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효월스토리 영상 보다가 자서 감수성 젖었나..?)

<신생>
때는 2016년 겨울. 외국에 유학생활 할때라 한국에 방학이라 들어왔는데 할일이 없어서 동생과 피씨방을 갔죠.
여느 때처럼 와우를 켰는데 시간대가 안맞다보니 이렇다 할게 없고.. 롤도 외국계정이라 한국은 아이디도 없었죠.

"오빠 파판해볼래? 우리 어릴때 오빠가 플스로 하던게 파판10이지? 이거 14 온라인이야"

할 것도 없겠다 한번 해보려고 회원가입하는데, 있는 아이디라고 하더라고요..? 쓰는 아이디 비번은 대부분 같아서 들어가보니 저에겐 이미 레벨 6짜리 환술사가 있었습니다. 아마 무당벌레한테 패배한 거겠죠.
서버도 안맞길래 캐릭터를 삭제하고 모그리 서버에서 새로 환술사를 만들었습니다.
퀘스트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 입장에서 초반 구간은 진짜 죽을 맛이었습니다. 게다가 단체 풀링 개념도 없어서 사람만한 메뚜기인지 바퀴벌레인지 하나 치려고 했는데 4마리한테 둘러싸여서 죽어나가고..
장비 맞춰입고 오라는 퀘스트가 그 당시엔 아주 어이가 없었던 거 같습니다. 어디서 구하는지도 모르고, 돈도 없고..
결국 동생이 지인들과 다 와서 장비 구하는 법 찾아다가 알려줬죠.

처음 사스타샤 갔을때 새싹 핥겠다고 동생 지인들이 다 따라왔습니다. 버스 별로 안좋아하는 편인데 이 게임, 레벨이 다 조율된다는게 마음에 들더군요.
창천 당시여서 탱이 어글 잡기도 힘들었겠고, 아마 새싹 배려한다고 한무리씩 잡아주신거 같은데, 그게 답답한 타RPG고인물은 에어로로 몹을 끌고 오고, 동생한테 혼났습니다. 선타 치면 다른데서 욕먹는다고
선장 네임드가 미친개풀어낼때 어글이 안잡혀서 저한테 오는거 탱 조준해서 물의 오라로 넉백해서 주니까, 그걸 도발한 탱커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진짜.. 존나 안귀여운 새싹이다...."
^^7


<창천>
아마 백마도사로 43렙 쯤 찍었을 때 일겁니다. 지옥의 신생구간에서 허우적대고, 퀘 위치도 몰라서 동생이 탈것으로 데려다 주면서 물어보더군요

"오빤 와우에서 했던 직업이 어떤거야?"
"힐러했지. 보호막 힐러. 딜러 키울때는 약간 도트 걸고 말려죽이는 거 좋아해."

이말 듣더니 따라오라면서 비술사 길드 데리고 갔습니다. 당장 학자하라고
근데 학자를 1렙부터 키울 자신이 없어서 모험록을 사용했고,
신생의 더러운 구간도 다 스킵하고 바로 50레벨이 되었습니다. 스킬 읽어보고 던전도 돌고 하면서 재미 쌓는데
이 망할 스토리는 어차피 신생도 모험록 써서 모르겠다 다 스킵했습니다.

"오빠 스킵했어?!"
"엉. 어차피 모험록 썼는걸."
"헐 아니 오르슈팡을 몰라?"
"오슈르팡이 뭔데? (ㄹㅇ 이렇게 말함)"

만렙을 찍으면 여느 게임과 같이 레이드를 가고 싶었지만, 당시 망자의 궁전을 돌아서 파잘무기를 끼는게 국룰매너였고, 파잘 만드는 동안 동생과 지인들이 저를 데리고 창천 토벌전 구경시켜주겠다며 극 비스마르크, 극 나오라, 극 세피를 데리고 갔습니다.
공략을 안봐도 된다고 했지만... 버스 타는 걸 싫어하는 입장에서 보려고 해도, 비스마르크를 제외하고는 극 나오라 페이즈가 어마어마 했고, 시부엉 이게 뭔소리야 싶은데다가 스토리 스킵해서 뽕도 딱히 안차오를 때였습니다.
성전태세 안 익숙해서 힐량 200짜리 사기고양만 돌리다가 무력하게 누워있는데, 백마님 혼자서 힐하는거보고
"흑흑 난 죠낸 쓰레기야..." 라면서 학자를 접고 흑마를 들었습니다.

흑마도사를 키우다가 만렙이 되었을때, 새로운 토벌전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소피아.
소피아가 저를 파판에 정착하게 해준 보스입니다. 다소 밋밋하고 평평한 와우 레이드들과 파판 토벌전들에 비해서, 맵이 움직이는 이 효과는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박진감이 넘쳤거든요. 소피아 진짜 미친듯이 돌다가
결국 2017년 초의 겨울방학은 끝이 났습니다.

유학생활을 하는데.. 소피아의 손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파티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외에서 파판을 접속했는데,
내 캐릭터가 이동한거에 비해서 3초 늦은 핑으로 인해서 피해도 맞고, 피해도 낙사 하는 상황에.. 너무 민폐라서 결국 파판을 포기했죠.


<홍련>
2018년 완전히 한국을 들어올때 이끌리듯 파판을 들어왔고, 당시 패치는 홍련-델타 세기말. 그땐 진짜 본격적으로 힐러도 제대로 파면서 극 스사노오와 극 락슈미 돌아서 탬맞추고, 동생이 제작템을 줘서 영식도 돌아봤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영식이 계속 파밍 되는줄 알았음)
3층 도전하려고 하니 패치로 시그마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창천 때부터 영웅레이드는 어려운 곳이다, 빠삭한 사람들만 가는거나, 나는 아직 가지마라 라고 하길래 안가다가.
첫주부터 하기에는 무서워서 3주간의 준비끝에, 3주출/클 공대를 들어갔습니다. 동생이 금단도 해주었고요.

처음 맛본 현역 영식은 강력했습니다. 이때 만해도 미터기라는 걸 모를 때 였어서 아마 엉망이었을 거 같지만, 짝힐 분을 좋은 분 만나서 많이 배웠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로그보다 편한 파티가 제 모토여서..
아직도 제폰에는 이 파일이 있습니다.

물론 원본이 없어져서.. 저 말을 해주신분들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늘 폰에 옮겨다닙니다.

동생의 지인들은 하나 둘 접고 영식은 안 가셔서 점차 사이가 멀어지고 새로운 지인들을 찾아서 새 부대도 들어갔습니다.
알파 당시에는 부대원들과 1주출도 하고, 저의 피해의식 때문인지 한번 싸우고 난 후, 부대는 나오되, 비즈니스 관계로 공대를 마무리하고 서로 돌아섰죠. 그러고는 새로운 부대로 들어갔습니다. 

새로운 부대의 부대원들과 잘 맞았습니다. 디코로 놀면서 게임하는 즐거움도, 롤도 같이하면서 서로의 본모습(?)을 본것도요.
게임적으로는 주작이 저에겐 아주 잘 맞는 토벌전이었습니다. 허수아비 연습하듯이 가서 모든 직업 딜사이클 연습을 해서, 나중에는 전직업 무기에 탈것도 있는데, 우상이 500개 였거든요.

부대원과의 추억으로는... 아마... 닌자 하시던분이 자주 저한테 장난 치셨는데, 저한테(힐러) 자꾸 그림자 이동 주길래.. 극주작가서 중앙 구멍에 홀인원 한 두번 담그고 나니까 안하시더라고요 ㅎ
그분은 칠흑 공명 나올 때쯤 접고 연락이 끊겨서 잘 지내시나 모르겠습니다.


<칠흑>
한 확장팩의 시작을 하는건 칠흑이 처음이었습니다. 인벤도 활발히 할때라 스토리가 갓갓이라는 말에 여관 일기장으로 모든 스토리를 다 봤죠. 역시 칠흑 스토리는 재밌었습니다..
각성 공대를 들때, 암기를 하는 사람과 백마를 하는 사람 둘이 커플이었는데, 공대 든지 1주일도 안되었을때 갑자기 저희 부대로 와도 되냐고 하더라고요. 문제될 거 없어서 들어오라고 하고, 그 주 금요일에 그 공대 흑마님과 함께 넷이서 만나서 술도 마셨습니다. 물어보니까 게임스타일이나 말투가 잘 맞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람들과는 여전히 같이 게임하고 있습니다. 실친이 되어서 1주~2주에 한번씩 보기도 했고, 집들이도 가고요.
백마님은... 빼고... (이유는...)

각성공대 별 생각없이 들었는데, 사실 굉장한 사람들이었고, 무난하게 게임도 이어갔죠.
공명공대는 처음으로 공대장을 잡았는데,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던거로 기억합니다..
재생때는.. 로아 가 나오면서 각성공대지인들이 다 파판을 쉬었고, 혼자 돌기도 했는데, 그때도 나름 유명한 분과 공대를 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잘엮였는데, 저는 애초에 딜잘하고 빡딜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 사람들의 기억에는 잊혀졌겠죠..

이맘때쯤 부대장과 트러블이 깊게 생겨서 부대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잠깐 다른 부대에 있었는데, 당시에는 부대장과 저만 문제가 있었는데, 이후에 부대관리가 안되고 부대장이 잠수 타면서 해당 부대가 부대장 빼고 새로 만들어서 다시 돌아가게 되었죠. (결국 알파 때부터 쭉 같은 지인들)


<효월>
효월 처음 트레일러 나오고 글섭분들이 소식을 전해줄때 진짜 현자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제 판타지를 채워주는 요건들이
- 비검 (날아다니는 검 : 롤 이렐리아 같은거)
- 보호막 + 힐러
- 빛마법
모든 것에 부합하는 완벽한 직업이었거든요.
그리고 효월에는 조금 더 특별했습니다. 영식을 안가는 부대원들과 같이 게임하기 위해서, 그리고 파판을 6년넘게 하면서 한번도 영식을 안간 제 동생포함, 올지인 8인 영식공대를 꾸리게 되었거든요. 변옥 때는 다들 1주출 걱정이 많았던 데다가 그때 처음으로 각성공대 지인과 대판싸웠습니다. 사이가 서먹해질 정도로요.
그거 외에는 다들 준비를 열심히 해줘서 무난하게 넘어갔습니다. 물론 영식까지 하얗게 불태우고 다들 로아하러 가서..
디스코드가 썰렁해진 부대에 접속자가 항상 부대장, (와서 잠수함 돌리고 가심), 저랑 제 동생만 있게 되어서 동생과 함께 부대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부대로 들어가게되었죠.
그럼에도 여전히 전 부대 사람들과는 연락은 하고 있습니다 ^^ㅎ

연옥때는.. 이상하리 만치 기억이 잘 안나네요. 이 글을 적는 와중에도 123층 보스가 기억이 안나요..
연옥 1주출 공대는.. 한 사람때문에 최악이었던 기억은 있습니다. 결국 1주클도 못했고, 공대원들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연옥 초반쯤, 새로온 부대도 결국 부대장의 운영관리 이슈가 생기자, 이번에는 부대장이 그냥 부대를 폭파시켜서 부대원들이 흩어져 버렸습니다.
다들 디스코드로 연락은 하고 있었는데, 저에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부대를 만들자고.
감투 체질이 아니어서 안하고 싶었는데, 솔직히 부대 있는곳 여러군데 옮겨다녀봐도 잘 맞는 곳이 없어서
그냥 나랑 잘맞는 사람들 모아야겠다 싶어서

마지막에 있던 부대원 3명 + 동생 + 저 해서 완전히 새롭게 부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집도 없어서 으쌰으쌰 하며 주택청약도 넣고 부대 키우고, 집도 없는데 부대원들이 어디서 자꾸 하나둘 늘어나고
로아로 떠나간 예전 부대 사람도 와서 가입하고
각성공대지인에서 실친이 된 사람들도 와서 가입해서 생각보다 두둑해졌지만,

천옥까지 활발히 이어가고 지금은 다들 쉬고 있습니다.
원래는 저도 꿋꿋하게 극만신 500번씩 가던 사람인데..
요즘 극만신 재미도 없고... 공팟은 고통스럽고, 전직업을 할수는 있지만 파티창을 열어서 막상 파티 목록보면 들어갈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말고..
아마 파판을 오래한 것도 있지만 2016년과 지금은 나이가 완전히 다르니 그런거겠죠.
할게 없다..? 란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효월의 스토리도 마무리가 너무 잘끝나서 사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지가 않아요.
스킬의 화려함을 쫓기에는 눈이 늙어버렸고
좋아하던 레이드는 원래 전직업으로 연습을 다닐 정도였는데 모집도 오래 걸려가고 피로감이 더 몰려와서 파밍 한 번 다녀오면 딱히 안 가게 되더라고요. 팦태기 겠죠....?
제가 모은 부대.. 저때문에 모인 부대원들이 있어서 들어가서 영식 파밍하고, 석판 모으고 부대버프 채워주고, 동생도 잠수함 돌리고 하는데, 아마 일반 부대원이었으면 벌써 접고도 남았을거에요.

지난 8년간 재밌게 게임 했는데, 슬슬 정리 하려고요.
이 글을 쓰면서도 오히려 최근일수록 딱히 기억에 남는 일들이 없더라고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울화통도 터지고 욕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네요.


막상 각성 지인 단톡방이나 부대원 몇 명에게 얘기했는데 다들 그리 놀라지는 않네요..
한 rpg에 그렇게 오래하면서 단 한번도 쉬는 사람이 흔치 않다고.
아마 쉬는 게 아닌 접는 거겠지만, 제가 고민 하는 사이에 다들 이미 예상을 했나 봐요.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갑니다!
다들 즐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