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초딩 5학년.
친구가 날 동네의 한 인터매니아란 작은 PC방에 처음 데려가줘서
스타크래프트란 겜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10대를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의 광팬으로서 스타를 매우 즐겼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하고 점점 학업에 열중하며
미국 유학도 다녀오고 그러다보니 게임을 멀리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15년 귀국한 나에게
1999년, 초딩 5학년 때 인터매니아란 피시방에
날 인도해준 바로 그 친구가 내게 갑자기 말을 꺼냈다.

Derek아. 너 히오스란 겜 아나?

그게뭔데? 나 이제 겜 안하는거 알잖아ㅋㅋ

블리자드 모든 영웅들이 다 나오는건데 레이너를 스타 유즈맵 마린키우기처럼 쓰면서 넥서스부수기처럼 하는거라네.

진짜가? 그럼 케리건 제라툴 이런애들도 있나?

ㅇㅇ당근이지. 레이너 궁극기가 뭔지아나?

뭔데?

배틀크루저가 하늘위에서 폭격하는건데 쥑임.

재밌겠네 함 해보고 싶다.

함 해볼래?

그래.


그렇게 시작한 히오스. 2015 2016 2017 2018
무려 4년간 인턴, 계약직으로 근무할때나
도서관에서 취업공부를 할때나
늘 나와 함께했던 히오스
집에 게이밍컴퓨터가 없어서
피시방에서 돈 내고해도 전혀 돈이 안아까울만큼 재밌었던 히오스.

엄마아빠한테 도서관간다고 거짓말치고
피시방에서 히오스를 하는 불효를 저질러도

공사장에서 하루 고생하고 받은 일당 10만원을
몽땅 다 히오스 게임방비로 탕진해도
전혀 아깝지않을만큼 재밌었던 히오스.

인벤과 히어로즈백과사전에서 특성보고 공략툴보며
빠대에서 연습하던 히오스

트위치 스트리머 시참하면서
즐겁게 즐기고 집에와서는
방송 다시보기로 티비에 나온 내 영웅을 다시보며 스샷을찍던 히오스

꼭 취직을 하면 게이밍피시사서 히오스를 제대로 즐겨야지!라고 결심했다.

그러던 내게... 2013년 2월 졸업부터
2018년까지 취직을 하지 못했던 내게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르며 도서관 갈 시간에도
피시방에서 히오스를 하던 내게

백수였던 내게 2018년 11월 감격스러운
공기업 합격이란 행운이 찾아오게 되었고,

첫월급으로 바로 GTX1070Ti 글픽카드 컴을구매해서
히오스에겐 과분한 사양의 컴을 샀다.
오직 히오스를 하기위해.

그런데... 갑자기 대회가 사라지면서
유명한 스트리머들도 하나둘씩 떠나가고

히벤 게시판도 예전같지 않고...
슬프다...

취업성공하고
게이밍피시까지 얻었건만
이제 대회보면서 히오스를 열심히 즐기면 되는데

히오스가 이렇게 위태로워지다니...
새글이 올라오지 않는 히벤 게시판을 보며
슬픈 마음이 든다...

풍수지탄.
자식이 철들고 나서야 부모님께 효도를 결심하게되면
그때는 이미 부모님이 연세가 너무 드셔서 때는 늦었다라는 사자성어.

드디어 히오스를 충분히 즐길 여건이 된 내게
히오스가 이젠 더 이상 버텨주지 못하는 비슷한 상황...

히오스가 다시 흥했으면 좋겠다
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