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는 그 여자의 모습을 보지못하지만 목소리를 듣고도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필트오버에서 이름난 보안관이자, 챔피언인 케이틀린이었다.

"축제때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거죠? 마침 당신과 이 여자가 좀 마음에 걸려서 따라와봤는데 이런 것이였나요."

 자신감이 들어간 남자의 입에서 당황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자, 그 손에 힘을 풀으시죠. 당신이 얼마나 강한 근력으로 그 사람을 제압했다쳐도, 제 탄환보다는 무력할테니, 순순히..."

 엘리스는 케이틀린에의해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찰칵'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이미 남자의 손에 수갑이 채워졌고, 그런 남자를 바라보지않고 자신을 응시하는 케이틀린의 시선이 존재했다.

"살다살다 너같은 여자가 위험에 처할줄은 몰랐어."

"같은 생각이야. 어떻게 나를 찾은건데?"
"네가 여기있는 소식을 듣고 내가 너를 주요 감시대상으로 맡게되었지. 여기엔 왜온거지?"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림자 군도에서 나온 것은 네 의지지만 지금 네가 있는 곳마다 사람들이 불편해하고있어. 그것도 모르는건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있지만 여기에서조차도 그런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한다는 사실을 엘리스는 부정했다.

"사람들은 내가있든없든 여기에서 마음껏 활보하며 축제를 즐기고있잖아? 네 말을 믿을 수 없어."
 녹서스에서 강렬한 접대를 받은 엘리스의 입장에선 필트오버는 정말로 자신이 있기 괜찮은 곳이라 여겨지는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틀린의 말을 듣고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지금 어떻게 여겨지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했다. 케이틀린은 굴러다니는 어제날짜의 신문지를 엘리스한테 던졌다.

"네가 나타난 날짜는 7월 16일.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네가 신문 1면에 올라갔지. 하지만 다음날인 오늘. 네 얘기는 어느 신문사에서도 언급되어있지않아. 어떤의미인줄 알아? 누군가, 아니면 신문사들은 네가 이곳에 있다는걸 알리고싶지 않다는거야. 나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도 축제시기에 강화되어야할 보안이 너에게도 쏠리는 것 자체가 인력낭비라고.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시민들은 벌써 이 의도를 알아차리고있어. 모두가 즐겨야할 시기에 너라는 존재 하나때문에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고싶지 않단 말이야."

"..."

"그리고 남자에게 강간당하기 전에 네 몸동작을 봤는데... 그거, 연기가 아니지? 잡혀있던거."

 그녀는 얼마안되는 순간안에 엘리스의 상태까지 다 파악해놓은 모양이다.

"네가 그런 모습으로 사람들을 잡아먹었을리 없어.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너의 힘과 무슨 관계가 있는게 분명하군. 한가지 당부해주지. 네 몸 하나 추스르기도 벅차다면, 당장 이곳을 떠나는게 좋아."

 보안관과 그녀의 도움을 받은 거미 여왕이라는 표면적 관계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지극히 정상적일지도 모르나, 사적인 관계로서는 케이틀린이 엘리스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암시가 명백히 드러나는 말이었다.

 필트오버의 어딘가. 엘리스를 사로잡으라는 명령을 받은 회색 숙녀는 풀리지 않은 단 하나의 수수께끼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7월 17일에 마오카이의 강연이 끝나고 인근에 있는 동산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모습을 어느 감시카메라에서도 포착해내지 못했고, 이게 결정적으로 작용해 은신처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예상 경로도 마련할 수가 없다... 마오카이와 손을 잡았건 잡지 않았건 이후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인데... 어차피 손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지. 그들이 준 자료에 의하면 둘은 서로 협력할 수 없는 사이니까."

 그렇게 중얼거리고있는 사이에 그녀가 있는 방문에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외부인이 건네준 자료를 파악하는순간, 회색 숙녀는 자신이 어디로 이동해야하는지에 대한 모든 계획이 세워졌음을 느꼈다.

 

"마오카이."

 아직도 여관에 머물러있을게 분명한 공간속으로 들어간 엘리스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역시나 마오카이는 엘리스가 나간 이후로도 계속 그곳에 있었던 것 같다.

 마오카이는 엘리스의 부름에 고개만 까딱 돌릴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네 도박이 진심이라면,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자."
"어딘가."
"아이오니아로."

 그레고리는 필트오버의 한 신문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있는 기자다. 그와 자신의 라이벌 조지 둘에게 내려진 말을 기억하고 있다.

누가 먼저 신문기사의 1면감을 장식하느냐에 따라서 정식 기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얻을거라고.

'어...? 이것은 기회다!'

 그래서 그는 엘리스가 필트오버의 한 여관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다른 신문사의 기자들과 같이 그녀를 취재하려했고 기사거리로 만드는데 거의 성공했다.

그러나...

"왜 안돼는거죠?"
"지금 필트오버는 마법공학 페스티벌로 열기가 올라있어. 지금 그런 기사를 1면으로 꺼냈다간 축제에 흥이 깨질게 분명해. 안그래도 이시기에는 치안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기인데 이 여자하나때문에 그것에 신경쓸 여력도 없어."

"그럼 조지는..."
"너처럼 나타나지 않았으니 뭔가 다른 1면거리 기사감을 찾고있는가보지."
"한동안 지속될 마법공학 페스티벌이 계속될텐데, 그걸 1면으로 삼을수밖에 없지 않잖습니까?"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너희 둘중 한명을 기용하는건 나중에 결정해도 될 일이라는 뜻이지."
 자신의 취직이 대놓고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말을 듣고 화나지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말을 들었으면 절망하거나 적어도 엘리스에 대해 기사를 썼던 것을 포기하는게 무난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그에게 전에없던 오기가 생겼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준비한 것이었지만 그에게 정식으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에 작업한 결과물을 저버리기가 싫었기에, 그는 자신이 이 기사로써 반드시 해내고야 말거라는 열의가 생겼다.

 그리고 그 열의는, 여관에서 나오는 엘리스와 마오카이를 보고 한층 더 강화되었다.

<계속>

<글쓴이의 말>

 

케이틀린에 대한 소개는 딱히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원작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바뀌어서 나왔다고 생각하지않고, 무엇보다 작중의 설명으로도 충분히 묘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