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

"우리 세 사람은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같은 날 같은 시에 죽을 것을 엄숙희 맹세하노라."

귀 큰 돗자리 장수가 외쳤다.


"잠시만유. 이건 좀 억울 하구먼유."

산적같은 외형의 털보가 투털대며 말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한 편 아니에유? 누가 먼저 태어난 거로 위아래가 정해진 다는 것이 영 기분이 껄적지근 허구먼유. 이건 평등하지 못한 일이구만유."


"이 녀석이... 못 하는 말이 없지 않은가?"

유난히도 붉은 얼굴에 수염이 긴 거구가 꾸짖었다.

"저는 싫구먼유. 모두 평등한 것이 좋구먼유. 누가 먼저 나이를 먹구 누군 뒤쳐지구, 이건 불공평 하구먼유."


"좋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우리 셋은 평등하노라. 앞으로 그대들에게 어떠한 것도 숨기지 않을 터이니, 자네들도 이해해 주게."

갑자기 유비가 몸에 걸친 의복을 벗었다. 오늘을 위해 며칠을 공들여 준비한 하례용 의복이었다.

그 뜻을 알아챈 관우와 장비 역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기 시작한다. 셋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관청으로 달려가 호적상 생일을 같은 날로 변경민원 처리한다.

중원의 민심이 흉흉하였다고는 하나 관청의 공무가 진행되는 속도는 현대의 중국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것이 없어서, 그들의 민원은 빠르게 처리되었다.



다시 도원.

"우리 세 사람은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났으며 같은 날 같은 시에 죽기를 희망하노라. 해가 바뀌면 같이 나이를 먹을 것이며, 결코 한 사람이 먼저 앞서 나이를 먹지 않을 것을 엄숙희 맹세하노라.

또한 앞으로 어떠한 전쟁에서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을 것이니, 한 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평생을 살아갈 것을 맹세하노라."

유비가 길게 읍하고 외쳤다.

"희 오 스!!!!!!!!!!!"




"고생하셨소. 이걸로 의식이 모두 끝났소이다."

"무슨 소리더냐? 진정한 의식은 이제부터 시작이거늘...!"

유비가 영토 하나 없이 휘하에 기라성같은 장수들을 여럿 거느릴 수 있었던 데에는 특유의 단단한 리더쉽을 비결로 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이윽고 유비의 단단함이 관우를 관통하기 시작했다.

유비의 의지는 관우에게 전해졌으며, 그 의지가 다시 장비에게로 전해졌음은 물론이다. 그것이 다시 유비에게 돌아오니 비로소 셋은 진정으로 평등한 하나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