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가 아냐. 마오카이는 벌써 이곳을 떠났잖아!"

 엘리스는 간단하게 짐을 챙긴 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간다. 45도 방향이라고했지. 이제 남은건 방향에 맞춘 마력 집중이지? 몸의 앞쪽에 마력을 집중시키자. 조금씩, 조금씩...'

 몸의 가벼움은 전과 다름이 없었지만 지금의 그녀로선 역까지 갈 수는 없었다. 촉박한 시간은 그녀의 비약적인 발전을 요구했다.

'제발... 단번에!'

 마력을 얼마나 집중했는지는 모르지만 엘리스는 자신의 몸이 더욱 가벼워짐을 느꼈고,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몸을 확인해본 결과 신체 곳곳이 황금빛으로 빛남을 볼 수 있었다. 마오카이가 완전한 이동을 하기 전단계까지 다다른 것이다.

'좋아, 이 정도면...? 어?'

 엘리스의 눈높이가 그녀와의 의지완 상관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몇 발짝 뛰어올라서 조금 가까워진 건물의 옥상이 다시 멀어지고잇었다. 자신의 상황을 그제서야 눈치챈 엘리스는 어설프게라도 착지를 시도했지만, 앎과는 관계없이 그녀는 앞으로 넘어졌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 사람들 속에는 그레고리도 포함되었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 어쩔 수 없지. 높이 뛰지는말고 사람들 틈사이로 지나가자.'

 떡갈나무 챔피언처럼 이동하는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머지 그녀는 일종의 저공비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오가는 상황이었지만 의식하기에는 그만한 가치가 없을거라 생각하면서. 엘리스는 살짝 욱신거리는 팔의 고통을 참으면서 달릭기 시작했다. 긴 다리가 나름의 힘을 받으면서 바삐 움직이고있었다.

'또다시 가벼워진다. 마력을 이 때 집중시켜야해!'

 머리에 마력을 집중시키니까 자신의 시야가 금빛으로 살짝 물들여졌다. 조금 더, 아니 자각하는 정도에 의하면 자기의 어깨와 허리 뒤에 붙어있는 2쌍의 다리도 같은 단계까지 이르렀다. 앞으로가 관건이었다. 더 집중하면 자기의 몸 전체가 가루화가 이루어져서 날아갈수있는 상태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온몸과 정신을 쏟아부어서 비전 에너지의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비웃는듯이, 몸은 점차 무거워졌다. 숨소리는 거칠어졌고 얼굴에 준 힘도 빠져나가고있었다.

"하, 하. 하아..."

 마침네 엘리스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팔을 들어서 자신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닥을 때, 계속 눈부실것만같이 빛나던 노란색 물질이 빛을 잃고있었다.

"역은... 아직 멀었는데..."

 숨이 차올라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않는듯하다.

"이... 뭔... 난, 마법사잖아. 마력만 집중시키면 이동할 수 있다는데, 왜 그것조차도 못하는거지?"

 주변에 있는 시계가 나타내는 시각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으... 제발! 난 아이오니아에 가야한다고. 그런데 이런 마법도 쓰지 못해선... 역에 갈 수도 없는데!"
 먼저 간 마오카이가 다시올 가능성은 없었다. 다시온다해도 몇 블록을 이동했기에 마주치는데에 또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 엘리스는 마오카이가 다음 열차를 타자는 제안을 하길 바랬다. 그럼 이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아냐. 아까 있던 일로 기분이 안좋을텐데, 그런 희망사항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어.'

 그러자 엘리스의 머리속에 무심코 지나가는 한 마디.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비전 에너지를 활용할줄도 모르고, 마오카이가 기다려줄 가능성도 희박했다. 눈 앞의 대중교통을 활용해도 제 시간내에 도착하긴 힘들다.

"아!!! 어쩌면 좋지? 정말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머리를 싸잡고 살짝 분노를 섞은듯한 말투로 소리쳐보았지만 사람들의 시선들만 모으는 것 이외에 변하는건 하나도 없었다. 엘리스의 눈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만 가면 길거리에서 비명을 지를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었다.

"도와줄까?"
 그러나, 자기 머리 뒤쪽에서 조용하지만 선명히 들려오는 말 한마디에 엘리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필트오버역에서 마오카이는 시계를 바라보며 조용히 서있었다.

'역시나... 네놈은 이 정도도 안되는 년이었지.'

 엘리스가 비전 에너지를 사용해서 올 수 없다는걸 알고있었다는듯한 문장이다.

'이제 갈까. 이곳에 내가 없어도 다음 열차는 탈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때가 되면 나는 너와 같이 있지 않을거다. 그 점에서부터 넌 날 실망시켰다는 뜻이니...'

"표 예약했어?"

 마오카이는 흠칫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긴 다리를 가진, 반 주저앉을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숨을 헐떡인채 고개를 숙인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

"아, 아니. 미안하다. 지금 곧 구해오지. 기다려주지않겠나."
"얼마든지."

 예상과는 다른 만남에 당황했지만, 마오카이는 즉시 표를 구하는데 성공했고, 애써 합류한 엘리스의 노력에 걸맞게 열차까지 탑승해냈다.

 엘리스는 열차안에서 5분을 버티지못하고 잠들었다. 마오카이는 그런 그녀를 객실 끝에서 조용히 바라봤다. 자신의 덩치로는 인간이 앉는 좌석에 앉을 수 없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엘리스에게 자세한 조언없이 비전 에너지를 건네줬던 행동의 진짜 의미는 제 시간내에 도착하지못함을 빌미로삼아 그녀에게서 떨어지려는 목적이 있었다. 비전 에너지는 방향성이 강하지 않으면 활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케 여기까지는 도달했군 엘리스. 그러나 거짓말은 이미 들통났다.'

 마오카이의 독백에 때를 맞춰서 엘리스의 고개가 그를 향해 돌려졌다. 앉아서 잘 때 고개를 들고자는 습관을 몰라서 마오카이는 잠시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어근 잊었다치자. 그러나 감정표현을 못한다고? 웃기지마라. 어제 너는 그 얼굴로 웃고, 화내고, 당황해하기까지했다. 진짜 감정을 잃은 사람은 너같이 행동할 수 없단 말이지.'

 어제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모습들은 하나같이 모순덩어리였다. 엘리스도 모르는 모순점은 마오카이에겐 잘못된 의미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엘리스에 대한 감정을 배제하고도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한 가지 있다는듯, 마오카이의 얼굴은 지금까지보다 사뭇 진지해졌다.

'엊그저께 본 붉은 눈.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아니면 소환사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건가?'

 그는 엊그제 저녁에, 엘리스의 말에 의하면 있을 수 없는 붉은 눈에 의문을 품었다.

 

 열차는 일정한 속도로 달려갓다. 쨍쨍한 햇빛을 가리지않고 달리는 열차덕분에 일찍이 탑승한 승객들의 졸음을 잠으로 유도시켰다. 마오카이는 다른 모종의 이유로 입석으로 구매했던 사람들도 한두시간이 지나자 다리에서 몰려오는 피로감을 이겨내지못해 객실의 가장자리 구석에서 잠을 취했다. 좌석에 앉은 승객들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잠에 빠지자 연속적으로 같은 동작을 취해갔다.

 그레고리는 고민했다.

'아니 저여자, 운동능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닐텐데, 왜이렇게 따라가는것도 힘든거야.'

 엘리스와 그녀의 곂에 있는 또다른 생명체를 발견했지만 말을 걸기도 전에 둘 다 어딘가로 빠르게 가버렸다. 한쪽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고, 한쪽은 통상 인간이 내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그러기에 말한마디 걸어보지 못했지만 그녀가 지친 때를 포착해서 접근하려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자신보다 빠르게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엘리스는 그 사람과 여러 이야기를 나눈뒤 곁에 있던 생명체와같이 홀연히 사라졌다. 하지만 어디로 향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레고리의 발걸음엔 동요가 없었다.

 그러나... 더이상의 추격은 실질적으로 무의미하다. 국외로 나간 사람의 소식을 필트오버의 신문에 내걸 정도로 엘리스는 큰 이목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이상태라면 자신이 쓴 기사는 몇 일간 올라갈일이 없으며, 그동안 자신은 무직상태로 있어야한다. 그리고 윗자리에서 당한 모욕은 오기로라도 갚아주고싶었다.

"그래, 당신이 무시한 기삿거리를 특종으로 가져와주겠어!"

 역으로 달려와보니 둘의 자취는 이미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엘리스가 서둘러 달려가던 당시의ㅏ 시간을 알고있었기에 유추할법한 단서가 있었다.

'흠... 여길통해서 확인해봐야겠군.'

 그는 승차권 발매기를통해 이미 지나간 열차의 시간표를 찾았다.. 아주 빡빡하게있는 여러 국가들을 향한 열차의 시간표중에서 그가 결정한 곳은 바로...

"좋아, 돈좀 써볼까?"
<계속>

<글쓴이의 말>

이제 드디어 새로운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러분 아이오니아에서 무슨일이 생길지 기대해주세요~

왜 소제목을 기쁨이라고 작성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