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오스를 사랑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2018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해로 기억될 터, HGC가 하루아침에 폐지되고 개발진이 축소되는 등 흉흉한 소식만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희오스 인벤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자기는 롤 보다 희오스가 낫다는 둥의 헛소리를 하고 있었는데 혜진도 그런 쯰질이 가운데 하나였다.



"헤헤... 오늘은 어떤 글로 어그로를 끌어볼까....... 중학교 때 일진녀 사귄 썰?? 포르쉐타고 강남에서 헌팅한 후기?"


사실 그의 정체는 서른하나의 사회 부적응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에서 몇 개월 만에 강제나 다름없는 권고사직을 당한 뒤로 몇 년을 허송세월하다 간신히 구한 일자리가 월급 172만원의 청소 용역직이었다.


하지만 그런 악성 어그로꾼에게도 의외의 일면이 있었으니, 희오스를 향한 그의 사랑만은 진심이었던 것이다.

매일 밤 롤이 망하고 희오스가 세계 제일의 게임이 되기를 희망하던 그에게 게임의 신이 나타나 물었다.


"희오스를 흥하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느냐?"

"어차피 그 정도 각오가 아니고서는 회생이 불가능한 망겜 아닙니까? "

"좋다. 희오스를 세계 제일의 게임으로 만들어 주겠다. 넌 나에게 어떤 기적을 보여주겠느냐?"

"제가 희오스 인벤에서 백 명의 희오스 유저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아보겠읍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사람들을 모을 때 인벤 닉네임을 적은 명찰을 패용하게 할 것. 그리고 인벤에 글을 쓸 때는 내가 준 이 노트북을 이용할 것."

"첫 번째 조건은 이해가 갑니다. 쯰질이들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무슨 의미인지...."

"해 보면 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게임의 신이 자신에게 나타나 한 이야기와 내건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들은 반신반의 했지만 곧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며칠 뒤, 신이 지정한 시간과 장소.

기적이 일어났다.

정말로 백 명의 쯰질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다들 적지않은 나이에 행색은 남루했으며 작은 키, 뚱뚱한 체형 등 추남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자들이었건만 다행히도 신이 내건 조건에 외형적인 부분은 없지 않았던가. 이제 됐다. 게임의 신이 혜진을 속인 것이 아니라면, 희오스는 세계 최고의 게임으로 다시 태어 날 것이다.


"해 냈습니다!! 저희가 해 냈다구요!!!"

연단에 선 혜진이 신이나서 말했다.

"흠.... 진짜로 모일 줄은 몰랐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 조선 땅에 희오스를 위해 모일 수 있는 사람이 백 명은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희오스가 망겜이라지만 그래도 제법 인기가 있는 게임이라구요!!"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러고 보니 왜 굳이 그 노트북을 이용해야 했던 겁니까? 이유나 좀 알자구요!"


"그 노트북으로 적은 글은 동정에게만 보인다. 그것도 여자 손조차도 잡아보지 못한 아주 순수한 동정들에게만.."

"뭐... 뭐라구요??"


그랬다. 저기에 모인 수 많은 사람들. 하나 하나가 모두 익숙한 닉네임들. 매일 희오스 인벤에 글을 쓰는 쯰질이들. 희오스를 사랑하기에 모인 저 사람들은 모두 동정이었던 것이다. 혜진 역시도...


"좋다. 이제 희오스는 세계 제일의 게임이 될 것이다. 그 대신 여기 모인 사람들은 평생 동정으로 살아 가야만 한다. 그것이 댓가이다."

게임의 신은 혜진에게만 나직히 일러준 채 모습을 감추었다.






2019년,

블리자드는 갑자기 HGC에 100억원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였고, 2019 HGC는 대흥행을 이루었다.

희오스는 거듭된 패치로 2019년 GOTY를 휩쓸며 단번에 글로벌 게임 시장을 석권하였다.


그 자리에 모였던 백 명은 영문도 모른 채 평생을 동정으로 살아갈 테지..

생각해 보면 별로 억울 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니까.

어차피 그들의 남은 인생은 동정이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