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리그오브레전드 서머시즌 16강 A조 Azubu Blaze 와 NaJin Shield 의 경기를 보고 드디어 내가 하고싶었던 말을 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서 끄적여봅니다.

 

먼저 두 팀의 라인업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lue NaJin Shield

탑 - 니달리

미드 - 트페

정글 - 녹턴

바텀 - 이즈리얼, 잔나

 

Purple Azubu Blaze

탑 - 쉔

미드 - 아리

정글 - 쉬바나

바텀 - 그레이브즈, 룰루

 

한 눈에 봐도 두 팀의 경기 컨셉이 보였습니다. 나진은 초중반 갱킹과 소규모 국지전에서 이득을 취하려하고, 블레이즈는 한타에서 이득을 취하려했습니다. 나진은 이 경기에서 지면 8강 진출이 물 건너 가므로 전략을 먼저 걸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말이죠.

 

초중반 게임의 흐름은 나진이 유리하게 가져갑니다. 글로벌 궁극기를 활용해 스노우볼을 조금씩 굴리기 시작합니다.

상대가 집에 가는 타이밍, 라인 스왑 상황에서 두 팀은 적극적인 타워링을 하지만, 나진이 조금 더 절묘한 타이밍과 챔프 특성으로 타워 상황에서 더 앞서갑니다. 블레이즈가 타워링을 할 때에는 드래곤을 가져가며 지속적인 우위를 점합니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바론과 한타가 승부의 열쇠가 됩니다. 바론을 먹으려면 한타를 해야합니다. 하지만 한타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아는 나진은 한타를 피하며 니달리, 트페의 2인 백도어를 지속적으로 시도합니다. 한타를 하려는 팀과 한타를 하지 않으려는 팀의 그 팽팽한 긴장감은 이 경기를 보신 모든 분들이 느끼셨을 것입니다. 니달리, 트페가 바텀 라인 푸쉬를 하는 사이 블레이즈는 5인 바론 레이드를 시작합니다. 이즈리얼, 잔나, 녹턴이 5:3 상황임에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견제를 합니다. 결국 기회를 엿보던 나진은 블레이즈의 바론 딜 중지까지 예상하며 이즈리얼의 궁극기와 녹턴의 강타로 버스트 데미지를 넣어 스틸에 성공합니다. 그 와중에 트페와 니달리는 미드 억제기를 미는 그림까지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스틸에 성공했을 뿐, 진형이 무너진 나진은 블레이즈에게 킬을 내주며 마찬가지로 미드 억제기가 밀리게 됩니다.

 

마지막 승부처입니다. 나진은 퍼플 팀 탑라인이 밀리자, 누군가 라인 정리를 하기위해 올 것을 노리고 부쉬 플레이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블레이즈 역시 나진의 All MIA 상황을 파악하고 쉬바나 혼자 보내지 않았습니다. 팀원 모두가 쉬바나 뒤를 따르고 있었고 얼어붙은 심장의 효과가 쉬바나에게 걸리면서 그 순간 나진은 쉬바나에게 폭딜을 퍼붓습니다. 결과는 한타에서 지며 나진의 패배. 매복을 어느정도 눈치 챈 복한규선수의 오더가 빛을 발한 장면이었습니다.

 

간단히 경기를 훑어봤습니다. 저는 이 경기를 꼼꼼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므로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왜 한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왜 한타여야만 하는가?

 

사실 나진의 전략은 외국팀들이 먼저 선보였습니다. 트페와 녹턴 고정밴 시대를 열었죠. 하지만 나진이 어제 선보인 전략은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트페 - 녹턴 전략 이었습니다. Top과 AD, Support 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한 체계적인 '2인 백도어 전략' 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 백도어는 LOL에서 통하지 않는 다는것을 나진은 발견해 낸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모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세계에는 LOL 역사에 길이남을 만한 벌레, 마이충이 서식하죠. 트페와 더불어 백도어와 도주에 용이하고 상대의 라인 스왑에 대비, CS를 잘 챙길 수 있는 원거리 평타를 가진 탑 챔프 '니달리'를 픽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두 챔프가 백도어를 행할때 상대의 5인 타워링에 대비해 먼 곳에서 빠르게 미니언을 정리할 수 있는 AD, '이즈리얼'을 픽하였습니다. 이즈리얼의 궁극기와 녹턴의 황혼의 인도자로 웨이브 하나를 간단히 막아내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부분의 AD는 미니언 정리가 빠릅니다. 하지만 5:3 상황에서 타워 허그를 한 채로 미니언이 도달하기를 기다렸다가 정리하는 그림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대부분의 백도어 전략이 통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그래서 먼 곳에서 미니언을 정리하면 안전함은 물론이고, 그 다음 미니언 웨이브가 오기까지 25초 정도의 시간을 나진은 버는 것입니다. 그 시간동안 트페와 니달리는 백도어를 할테구요. 결국 블레이즈의 5인 타워링을 무산시켜 버립니다. Support의 선택도 절묘합니다. 한타에서 불리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진입니다. 블레이즈는 강제 한타를 열기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블레이즈 룰루의 슈렐리아 몽상만 보아도 알 수 있죠. 부득이하게, 불리하게 한타가 시작되었을 때 자신을 희생하여 팀을 살리는 서포터로 잔나를 선택했습니다. 여타 다른 서폿들도 그 역할들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턴, 에어본, 쉴드 등에 비해 월등한 생존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잔나의 궁극기입니다. 게다가 잔나를 픽한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나진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했습니다. 후반 라인관리의 핵심은 바텀입니다. 바론과 거리가 가장 멀기 때문이죠. 탑은 바텀을 밀기위한 초석 라인이라고 보면 됩니다. 탑을 밀고 상대가 탑을 정리하는 사이 바텀을 밀고 바론을 시도하는 것이 기본적인 후반 운영입니다. 상대가 2인 백도어에 대응하기 위해 왔다. 그러면 당연히 바론을 갑니다. 나진이 그린 그림중 이런 상황에서 바론 레이드를 할 챔프는 녹턴, 이즈리얼, 서포터입니다. 바론 레이드에서 가장 기여도가 좋은 서포터, 잔나를 픽한것입니다. 스프링시즌 때 MIG Frost가 보여준 3분 3인 드래곤 레이드 전략부터, 여러분 보통 서포터가 리쉬도와줄 때 잔나가 도와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쉴드에 공격력까지 말이죠. 게다가 조합상의 불리한 한타조합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어보기 위해서 포킹이 용이하고 강력한 -트페와 더불어- 이즈리얼, 니달리를 픽하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 이렇게 체계적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한 전략임에도 나진이 패배한 이유를 이제부터 분석하겠습니다.

 

1. 시간이 지날수록 미니언의 강함과 챔프의 강함의 차이가 커진다.

아무리 다중타겟 스킬이 없는 챔프라도 어느정도의 레벨과 아이템이 되면 백도어에 면역이 생깁니다. 강민 해설이 경기중에 집으시며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이제 저 백도어에 블레이즈가 면역이 생겼어요.'

 

2. 결정적 장면. 나진이 바론 스틸과 미드 억제기를 깨는 그림에서 블레이즈는 침착하게 끊어먹고 5인 미드 라인 푸쉬.

바론 스틸은 그 상황에서 나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였습니다. 백도어하면서 바론도 먹으면 당연히 좋겠죠. 그런데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있습니다. 스틸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스퀴시한 녹턴의 죽음이 그것입니다. 덤으로 추노에 당하면 팀원은 더 끊어먹히게 됩니다. 결국 백도어로서 가져온 이득을 다 내주는 것도 모자라 더 불리해진다는 불편한 진실. 그럼 바론 스틸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아닙니다. 하는게 좋습니다. 그 시간대에 바론 버프 두르고 5명이 타워하나쯤 무시하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결론은 어디에 도달하느냐, '블레이즈의 5인 바론 레이드를 애초에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블레이즈 선수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2인 백도어에 놀아나지 않았습니다. 한 겹 더 벗겨낸 결론은 무엇일까요? '5명이 바론 레이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강력하게 백도어가 들어간다.' 이러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트페와 니달리의 체계적인 2인 백도어로도 하지 못했습니다.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말 하려는 결론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3. 지금의 LOL은 1~2명의 백도어보다 5인이 한타를 강제함과 동시에 미드를 미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

윗 글과 연관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입니다. 증명되었다고 봅니다.

 

나진과 블레이즈. 어느쪽도 못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 팀 모두 너무 잘해서, LOL의 작은 문제점이 단적으로 드러나 기분이 좋습니다. 이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판단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LOL의 한계점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증명되었듯이 게임은 결국 한타에서 종결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타만 하는 것은 아니죠. 한타를 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있습니다. 바로 라인전과 운영입니다. 운영은 게임 초중후반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운영도 한타를 위한 것이죠. 결국 이 일련의 과정을 잘 버티면 게임은 한타에서 이기는 팀이 승리합니다. 대회에서 극단적인 픽과 운영이 나오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요즘 한타 지향형 정글러가 유행하는 것도 말이죠. 그래서 프로선수, 해설자들이 자주 말하는 '대회에서 쓸만한 정도의 챔프는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죠.

 

나진은 이 '한타'에 대한 카운터를 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 경기는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큽니다. 한타를 하려는 팀과 하지 않으려는 팀간의 무빙 대결. 엄청나지 않나요? 하지만 결국 LOL의 '시스템'에 무릎꿇은 나진입니다. 한타라는 벽에 부딪힌 것입니다.

 

- 해결책은?

 

 더 많은 변수가 필요하다.

 스타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초창기 컨트롤 위주의 게임에서 진화하여 운영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출현이 스타리그를 더 오래 끌어갈 수 있는 신선함을 제공함. '새로움'에 대한 창의적인 창출은 라이엇에서 직접적으로 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것은 돈을 받고 게임을 하는 프로선수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라이엇은 그에 대한 '소재'와 '환경'만 조성해주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재로써, 새로운 운영이 나올 수 있는 특성이 '잠재된' 챔프나 맵이 되겠다. 환경에는 마음이 맞는 유저 5명이 뭉쳐서 새로운 빌드, 새로운 조합등을 해볼 수 있는 커뮤니티를 조성하는것이 있겠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수도 있었던 기회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블레이즈, 잘하네요. 잘합니다.

어쨌든 예전에도 제가 비슷한 글을 쓴적이 있었는데, 결국 LOL의 E-Sports 흥행의 핵심은 트렌드입니다. 경향이 수시로 바뀌어야 보는 사람들이 질리지 않습니다. 그 다음, 스타리그 처럼 History가 생성됩니다. Diablo3 처럼 Contents가 생성됩니다. 뽀로로처럼 Culture가 될 수 있습니다. MIG도 E-Sports에 한 몫했죠. LOL에 통수의 역사를 새겼고 엄청난 양의 욕설 콘텐츠를 만들었으며 통수의 문화를 형성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비판과 비난은 다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