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의 중심을 담당하는, 수도 아모로트.
그 광대한 도시의 일각에는 애니드라스 아남네시스라 불리우는 시설이 있다. 사람이 창조한 갖가지 기록, 즉 이데아를 보관하는 장소이며, 사람이 찾아낸 만물만상의 이치를 담아둔 장소이기도 한, 다시말해 지혜의 모든것을 담고있는 거대한 상자였다.
그만큼 방대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면, 정리정돈하는데도 적지 않은 사람이 있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기록-대략 서적이나 크리스탈에 기록되어 있다-을 구분해, 배열해 나가는 것은 직원들의 일이었다. 그들에겐 확실한 지식이 요구된다. 고로 애니드라스의 직원을 맡는다는 것은, 특별히 학자와 같은 지식을 좇는 사람들에게 있어, 각별한 명예로써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남자는, 그런 직원들 중 한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새로운 것들은 창조하는 것에 정열을 기울였지만, 그가 흥미를 가졌던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의 추구 이외의 것이 아니었다. 돌을 돌로써 존재하게 하는 요소를 분석해, 그것에 깔려있는 보이지 않는 법칙을 끌어낸다. 가장 작은 것을 알아내는 것으로, 그 집합체인 별이나 세계 그 자체를 해명하려 하는 학문이었다.
그는 애니드라스의 직원으로써 선배들이 기록한 자료를 정성껏 분류해, 시간이 남으면, 그것들을 참고로 해 스스로의 학설을 닦았다. 수목의 연륜, 혹은 대지에 생겨난 층과 같이, 지식을 묵묵히 쌓아나가는 것이 좋았다.

어느 날, 남자는 애니드라스의 소장에게 호출되었다. 말하길, 만나길 하는 사람이 있다고. 이어서 나온 이름은 들은 기억이 있었다. 최근 수백년, 생명에 관한 실로 선명하고 강렬한 연구결과 여러 개를 발표한, 기예의 학자. 생명체를 어디까지나 물질의 한 종류로써 생각하는 방법은, 확실히 남자의 특기분야에도 통하는 면이 있다. 그 학자가 애니드라스에서 자료를 찾을 때의 조수를 구하고 있다고 하기에, 흥미 반,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 반으로, 면회를 승낙했다.

약속의 시간이 되어, 입구 가까이 마련된 응접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중후한 문을 노크하자, 예상외로 시원시원한 여성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가로막던 것을 밀어젖히자, 목소리의 주인, 예의 학자가 한 명 서 있다. 검은 로브로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덮고, 흰 가면으로 눈가를 가린 모습은, 남자를 포함해 대다수의 시민들과 다름없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가 입실하자 후드를 내리고, 가면을 벗은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베네스라고 해요."

그것은, 맨얼굴이어야만 하는 특별한 장소를 제외하고, 절친이나 가까운 관계에서만 허용되는 모습이었다. 또는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스승에게 배움을 청할 때 같은, 절실한 상담을 바랄 때의 예의로 받아들여졌다. 그녀가 어떤 의미로 용모를 드러냈던지, 남자를 사역마처럼 대할 생각은 아니라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남자는 예상치 못한 사태에 갈피를 못 잡는 마음을 심호흡에 담아 토해내고, 그녀의 올곧은 자세에 경의를 표하며, 자신의 가면에 손을 뻗었다.

이후, 서로의 목숨이 끊어질 때 까지 이어지는 기묘한 친구 관계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베네스는 명랑하고 예의바르며, 명철한 두뇌에서 흘러나오는 변론은 듣는 이들로부터 감탄의 한숨을 끌어냈다. 남자는 그것을 눈앞에 할 때 마다, 보석 구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에서 봐도 일그러짐이 없는 완전한 구체. 그렇기에 아무런 결점이 없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어렴풋이 빛을 반사하고 있는…… 그런 것을.

그 인상이 바뀐 것은, 자료 수집을 돕게 된 지 수 년이 지나면서였다. 애니드라스의 구석에서 글을 쓰기를 계속하던 그녀가 펜을 내려놓는다. 그것을 눈치챈 남자는 들고 있던 책을 선반에 돌려놓고, 그녀가 기록하던 내용을 어깨 너머로 엿봤다.
종이 위에서, 그녀가 오랫동안 쫓아온 가설이 모순 없는 하나의 고리가 되어 있었다. 진실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남자의 가슴은 안도와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아아, 축하해."

그러나, 베네스는 돌아보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몇 번이고 옆에서 들여다보자, 그녀는 자신이 적은 것에 못 박힌 듯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그대로 미동도 없이 몇 초. 서서히, 그 나긋나긋한 양손이 입가로 움직였다.
-웃고 있다.
손가락 아래 차마 숨기지 못할 정도로, 그것은 이미, 방긋이. 평소에 그렇게 칭찬하던 덧없는 미소가 아닌, 용솟음치는 기쁨을 터트리는 듯한 미소였다.
밝은 바닷빛을 한 눈동자마저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어느새 또 가면을 벗고 있었던건지, 또는 그것을 쓰고 있는 걸 남자가 잊어버릴 정도로, 확실한 빛이 켜져 있었다.

"대단해……"

잠꼬대처럼, 베네스는 말했다.

"우리가 살아있는 건, 마치 기적과도 같아."

"이상한 말을 하네. 그것이 일정한 법칙에 따른 필연의 결과라는 것을, 네가 이렇게 증명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 필연이 필연이라는 것이, 대단한 거야…… 이렇게도……."

그녀의 눈은, 종이에 펼쳐진 진리에 매혹된 채였다.
빠직, 하고 뇌리에 떠오르는 보석 구슬이 깨진다. 새롭게 생겨난 단면이, 빛을 날카롭고 강하게 반사해, 그녀라는 보석에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아아,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있어야 할 모습이었던 것이다.
설령 근거를 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틀리지 않았다고, 빛 앞에서 남자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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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스는 세계의 모습을 분명하게 할수록, 무언가를 느끼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애니드라스에 뛰어들어와 남자에게 말한 것이다.

"여행을 떠날 거야, 나."

어디냐고 묻자, 목적지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계를 알기 위한 여행. 지금 그곳에 있는 것을 듣고, 느끼고, 생각하기 위한 여행이라고 그녀는 대답했다.

"알았다. 아무쪼록, 조심하도록."

그렇게 전하자, 베네스는 또다시 기쁨에 찬 미소를 띄우며, 로브의 옷자락을 가볍게 휘날리며, 거대한 상자에서 떠나갔다. 입구의 문이 완전히 닫힐 때 까지 배웅하며, 남자는 직무 중 정위치인 의자에 돌아간다. 운반되어 온 것들을 훑어보고, 잠시 생각하고, 올바른 장소에 넣는다……. 묵묵히, 그것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녀가 다음으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어떤 자료를 구하려 할까 상상하게 되었다. 자신의 학설을 다듬기 위해 있었던 시간이, 차츰 전문외의 분야를 알기 위한 시간이 되어 있었다.
새로운 배움은, 이상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어느 때는 겨우 몇 달, 또 어느 때는 수십 년을 건너, 베네스는 애니드라스에 얼굴을 보였다.
여행 도중에 만난 가슴뛰는 사건들, 그것들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 상자 안의 지식을 구하던 것이었다. 보고 들은 것을 생생하게 전하는 그녀에게, 더이상 처음 만난 시절의 어딘가 흐릿한 인상은 없다. 예를 들자면 복잡한 면을 가진 크리스탈과 같이, 때때의 기쁨을 비추며 빛나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말에-또는 그 중에 그녀가 취한 심히 대담한 행동에-몇 번이고 놀라며, 그녀가 들여온 의문에 대해 곧바로 자료를 내밀면서,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달라진 것이라고 한다면, 또 하나. 베네스가 14인 위원회의 아젬의 자리에 취임한 것이다. 세계를 돌아보는 관찰자의 역할은, 과연 지금의 그녀에게 어울리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동시에, 사람을 이끄는 입장이 되었으므로, 상응하는 예절을 지키며 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또다시 찾아온 그녀에게, 남자는 이전보다도 더욱 공손하게 자료를 추천했다.
그랬더니 어쩐지,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는 것이 아닌가.

"당신마저 그런 식으로 대하면, 거북한데 말이죠."

"지금은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분께, 저 따위가 가볍게 대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단념해주십시오. 곧 익숙해질 테니."

처음에야 그런 공방이 있긴 했다만, 그녀는 아젬으로써의 일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했고, 크게 활약했다. 마을이 흉포한 짐승에게 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주변의 숲으로 파고들어가, 원인을 밝혀냈다. 조사에 향한 채 돌아오지 않는 지인을 걱정하는 자가 있으면, 험궂은 산들을 넘어 찾아냈다. 아이의 무구한 동경이 낳은 탑만한 창조생물을 때려잡고, 농작물에 섞여든 유독식물을 분별하고, 대규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면 14인 위원회에 가져오고, 그것 이상으로 스스로 해결로 이끌어갔다.
황금의 털을 가진 사역마에 타고, 그칠 틈 없이, 땅과 바다와 하늘을 달려나갔다…….

그런가 했더니, 농담으로 의심될 정도로 어이없게, 그 자리를 후임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했단다.
여행지에서 재미있는 아이와 만났다고 말하는 그녀는, 보물을 발견한 듯 기뻐보였다.

"그런데, 당신이 아젬으로써 해야할 일은 아직 남아있는 게 아닌가?"

"나는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세계를 돌 수 있어요. 그보다도, 그 아이에게 더욱 멀리까지 발을 뻗을 기회를 주고 싶어요. 여행은 여행자의 수만큼 있어…… 가령 같은 장소에 섰다 하더라도 그 아이는 나와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겠죠. 새로운 발견이, 분명 잔뜩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걸로 보아,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과 동시에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고, 남자는 은근히 기대했다.
이 때 이미 애니드라스에서 일하던 동료의 상당수가, 자신의 도달점이라 부를만한 진리에 도달하자마자 칭찬을 받으며 별로 돌아가고 있던 것이다.
지식을 넓게 추구하게 된 남자에게, 그들과 같은 길은 바랄 것도 없다. 자신이 목숨을 버릴 때 까지 도달해야 할 소망이 있다고 한다면, 눈 앞의 걸물이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 걸음이 도달하는 끝을 지켜보고 싶다는 것 뿐이었다.

머지않아 베네스는 아젬의 자리를 물려주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조언자로써 흰 옷을 걸치게 되었다. 한 편 남자는, 애니드라스의 소장을 맡게 되었다.
이리하여 오는 종말의 때, 애니드라스 아남네시스는 베네스파의 거점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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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액이 별을 태워버리고, 조디아크는 그것을 물리쳤다.
어느 신에게 모여든 사람들은, 이제부터 새로운 제물을 바치고, 별에 생명의 씨앗을 뿌린다고 말한다. 그들은 머지않아 수확되어, 제물이 된 자들의 값으로써 바쳐지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무사하고, 사람은 낙원으로 회귀하겠지.
남자와 베네스, 그 동료들은, 그들의 계획에 이견을 주창했다. 미래는 과거를 위해 소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도 상실도 받아들이고, 더욱 앞을 바라보는 것이 진보인 것이다. 고로, 조디아크를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 존재하게 해서는 안되었다.

그 신을 물리칠 수단으로써 선택한 것은, 베네스파에 속한 자들의 생명으로 '족쇄'역할을 할 존재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규모로써 우위를 가진 조디아크에 육박하기 위해, 이 쪽은 제물을 영혼마저 남기지 않고 다 써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들은 정한 날 밤, 남자는 애니드라스에 머물던 베네스에게 말을 걸었다.

"베네스님…… 하이델린 소환은, 역시, 당신이……?"

족쇄, 즉 하이델린을 만드는 것엔, 제물에 더하여 핵이 될 인물이 필요하다. 그녀가 맡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은, 말할 것 없이 모두 알고 있다. 한 편, 그녀만이라도 남아있다면 실패해도 다음을 소망할 수 있을 터라는 의견도 있었고, 그것을 위해서도 마지막까지 사람으로써 있어달라는 소망도 있었다.

"……괜찮아요, 핵이 되는 것은, 사라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어떤 존재로 있을지는, 어디까지나 저에게 달려 있어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말리는 것은 그만두지. 하지만…… 그저 한 사람으로써는…… 이별에는 못 버티겠어."

남자가 솔직하게 전하자, 베네스는 곤란한 듯, 자칫하면 울음을 터트릴 것 처럼 얼굴을 일그리며, 잠시 입을 다물다 중얼댔다.

"그건 이 쪽이 할 말이라고요."

뭘 아쉬워하고 있는 걸까, 조금 생각하다, 결국 깨닫는다.
남자는 제물로써 사라지게 되어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른 채, 언제나 해 왔던 것 처럼, 품에서 꺼낸 크리스탈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거기엔 그녀가 요구했던 별 바깥에 관련된 지식의, 최후의 한 편이 담겨있었다.
어째서 그것이 필요한지 들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일에 대해, 그녀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들의 미래가, 알려준 것과 같을 거라고 할 순 없어요. 어떻게 될 거다 확신하지 말고 최선을 선택해야죠." 강한 결의를 담고, 그렇게 말했다. 보석 구슬이었던, 그녀가.

"……너의 변화는 눈부셨다. 나 자신의 변화도 재미있었다. 이상을 근거로 한 가설을 세우자. 사람이 계속해서 변해간다면, 언제가 반드시,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에 다다를거야. 손을 빌려줄테니, 네가 그것을 증명해줘."

대답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길고 긴 정적 후, 베네스가 한숨을 쉬듯 작게 웃으며, 건넨 크리스탈을 받았다. 남자도 다시 웃음을 띄우며 "그건 일단 됐고"라며 말을 더했다.

"너의 위대한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건 유감스럽군. 방법이 있다면, 나를 하이델린의 눈으로라도 만들어 줬으면 해. 절대로 닫는 일 없이 앞길을 지켜보도록 하지."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이룰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는 사라지고, 이별은 이별이다.
그러나, 말 정도는 남길 수 있어.
추억으로든 웃긴 이야기로든 만들어서, 길고 긴 길을 걸어갔으면 해.

그 종점에, 너란 사람이 또 다시, "좋았다"고 말해주었으면 하니까.




일본어 초보가 3시간동안 번역한거라 오타 오역 엄청 많을수도 있습니다 ㅠ 용서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