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고달팠던 팔굽혀펴기가 끝난 뒤에 맞이한 아침식사는 가뜩이나 체력이 빠진 엘리스에게 희소식일줄 알았으나, 그녀가 식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유감'이라는말밖에 하지못할것이다.

"닭가슴살...!!!"

"왜 그러시오."
 저지방 고단백식품하면 가장 잘알려진 식품! 리신에게는 별로 신경쓰일게없지만 그녀에게는 아주 큰 문제였다.

'아...ㅠㅠ 저지방이라니...'

 썩은 아귀의 정신 기생을 당하는동안의 엘리스가 영양적으로 불균형이 심한 식단만 취해왔으니 리신과 같이먹는 아침밥상에 만족을 할 리가 없었다. 식전에 유래없는 과격한 운동이 그녀의 땀에 기력까지 실려서 빠져나간듯한 느낌또한 착각이 아니었기에 숟가락을 올리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힘들기도했다.

"이만 밥상을 물리겠소."
"잠깐! 나 아직 반도 못먹었어!"


 아침식사를하고 한시간이 지나면 리신의 오전수련이 시작된다. 도중에 짧게나마 갖는 쉬는시간이 있긴하지만 리신에게있어서 진정한 휴식의 시간은 점심시간. 그말은 엘리스가 아침부터 점심까지는 리신과의 수련을 받을 시간이 없다는 의미이기도하다. 그러기에 엘리스는 자신이 그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을거라 여겼으나 그녀에게 조정된 수련은 잠을 한숨도 못잔 여자에겐 가혹하기 그지없는 수위였다.

"이곳은 소인의 거주하는 수도원의 뒤편에 있는 개인수련장이오."

"우와..."
 제자들을 가르치는 목적이 아닌 온전히 리신 자신만의 수양을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인만큼 공간자체는 그다지 넓진 않았으나, 허수아비나 선인장처럼 서있는 목각인형들이 가득히 서있는 공간은 엘리스에겐 처음이었음을 감안하면 부적절한 반응은 아니다.

"이곳에서 당신의 체술과 기술을 연마하는거요. 매일아침부터 정오까지, 그대는 여기에서 수련하시오."
"헉..."
 리신이 수련장을 나가고 잠시후에 무언가가 걸리는듯한 소리가 일어났다. 설마하는마음으로 출입문에 힘을 줘봤으나 '역시'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제 몇시간동안 그녀는 저 목각인형들을 상대로 수련하면서 자신을 단련시켜야만한다. 귀찮고 상처받을까 두려우면 아무것도하지않고 앉거나 누워서 시간만 죽이는것도 가능하나 그 이후의 스케줄에서 문제가 생긴다.

'점심시간을 가진 뒤 리신과 대련하는 시간이 문제야. 그는 내 성장을 확연히 눈치챌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른 사람, 농땡이를 피웠다간 내가 뭘하고 지냈는지 알아차릴거야.'

 리신이 아이오니아에서 가장 촉망받고 인정받는 수도승이라고는하지만 그의 뒤를 따르는 여러 유명한 수도승들이 있다. 오후수업에 가장 많은 제자들이 수련을 받으러오는만큼 다른 수도승들이 리신을 거들어서 같이 수련을 하지만 리신가 엘리스의 수련에도 신경을 써야하기에 그가 교육하는 시간을 줄이는수밖에 없었다.

 나름의 힘을 기울여 목각인형에게 주먹을 날렸으나 자신의 체력바만 줄어든것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하체를 있는힘껏 돌려서 발차기를 가해보니 그나마 주먹보다는 좋은 타격감이 남았다.

"그러고보니 내 신에 힐이 있었지..."
 그녀의 발 끝에 있는 빨간색 힐은 거미 형태로 있을 때 다리의 끝 역할을 한다. 엘리스가 어느 형태로 존재하든, 독특하기 짝이없는 힐은 언제나 날카로움과 뾰족함을 과시한다.

 엘리스가 무심코 발을 앞으로 내질러 목각인형을 찌르자, 주먹과 돌려차기엔 꿈쩍도안하던 그 물체에 자그마한 구멍이 새겨졌다. 발을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수련장의 바닥. 이미 구멍이 송송 뚫려있었다.

"오늘 하루만 봐줘라 리신."

 오후에 리신과 대련한 결과는 어제와 다르지않았다. 악조건에서 이를악물고 공격을 시도한 거미 여왕의 노력은 가상했지만, 리신앞에서는 모두 무상한 공격이었다.

 여김없이 그녀는 스파링 시스템내에서 뻗었고 리신은 무심한듯하게 그녀의 문제점을 말해놓았다. 주먹에 힘이없다든가, 아직도 고치를 잘 내뿜어내지 못한다든가, 어제보다 많이 집중력이 떨어진거같다든가.

"오늘 수련은 여기서 끝이오."
"어? 아직 해도 안저물었는데?"
"그대의 몸에 맞는 수련을 해야하는게 당연한거 아니겠소. 소인도 수도원을 이끌어가야하기때문에 이 이상의 시간을 내기 어렵소."
 딱히 반론의 여지가 없는 이유였다. 그럴싸했다. 리신이 엘리스에게 모든 시간을 쓸 수 없고, 그 역시 엘리스를 진심으로 포용하지는 않고있으니 이정도의 거리감과 아쉬운 뒤끝맛은 어쩔수 없다고 엘리스는 여겼다.

"다음날 아침에도 오늘처럼 시간을 맞춰서 와주시오. 뭘하든지는 그대의 자유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마시길."

 막상 리신이 떠나고 자신 혼자있을때 엘리스는 그에게 말할 건덕지를 찾았다.


 오늘 보이지 않았던 마오카이와 카사딘은 어디서 뭘 하고있는걸까.

<계속>


<글쓴이의 말>


 사실 카사딘은 이날 엘리스에게 눈으로 출석체크하고 튀었다는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