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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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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APTAIN - 노예시장 (32)베레로크 카머 조합은 조합사무소 단지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로자레일 일행은 조합사무소 단지에서 어렵지 않게 카머 조합 사무소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깔끔하네요.”
카머 조합 사무소에 대한 마렐의 평가였다. 2층짜리 회백색 건물인 카머 조합 사무소는 건축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상당히 깨끗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목조로 건축한 주변의 건물들과는 천양지차였다.
로자레일이 막 조합사무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참에 느닷없이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내쫓기듯 밖으로 밀쳐졌다. 그 바람에 로자레일은 그 사람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한걸음 물러서야 했다.
로자레일이 물러서서 살펴보니 카머 조합 사무소에서 쫓겨난 사람은 키도 작고 얼굴도 못나서 볼품없어 보이는 한 늙은이였다. 조합원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노인을 따라 나와 말했다.
“그만 좀 찾아오십시오! 벌써 몇 번째 입니까!”
“어이쿠! 내 말 들으라니까! 돈이 문제가 아니야!”
“아이고 어르신! 정식으로 의뢰를 하십시오!”
“어허, 이 사람이! 한 번 더 설명해주겠네!”
중년인과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던 노인이 목청을 가다듬고 무언가 말하려고 하자 중년인이 대뜸 로자레일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
“중요한 비밀이라더니 길바닥에서 대놓고 말해도 됩니까?”
장년인의 말에 노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로자레일 일행과 중년인을 번갈아 보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 버렸다.
멀리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노인을 지켜보던 중년인이 로자레일 일행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실례했습니다, 혹시 조합을 찾아오신 분들이십니까?”
“알로너 씨와 레폴트 씨의 소개로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조합장 마르시오스 라고 합니다. 아, 밖에서 이럴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갑시다.”
접수대 우측 복도를 지나, 사무소의 응접실로 안내된 로자레일 일행은 조합장 마르시오스와 마주 앉았다. 로자레일이 가져온 알로너의 소개장을 읽은 마르시오스 조합장이 로자레일에게 질문했다.
“노예 경매에 참여하신다고요?”
“예, 오늘 경매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신가요? 웬만한 노예라면 경매보다는 우리 카머 조합을 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량으로 구입하신다면 품질 뿐만 아니라 가격도 보장해 드리죠!”
구석에 멀뚱멀뚱 서있는 제브릭을 제외하면 워낙 일행의 나이가 어린지라 일행을 쉽게 본 마르시오스 조합장이 너스레를 떨며 충동구매를 유도했다. 구미가 당기기는 했지만 대량 구매는 자금에 여유가 없는 로자레일로써는 꿈도 못 꿀 일이라 마르시오스 조합장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닙니다. 나중에야 그럴 일이 생길 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노예 경매에만 참가할 생각입니다.”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 마르시오스 조합장이 한 장의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
“흠, 좋습니다. 그러시다면 여기 이 서류에 서명하시고, 등록비를 지불하시면 됩니다.”
간단하게 한 번 훑어 본 로자레일이 계약서에 적힌 1골드라는 등록비를 확인하고 서명란에 막 서명을 하려는데, 마렐이 로자레일의 서명을 제지하며 말했다.
“잠시 만요, 선장님. 이 조항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로자레일은 마렐이 손가락으로 지적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았다.
“임시조합원과 조합원을 불문하고, 모든 조합원은 1년에 1번 조합의 의뢰를 받아야 한다. 거절할 시에는 조합에서 제명되며, 조합에 어떠한 권리도 요구하지 못한다.”
마렐이 지적한 부분을 소리내어 읽은 로자레일이 말없이 마르시오스 조합장을 바라보았다. 이 조항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거기 적힌 그대로입니다. 물론 의뢰를 해결할 시에는 그에 합당한 보상금이 주어지고, 수행할 의뢰도 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 1년에 1번씩은 조합의 의뢰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의뢰를 수행하지 않을 시에는 조합에서 강제로 의뢰가 주어집니다. 물론 능력 밖이라면 거절할 수도 있지요. 단, 1년에 한 건도 의뢰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제명입니다.”
“만약 의뢰를 수행하는 기간이 두 해에 걸치면 어떻게 됩니까?”
“의뢰 수행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2회의 의뢰를 수행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특급의뢰와 1급 의뢰를 수행할 시에는 5회, 2급 의뢰는 3회 의뢰를 수행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마르시오스의 대답에 로자레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퀘드리아 데 로자레일’이라는 서명을 마친 로자레일이 계약서를 마르시오스 조합장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경매참가증은 바로 나옵니까?”
계약서의 서명을 확인한 마르시오스 조합장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신뢰가 가는 미소였다. 그가 금고에서 한 장의 두루마리를 꺼내, 로자레일에게 내밀며 대답했다.
“여기 있습니다. 급하신가 보군요. 로자레일 씨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품은 맨 마지막에 소개된다고 하니, 천천히 가셔도 될 겁니다.”
알로너가 써준 소개장에는 로자레일이 소문의 흑인노예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쓰여 있는 모양이었다.
마르시오스 조합장에게 작별을 고하고 조합장실을 나온 로자레일 일행은 자연스럽게 복도 양옆의 의뢰게시판을 일별하며 걸었다. 노예경매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고, 소문의 노예가 마지막에 나온다는 말도 들었기 때문에, 들어올 때보다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사람을 찾는 의뢰부터 교역 물품 수급의뢰, 해적토벌대 모집공고까지 다양한 의뢰가 해결이 급한 의뢰 순으로 게시되어 있었다. 게시판 중에는 의뢰완료 게시판도 있었다. 의뢰가 완료되면 일정기간동안 완료의뢰로 게시해 놓는 모양이었다.
그중에 한 의뢰가 로자레일의 눈길을 끌었다. 의뢰인이 프랭클린 알로너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의뢰내용 때문이기도 했다.
‘노예운반업자 모집, 노예를 직접구입, 베레로크로 운반할 사람을 모집. 의뢰보상은 무사히 운반한 노예의 10%로 함.’이라는 내용의 의뢰였다.
제국의 식민지인 아쓰와드 대륙의 내륙에서 노예를 직접구입하고, 무사히 이곳 베레로크로 운반하는 의뢰였다. 아쓰와드 대륙은 절반 이상이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지만, 제국의 총독부가 위치한 해안가는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데 반해서 경작하기에 부적합한 대부분의 내륙지방은 전혀 통제되고 있지 않았다.
아쓰와드 대륙이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해도 원주민들에게는 거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단지 다양한 자원을 채취할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제국이 원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제국이 개방하고 있는 베레로크 일대를 벗어나, 원주민들과 거래하는 것이 가능했다. 단, 제국의 군대에게 걸릴 시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형을 면치 못하지만 말이다.
로자레일은 알로너의 의뢰의 보상에 흥미가 동했지만, 단기적으로는 노예경매에 참가하는 일과 장기적으로는 목숨이 달린 레토라 대령과의 거래, 말론과의 약속인 데무트를 찾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의뢰를 수행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으로 일단은 조합 의뢰는 접어두기로 하였다.
“음, 나는 잠시 실례하겠네. 배가 아파서….”
제브릭이 창백한 얼굴로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숙취해소용으로 먹은 우유가 몸에 맞지 않은 듯 했다.
제브릭을 화장실로 보낸 로자레일은 데무트에 대해 의뢰를 하기 위해 접수원에게 향했다. 오를란디 가문에서 이미 베레로크의 다른 조합에 의뢰를 넣었을 지도 모르지만, 임시로라도 속하게 된 조합인 이상 데무트에 대한 의뢰를 하는 것이 말론에게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로자레일 일행이 다가가자, 20대 중반의 여성접수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의뢰인이신가요, 아니면 의뢰를 찾고 계신가요?”
접수원에게 조합원이라는 인증을 하고 의뢰를 등록하려던 로자레일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우선 데무트에 대한 의뢰가 있는지 확인을 부탁했다.
“데무트 게르미날 씨에 대한 의뢰가 있습니까?”
“데무트 게르미날 씨를 찾는 의뢰 말씀이신가요? 이분을 찾는 의뢰를 하고 계신가 보죠? 잠시 만요, 어디보자. 데무트…. 아, 여기 있네요!”
바쁘게 손을 놀려 서류철을 뒤적이던 접수원이 기쁜 표정으로 손을 멈추었다. 데무트 게르미날에 대한 의뢰를 찾아낸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부탁한 것이었는데, 게르미날 가문에서 카머 조합에도 의뢰를 청부한 모양이었다.
기쁜 표정으로 관련 서류를 읽던 접수원이 탄성을 내지르더니 이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데무트 게르미날 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100골드, 찾아준 사람에게 1000골드를 사례함. 와, 대단한 의뢰인데 아쉽게 됐네요!”
“아쉽다니, 무슨 말입니까?”
“최고 1천 골드짜리의 대단한 의뢰가 완료되었는데, 로자레일 씨는 아쉽지 않으세요?”
의뢰가 완료되었다는 말에 로자레일과 마렐, 마르탱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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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