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한다. 뭐, 내가 아직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미치지. 암, 미쳐.”

“정상이 아니게 되요.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하지도 못하던 짓을 뻔뻔스럽게 한다니까.”

“으음, 사랑은 미친 짓이야~ 라는 말도 있잖아?”



 길드원들의 증언으로는 이렇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랑이 무슨 제 1급 환각성물질로 의심받아도 전혀 하자가 없을 정도다. 이 위험한 짓에 누가 목을 매달까 심히 의심스럽지만, 우리 길드에서도 현재 그 미친 짓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하아….”



 알비레오, 저 사람이다. 흔히 길드 내에서 순둥이로 구분되고, 흔히 여성으로 매도당할 언행을 일삼는 자이기에 ‘놀려 먹기 딱 좋고 실제로도 놀려먹는’ 인간이라고 리칼이 정의하는 저 사람, 그도 사랑을 하고 있다. 어이어이, 그런데 지금 철광석 녹여서 철 제련중인데 저 사람이 지금 정신을 어디다가 두는 거야?!



“이봐,이봐! 발에 쏟겠어!”

“아차차!!”



 하마터면 외과의술로도 구제할 수 없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외다리 알비레오로 불리게 될 뻔한 상황을 겪자 알비레오는 손에 쥐고 있던 도구들을 집어 던지고 길게 한숨을 내쉰다. 



“후우…”

“지금, 한숨이 나오냐?”

“후우…”

“얼씨구?”



 여기는 주조의 성지 함부르크, 철광석을 비롯하여 주조에 필수적인 다양한 광물과 석탄이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거래되는 곳이기에 알비레오와 같은 주조상들은 전부 이곳에서 광물을 구매하여 대포나 무기류를 제조하여 먹고 산다. 워낙 유명한 곳이니 만큼 이 곳에 터를 잡은 토박이 주조상들은 한둘이 아니다. 지금도 교역소 근방에서는 ‘700 받고 710’,’1000에 청동 일괄구매합니다!’,’800, 그 이상 가격으로 석탄 값 매기려고 하면 돈 쳐먹으려고 눈이 돌아간 걸로 취급하겠어!’,’야 이 자식아, 이 만큼 샀으면 좀 깎아주는 미덕을 보여라’등의 고함소리가 들릴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원래 이 곳에서 한 사람당 파는 교역량은 지정되어 있고, 나는 알비레오가 광물 부족에 시달릴 것 같아서 내게 판매되는 물량을 전량 몰아주려고 이 곳에 찾아왔는데… 이거 떠넘겨줬다간 죄다 자기 몸 태워먹는데 써먹을 것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왜 그래? 시세 폭락이라도 맞았어? 아니면, 철광석이 너무 많으니 한숨부터 나와?”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아스휜 씨가 요새 도통 보이지 않아서 슬프냐?”

“…….”

“나 참.”



 아스휜이라는 이름이 거론되니까 바로 아쉬움과 연민이 가득 담긴 무언가를 보이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불쌍하고 가련하기 그지없다. 아아, 사랑을 하면 다 이따위로 변하는건가? 아니, 이 인간은 원래 이랬으니 넘어가자. 

 하도 한숨을 쉬는 모습이 보기 안타까워서, 사실은 더 이상 주조하는걸 방치했다간 분명 다음에 볼 때는 어디 해적선 선장같이 될 것 같아서 나는 그를 질질 끌다시피 해서 근처 주점으로 끌고 갔다.



“자,자. 술은 오만 가지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탁월한 성능이 있다고 인증되지는 않았지만 잠시 까먹을 수는 있게 만드는 법. 그러니 마시고 잠시 까먹어.”

“…그러니까 닥치고 술이나 마시라는 소리군요?”

“정답! 알았으면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해서 좀 조용히 하지 않아주겠나?”

“하아…”

“도대체 그 한숨은 뭐야? 까딱하다가 함부르크에 갱도 뚫겠다.”



 알비레오는 내 신랄한 말투에 묵묵히 술잔만을 만지작대다 한잔 쭉 들이켰다. 숨이 넘어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잔이 비워지자, 알비레오는 입 안에 걸린 자물쇠를 풀어낸 듯 입을 열기 시작한다. 거 인간 참, 말 한번 하게 하기 되게 어렵네.



“그러니까… 아스휜 님이…”

“아스휜 양이 왜?”

“그러니까… 계속 기억에 남아요.”

“흐음.”

“그러니까… 계속 그녀 얼굴만 보이고, 그녀의 미소가 떠오르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고…”



 환청에 환각이면 저어기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장기요양을 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지만, 지금 그는 사랑에 빠져 있기에 선택적인 시각 및 청각정보 수용과 한사람에 대한 기억을 반복재생하는,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그러니까… 저 그러니까….”

“아직도 좋아해? 아스휜씨를?”

“…네.”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알비레오는 고개를 푹 숙인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짚고 갈 점, 아스휜이라는 아낙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아스휜 씨는 노틸러스 길드의 초기멤버이자, 이 길드가 이만큼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기여, 그러니까 자금을 마련한 사람이다. 이 노틸러스 길드가 전대 마스터 하이르나 님을 비롯하여, 루이시온 씨, 그리고 내가 모험활동으로 길드를 설립할 수 있을 정도의 국가적인 명성을 쌓느라 주력했다면, 아크투르스 씨와 아스휜 님은 길드를 설립하는데 많은 자금을 댔다. 하지만, 그 중에서 그녀가 유독 돋보인 이유는… 이 모든 자금을 순수하게 올리브를 올리브유로 짜서 번 돈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도 그녀의 손에는 올리브유가 묻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데일리잇 씨와 알비레오 씨라고 하셨나요? 전 아스휜이에요. 아차차, 올리브유가 손에 묻어있어서 악수하기는 좀 그렇네요. 잠시만요, 수건이…’

‘아, 안녕하세요… 알비레오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알비레오 씨.’



 으음, 생각을 해 보니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도 알비레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그게 첫눈에 반한 거라고 누가 짐작을 했을까? 어쨌든 간에, 우리들이 모여서 길드를 만들 때, 자금 조달이 힘들어서 고민하던 중에 그녀는 갑자기 떡하고 수백만 두캇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었다.



‘이,이게 다 얼마입니까…?’

‘글쎄요, 세어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300만? 그 정도는 할 거에요.’

‘저기… 아스휜 님, 이건 다 어떻게…’

‘하이르나 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길드를 세우고 길드 사무소를 구입하려면 돈이 든다고. 그래서 들고 왔어요. 괜찮아요, 여태까지 짠 올리브 유를 팔아서 조금씩 모은 돈이니까요.’

‘오,올리브 유… 그거 한통을 짜면 한 100두캇가량 이익이 남잖아요… 그러면 3만 통인가…’



 그 때 그 돈으로 길드사무소를 산 뒤, 우리들은 ‘아스휜 씨는 전생에 올리브 압착기가 아니었을까’ 라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을 만큼 그녀의 저력은 대단했다. 그녀의 순수한 모습과 왠지 모른 가정적인 면, 그리고 생활력과 활기찬 모습에 알비레오가 반했다고 예상한다. 뭐, 대충 짜 맞추어 넣은 거다. 올리브 유 짜는 것 만으로 그리 많은 이미지가 연상된다고 비웃지 마시라. 지금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길드사무소에 얼굴도 들이밀지 않고, 소식도 전해지지 않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정도이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그녀가 여태까지 올리브를 짜서 모은 전 재산을 긁어 모아, 모험을 떠난다고 항구를 출항하던 그 때였다. 반복되는 일상사에 지친 그녀는 멀리, 아주 멀리 모험을 떠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배를 타고 출항했다. 음, 그러니까 그 때를 조금 회상하자면…



“자, 그러면 이제 떠날 시간이네요.”

“아, 아스휜 님… 저기… 저기, 그냥 떠나시지 않으시면 안될까요?”



 물론 여기에서 떠나지 말라고 울먹이는건 우리의 불쌍한 알비레오 군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 그러니까… 모험 같은 건 다른 모험가 분들이 있으시잖아요. 굳이 아스휜 님 같은 상인이… 그, 그리고 모험은 힘든 일이라는 걸 들으셨잖아요. 언제나 목숨을 언제 잃을지도 모르고…”

“네,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하지만 전 한번 떠나보고 싶답니다. 지루하기만 한 일상에서 한 번 정도는 벗어나보고 싶어요. 내가 꿈꾸던 것, 내가 바라던 환상, 분명 저 바다 너머에 있을 거에요.”

“그,그런 거라면 마스터인 하이르나 님이나 루이시온 님을 따라서…”

“그런 건 의미가 없잖아요? 그런 건 단지 여흥에 불과할 뿐이랍니다. 전, 진정한 모험을 위해 떠나려고 하는 거에요.”

“그, 그런…”

“자, 그럼 안녕히. 모두들…”



 그녀의 입장에서는 모두에게 자신의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말한 것일 뿐이지만 알비레오와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는 ‘알비군 차였네!’ 였다. 알비레오가 대표로 서서 말렸고 아스휜은 주로 알비레오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으니까. 뭐 결국 그녀는 출항하고 우리들은 열렬히 손을 들어서 배웅하면서 ‘선물 사와라, 죽지 말고 살아 돌아와라, 편지 자주 해라, 사실 고백하는데 사랑했다’ 라는 등의 헛소리를 말했다. 아, 여기서 사랑했다만 헛소리고 나머지는 진담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 불쌍한 알비군은 그 떠나는 뒷통수에다가 막 하는 고백조차 못한 채 ‘난 차였다’라는 표정으로 망연자실하게 떠나는 그녀의 배를 바라 볼 뿐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현재.



“하지만…하지만 난 그 때 차였어요!”

“그래,그래. 알비군 불쌍하기도 하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난 잊지 못하겠어요!! 그녀의 얼굴도, 웃음도, 미소도, 목소리도…”

“그래그래, 알비군 기억 참 좋다.”

“그런데 왜 지금도 안 보이는 거죠? 내가 싫어서… 도망간 걸까요?”

“그건 아니다, 알비군 귀엽잖아. 절대 그런 거 아냐.”

“그럼 왜 지금도 안 오는 거냔 말이에요!!”

“글쎄? 애인이 생기지 않았을까?”

“거 봐, 역시…역시 내가 싫으니까 그런 거잖아… 흑.”

“어라, 알비군 울지 마. 누나가 있잖아?”

“필요 없어!!”



 여기서 주로 술주정을 부리는 것은 알비군이고, 그런 알비군을 다독이는 척 하며 놀려먹는 건 내가 절대 아니고 리칼이다. 현재 상황이 어떠냐면, 함부르크산 맥주를 교역소에서 사 들고 와서 아크로프로스커, 그러니까 내 배의 갑판에 주저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리칼과 알비레오, 나 중에서 내 배가 가장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배의 선원들까지 데려와서 마시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내 배 위에서밖에 술판을 벌일 수 밖에 없다. 뭐, 선원들이 갑판의 더러움이 눈에 띈다고 투덜대겠지만 브러시 던져주고 닦으라고 하면 끝인걸.

 어쨌거나, 각자의 태도가 태도이니만큼 선원들 역시 태도가 다르다. 알비레오의 선원들은 선장의 가슴앓이가 안쓰러운 듯 계속 힐끔대고 있고, 리칼의 선원들은 그만 좀 해라는 듯 계속 힐끔대고, 내 선원들은 구경거리를 보는 득 계속 힐끔대고 있었다. 음? 결국 죄다 힐끔거리긴 마찬가지인 건가. 

 그 세 배의 모든 선원의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알비군은 지금 갑판에 누워서 리칼의 도발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 역시 취했어



“아스휜 씨를 달란 말이야아!! 아스휜 씨이!!”

“그래그래, 내가 아스휜 씨니까 이 품에 와서 안겨버려.”

“아스휜 씨이이이이!! 우와아아앙!!”

“알비군은 내가 좋아?”

“좋아요, 너무 좋아!!”

“나 리칼이야.”

“저,저리 가!”

“아까는 좋다고 막 껴안았으면서. 흑흑, 변태. 나 아스휜이 그렇게 싫어?”

“아스휜 씨이이!”

“나 리칼이야.”

“저리가아!!”

“아까는 좋다며? 흑흑.”

“미, 미안해요…”

“아냐, 아스휜이 없는 사이에 알비레오 군은 다른 여자가 생긴 모양이구나? 너무해. 난 알비레오 군이 보고 싶어서 이렇게 돌아왔는데… 다시 가버릴거야!”

“가지마아!!”

“정말? 나 리칼이야.”

“가,가버려어!! 나 괴롭히지 마아아아.”

“꺄르륵.”



 계속해서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알비레오를 무슨 반자동 장난감 취급하듯이 놀려먹는 저 악랄함. 원래 그녀는 백합물에 정동한 자라고 들었는데 백합물이 뭔지는 모르겠다. 원예에 취미가 있는 듯 한데 잘 모르겠다. 하여튼 식물 키우는데도 저런 식으로 한다면 촉수식물만 양성하는 것 같다. 



“아스휜 씨이…… 훌쩍.”



 결국 마시고 괴롭힘당한 피로도를 버티지 못하고 픽 쓰러진 알비레오는 내 배의 갑판에서 술에 절인 채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식이면 술판은 종료다. 



“야, 거기. 너네 선장 데리고 돌아가라. 그 만큼 마셨으면 됐지 뭘 또 바래? 자, 자. 들어들 가!”



 우락부락한 선원들 중 일등 항해사는 그들의 선장을 어깨에 들러 맨 채 돌아가고, 리칼도 선원들을 돌려보냈다. 나 역시 선원들을 보냈고 넓은 갑판에는 그녀와 나 둘만 남았다.



“…그렇게 질투가 났습니까?”

“…티 나던가요?”

“그래, 티 많이 나요.”


 내 대답에 피식 웃은 그녀는 술잔을 기울인 뒤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인데, 그 어벙한 녀석이 좋아한다고 하니 왠지 질투가 나던데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그렇게 그 여자 타령을 하는지…”



 리칼은 이 길드에 비교적 나중에 들어 온 사람이다. 아크투르스와의 친분으로 인해 길드에 들어온 사람으로 아스휜 씨가 떠난 지 얼마 뒤 들어왔다. 
 


“설마 알비레오가 좋은 겁니까?”

“그럴 리가. 난 단지 순진하고 귀여운 알비레오가 좋을 뿐이에요. 사랑한다의 의미가 아니라 행동이 귀여운 거지, 그런 의미에서 난 귀엽고 순진하면 남자 여자 안 가려요.”

“놀려 먹기 좋으니까?”

“뭐 그렇지요. 이 곳에서는 알비군이 가장 대표적인 예.”

“이런, 알비레오가 불쌍하기까지 하군요.”

“하하하… 뭐 그런가요?”



 아무런 악의도, 아쉬움도 없는 웃음소리를 낸 리칼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바보는 한 번 거나하게 당해야지 정신을 차려요. 그래야 똑바로 살지. 안 그러면 계속 아이고~아이고~ 하고 끙끙 앓다가 상사병으로라도 죽던가 배 타고 무모하게 항해를 나가던가 하고 말지. 그런 의미에서 사람 한 명 살린 셈, 물론 대가는 죽을 때까지 내 괴롭힘.”

“이런, 목숨 값 치고는 꽤나 비싸군요.”

“뭐, 그래도 헤롱헤롱하다 죽는 것 보다는 낫죠. 알비군, 나한테 감사해야 할 텐데 그걸 몰라.”

“하핫…”



 그녀의 투덜거림에 나 역시 웃으면서 술잔을 넘긴다.





 다음 날, 숙취에 찌들어 고생할 알비레오군을 위문할 겸 룰루랄라 알비레오의 배로 간 나는 선장 실 앞에 모여있는 덩치들, 그러니까 알비레오의 선원들을 보면서 갸웃거렸다.



“왜들 이래? 설마 알비레오가 아스휜 씨가 그리워서 자살이라도 했어?”

“그게 아니라…”



 일등 항해사는 주저주저하며 물러섰고 난 당당히 문을 열고 선장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너무 해! 아스휜 씨가 좋다고 어젯밤에 그렇게 나에게 매달리다니…”

“저,저기.. 리칼 님. 그게…”

“미워! 알비레오 군 저리 가! 미워! 오지 마! 내 가슴에 묻혀서 좋아요~좋아요~ 라면서 부비적댄건 다 아스휜이라는 여자 생각하면서 한 거잖아! 싫어, 변태! 저리 가!”

“그,그건… 술김에…”

“흑흑, 술김이라면 덮쳐도 좋은 거야? 그래, 정말 그런 거야? 너무해. 남의 마음을 멋대로 가지고 논 다음에 술기운으로 취급하다니… 흑흑.”

“저,저…저기…”

“미워! 난 그래도 알비레오 군이 싫지 않았는데… 역시 나 따위는 그런 여자의 대체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은 거야? 알비레오 군 따위… 최악이야!!”

“.......”



 저기 저 맨 밑의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사람은 나다. 아니, 이게 왠 카락 타고 우주로 모험 떠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소리인가? 들어가서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이쯤 되어서 리칼이 문을 박차고 흑흑흑~ 거리면서 달려나갈 것 같아서 슬쩍 옆으로 비켜서니 역시나~ 리칼은 눈 주위를 가리며 열심히 흑흑흑~ 거리며 달려나갔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녀의 입가에 머금은 웃음이 감지되었다. 하지만 다른 선원들은 못 본 것 가다. 알비레오도 마찬가지. 훗, 여기에서 보인다! 라고 외쳐야 하나?

 하지만 난 그렇게 확실하게 알비레오의 생각을 굳히게 만들기보단 여운을 남겨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놔두는 것이 더 재미있어 보일 것 같아서 한 마디 말을 했다.



“알비군, 큰 일 났군?”

“이를 어쩌지요….”


 글쎄다, 먼저 속았다는 것부터 알아야 되지 않을까?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먼저일 것 같지만, 아마 그 사실을 알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알비군, 힘내! 아직 아스휜 씨는 너 싫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잖냐. 그러니까 아직 희망은 있어! 단, 아스휜 양이 언제 돌아올 지가 문제지. 그리고, 지금 네 앞에 있는 문제도 그렇고.



 아아, 그 남자의 사랑은 오늘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구나. 쯧쯧쯧, 역시 사랑은 미친 짓이라니까.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는 픽션입니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는 이야기는, 나머지는 픽션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요?[히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