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카이에겐 아니지만 아이오니아를 처음 방문한 엘리스에게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매우 현대적이라는 사실에 신기해했다. 차나 도로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들이 입고있는 옷이 건물들에 비하면 살짝 시대에 뒤떨어진듯한 위화감을 주는것은 물론이요, 이름값에 비해 거리가 주는 느낌이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하나 알려주자면, 역을 기준으로 반경 1km내에선 이런 풍경들을 볼 수 있다. 아무리 나라가 예의와 질서를 중요시여긴다쳐도 열차가 왔다갔다하는 곳의 주변만큼은 역과 맞는 풍경과 시설을 갖춰야한다고 생각했나보군. 이곳에서는 다른 도시국가에비해 별로 뒤떨어지지않는 시설과 환경이 주어져있다. 네가 시간을내서 이곳을 잘 살펴본다면 이 주변의 병원어딘가에서 외과의사 쉔이랑 간호사 아칼리, 또는 의사선생으로 활동하는 케넨도 만날 수 있겠지."

"그런가..."

"영화관도, 연극도, 음악가게도... 네녀석이 옷에도 신경쓴다면 거기에 맞춰입을 정도의 옷가게는 있다만, 지금 네가 거길갈 상황은 아니니, 얼른 책자나 전자기기를 찾아보지."

 마오카이가 말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둘은 역의 근처에 있는 팸플릿을 찾았고, 리신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았다.

"이곳이라..."

"저기로 가면 되는거지?"
"그렇다. 그것도 꽤 멀리. 시간을 보면... 꾸준히 가도 한밤중에나 만날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야한다. 아니, 오히려 기회일지도 모르지. 아이오니아에서 추앙받는 수도승이자 챔피언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니 낮에 간다면 반나절을 기다릴텐데, 밤에 간다면 사람이 적어서 직접 대면할 시간도 늘어날테니. 그리고 네 도박이 성공할 확률이 눈곱만큼이나 올라가지않나?"

 마오카이는 엘리스에게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해주는 식으로 그녀에게 말해줬지만 엘리스는 다른 관점으로 마오카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사람들 앞에 서는게 그다지 내키지가 않았는데... 차라리 잘됐어.'

 아이오니아의 도시한복판을 뚫고나가는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5분에서 20분쯤 한 방향으로 걸어나가자 점점 현대적인 건물들의 모습이 사라져가고 문화유적지에나 나올법한 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무와 기와로 이루어진, 곡선과 직선이 아름답게 결합된 건물들이 보였지만 엘리스에게 있어서 이러한 모양새를 지닌 건물들은 구식적인 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러한 건물을 보고 영감을 느끼기엔 그녀가 너무 무덤덤해진 것도 한 몫 거들었다.

 캐주얼한 복장에서 점점 신성한 복장이나 여름이라는 계절에 최적화된 가벼운 복장을 갖춘 사람들이 길을 걷고있었고, 폭이 넓은 길에선 간혹 수레를끌고다니는 사람들도 마주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마주친 모든 사람들이 처음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선.

 하지만 그녀를 보고 인상이 밝아진 행인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어느덧 나무들의 색깔도 알아볼 수 없는 시기가 다가왔고, 마오카이는 지쳐하는 엘리스를 재촉하면서까지 강행군을 요구했다. 수많은 나무들이 서있는 가운데 풀이 덜 무성한 곳을 지나서, 마침내 도착한 그곳은... 리신이 거주하는 수도원이었다.

 

"아, 어서오시오 마오카이. 그리고... 의외의 손님도 오셨군."

 드디어 그녀가 만나려했던 사람이 자신과 마오카이를 맞이하러 나왔다. 절망적인 머리숱과 얼마 안남은 머리마저 길게 땋아서 등 뒤로 넘겼고, 그의 상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친것 없이 단단한 근육을 과시했다. 하체는 동양인들만 입을법한 바지와 신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그의 강함은 침착함이라고 할 정도로 흐트러지지않는 굳센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리신은 둘을 마주하자마자 공손히 인사했다. 하지만 엘리스를 향해선 평소와는 다른 어조로 맞이했다.

"둘이 이곳엔 어쩐일로 오셨소."

"부탁이 있어서왔다 리신."
"무슨 부탁이오."
 리신은 마오카이의 말에 물어보면서 엘리스를 바라보았다. 분신공양을 해서 타버린 눈과 그를 꼼꼼하게 가려서 묶은 붉은색 두건을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정확히 그녀를 향하고있었다.

"자운에서 이 여자의 종교와 공허교가 무력충돌을 벌인건 알고있을 것이다. 또한 그림자 군도소속의 챔피언이 가진 고유한 기운이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대충은 알고있겠지.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빠졌을땐 이미 그녀의 기억과..."
"어째서 말하지 않는것이오."

리신은 말했다. 마오카이를 향해서가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지않는 당사자에게. 마오카이는 리신의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하자마자 설명을 멈췄다. 하지만 엘리스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왜 말을 하다마는거야 마오카이."

"..."
"그것은 바로 마오카이가 하는 이야기는 굳이 그의 입을 통해서 듣지 않아도 되기때문이오 거미 여왕. 자... 여기에 온 이유는 대체 뭐요."
'나는...'

 자신있게 리신에게 이야기할거라는 생각이 필트오버에서 들었기에 여기로 망설임없이 오게되었지만 정작 때가왔음에도 그녀는 말하지 못했다. 하나의 목각인형이된것처럼, 거울 속 자신을 향해서 질문하는것처럼, 대답은 들려오지않았다.

'왜...'

 각오하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리신에게 어디서부터 말해야하는지, 얼마나 말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말해야 자신의 바람을 들어줄 수 있는지 생각을하면 쉽게 말할 수 없는 처지였고, 이는 현재에도 계속 반영되어서 머리속에 넘쳐나는 문장 하나를 꺼내지도 못하고있다.

"분명 내게 부탁이 있어서 여기까지왔을테고, 실제로 만나기까지했는데 이렇게 나오다니...하지만 그대의 목적이 뭔지는 아주 모르는건 아니오. 그 기운이 제거된 이후에 달라진 삶을 살고있을테고, 이전 삶과의 격차에서 느껴지는 혼란때문에 나에게 왔을것이오."

 리신의 말을 듣고 엘리스는 살짝 안심한 표정을 가졌다. 그것이 자신관 상관도없는 챔피언마저도 그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정도의 이슈였다는 측면을 간과한 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소인은 당신의 부탁을 받아드릴수 없소."
"어? 어째서?"
"그대의 이야기를 하는데 어째서 마오카이의 도움이 필요한지 묻겠소."

"그건..."

"스스로 말할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오. 그것이 이곳까지 찾아온 당신의 용기를 상쇄시키는거나 다름없소. 그리고, 내가 당신을 돕게 만들기위해서 갖을 수를 다 쓸것이오. 그렇소?"
 엘리스입장에선 뻔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말할것도 없이 리신때문이었기에 그녀는 맞다고 했다.

"그러기에 더더욱 소인은 당신을 도와줄 수 없소. 당신은 청문회 이전까지는 상당한 힘과 재력, 지위를 가졌소. 그러기에 자신의 능력이 되는대로 원하는걸 모두 얻었을 것이오. 하지만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신은 목표달성을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오. 실패를 맛보지 않은 사람이 가진 맹목적인 욕구만큼 파멸적이고 추악한 것도 없소."

 엘리스는 뭐라도 말해야만했다. 그녀는 다음 여정의 진로로 아이오니아 이외엔 정한것도 없었고 마오카이와의 관계를 걸면서까지 절박한 상황이었다.

 마오카이가 자신에 대해서 설명할 시간을 주지않고 자기 스스로 말하는게 둘도없는 모범답안이었을테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에...

"가시오."
 엘리스는 리신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아이오니아

 


원작 : 아름다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땅이며, 영적 세계와 가장 관련이 깊은만큼 마법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섬국가입니다. 10개의 자치구로 분할통치되고있지만 최고 권력기관은 없으며, 다른 나라들과 달리 번영같은 물질적인 가치보다 자연의 균형과 평화, 영적인 것에 대한 학구열, 내면의 깨달음을 중요시 하는 나라입니다. 흔히 표현되는 동양풍 국가처럼 의지, 정신, 예의범절, 명예를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이 더딘 미개척 지역이라는 한계가 존재하고, 치안력도 부족하며, 자국에 대한 애국심이 낮은걸로도 유명합니다. 인간과 타 동물이 섞인 수인 '바스타야'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팬픽(현 작품) :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에 녹서스와의 전쟁에서 열세의 상황에 놓였다가 카르마의 리그입성이후 녹서스와의 경기, 즉 전장에서의 대결을 요청하는 등, 전쟁 당시 빼앗긴 3개의 주를 해방시키는데 성공했던 구 세계관의 역사도 차용했습니다. 현재는 소환사라는 요소를 배제한 채 다시 세계관이 세워지고있기때문에 사실상 버려진 스토리지만, 해당작품은 아니기에...

<글쓴이의 말>

 

엘리스가 우물쭈물하다가 리신에게 더 안좋게 보여져서 거절당한걸보면... 역시 사람은 자신감을 갖고 살아야합니다.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