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에 가 달라구요?"
 "그래, 새로운 항로 개척을 위해서야. 30일 이내에 오슬로까지 다녀올 수 있는지, 능숙한 모험가가 다녀와주었으면 좋겠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초콜릿은 생각했다.

 '난 상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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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더 아무생각없어지는 대항해시대 팬픽션]


          머나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 3


                                                            by 딸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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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의 발단은, 한 장의 서류였다.
 가까운 거리를 항해하며, 폭풍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조심, 가고 있던 초콜릿에게 한 배의 선장이 말을 걸었다.

 "여봐요! 여봐요!"
 
 "-네?"

 바다는, 넓디넓고 때로는 외롭기까지 하다. 얼마전 홀로 머나먼 도시까지 떠내려가본 경험이 있던 초콜릿이라, 애타게 구원을 요청하는 선장의 외침을 무시하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아무데나 근처의 항구까지 조금 데려다 주시게. 해적들에게 당해버렸다고."
 "....네, 뭐 그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며, 선장 A씨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다; 절대로 이름을 까먹은 것이 아니다;) 는, 모험가 조합 의뢰서를 한 장 주고 사라졌다.

깨알같은 잉글랜드어가 촘촘히 써있는 것을 해독하려, 글자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못한 초콜릿은 한참 애써야 했다.

[이 문서를 소지한 자는 모험가 조합에서 의뢰를 받을 수 있다]

 모험가 조합이라.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이다. 다른 사람들이 가본 적 없는 장소를 탐험한다는 사람들이 우글우글한 곳. 수염이 텁텁한, 배가 볼록한 아저씨들이 우글우글한 곳.. (편견입니다. 어이 거기 모험가 분들, 화내지 마세요'ㅅ')

 그래서, 그녀는 모험가 조합에 한 발을 내디뎠던 것이다.
 
 조합 안은 시끄러웠다. 그러나 사실, 상인 조합과 별 차이는 없었다. 목재로 지어진 건물 안은, 별다른 장식이 없이 수수했다. 사람이 꽉 차 있어, 서로 각자 할 말을 외치고 있었다.

 "모험가 전직 퀘스트 삽니다!"
 "목재 퀘스트 5개짜리 팝니다!!"

 -뭔가, 사고 파는 것이 세상의 대세인가보군. 심지어 모험가들조차 말야..
 하긴, 돈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니까.

 초콜릿은 그전에 오슬로에 가 본 적이 있었다.
 오슬로의 교역품 시세를 알아봐달라는, 런던 교역소 주인의 부탁을 받고 다녀왔다.

 오슬로의 특산품인 목재는, 런던에서 상당히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 심지어 갓 초보 상인을 시작한 초콜릿조차도 알고 있는 정보였기 때문에, 초콜릿은 아마에 눈독을 들였다. 약초상으로 전직한 그녀는, 섬유를 여러번 거래할 생각이었다. 아마, 양모와 같은 섬유를 수없이 거래하다보면, 직물을 보는 눈이 높아져 - 직물을 많이 살 수 있게 된다.

 그렇다. 네덜란드 편사는, 꽤나 먼 곳 여기저기서 특산물로 쳐주는 모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직물의 보드라운 감촉이 좋았다. 산처럼 쌓인 목재나, 석재, 각종 광석들은 어쩐지 차갑고 딱딱기만 하다. 보드랍고 푹신푹신한 각종 옷감을 사다가 여기저기 나른다는 게 어쩐지 낭만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가볍게- 정말로 별생각없이, 오슬로에 다녀와달라는 모험가 조합 마스터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게 굉장히 후회할 일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서.

 오슬로까지 가는 바람은, 순조로웠다.
 푸르고 깊은 바다를 들여다보며, 초콜릿은 조용히 계산을 하고 있었다.

 런던에서 구입한 맥주와 위스키를 오슬로에 팔면 얼마나 나올까?
 선원들의 월급을 주고, 빵과 물 값을 빼면? 이번에 새로 산 배값은?
 아니면 암스테르담에서 네덜란드 편사를 구입하는게 좋을까?

 

 런던에서 오슬로로 직접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다. 암스테르담과 함부르크에 들린다면, 30일 정도 될 여정이다. 더군다나 새로 구입한 초코초코파도호의 속도는 그전에 타던 상업용 바사호보다 월등히 빨랐다.

 잉글랜드에서 유일하게 생산되는 2 마스트 코크호는,  유난히 육지가 가깝고 지협이 좁으며 암초가 좁은 잉글랜드 해협의 특산품이다. 넓디넓은 대양으로 바로 연결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에서는, 대양을 항해하는 크고 무겁고, 견고한 범선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잉글랜드, 작은 섬나라 잉글랜드에서는 - 빠르고 민첩한, 자그마한 배들이 생산되는 것이다.

 오슬로에 한 번 가봤다고는 해도, 함부르크에 기항하지 않고 바로 오슬로에 가는 건 처음이다. 빵과 물을 넉넉히, 싣고 초콜릿의 배, 초코초코파도호는 출발했다.

 하지만, 바다는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처음 자그마한 전투용 바사호가 초코초코파도호를 기습했을 때, 초콜릿은 사악하게 웃어제꼈다.

 "흥! 어디서 해적질이에요, 고작 해군 퇴물 주제에!"
 "....꼬마 아가씨는 상인 주제에 해군을 얕보는건가? 내가 이래뵈도 한때는..."

 -초콜릿의 배가 펠콘포 4문으로 바사호를 포격하자, 늙은 해군 할아버지는 바닷속으로 곱게 가라앉아버렸다. 첫 번째 전투 승리로 들뜬 초콜릿은, 배의 선미가 살짝 부서진 것을 보고 훗 하고 웃었다.

 "후후..내구 14정도야! 도구점에서 구입한 목공도구 1개로 고치면 되지!"
 산뜻하게 목공도구를 사용해서, 손수 배를 수리하는 그녀를 초짜 선원들은 존경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비록 배는 완벽하게 수리되지 못했지만, 반쯤 땜질되어 내구 8이 더해진 정도라도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러나 그것은 단지 악몽의 시작일 뿐이었다.
 또다른 전투용 바사 한 척이 - 이번에는 토박이 해적이 기습해왔다. 그것 또한 초콜릿은 가볍게 해치웠다. 단, 이번에는 배의 오른쪽 측면이 반쯤 부숴져 버렸다. 적의 포탄이 정확히 명중한 것이다. 목공 도구는 이미 다 떨어졌지만, 항해 일수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하고 초콜릿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세 번째 전투용 바사가 습격을 가해왔다. 아까의 해군 아저씨가 아니었으나, 매우 닮은 사람이었다. 배의 왼쪽 부분도 너덜너덜해져서, 말끔하고 견고한 새 배였던 초코초코파도호는 마치 삼 년은 지난 낡은 배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오른쪽에서는 물이 새고, 왼쪽에서는 화재가 났다...

 "선장님!! 위스키가 타버렸습니다!"
 "위스키로부터 옮겨붙은 불이 배를 다 태우려고 해!"
 
 물을 퍼부어서 간신히 화재를 진정시켰을 때에는, 열 통의 위스키가 바다로 사라진 후였다. 그리고, 물을 퍼내던 선원이 갑자기- 절박하고 위급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악!"

 물속으로 풍덩, 하고 끌려들어간 그를 보며 다른 선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단순히 물에 빠진 줄 알고- 도와주려고 달려간, 발목에 밧줄을 묶고있던 선원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를 때까지.

"상어다! 상어가-"

 그리고 세 명의 선원이, 상어밥이 되었다.
 존, 마이클, .
 방금전까지 쾌활하게 웃고 떠들며, 이번 월급을 받으면 뭘 할지 고민하고 있던 동료들이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다.
 다른 선원들은 침울해졌고, 선장인 초콜릿을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평온한 항해가 될 줄 알고 왔건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농사나 지을걸- 플리머스 언덕에 누군가 새로운 작물을 심었다든데- 등등.

 그렇지만, 그들을 애도할 시간조차 없었다. 배를 움직이기조차 인원이 모자랐기에. 오슬로에서 팔기위해 싣고가던 위스키와 맥주는, 대부분 바다에 흘러가고 남아있지 않았다. 양모 20장은 깨끗하게 불에 타 버렸다.

 그렇지만, 아직 살아있다. 선원 다섯명과 힘을 합쳐서, 키를 움직였다. 능숙한 조타수가 상어밥이 되었기에, 배의 속도는 더욱 더 느려졌다.

 그리고, 이베리아의  사략함대가- 기습해왔다.

 사략선.
 정부의 명을 받고, 합법적으로 타국의 선박을 나포한 후, 생명을 댓가로 금품을 강탈해가는- 사실상의 해적들. 희귀한 물품들을 먼 나라로부터 싣고 온 타국의 선박을 습격하는 것은, 군비를 증강하느라 바쁜 각 나라의 경제에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부지런한 상인들에게 그 사략선이란- 단순히 날강도일수밖에.

 전투용 캐러벨 3척이 둘러싸고, 능숙한 탄도학 기술로 포탄을 발사하였다. 힘없이 흔들리던 초코초코파도호는, 치명적인 일격을 맞아 돛도 키도 망가져 버렸다. 다행히, 소지금의 절반 정도만을 강탈당하고- 초콜릿은 살아남았다.

 대신, 다른 모든 선원들은 바다에 버려졌다.

 이대로 난파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오슬로에 도착하는 건 무리일까? 항해일수는 벌써 27일. 화물을 무사히 싣고 도착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이미, 물건은 위스키 두 통 밖에 남아있지 않다. 손해를 본 건 물론이고, 열여덟명의 생명을 잃었다.

 평소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오슬로 - 런던 간의 항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외로이 갈매기떼가 배위를 맴도는 가운데, 그녀는 다행히 잊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구명도구다!"
 
 근처에서 허우적거리던, 선원 한 명을 간신히 건져냈다. 초콜릿의 연약한 팔로 크고 건장한 어른 남자를 끌어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어떻게든 해냈다. 다행히 런던 항 출신인 선원은, 수영을 잘 했다.

 ".....둘밖에 남지 않았네요..."
 "둘이라도 남았으니 다행이지."

 선원 한 명이 키를 잡고, 초콜릿은 물을 퍼냈다. 물 퍼내기용 통은 다행히 아직 남아 있었다. 초코초코파도호는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때, 바로 옆에 한 배가 지나갔다.

 "여~ 초콜릿, 여기서 뭐하고 있어?"
 "...도와줘! ;ㅁ;"
 "응? 너 배가 왜 그모양이냐?"

 마치 여왕폐하께서 내려주신 사명장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그렇게 구원하러 온 사람은 선장 A씨였다. 기억하는가? 모험가 조합 의뢰서를 주었던 모험가 A군 말이다.

"....나 좀, 오슬로까지 하루 안에 끌어 줘요...."
"그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 따라와."

 밧줄로 묶여, 이제는 완전히 폐기 처분 직전의 나무 쓰레기가 되어버린 초코초코파도호는, 힘없이 A씨의 배를 따라갔다. A씨는 모험가로써, 능숙하게 돛을 조정하며- 주변의 지도를 재어보고 있었다. 모험가의 배는, 대부분의 경우, 상인의 배보다 빠르다.

 A씨의 배는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29일째, 오슬로가 보였다. 새하얀 건물들이 아련히, 수평선 너머에 신기루처럼 아른거렸다. 그것이 신기루인지 고민하는 초콜릿에게, A씨가 저것은 도시라고 확언해주었다.

"오슬로에 30일 안에 갔다오는 임무라고? 지금 며칠인데?"
"29일째야..."
"그래? 그럼 지금 입항하면 되....헉!"

 둥 두둥 둥 둥
 전투의 북소리가 울렸다.
 전투형 캐러벨 3척이, A씨와 초콜릿의 함대를 습격하는 소리였다-

 ".....야, 도망가! 내가 막고있을께!"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A씨가 난파해 있을 때, 초콜릿이 끌어주었다고.
초콜릿의 배는, 2 마스트 코크였다고. 그런데, A씨의 배가 모험용 바사호였다는 사실을, 말했는가...?

 "......"
 "....."

 A씨와 초콜릿의 배는, 사이좋게 이베리아 사략선단에 나포되었다.

 ".....가진 것을 다 내놓으면, 선장만은 풀어주지!"
 "...목숨만 살려주세요-"
 "아니 선장님, 저희들을 버리시는겁니까!"

 A씨가 데리고 있던, 여섯 명의 선원들이 절규했다.
 A씨는, 훗훗훗 하고 웃었다..

 "저만이라도 살려주세요..."
 "...어이, A씨, 인생을 그렇게 살면 어떡해?"

 이베리아 사략선단은, 선원 6명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몸값을 낼 돈이 있는 A씨와 초콜릿만을 풀어주었다. 그동안, 이틀이 지났다.

 그렇다, 오슬로에 가는 임무는 실패한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항해였다. 사략선단이 없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실패한 것은 실패한 것-

 밤하늘은 한없이 짙게 검푸르며, 별은 단 하나도 떠있지 않다. 눈앞에 하얗고 깨끗한, 건물들이 아른거린다. 그러나 그 앞까지, 움직일 수 없다. 파도에 무기력하게 흔들리는 두 개의 점이 있었다-

 오슬로의 거의 앞에서 선원이 단 한 명도 없는,  두 척의 배는 슬프게 외쳤다.

 "누군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to be continue

 어흑;ㅁ;

 인생이 슬픕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