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이야기 해 보고 싶었는데 왠지 아랫 글에 묻혀가는 느낌 ㅜㅜ..
그래도 한번 써 봅니다!



롤을 즐기면서 다들 욕설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긴 하지만 저는 이 글을 통해서 몇 가지 이유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같이 의견을 나눠보고 더 나은 게임 매너를 토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1. 팀 게임이다

일단 롤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5:5맵, 소환사의 협곡은 철저한 팀 플레이로 진행됩니다.
5명 팀원의 조합, 각 라인과 정글러의 상호 호흡 등이 매우 중요한 게임이죠.
게임이 안풀리는건 모두 정글러 때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각 라인은 모두 상대를 압박하고 흥하고 싶어합니다.
이게 되지 않았을 때 일단 짜증이 나죠.
저는 (저렙이지만)주로 서포터를 플레이 하는데요, 상대방에게 디나이를 신나게 당하고 있는 상황에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다른 라이너는? 정글은? 사정을 다 알면서도 오지 않는 우리편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죠.
이런 상황에서 인내심이 부족한 친구들은 욕설을 하게 됩니다.

한가지 상황만 예로 들었지만 롤에서 화가 날만한 상황은 매우매우매우 많습니다.
우리편에 내면의 갱승사자가 있을수도 있고 혹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라인전을 턱없이 밀리는 경우도 있죠.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화가 납니다.
국민엄마 메라신을 보며 멘탈을 가다듬는 저도 가끔 참지 못하고 폭발할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사람이니까 화가 날 수도 있죠.

#. 팀 게임이니까 다른 사람의 실수나 실력을 비난하고, 그것이 욕으로 이어진다.


2. 연령대가 다양하다

지금 글을 쓰는 필자는 30대 극 초반의 직장인입니다.
늙었다고 뭐라하지 마세요. 게임하는데 이유는 없으니까요 ㅜ0ㅜ...
롤은 12세 이용가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저랑 12세 친구와의 나이차이는? 어마어마하죠.


지금 저는 함부로 욕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게 게임이든 현실이든... 나이가 좀 찬 형들은 이해할거에요.
친구들이랑 이야기 할 때나 욕하지 다른데 가서 욕하면 큰일납니다.
반면 학생친구들은 그렇지 않죠. 학생친구들 시기에는 친구가 세상의 전부입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욕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게 아닐까요?


성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매너이지만 학생들이나 아직 그걸 배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이 무조건 그렇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욕설을 하는 비율이 성인보다는 높을 것입니다.


한 스물둘셋 됐는데 뜨끔한 친구들 있으면 반성하세요.
여러분이 느끼는 자유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순간 그건 자유가 아니니까요.
어린 친구들은 그럴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욕을 해도 한두 마디는 그냥 넘어가주는 편이죠.
내 지난날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적당히 하다 말겠지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죠.


근데 가끔 똥오줌을 못가리는 친구들이 있어서 문제죠.
픽화면에서부터 뭐 잘하자 ㅆㅂ놈들아 라던지 서포터가 맘에 안든다고 ~~하면 안되겠니 ㅅㅅㄲ야? 라던지..
...저도 사람인데 꼭지가 돕니다. 사실 이게 제일 환장하는거에요.
대뜸 갑자기 욕을 해 대니 이게 뭔가 싶습니다. 더 짜증나는건 이건 이유도 없고 어찌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 학생칭구들 중 일부와 정신 못차리는 성인들이 말을 가릴 때를 잘 모른다.


3. 반말과 욕설을 구분하지 못한다.

2번과 연계되기도 하지만 나름의 독특함이 있어서 따로 살펴 보겠습니다.
게임 특성상 특정 상황에서의 템포가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긴 말을 치기가 힘든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형아를 붙이며 반말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요.
전 개인적으로 이런 반말은 찬성합니다. 저도 실제로 많이 사용하고 있구요.
이런 류의 소위 말하는 ‘형아 소통'(그냥 지어본 이름입니다)의 장점을 말해보자면,

1. 랜덤으로 만나서 한판하고 헤어질 사이지만 나름의 친밀감을 주어 팀플레이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2. 경제적이다. 말을 더 짧게 치면 클릭 한번 더 하고 미니맵 한번 더 볼 수 있다.
3. 꺼려지는 조언도 비교적 편하게 말해줄 수 있다. 조언을 받아들이는 쪽도 비교적 편하게 받아들인다.

정도가 있겠네요.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 있을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단점도 있는데, 이 반말을 친구들 대하듯이 욕을 막 해도 되는 의미로 이해하는겁니다.

성인이 아닌 학생분들은 어른들이 여러분을 부를 때 ‘학생’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야'라고 부르지 않고 ‘학생'이라고 부르는게 당연하게 느껴지시나요?
그게 바로 존중입니다. 여러분보다 십수살에서 수십살 많은 분들이 그렇게 부르는게요.

학생 하니까 감이 잘 안오시면 제 나이대에서 많이 듣는 ‘삼촌’으로 생각해 볼까요?
저보다 어른이 저를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제가 그 어르신을 조카취급하면 될까요?
저를 존중하는 의미로 삼촌이라고 불러 주셨으니 저도 그에 합당한 예의를 취해야겠죠.

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소환사가 당신에게 형아라고 부른다고 해서 당신은 그 사람의 형이 아닙니다.
그건 서로 존중하면서 편하게 게임을 같이 즐기자는 뜻이죠. 이걸 착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 ‘형'이라는 단어의 뜻은 친구를 먹자는게 아니라 즐겁게 상호 존중하자는 의미다.


4.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

네. 제 대답은......

안타깝게도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이미 롤에는 비매너 유저를 리폿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제대로 기능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몇 십만은 되는 유저들의 욕설을 다 잡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욕설의 기준을 정하는것도 사실상 매우 어렵습니다.

단 하나의 답이 있다면 그것은 ‘자정'하는 것입니다. 유저 스스로 말이죠.

그래서 제 대답은 이겁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윗물은 성인분들을 뜻하며 아랫물은 학생분들을 뜻합니다.
성인 여러분들이 인격적으로 더 낫고 학생분들이 그보다 못하기 때문에 윗물 아랫물이라는게 아닙니다.
사람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더 성숙하고 나아집니다.
성인분들, 중고등학교때를 한번 돌아보십시오. 주위에 뭐가 있었습니까?
학교, 집, 학원 그리고 친구들밖에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한정적입니다.
사회와 성인이라는 윗물에서 조금이라도 더 경험해보고 성숙해질 기회가 많았던 여러분들이 더 나은 모습을 보여 주셔야 합니다.
꼰대질을 하면서 가르치라는게 아닙니다. 먼저 보여주라는 겁니다.
성인분들부터 욕설과 상호비방을 줄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나은 게임문화가 정착되는건 당연합니다.

아직 정체성이 확실히 자리잡지 않은 시기에는 ‘누가 어떻게 하던데 나도 하면 되겠지' 가 행동의 큰 원인이 됩니다.
학생분들이 여가시간에 만나는 여러분들은, 어쩌면 그들이 바라보는 이 사회의 단면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단면을 더 많이 보여준다면 더 나은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겠죠.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도 더욱 격려해 주세요.
그 사람이 못해서 지면 그냥 게임상 1패로 끝이지만 뱉아버린 욕설과 비난은 마음에 계속 남습니다.
매번 마냥 감싸면서 졌네 허허할 수는 없겠지만 참을 수 있을때까진 참아 보는게 어떨까요?





말로 지은 죄는 씻기 힘듭니다. 왜냐면 나간 말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죠.
주먹으로 맞으면 약 바르면 되지만 말로 맞은 상처는 나을 방도가 없습니다.
롤 참 재밌는 게임이잖아요? 우리 서로 존중하면서 더 즐겁고 재밌게 게임하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