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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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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1
(사견) 도파의 가치
짧게 쓰는 도파에 대한 사견.
필자는 학부시절 전공이 철학이었다. 그런데 이웃학과인 종교학과에 새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동양철학 박사하시고 종교학과에 임용되신 건데, 종교학의 관점에서 유학을 바라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을 듯 싶어 나중에 수업한 번 들어 봐야지.. 하고 있다가 어느 학기에 논어를 강독하는 수업을 개설하신 걸 확인하였다. 논어가 한 번쯤 제대로 읽어봐야 되는 서적임은 주지의 사실이고, 따라서 곧바로 수강신청을 하였다.
그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나는 구절은 바로 이것이다. 과유불급.
독자들은 과유불급의 정확한 뜻에 대해 아는가? 직역하자면, '지나친 것과 모자란 것은 똑같음' 인데, 물론 공자께서는 '둘 다 존나 안 좋음 ㅋ' 의 뜻으로 말씀하셨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함'의 의미로 알고 있다. 나도 그랬고, 우리 모친도 그랬다 필자는 이 괴리에 대해 당시 많은 의문을 가졌었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에야 그 괴리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이야기를 잠시 돌려보자. 역사상 최강의 프로게이머가 누구일까? 많은 이들은 오청원 혹은 이창호로 추정한다. 그 가운데 필자가 특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창호이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 초등학교 때 바둑을 배운 경험이 있어 (한국기원 공인 2급) 바둑을 보는 눈이 일반인보단 훨씬 좋은 편이다.
전성기 시절 이창호의 기풍(스타일)은 간단하다. '목표는 오직 승리일 뿐이며, 매 순간마다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선택한다.' '대마를 잡아낸다면 확실히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마를 잡으려다 실수할 여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마를 살려주되, 그 대가를 확실히 받아내는 것이야 말로 비록 작은 집 차이로 승리할 지언정 변수를 줄이면서 더욱 승률을 높일 수 있다.'
이걸 이창호는 고작 10살 전후의 나이에 깨쳤고, 그 결과 역사상 최강의 프로게이머로 추정되고 있다.
참고로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설명한 전성기 시절의 이창호 기풍은 구글 딥마인드의 저 유명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기풍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유명 롤유저들의 유튜브 영상을 필자도 가끔 본다. 보통은 자기 전에 심심하니까 보다가 잠오면 그냥 잔다. 그런데 그 가운데 저런 이치를 깨닫고 게임하는 사람은, 유명 롤유저 가운데에는 도파밖에 없는 것 같더라. (적어도 필자가 영상을 봤던 몇몇 유저들 가운데에서는)
이것이야 말로 유저들이 도파에게 배울 점이 아닐까 싶다. 이 점을 필자가 롤의 상황에 빗대어 예시를 하나 구성해 볼까 한다.
가령 이창호의 기풍과 관련된 설명에서, '대마'를 '챔프킬'로 치환한다면 어떤가?
물론 라인전 단계에서 챔피언 킬을 낸다면 매우 좋다. 그렇지만 킬각이라는 것은, 비슷한 MMR인 경우 내 눈에 보인다면 상대에게도 보인다고 가정함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킬각이라 보이고 킬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상대도 충분히 예상하고 대처법을 생각할 터이므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 롤이라는 종목은 순수한 개인의 힘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팀 게임인 만큼 적or아군의 도움과 같은 요소들이 크게 작용한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소위 '역갱으로 겜 터짐'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그렇다면 위에서 살펴보았던 소위 '킬각'이라는 상황, 즉 체력이나 마나와 같은 자원 or 핵심 주문의 쿨타임 or 챔프별 상성과 같은 요소들에 있어 우위에 있다 하더라도 잡아내려고 들어가는 것이 항상 옳은 선택임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한 우위의 요소를 가지고 '여차하면 너를 죽일 수 있어!' 라는 메시지를 주면서 상대를 압박하여, CS로 인한 골드격차, 경험치격차, 타워공성, 타 라인및 정글싸움시 우선적인 지원, 시야 우선 장악 등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 경우가 승률을 더욱 높이는 요소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명확한 통계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했을 때는 그렇다.)
도파가 뭐 대리게임을 했느니 어쩌니 나는 잘 모른다. 그가 일베를 하니 마니 그 또한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일베를 한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는 도파를 옹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하는 발언이 아니라, 일반적인 견지에서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일 뿐이다.) 프로데뷔를 했더라면? 이라는 가정에 대해서는, 필자 나름의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뭐 질문자체가 가정이다 보니 대답도 무의미해서..
하지만 필자가 도파를 칭찬하고 싶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벌써부터 '과유불급'의 해석상 괴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 왜 사람들이 '지나친 것을, 모자란 것보다 훨씬 더 경계하는'지 그 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 플레이 스타일에서 그 점이 아주 잘 묻어난다. 매 순간 어떤 플레이가 종국의 승률을 높이는 방안인지를 생각하며 플레이 하는데, 지나치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기계적이라는 느낌에 가깝다. 마치 이창호나, 알파고처럼.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한국서버에서 그토록 오랜기간 동안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며, 한중 동시 1위라는 기록도 세운 것일 터다.
독자들도 비단 롤이라는 종목에 국한하지 말고, 왜 '과유불급'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듯 싶어, 도파와 관련하여 몇 자 끄적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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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늑대