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이렇게 묻는사이 엘리스는 자신에게 향하는 리신의 주먹을 피해야만했다.

"잠깐, 내 말을 들어줘!"

 그녀는 일단 주멀을 한번 피한뒤 숨가쁘게 외쳤다.

"네 말이 맞아. 기운이 없어진 뒤의 나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걸 알아."
"그래서 어쩌자는거요."

 힘들여서 말하는 그녀의 말뒤에 들려오는 소리는 리신의 대사보다 더 크게 들려오는 그의발이 공기를 가르면서 날아가는 소리였다.

'피하는거다... 피하는거다!'

 한대라도 더 맞았다간 빈사상태에 다다르기때문에 어지러움을 감수하면서라도 엘리스는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난 그 때의 내 모습으로 되돌아가고싶지않아!"
"어째서요. 그대의 예전 모습이 더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수있지않소? 아님 소인을 통해서 행복한 삶을 찾으려고하는거요? 어림없소."

 한쪽은 공격하고, 한쪽은 피하면서 수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엘리스는 전장에서 리신이 선보였던 공격동작을 토대로해서 최대한 몸놀림을 효과적으로 회피하려는 동시에, 리신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들을법한 말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틈을 파고드는 리신의 주먹과 발을 멈출 방법은 없다. 엘리스가 그를 설득시키기위한 힌트는 어제밤부터 지금까지 짧게 대답하는 말속에있고 그것들을 찾아내서 해답을 도출해야한다. 그녀는 리신이 자신에게 말했던 말 하나하나를 떠올렸다.

- 어째서 말하지 않는 것이오.

'나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려 하지않은 낮은 자신감을 지적한건가.'

- 그대의 이야기를 하는데 어째서 마오카이의 도움이 필요한지 묻겠소. 스스로 말할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오. 그것이 이곳까지 찾아온 당신의 용기를 상쇄시키는거나 다름없소.

'전과 같은 맥락의 대사일테고...'

- 내가 당신을 돕게 만들기위해서 갖을 수를 다 쓸것이오. 그렇소? 그러기에 더더욱 소인은 당신을 도와줄 수 없소. 당신은 청문회 이전까지는 상당한 힘과 재력, 지위를 가졌소. 그러기에 자신의 능력이 되는대로 원하는걸 모두 얻었을 것이오. 하지만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신은 목표달성을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오.

'원하는걸 얻고자하는 마음이 뭐가 잘못되었다는거지?'

- 실패를 맛보지 않은 사람이 가진 맹목적인 욕구만큼 파멸적이고 추악한 것도 없소.

'나는 실패를 모르고 살아왔기때문에 이번 목표를 실패함으로써 덜 파멸적이고 추악한 모습을 가져야한다는건가?'

- 여러분이 보고, 듣고, 느끼는 악은 제게도 존재하오. 그러나 이 악 역시 자신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소.

'...'

 리신이 자신을 공격하기전에 했던 말 한마디에 잠시 집중하려는 마음이 풀려진 그녀에게 리신의 킥이 복부를 가격했다. 엘리스의 몸이 힘없이 앞으로 굽혀지면서 땅바닥으로 젖혀진다.

'나는 리신에게 무슨 부탁을 하러왔지...'

 사실, 그녀는 그것에대해 생각하고오지않았다. 안이하고, 방향성없는 주장이 마오카이와의 갈등을 유발한 사실을 알기까지, 지금까지 동반한 많은 고통이 뒤따른 다음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은 오전, 리신이 관장으로서 수도원을 찾아온 제자들을 수련하는시간일테지...'

 마오카이가 말한 지적, 자기자신만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아직까지도 고쳐지지않았다. 그저 엘리스는 마오카이가 자신과 같이 다녀준다는 사실만 듣고 기뻐했던게 전부.

'그래... 친하게 지내기는커녕 동맹관계로서도 존속할 수 없는 사람이 몰상식하게 자신의 일에 방해를하는데 어떻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미안해 리신."

 조금만 더 늦게 말했어도 지면을 내리치는 공격에 의식을 잃을뻔한 엘리스가 고찰을 하지않고 할수 있는 최대한의 정중한 말이었다.

"그 기운이 사라졌어도 나는 변하지 않았어."

 그녀의 머리속에 있는 영사기에서 지금까지의 자신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보였다. 항상 자기가 우선이었다. 남의 입장이나 처지는 생각하지않았다. 만약 이걸 지금보다 더 일찍 알았다면... 녹서스에서 자신을 구해준 선원에게만큼은 자신을 적으로 여기지않게만들었을까. 아니면 마오카이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않을수 있었을까. 어제밤과같은 결별이 불필요할수 있었을까.

 지나가버려서 바꿀 순 없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마지막 반성의 시간이 오늘 오전에, 리신의 수도원에 들어서기전에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너무 많이 몸을 상하게만들지 않을수 있었을까.

 서로가 자신의 말을 교차적으로 꺼낼 수 있었을텐데...

"난... 너를 먼저 생각하지않았어."

 정신줄을 놓칠까말까하는 상황에서 엘리스는 최대한 목에 힘을줬다.

"다른사람을 생각하지않았어. 그 기운이 사라진날부터 만난 다른 사람들에게도, 너에게도! 이제야 이사실을 알게된 나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그것' 이외에의 감정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왔다. 진실된 감정, 느낌, 회개는 엘리스의 절규에 확실히 녹아들어갔다. 리신역시 그녀의 진실성을 느꼈는지 엘리스가 말하는도중에 공격하지않았다.

 그러나,

"사과하기엔 너무 늦지않았소?"

 그의 공격적인 태도를 무마하기엔 적절한 대사가 아니었다.

'...!'

"당신이 나에게 온 이유와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말을하지않은채 이 위기를 넘어가려는거요?"

 그렇다. 리신이 엘리스에게 말하라고한건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가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하러왔냐'였다. 엘리스는 그거에대해서 말하는데 생각할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향해 들어올린 발을 본 순간 그럴 시간이 없음을 직감했다.

팍-

 뭔가를 움켜잡는소리가 들려온뒤 엘리스를 향하던 리신의 발이 일시적으로 고정되었다.

<계속>

<글쓴이의 말>

이번화에선 엘리스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않는 문제점을 강하게 어필했지만, 사실 원작의 캐릭터성만봐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그런사람은 전~혀 아닌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되게 중요하게 강조하고싶었던 부분입니다. 이러한 점들이 여러분들에겐 잘 와닿았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