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가 숙소에서 그동안 쌓였던 금액을 청산한뒤 리신의 수도원으로 돌아갔을 땐 이미 한밤중이었고, 수도원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취하려했다.

 그녀가 밤늦게 돌아오는걸 본 세 챔피언은 별다른 말없이 자기만의 휴식을 취하러 각자의 공간을 찾아갔다.

"엘리스."

 그전에 리신의 수도원에서 자고일어나며 수련을 받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던 그녀의 환상이 깨지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소인의 수도원에서 묵게 해준것은 그대의 몸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그 죄를 갚기 위함이었소. 이제 부상이 다 나은지금, 소인의 수도원에서 더이상 머무르게 하고싶지 않소."
"그... 그럼 마오카이나 카사딘은?"
"마오카이는 본래 인간이 아닌 존재인 정령, 인간이 거주지에서 휴식을 취해야하는 법은 없소. 카사딘... 그는 당신보다는 훨씬 더 밖에서 자는 생활을 해봤을 터이니 그대보다는 더 요령을 알겠지만... 문제는 역시 그대요.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수련이라 생각하면 조금 더 열의가 생길테니..."

 수도원에는 마오카이도, 카사딘도 없었다. 이미 어딘가에서 잘 준비를 끝마쳤을거라는 일종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그녀도 수도원을 나갔다.


 아침 6시까지 이곳으로 오라는 리신의 말을 들으면서.


"언제나오나 했다."
"마오카이...?"
 수도원을 나서자마자 마오카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스는 기뻐하기보다는 놀랐다는듯한 말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도그럴것이, 마오카이의 도박이 실패한 직후에 헤어졌던 장소라는것도 한 몫했지만 더이상 자신의 곁에있지 않겠다는 그 말이 그녀에게 강하게 박혀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카사딘은..."
"내가 부탁해서 온것이다. 그도 한동안 우리곁에 있을테니 걱정..."
"...어디있어?"
"..."
 아닐 수도 있다.


 

"이곳에서 흩어진 그날... 뭘 한거야?"
"너와 같이 있던 날들을 떠올렸다. 그 대결 이후에 자칭 '용병'으로써 널 도와주겠다고했지만, 생각해보니 너에게 필요한 도움은 하나도 주지못한채 갈등만 빚었더군. 무엇보다 난 네가 리신에게 또박또박 자신있게 모든걸 말할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지않은걸보니 부족한 자신감을 나로써 보충하려했던 모양인데, 내 말이 틀렸나?"

 아무에게도 말한적없는 엘리스만의 속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버렸다.
"...아니, 맞아."
"그렇다. 생각해보면 어디로 가야할지는 이미 일치해있는 상태에서 너와 말다툼을 했던것도 마음속 깊은곳엔 '너를 신용할 수 없고 아직도 증오하고있다'라는 관점이 있더군. 결국 나는 너를 진심으로 도와주기는 어렵다고생각해서 그동안의 너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그런 너를 차갑게 대하면서도 결국 선역의 포지션에 서있는 다른 챔피언에게 부탁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카사딘, 그를 설득하는데 밤을 샜지. 그는 날 믿었지만 마찬가지로 널 좋게보지않는 사람이기에 나에게 실망했지만, 내가 같이 동반한다는 전제하에 너를 찾아온거다. 리신의 수도원주변에서 네가 언제올지 감시하려했는데, 이미 넌 이곳에 와있더군."

"지푸라기라도 잡을게 그밖에없어서말이지. 그날은 부지런할수밖에 없었어."
"이미 네가 갈곳을 잃은채 방황하지않은것만으로도 좋은 행동이었다. 너를 믿을 이유가 조금은 늘었군."
 마오카이와 같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얘기하던 엘리스의 얼굴이 그를향해 돌려졌다.

"아직 나를 믿을 수 없는 점이 있다는거네?"
 마오카이의 답변은 확고했다.

"그림자 군도 소속의 탈퇴, 내가 제시한 조건이다. 지금 용병으로서 네곁에 있다고 말하기엔 모호한 상황이지만, 정말로 리그력 25년 이후의 삶을 생각한다면 조건때문이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

 물론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다른 점이 있었지만 마오카이는 그말만큼은 아끼고아껴서 나중에 말하기로했다.


 

"잠은 어떻게 잘거냐."

"그게 문제야. 이런 대나무밭에서 자는건 처음인데."
"그 이전에 네가 밖에서 자는 장소가 제한적이기도 했고."
 그림자 군도의 동굴 혹은 자운의 고급 호텔에서만 자왔던 자신을 잘 알고있기에 그녀는 조금 찔리는듯한 포즈를 취했다. 물론 청문회 이후엔 허름한 여관에서만 자왔지만 자신이 원해서 잔건 아니기에 애매한 감이 있었다.

"좀 알려줄래?"
"나는 인간의 모습으로 비유하자면 서서도 잘 수 있다. 너희들이 볼 때 나무는 항상 서있기 때문이지. 아무것도 챙기지않은 너가 보통사람같이 자는 방법이라면 떨어진 대나무잎을 침대와 이불삼아 눕는것밖에 없다."
 순간 엘리스는 자신이 자운에서 봐왔던 노숙자들과 거지의 취침방식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온힘을 다해 그러긴 싫다고 소리쳤다.

"싫으면 관둬라. 그냥 밤을 새우던가해라. 하지만 그러면 리신의 수련을 받을 체력이 있을까."
"욱..."

 결국 마오카이의 말대로 엘리스는 대나무숲에서 누워서 자기로했다. 불과 몇 달만에 자신의 외박의 품질이 현저히 떨어진 사실은 불쾌하지만, 내일을 위해서라면 정말로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기때문에...

"응?"
 갑자기 그녀의 다리에 뜻밖의 감각이 느껴졌다. 이 근처에 자기밖에 없는데, 손을 움직이는것도 아닌데 이런 미세한 감촉을 낼 수있는 방법을 알 수 없는나머지 그곳에 손을 얹은 결과...


 매끈하고 작은 무언가가 자신의 손길을 쓰다듬어주는줄알고 엘리스의 다리에 머물러있음을 발견했다.

"개미?"
 거미가 개미를 잡아먹는지는 몰라도 개미가 거미에게 잡아먹히려면 거미가 사체여야하는 조건이 붙는다. 그럼 개미가 그녀의 다리위에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개미입장에선 '평소와같이 지나가던 땅에 갑자기 거대한 언덕이 생겨버린바람에 넘어가려는것'밖에없지만 그걸 생각못한 그녀는 툴툴 털어내버렸다. 무섭기보다는, 간지러워서 자는데 어려움을 겪을까봐였는데, 그보다 더 귀찮은 요소가 있었으니...


 

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아... 시끄러워!!!!"
 그것은 바로 모기였다.

<계속>

 

<글쓴이의 말>

모기 정말 싫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