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도와준자의 정체를 알게되자, 무의식적으로 그 이름을 부를수밖에 없었다. 당사자를 빼고서는 모두가 짐작할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의 이름은...

"마오카이?"

"리신, 그만하면 된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시오. 난 아니오."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있는데도 그전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잖은가."
"그건 맞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건 알고있잖소."
 마오카이의 장갑이 껴진 왼손이 리신의 킥력에 밀리기 시작했다.

"설마... 넌 공적인 관계뿐만아니라 사적으로도 엘리스를 증오하는건가?"
"그렇소. 마찬가지로, 당신도 그녀를 긍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을거라고 생각하오."
 엘리스의 머리위를 지켜주던 마오카이의 손이 점점 아래로 밀리고있는 순간에 마오카이는 왼손이 아닌 자신의 말에 힘을 실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오늘 그녀가 취한 행동을보면 충분히 전환점을 마련할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마오카이...'

 단 몇시간만에 자신을 옹호하는 태도가 비논리적이라고 여겼지만 그녀는 그 이전에 마오카이이에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남을 생각하지않는, 남을 생각하지도못하는 그녀가 정신을 차리게만든건 리신 너다. 하루동안 같이다니면서 나에겐 실망시켰던 대상에게 희망을 줬..."
"그렇소, 장족의 발전이오. 당신의 말대로 엘리스는 짧은 순간에도 성장을 이뤄냈소.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주관과 척도에서 봤을때일뿐, 아직도 그녀는 사회인으로선 형편없소. 무엇보다도 아이오니아에 발을 들이는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소인은 그녀를, 아니 처음으로 아이오니아에 대해서도 환멸감을 느꼈소."

 리신의 말은 아주 논리적이면서도 그녀를 평가하고 바라보는 제 3자의 관점에서 충분히 말하고도남을 공감력이 충분했다. 그녀의 좋은 점을 강조하면서 밀어붙이려던 마오카이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말은 사실적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오카이는 힘싸움에서 눈에 띄게 열세의 상황에 처했다.

"그렇게 비도덕적으로, 비인간적으로 살아온 과거를 이곳에서 청산할수있다고 생각한 그녀의 안이한 생각이 싫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왜 그 여자는 당신이 막아서는 이 와중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는것이오?"

"크..."
"소인을 실망시킬줄은 몰랐소 마오카이."
 리신의 발이 마오카이의 왼손을 미끄러지듯이 아래로 밀어내고 몇 십초동안 맞추지못한 엘리스를 향해 내리꽂히듯 이동했다.

 

 두껍게 무장된 마오카이의 왼손에 일시적으로 막혔던 리신의 발을 다시 막을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 '없다'라고 결론짓는게 가장 무난할것이다. 마오카이의 오른손이라든가, 완력으로 맞고도 버텨내는 엘리스의 모습을 상상하기엔 너무 허황된 반전일테고...

 그럼에도 엘리스가 리신의 발차기에서부터 또한번 살아났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그것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요소에의해 이루어진 사건이라면.

 그녀와 마오카이간의 사이보다 훨씬 관계가 없는 사람에 의해 도움을 받았다면,

 그 사람이 챔피언이라면...

'...?'

"엘리스, 마지막 기회다. 둘이서 리신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을동안에 너는 네가 생각할수있는 최선의 답안을 그에게 보여줘라!"

 손등위에 검을 장비하고 있는 사나이의 뒷모습. 정체가 뭔지, 왜 이곳에 있는지에대한 생각은 가장 쓸데없는 생각이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기억을 되찾은 이후의 나자신이 지금보다 더 나은 자세를 가지기위해서. 마오카이역시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 하지만 리신은 내 마음가짐이 잘못되었다고여기고 있어. 나는 이곳에서 내 잘못을 씻으려한적은 없어. 그래. 리신의 말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기보다는, 내 할말을 하는게 우선이야!'

 그녀가 보는 광경은 제 눈과 맞지않는 안경렌즈를 통해서 바라본 시야만큼이나 흐릿했다. 리신은 분명 두 존재하고 싸우고있었다. 2vs1임에도 불구하고 대등하게 흘러가는 싸움. 엘리스는 이 갈등이 무력을 통해서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고있었다. 자신은 이 순간에있어선 주연이다. 그녀의 말에 모든 힘과 영향력이 담겨있다. 지금 리신이 원하는건, 자신이 원하는건, 스스로 말해보이는 힘과 그속에서 나오는 말. 턱이 움직이기보다는 떨어짐에 가까운 동작으로 거미 여왕의 말이 나왔다.

"나, 자신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줘... 리신!"

 형편없는 첫마디였지만 리신을 포함한 셋의 대결이 중지되었다.

"네 말이 맞아 리신. 나는, 인간으로서 차마 못할짓을 해왔지. 기운이 사라진 이후의 지금, 그 때로 되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어. 난 그 기운이 사라지면서 기억을 잃었어. 관건은 기억이 아니라, 기억을 되찾은 이후의 나자신이야. 나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이후에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싶어.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채가아닌, 과거를 발판으로 삼아 내 삶의 방향을 정하고싶어."

"..."
"방향을 알려달라는것도 아니야. 속죄하고싶다는것도 아니야. 나는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자신'이 되고싶어!"

 '모든 기억을 되찾은 후에도 흔들리지않을 내면적 성숙을 위해 리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어쩜이리 어눌하게 나왔을까싶지만 쓰러지기 직전인 그녀가 짧고 간결하게 말하기에는 무리였다. 리신은 전투테세를 풀은 둘 사이를 가로질러 엘리스를 향해 걸어왔다.

"진심이오? 그 발언, 소인이 당신을 도덕적으로 배척하는데에 대한 해명으론 바람직하지 않군. 엘리스. 소인을 적으로서 옆에 두려는것이오?"
"그럴지도 몰라. 무엇보다도 난 내 말에 담긴 '진심'이 너에게 닿기를 바래, 리신..."

"좋소. 그대의 진심이 어디까지인지, 나도 궁금하오. 이것이 마지막이오."

'마지막...'

 그녀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고비. 어스름하게 들어오는 리신의 공격포즈. 음파를 날릴 준비를 한 자세였다.

'피하지않겠어. 내 진심이 전해지지않았다면 그의 공격은 내 숨통을 끊어놓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해도 나는 이미...'

 거미 여왕은 온몸에 힘을 뺀 채 곧게 서서, 자신의 몸을 강타할 리신의 음파를 상상하며 눈을 감았다.

"엘리스!!!!!"
<계속>

<글쓴이의 말>

이번주에 한편의 분량...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