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현생이 바빠져서 지난주 영식을 건너뛰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ㅠ
이미 보실 분 다 보셨겠지만 원래부터 4편까지는 할려고 마음먹었어서 일단은 점심먹고 후다닥 작업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




효월비화 제 3화
살아간다는 것

이 세계에, 용서만큼 잔혹한 것은 없다.
그것은 상대에게 납득이 가는 모습으로 마무리시킨다는 것이다.
"괜찮아." "신경쓰지 마." "많이 지쳤나 보네." "고민 있으면 언제든 말해."
그렇게 존재를 용서받을수록, 결사의 마음은, 마치 하찮은 무언가와 같아진다. 비탄은 둥글어지고, 증오는 가시가 꺾이며, 수없이 많은 팔이 상냥하게 들이밀어지는대로 모습이 바뀌어가는 것이다.
저항을 해본다. 마음이 흔하디 흔한 모습으로 변해버리기 전에, 기력을 쥐어짜내어, 내밀어진 팔에 발톱을 세운다. 그러나 팔의 주인들은, 이쪽을 내려다보며 "괜찮아, 괜찮아."하며 관용의 미소를 띄울 뿐이다.
또다시 용서된다. 발톱자국마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용서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휘페르보레아 조물원, 아득한 상공에 이어지는 창조천공층에 선 헤르메스는 그렇게 자문했다.
아래층에서 긴급사태를 알리는 경보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미리 기록되었던 음성이, 창조생물이 탈출했을 위험이 있다는 것, 경계태세로 이행했다는 것을 반복해서 알리고 있다. 곧이어 원내에는 둔화의 마법이 걸리고, 직원과 관측자 이외의 능력은 제한된다.
그렇게 시킨 것은, 다름아닌 헤르메스였다.

변신을 한 것으로 인해 평소의 배로 늘어난 능력으로 원내를 둘러싸는 에테르망에 닿는다. 미리 정해둔 술식에 의해 그것에 간섭하자, 새로운 우리가 열렸음이 허공에 빛으로 쓰여졌다.
풀려난 창조생물들은, 닥쳐온 침입자들에게 덤벼들겠지. 그들이 그것들을 정중히 우리로 돌려보내지는 않을거다. 요격하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다. 창조생물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헤르메스에게, 그렇게 제거된 개체는 틀림없는 희생자이며, 자신들이 저지른 살육 이외의 뭣도 아니었다.
도저히 선량하다고는 할 수 없다. 올바르지도 않다. 이런 일을 하고싶을 리가 없다.-그러나, 스스로 싸우는 것과 생태를 숙지한 실험체를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하는 것만이, 머릿수로도 힘으로도 유리한 그들에 대한 당장 떠올릴 수 있는 방해책이었다. 하여튼 진지한 싸움은 처음이다. 사람은 별의 혈액이라는 말 대로,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자들끼리, 변론을 내세우는 일 이상의 싸움은 겪어볼 일이 없었다. 헤르메스또한 이렇게 무력을 행사해 사람을 밀어내려는 시도는 경험이 없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이 맹렬히 끓어올라 지금 당장이라도 이성의 경계를 넘으려는 듯 했다.

에테르망에 닿은 자의 정보가, 마법에 의해 차례차례 그려져나간다. 아니나다를까, 침입자들은 창조생물들을 걷어내며 헤르메스에게 다가왔다.
새 우리를 열어, 새 희생을 낳으며, 그것들과 싸우는 침입자들 중 한 사람을 떠올린다. 당초에는 자신을 아젬의 사역마라 하던, 미래에서 온 별난 사람. 현재의 문명이 멸망한 뒤 신생한 인류. 엘피스의 꽃을 검게 물들이고 나서는, 미소를 보인 인물을.
그 때 어스름 속에서 엿보인 것은, 상냥함도 관용도 아닌, 강함이었다. 고난에 휘말리며 여기까지 도달했다고, 말로 하지 않아도 나타내고 있었다.
그와 같은 강함을 가질 수 있을지, 헤르메스는 지금 다시 그 미소를 머릿속에 그리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떤 고난이 있던지-죄없는 생명들의 피에 뒤덮혀, 되돌릴 수 없는 결렬을 맞이하더라도, 무엇보다 소중한 마음만은 내버려둘 수 없다.

"메테이온, 너의 말을 꼭 받아들이고 싶어."

돌아보니 파란 소녀가 서 있다. 그 시선은 헤르메스의 방향을 향한 듯 하며, 어디도 보고 있지 않다. 이전의 그녀라면 상상조차 못할 생기가 빠진 모습에, 가슴이 불안과는 또 다른 아픔을 배웠다. 그래도 다소는 공유의식과의 접속이 안정된건지, 돌아왔을 때 헤르메스가 전한 "잠시만 기다려 줘."라는 요구에는 따라주고 있다.

앞서 레테해에서 받은 보고에서부터 아이테리스 밖에 사는 지적생명이 가혹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고 하면 그들이 생명에 대해 생각한 것, 메테이온이 받았을 '대답'도, 이 별의 주민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곳의 상식으로 밝히지도 않고서, 심지어 미래가 어떻게 된다는 결과만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물음과 돌아온 대답, 그저 그것과 마주할 시간이.

헤르메스는 일단 강고한 열쇠를 해제하고, 창조생물평가실에 라돈로드(휘페르보레아 2보스)를 풀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이미 도살된 생명의 무게가 죄의 무게가 되어, 하나씩 짓눌러온다. 여기서 침입자들을 끝장내지 못하면 다음이야말로 헤르메스 자신이 싸우게 되어, 더욱 큰 죄를 물게 되겠지.
그걸로 됐어.-헤르메스는 희미하게 웃었다.
용서되어, 형틀 안으로 밀려들어가는 쪽이 훨씬 무섭다. 스스로의 의문과, 그것을 위해 메테이온과 쌓아온 시행착오가, 흔적도 없이 '정상'으로 돌아가버리는 것만은 인정할 수 없었다.

"너를 날려올린 사람으로써, 네가 온힘껏 날아올랐던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는 만들지 않겠어."

헤르메스는 이형의 거구로 메테이온의 앞에 무릎꿇었다. 맹수라도 달래려 설계한 완강한 손으로는, 언제나처럼 그녀를 어루만지는 것은 할 수 없다.
대신 깃털과 같은 파란 색을 한 눈동자를 똑바로 지켜보자, 그 안에, 여기로 오기까지의 나날이 비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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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처음으로 그 푸른 빛을 머릿속에 그렸던 날.
눈을 뜬 헤르메스는, 잠깐의 침묵을 지나 슬그머니 고개를 기울였다. 어떻게 된 건지 자신의 방의 침대가 아닌, 아나그노리시스 천측원의 빈 방에서 잠들어 있었던 게 아닌가. 애매한 취침 전의 기억을 덜 깬 머리로 더듬어올라가자, 동료인 에우안테가 찾아왔다. 그녀가 한숨 찬 목소리로 한 말에 따르면, 천측원 구석에서 쓰러져 있길래 일단 여기로 끌고왔다는 듯 하다.
상황을 이해한 헤르메스는 참지 못하고 몸을 움츠렸다.

"미안하군……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사역마의 이데아를 완성하기 직전이라서 말이야.
그것에 열중하다…… 휴식을 소홀이 해서……."

염원이었던 별을 건너는 창조생물을, '의지를 가진 엔테레케이아'라는 형태로 실현하겠다는 생각을 한 지 몇 성상. 전례가 없다는 이유도 있어 설계는 극히 곤란했다. 대목적이 다른 별의 생명과 교류하는 것인 이상, 단순히 뒤나미스를 동력으로 하는 것 만으로는 불충분해, 지적생명을 탐지하는 능력과, 별 사이를 단시간에 이동하는 술식도 필요했던 것이다.
작업은 일진일퇴을 끝없이 반복하다 겨우 어제, 드디어 완성형이 보이게 된 것이다.

에우안테는 움츠러든 헤르메스에게 쓴웃음을 짓고, 적어도 식사는 제대로 된 걸로 하라며 과일이 든 바구니를 내밀었다.

"그나저나 완성 직전이라는 건, 외견의 디자인을 넘겼다는 거네요.
당신, 언제나 거기서 막히잖아요?"

바구니를 받으려 하던 헤르메스는 부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멈춘다.
지적받은대로, 창조생물의 외견을 생각하는 것은 헤르메스가 가장 어려워하는 공정이었다. 이것이 유일하며 절대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인간의 외모라면 다른 사람과 차이가 없기를 요구되지만, 그 이외의 생물에 대하여는 별의 조화로써 고유의 외견을 부여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 고명한 환상생물창조의 대가, 라하브레아 경과 같은 사람들은 장식의 세부마저 세련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들은 적이 있으나, 공교롭게도 헤르메스에겐 무엇을 어떻게 해야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존재가 복잡한만큼 외견은 간단하게 하고 싶어.
새의 형태라고 하면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고, 능력과의 상성도 나쁘지 않을 터다.
거기에 교류의 일조로써, 사람에 가까운 형태도 가질 수 있도록…… 어떻게……."

"그건 디자인 이전의 이야기잖아요.
좀 더 떠오르는 건 없어요? 겉모습의 특징이라던가, 어떤 인상으로 하고 싶다던가."

헤르메스는 대답이 궁해 깊이 생각에 빠졌다.
다른 별의 생명이 어떤 외견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일지 알 수 없는 이상, 자신의 감각을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무언가 하나라도 지침이 될 만한 게 굴러다니진 않을까 하고, 닥치는 대로 떠올렸다. 우주와 별에 관한 것. 뒤나미스의 빛. 새가 하늘에서 춤추는 모습…….

"아, 그래. 파란색으로 하자.
나와 머나먼 별들을 잇는 색, 엘피스 하늘의 파랑이다."

생각한 대로 내뱉는다.
에우안테는 몇 번 눈을 깜빡이고는 "좋네요."라고 작게 내뱉었다.
그 뒤, 그녀 및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로부터 디자인에 관한 자료를 떠맡고, 특별강의까지 받은 게 몇 번일까, 능력면의 설계완료보다 약간 늦게, 별을 건너는 창조생물은 드디어 명확한 형태를 얻게 된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만들어낸 순간을, 헤르메스는 잊을 수 없다. 이데아에 따라 주의깊게 마력을 쌓아올리자, 빛 속에서 한 마리의 새가 태어난 것이다. 눈이 절로 뜨이는 하늘의 푸른색에서 날개 끝을 향할수록 검은색이 섞인 모습은, 창조천공층에서 보는 별과 우주의 경계와 닮아있다. 기다란 꼬리깃은 날 때 하늘에 선을 그어, 마치 별똥별의 꼬리와도 같이 빛나겠지.

"메테이온."

그 이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소리를 내어 부르자, 행복이 가슴 끝까지 복받쳐올랐다.
외견을 제대로 디자인했을지 마지막까지 자신이 없었지만, 눈 앞의 존재는 분명 아름답다고, 헤르메스는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그렇게, 두 사람의 우주 탐색이 시작되었다.
메테이온의 분신을 만들어내 -각각이 따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자매들'이라 불렀지만, 얻은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의식에 통합시킨다는 구조를 밟는다면, 역시 분신에 더 가깝겠지-우주에서의 시험비행을 반복했다.
결과는, 최악은 아니지만 양호하다고도 못 할 정도일까. 메테이온의 능력 자체는 목적달성에 충분했지만, 실제로 날아보면 문제가 속출했던 것이다.

"앗."

어느 밤, 직무 후 시험비행을 재개해 잠시 시간이 지났을 즈음 메테이온이 목소리를 높였다.
헤르메스가 별들을 올려다보던 시선을 내리자 구두로 의사소통을 취하기 위해 사람의 형태를 하던 그녀가, 크게 눈을 뜬 채 굳어 있다. 무슨 일 있냐고 물을 틈도 없이, 무언가에 강하게 치이기라도 한 듯 몸이 크게 뒤로 젖혀졌다. 곧바로 끌어안아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메테이온은 차갑게 식은 시체와도 같이 경직된 채 불러도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몇 번째에서야 겨우, 흇 하고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나더니 그녀의 신체에 시간이 흘러들어온다. 동시에 머리카락 틈으로 보이는 장식깃이 크게 부풀어올라, 강한 오한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위로하듯 어깨를 어루만지며 진정하기를 기다리자, 팔 밑에서 안타까운 신음 소리가 올라왔다.

"실패……나(자매), 또 없어졌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예측은 됐지만, 헤르메스는 말을 잇지 못한다. 한편 메테이온은 가볍게 일어서더니, 이번 실패의 경위를 더듬거리는 어조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전제로써, 뒤나미스를 동력으로 하는 메테이온은, 자신을 구성하는 에테르를 극한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대부분의 환경에서 영향을 받지 않고 넘길 수 있다. 작열하는 별이든, 핵까지 얼어붙은 별이든, 농밀한 유독가스로 뒤덮힌 별이든 문제 없는 것이다. 만일 그 환경을 '뜨겁다', '춥다', '괴롭다'고 느끼는 생명이 있는 경우는 같은 감각을 느끼게 되지만, 애초에 극단적으로 적성이 없는 토지에는 살아있는 것이 없을 터.
한편 그녀는, 뒤나미스의 움직임에는 적잖이 영향을 받고 만다. 에테르가 진한 아이테리스에서는 강한 의지로 겨우 작용하기 시작하는 뒤나미스지만, 우주공간에서는 생각조차 못한 형태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어, 그녀를 마구 어지럽혔다.
어느 별에서는 '별 그 자체'가 뒤나미스를 감고 있었다. 사람이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지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그것이 사람이 인식하는 '사고'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지만. 또 어느 주역에서는, 뒤나미스가 폭풍과도 같이 마구잡이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별바다와 닮은 에테르가 모이는 곳이 있어, 집적된 기억의 수가 그 폭풍을 만들어내는 듯 했다.
메테이온은 뒤나미스의 움직임을 쫓으며 지적생명체를 수색하고 있기에, 그런 장소에 끌려가서는 힘의 격류에 버티지 못하고는 소멸하고 마는 것이다.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듯 했다.

"하지만, 괜찮아! 어떤 곳으로 가면 안되는지, 점점, 알아가고 있어.
잘못 찾아가지 않게 되면, 지적 생명 있는 별, 갈 수 있어!"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분발하는 메테이온과 대조적으로, 헤르메스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시행착오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몇 체의 분신을 소멸시키고 마는 것일까. 만일 그녀의 존재 그 자체에 영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나니 한층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문 헤르메스를 메테이온이 신기한 듯 들여다본다. 암담해진 마음이 전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으려니 갑자기 그녀의 손이 내게로 뻗어졌다.
작은 손바닥이, 어색하게, 가차없이, 헤르메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포기하다는 안돼, 대답, 열심히 모으자.
헤르메스 행복, 모두 행복, 그러면 나도, 잔뜩 행복!"

심록의 머리칼을 좋을 대로 헝클러트리고, 그녀의 손은 떠나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거친 잔디밭처럼 변해버린 머리와-뭐 때문인지도 모를, 두 사람의 작은 웃음소리였다.

"……응, 그렇고말고, 네 말 대로야.
우리보다 앞선 별들의 대답을 듣자. 이 세계가 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

한번 더, 이번엔 둘이 서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본다.
가슴 속에서 미래를 향한 부드러운 기대감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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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날은, 헤르메스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끝을 맞이했다. '별들의 대답을 가지고 돌아오기 전에 메테이온의 공유의식이 폭주, 모든 개체가 흔적없이 소멸'한 것이다.
'그 때 발생한 혼란에 카이로스가 오작동'해, '시찰하러 온 사람들마저 휘말려 수일 분의 기억을 지워버린 참사'가 되고 말았다. 나중에 들은 말에 따르면, 창조생물의 우리가 몇 개 열려버려, 실험체끼리 싸웠는지 상당한 수가 감소했다고 한다. 그걸 보고해준 조물원의 직원은, "소장님이니까요, 혼란중에 그들을 풀어주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라며 미소지었다.

헤르메스는 후회했다. 메테이온을 날린 일을. 그녀가 만든 것을. 자신이 의문을 가진 것을. 주변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했더라면 이런 피해는 나지 않았을 거라, 깊게 자신을 원망했다.

그런 헤르메스를, 주변은 용서했다.
기억이 사라진 것은 기껏해야 수일,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시간이다. 메테이온과 조물원의 창조생물들이 소멸한 것에 대해서도, 그 누구도 헤르메스만큼 신경쓰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다시 만들면 되니까.
그 의견을 부정할 수 있는 이유도, 더 이상 헤르메스는 갖지 못했다.
용서받는 것을 받아들인 그는, 이후, 많은 사람들과 똑같이 살았다. 추천을 거부하는 일 없이 14인 위원회에 들어가, 별을 개선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 세계의 분단과 함께 인생의 끝을 맞이한 것이다.

이 세계에, 용서만큼 잔혹한 것은 없다.
그가 필사적으로 낸 손톱자국은, 어디에도 남지 않은……것 처럼 보였다.

만약 오랜 시대의 끝에, 또는 먼 미래에, 종말으로부터 살아남으려 했던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하늘을 노려볼 때, 확실히 떠오르는 것이다.
메테이온이 온힘껏 날아 가져온 대답(절망)에, 하나의 생명으로써 정정당당히 마주하고 싶다는 소원-그 남자가 용서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 지키려 했던, 무엇보다도 소중한 마음만은.


그리스어 고유명사가 너무 많이 나와서 아는 건 한섭 번역명으로, 모르는 건 대충 카타카나 음역했습니다. 한섭 해본 적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