은 이 방법을 무려 3번이나 사용하여 총 3번의 전투중 217명을 희생시켜 약 5400명을 격파 시키는 쾌거를 이룬다.

6개국 쪽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싸울 것 같으면 싸우지 않고, 그렇다고 잊을만 하면 다시 나타나 진형을 엉망으로 만들고는 또 다시 사라진다.
일전에 이러한 방법으로 싸운 경험이 없던 터라 대처법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6개국 쪽으로 한 사내가 찾아온다.

"자네는 누군가?"

"해적군에 소속해 있던 장교입니다. 더 이상의 전쟁은 무리인것 같아 이렇게 찾아뵙니다."

"무엇 때문에 이 곳에 왔는가."

"상대쪽에서 미묘한 출격 때문에 고생이라 들었습니다."

"헌데?"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것이 그 출격 계획표입니다."

그 사내가 들고 있는 종이를 살펴보자 정해진 날짜로 출격및 총공격과 그 방법,진행순서가 적혀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 계획표를 기준으로 하여 적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그들은 게획표에 적혀 있지 않는 날짜에는 출전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고로 6개국은 그들이 출전할 날짜 바로 전날 기습을 할 예정을 잡는다.

이러한 사실을 알 까닭이 없는 아론측에서는 계속 된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다.
아론은 자신의 작전이 유효한 상황이 반복되어 일어나자 그 작전에 무언가 대처할 것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그의 너무나도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끝없는 기습으로 방어에만 전념할 것이라 예상했던 그의 생각과는 달리
6개국 측에서 무서운 기세로 역으로 기습 아무런 방비도 해놓지 않았던 아론은 큰 피해를 입는다.
그 곳에 있었던 약 1000명 가량의 군세와 자신의 500명의 정예병을 포함하면 1500명의 병력이
단 한번의 급습으로 529명만이 남게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어 버린다.

자신의 방심에 한심해 하며 또한 후회하지만 이미 시간은 흘렀다.
맥없이 후퇴하여 다시 진지를 수정하던 도중 아론에게 또 다른 슬픈 소식을 듣게 된다.
529명만이 생존했다 해도 그 중에 부상자가 있는 법. 그 부상자들 중에 마리아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후퇴 하던 도중 쓰러진 동료를 일으켜 세우다가 적 포수가 쏜 총알에 맞고 그 자리에서 기절 하였고
또 다른 의무반 동료가 그녀를 데려오긴 했지만 생명에 영향을 갈 정도로 극히 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진지 수정을 마치고 병사들을 다시 방어태세로 맞춘 뒤 아론은 마리아가 입원해 있는 텐트에 들어섰다.
아무 말도 없이 혼수상태에 빠진 마리아를 보며 할말을 잃은 아론은 가까이 가지도 못한 채
그져 먼 곳에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가서 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거는 것 조차도 죄인 것 만큼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힘 없이 텐트에서 나선 뒤 정신을 차린 아론은 적들의 진격저지를 목표로 본진쪽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보급로가 짧을 수록 원군이 도착할 예정일수도 줄어든다.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조금씩 조심스럽게 이동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측에서도 이미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추격에 들어갔던 6개국측 군대와 마주하게 되었다.

"아론님! 6개국 병력이 벌써 코앞에 당도하였습니다!"

"벌써 도착하다니. 지금이라도 진지를 수정할 수 있겠는가?"

"가능은 하겠습니다만 참전병이 별로 많지 않을 것입니다."

"걱정마라 이 내가 어떻게든 노력해 보마."

아론은 이번 전쟁에서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모세'를 꺼내들고는 전투준비를 명령하였다.
그렇게 하여 참가한 인원은 겨우 해서 250명 상대 측 병력인 3000명을 상대하기엔 너무나도 벅찼다.
그러나 그 250명이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지키기 위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기에 사기는 충분했다.

그렇게 전장에 들어선 250명의 적은 군세와 아론은 3000명에게 돌격하였고 이내 전투가 벌어졌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기세에 어느정도 당황하였지만 이내 진정되고 우스운 병력을 깔아뭉개었다.
바로 옆에서 형제,친구가 찔리거나 목이 잘려지지만 고향을 지키기 위해 그 미천한 몸 하나 바쳐 싸워 나갔다.
그렇게 싸우길 반복하다보니 벌써 병력은 단 30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아론에게 말하였다.

"아론님! 저희가 엄호해 드릴테니 지금이라도 퇴로를 통해 후퇴해 주십시오!"

"무슨 소리냐! 난 너희들과 함께 고향을 위해 싸우겠다!"

"엠페러님께서 이미 일러주셨습니다. 자신의 지위를 아론님에게 물려주겠다는 말씀을!
만일 지금 이 자리에서 아론님께서 죽기라도 하신다면 저희들은 엠페러님의 대한 충의를 져버리게 된 것입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들을 물리치며 아론은 결국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럼... 부탁한다."

아론은 그 들에게 말할 수 없는 커다란 죄책감에 의해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그들에게 말하였다.

"아뇨 저희가 부탁드립니다. 아론님 가족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아론이 뒤쪽으로 도망칠 퇴로를 만들고 끊임없이 적들을 견제하였다.
곧바로 아론은 뒤쪽으로 통해진 지름길로 이어지는 퇴로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무튼 지름길을 통하여 먼저 진지에 도착한 아론은 먼저 진지내에 있는 인원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서는 출전하지 못한 나머지 부상자들과 의료반에게 즉각 본진으로 퇴각 명령을 내렸다.
모든 장병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 아론은 마리아가 있는 막사에 들어서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아직도 혼수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한 그녀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아론은 곧 이내 그녀를 등에 업고는 곧바로 막사를 나섰다.

그런데 그동안의 안정으로 인해 막사로 나오던 도중 갑작스럽게 마리아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갑작스런 반응에 아론 역시 적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 역려하였다.

"마리아, 정신이 좀 들어?"

"음. 여긴..."

"걱정마 지금이라도 당장 안전한 곳으로 옮겨줄테니까."

"무리야. 괜히 날 업고 갔다가는 다른 일행들이랑 거리가 벌어져서 곧 따라 잡힐거야."

"상관없어. 해리마저도 우리 곁을 떠났는데 마리아 너조차도 떠나 보내게 할 순 없어."

"..."

그러자 마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품 안에 있던 무언가를 아론의 주머니에 넣고는 그대로 잠에 빠졌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다급한 아론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마리아를 업은 채 본진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시련에 봉착하고 만다.
남은 30명을 물리치고 그대로 자신을 추격하며 쫓아온 6개국 병사들이 이미 저 너머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사령관님 어쩌실 겁니까? 추격 하실 겁니까?"

"이 이상 진격해 봤자 우리쪽도 손해가 있고 저쪽도 뭔가 방비책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머스켓 병사들은 일제히 앞으로 이동하라!"

그들은 즉각 병사들을 전방에 정렬시켜놓고 두 부대를 지정. 장전조와 발포조로 나누고 곧 이내 그들은 전방을 향해 정조준 자세를 취하였다.
그리고

"발사!"

엄청난 수의 발포음이 저 멀리서 들려왔다. 그 수많은 총성 앞에서 묻힐 흙조차 없는 사막 모래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발포음이 들리자 가장 먼저 당황한 것은 역시 아론이었다. 그는 있는 힘껏 모래를 박차며 달려나갔다.
그러자 아론의 등에 업혀 이던 마리아가 귓가에 속삭였다.

"휴우증 때문에 내가 조금이지만 피를 토할지도 몰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말고 도망쳐. 절대로 뒤를 돌아보면 않되."

힘 없이 속삭인 마리아의 말이 귓가를 맴돌며 아론을 괴롭혔지만 우선적인 위기 모면을 위해 아론은 말 그대로 신경쓰지 않고 도망쳤다.
자신의 어께를 관통하는 총알을 무시하고 마리아가 약간의 피를 토해내어도 무시하고 곧바로 달려나갔다.

짧았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분이 지났다.

"장군님 적 사령관이 도망쳤습니다."

"그것이면 됬다. 이미 적들은 전의를 잃었겠지. 난 먼저 본국으로 돌아가 이 승전 소식을 알리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일행들과는 이미 헤어진지 오래고 자신도 성치 않은 몸으로 너무 많이 움직인 덕에 아무리 아론이라도 고통과 피로를 이길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발포 소리도 들리지 않아 적들의 추격도 이제 멈추었다고 생각한 아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리아. 괜찮아?"

자신보다도 먼저 마리아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아론의 부름에도 마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마리아를 내려놓자. 그녀는 힘없이 모래밭에 쓰러졌다.
마리아는 끝까지 자신을 지켜주려 했던 아론에게 감사했으며 한편으로는 그가 자기 때문에 혹시라도 목숨을 잃지 않을까 늘 걱정하였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상황에 쳐해지자 아론이 자신 때문에 혹시라도 정에 이끌려 뜀박질을 멈춘다 라던가 하면 않되기에
그 상황에서 어떠한 고통이 있어도 참아 견뎌내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론의 생존을 위하여 병자의 몸으로 아론에게 날아오는 총알들을 직접 막아내어 아론이 마지막까지 살아 있을 수 있게 스스로 몸을 움직였다.

"마리아?..."

그러나 그녀의 죽음이 오히려 더 큰 슬픔을 남기게 되었다.
아론으로써는 이미 너무나도 친한 친구를 한명 잃은 슬픔을 지니고 있는 상태였다.
그만큼 자신의 친한 친구이자, 어쩌면 이 세상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인 마리아 만큼은 절대로 전장에서 죽게 하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전장에서 죽었다. 그가 절대로 원하지 않는 그녀의 죽음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 버렸다.
게다가

"뭐지 이건?"

자신의 주머니에 묘한 무게감을 느낀 아론이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자신이 그녀에게 선물해줬었던 다이아 목걸이었다.
그 때 아론이 그녀로부터 목걸이를 빼앗아 수로에 던졌을 때 그녀는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겼던 그 목걸이를 밤 늦게 까지 찾아 헤매다 겨우 찾아 낸것이다.
그녀로써는 어쩌면 아론과 해리 그리고 마리아 자신을 이어주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었던 모양이었다.
끝까지 조심해 하며 간직해 왔던 그 목걸이가 영롱한 빛을 발하자 그것은 아론의 감정에 또 하나의 도화선이 되고 만다.

너무나도 깊은 곳에서 부터 밀려나오는 추억들이 아론의 감정을 뒤집어 놓고
이에 그들이 모두 죽었다는 현실에 이성이 주체 할 수 없었다. 그는 그 허허벌판에서 홀로 소리치며 울분을 달래보려 했으나 소용 없었다.
곧 이내 그의 눈에 눈물이 나오고 시체를 부여잡으며 조용히 흐느꼈지만 슬픔을 가라앉지 않았다.
큰 충격 때문인지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도 않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의 손으로 체온을 재었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이미 그녀의 손은 이 세계에 사는 사람의 손이 아니게 되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아론의 품 안에 있던 엠페러가 주었던 타로카드 '황제'
그 카드가 갑작스럽게 격동을 하더니 카드의 위 아래가 반대로 되었다.
타로카드는 정방향과 역방향일 때의 운세가 다르다. 이 부분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타로카드는 다르다. 만일 이 타로카드가 '자의'에 의해서 역방향이 될 시

그 타로카드에 숨겨져 있는 능력을 소지자가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허허발판 속에 쓰러지지 않는 성이 있다.

그 성의 주인 곧 모든 왕의 주인인 황제가 되리라

모든 이들을 거느리며 그들을 다스리며 혹은 그들을 탄압한다.

그대가 어떠한 황제가 될 지는 그대의 재량에 의해 결정 될지어니

자 지금부터 너에게 왕의 권한을 주겠다.

이제 너의 앞에 있는 적에게 명하라.

'어느 누가 감히 황제의 옥좌를 넘보느냐!'


Reverse - emperor -




자신들을 지휘해 준 사령관이 보고를 위하여 본토로 떠나자
전투가 끝난 병사들은 자신들의 역활을 끝마치고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거나 막사에서 편히 쉬고 있었다.

"어이 그 쪽 취사는 끝냈냐?"

"뭐 언제나 그렇지. 그나저나 정말로 끝이구만."

"그러니까 말이야. 빨리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야. 그런데 내 눈이 이상한거냐?"

"뭐가?"

"저기 하늘에 이상한 점같은게 있는데?"

"뭐?"

확실히 그들이 하늘을 올려다 보자 하늘에 작은 점같은 것이 나있었다.

"1개가 아니야. 많은데?"

"어? 점점 커진..."

매우 신기하고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장검과 도끼와 창이 하늘로 부터 떨어져
그들이 쉬고 있던 막사와 광장에 떨어졌다. 그들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단번에 깨부수고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2500명이 그 자리에서 갑자기 나타난 무기들에 묻혀버렸다.





아론은 마리의 시체를 들쳐 업고는 본거지를 향해 발을 옮겼다.
배고픔도 목마름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짐을 이제서야 떨쳐낸 듯 너무나도 가벼워졌다.
그를 향해 따라오는 알수 없는 거대한 검. 그리고 검과 창,도끼들의 무리들
그는 황제로써의 위엄을 지닌 채 자신의 군세를 이끌고 마리를 묻을 수 있는 땅을 찾아나섰다.
다행히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양지 바른 곳이 있어 군세를 시켜 땅을 파게 한 뒤 조심스럽게 그녀를 뉘었다.

더 이상 둘도 없을 사랑하는 이의 무덤 앞에서 황제는 자신의 검을 들고 경례 하였다.
그러자 황제의 군세도 여왕'이었을 지도 모르는' 마리에게 경례하였다.

마리를 묻고 곧바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본거지로 향하자 그 날밤 본거지 근처의 숲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그 분위기를 눈치 챈 아론은 곧바로 본거지에 들어서지 않고
좀 더 숲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자 역시나 크라이스트와 이사벨 그리고 자신을 따르던 무리들이 숲 속에 숨어 살고 있었다.

"아..아론!"

"살아 돌아왔군."

크라이스트와 이사벨은 그의 생존에 매우 기뻐하였고 한편으로는 좀 놀라워 했다.
아론이 왜 이 곳에 있냐고 묻자 그들은 매우 간단히 대답했다.

"엠페러는 이미 병사하셨고, 너도 이미 이번 전쟁에서 죽었을 거란 의견이 많아져서
권력을 잡으려는 무리들이 지금 본거지를 점령했어. 그 녀석들이 우리를 죽이려 해서
먼저 손을 뻗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도망쳐 나온거야."

"그럼 지금은 정리 되었나?"

"아니 본거지 안에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는 중이야."

"....가자"

"지금? 무리야. 이 정도 병력 가지고는 그 녀석들에게도 가기도 전에 죽어버릴걸?"

이사벨이 무리라는 듯이 말하자 아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약간의 손짓을 보였다.

그러자 숲속에서 숨어있던 황제의 군세가 나타나더니 온 하늘을 뒤덮어버렸다.

"거...검이 날고 있어!"

"뭐..뭐야 저건? 아론 설명 좀 해줘."

이사벨과 크라이스트는 생전 처음보는 광경에 적잖이 당황하였다.
하기사 말 그대로 검과 창 그리고 도끼가 어떠한 힘에 이끌리듯 그들 스스로 정렬 되어
하늘을 날아 다니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으니 말이다.

"병력은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엠페러는 내가 인수받았다."

"황제의 권한을 이어 받았다는 거냐?"

"뭐, 그런 셈이지."

이제는 엠페러가 된 아론이 자신의 군세를 이끌고 본거지로 향하자
이사벨과 크라이스트 무리들은 어리둥절 하면서도 아론을 뒤따라 갔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는 곧바로 본거지를 탈환하고 감히 반란을 꾀한 무리들을 척살하기에 이른다.

한창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났던 하루가 지나고 다시 아침이 되었다.
크라이스트는 아무 말 없이 아버지가 건네준 타로카드를 보고 있는 아론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제 어쩔 거지?"

"이 전쟁은 우리가 졌다. 마리에게도 해리에게도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더 많은 피해를 주었다간 둘 다 성하지 못할거야."

"그래... 알았다."

"그리고 난 지금 당장 런던으로 떠날 생각이야."

"뭐? 어째서?"

"...그런게 있다. 내가 따로 메세지를 보내지 않는 이상 날 찾으려 하지 마라."

"뭐 일단 이 곳 정리는 나와 이사벨이 맡도록 하지."

"수고해 주길 바란다."

아론은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항복을 알리는 흰 배에 올라타 런던에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덧 흰 배는 항구에 도착하고
아론은 도착한 시간대가 밤인걸 틈타 곧바로 숨어내려갔고 근처 여관에 몸을 숨키기로 한다.

결국 자신의 정의. 즉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전쟁은 이렇게 종결된다.
세상은 다시 원점으로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으로 돌아간다.
하루가 지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론은 쓸데없이 넘쳐나는 돈을 은행에 맡기고
조선소로 가서는 일반 바사 하나를 구입했다.

단순히 항구를 보고 싶은 마음 하나 때문에 런던 앞 항구에 금방 구입한 바사에 몸을 실었다.
본거지다 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금방 항해자의 자격을 얻고 경쟁의 세계에 도착한 자들
이미 런던에서 알아주는 자본가나 해군의 거대한 선박이 아론의 바사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해변가까이에 널부러져 있는 또 다른 바사의 파편
그 파편을 보며 자의 라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억울하게 죽은 해리를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때.

'퍽!'

깊은 생각에 빠질 무렵 아론의 바사를 치고 가는 케러벨이 있었다.
갑작스런 케러벨의 등장에 아론은 급격히 당황하였고 그나마 옆에 걸려 있던 닻을 딯고 올라가
선박 옆에 매달릴 수 있었다.
문득 이런 항해술을 가지고도 바다에 나올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자가 누군지 궁금해서 아론은 선체로 올라갔다.

"선장...이거...그거 아닐까요? 대해적이 타고 왔다던 그 바사..."

"그...그럴지도 그러면 부정탈텐데..."

"뭔 헛소리야 너희들..."

선체에 올라서자 꽤나 어려보이는 한 소녀와 선원들이 밖을 내다 보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대로 결단력을 내리지 못하는 선장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한 마디 내 던졌다.
아무리 바사라도 금방 산 배인데 곧바로 격침 됬으니 그것도 좀 그렇고.

하지만 그 어린 선장이 아론을 향해 뒤돌아보자 순간 아론의 기억속에 누군가와 매우 흡사함을 느꼈다.
마치 데자뷰 같이 직접 본적은 없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느낌
하지만 그건 데자뷰가 아닌 엄연한 기억이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어릴적 모습과 똑같이 생긴 소녀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